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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210화 (210/250)
  • 제210화

    제210편

    엄청난 격통이 온몸을 휘감았다.

    “콜록, 콜록!!”

    나도 모르게 기침이 터져 나오고 비명조차 지를 수 없는 고통이었다.

    눈앞이 하얗게 점멸한다.

    순식간에 손끝 발끝이 다 타 버린 것 같다. 아니, 그런 설명으로도 부족한 고통이었다.

    “으그극…….”

    아무리 연습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고통이다.

    이 고통을 참는다는 건 재채기를 참는 것과 같다.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버틸 수 있는 그런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지만 더는 시스템에게 지고 싶지 않다.

    ‘흑단이가 위험하다고!’

    으드드득, 그그극.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시야가 밝아진다.

    화아악!!

    “크으윽!!”

    띠링.

    [영혼석을 효과적으로 흡수했습니다.]

    시스템 창이 떠오르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뒤로 나자빠졌다.

    “주인님!”

    다급한 망량이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등 뒤로 푸른 불꽃이 나를 부축한다.

    “으으윽…….”

    “괜찮으세요? 이런, 주인님! 피눈물이……!”

    “읏. 정말이네.”

    눈가에 흐르는 뜨뜻한 것을 닦아냈다. 손등 위로 붉은 피가 번진다.

    “지독하네, 이 스킬 이거.”

    앞이 흐릿하게 보여 눈을 몇 번 깜빡인다. 그러고는 곧장 흑단이가 있는 곳을 찾았다.

    구우우우우…….

    흑단이를 물고 있던 거대한 괴물이 입을 쩌억 벌리고 있다. 흑단이는 재빨리 녀석에게서 벗어나 날개를 바짝 펴고 날아올랐다.

    “응?!”

    “이건…….”

    괴물 근처에서 공격할 기회를 넘보고 있던 헌터들이 당황한 듯 주위를 둘러본다.

    구구구구…….

    괴물의 몸이 서서히 기울고 있다.

    “죽었어?”

    “갑자기?”

    파아앗!!

    그사이에 결이가 나를 찾아 달려왔다.

    “하준아!”

    “아, 결아.”

    “괜찮아?”

    “으응.”

    “무슨 스킬을 사용한 거야? 저 녀석이 단번에……. 피가 나잖아!”

    “아아, 괜찮아. 아프진…… 않아.”

    이제 아프지 않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몸 여기저기가 얻어맞은 듯이 욱신거린다.

    “저 녀석은 완전히 죽었어. 네 스킬 탓이겠지.”

    “쿨럭. 그럴 거야. 이 몸의 엄청나게 강한 스킬에 당했으니 별수 없지.”

    장난스럽게 웃어 보였지만, 결이의 표정은 풀어지지 않았다.

    “일으켜 주기나 해라.”

    “……그 스킬 이제 쓰지 마.”

    “응?”

    “몸에 그 정도 무리가 가는 스킬을 굳이 써야 할 필요가 있어?”

    “아, 흑단이가 위험해지는 걸 두고 볼 수가 없었어.”

    “네 스킬은 훌륭했지만, 흑단이는 버틸 수 있었을 거야. 그리고 우리가 힘을 합쳐서 공격했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겠어.”

    “지금 너, 겉으로 보기에도 엄청 무리했다는 게 느껴진다고.”

    “……정말 괜찮은데.”

    “거짓말하지 마.”

    결이가 어깨를 툭 쳤다.

    “으악!”

    “이것 봐.”

    “아냐. 짜샤. S급이 D급을 치면 당연히 아프지!”

    결이의 미간이 더욱 깊게 팬다.

    “……어차피 자주 쓸 스킬은 아냐.”

    사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심 기분은 좋았다.

    눈앞에서 결이가 화를 내는 것보다 결국 스킬을 사용하는 걸 성공했다는 성취감이 컸다.

    무지막지하게 고통스러운 스킬이기는 하지만, 쓸 수 있는 스킬인 걸 증명했으니까.

    ‘얻은 영혼석도…….’

    인벤토리를 뒤져 본다.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한 번에 30개가 넘는 영혼석이 들어왔다. 확실히 엄청나기는 하네.’

    요즘은 던전 1개를 돌 때 영혼석 1개 정도를 겨우 얻을 수 있었다. 그러니 영혼 삼키기 스킬을 쓰는 게 확실히 이득이다.

    평범한 보통 몬스터에게서도 이렇게 많이 얻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 뻔히 보인다.”

    “어? 어? 무슨 말이야. 하하.”

    “정말 걱정되니까. 되도록 쓰지 마.”

    “……알겠어.”

    하기야, 피눈물이 흐를 정도로 고통스러운데 나도 걱정이 되기는 하지. 억압의 손길처럼 자주 사용하는 건 오히려 내 영혼이 버틸 수 없을 거다.

    ‘미치지 않고 이 고통을 버틸 힘이 필요해.’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결이의 표정은 더 안 좋아진다.

    “어이.”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장 리가 옆에 서 있다. 쥐도 새도 모르게 옆으로 다가와 있다니. 역시 이 여자도 S급이다.

    “내가 쓰러트릴 수 있었는데, 마지막을 얌체처럼 가져간 게 너냐?”

    내용은 사납지만, 말투는 부드럽다.

    “랭크가 높아 보이지는 않는데, 강력한 스킬을 가졌구나?”

    서해에서 만났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대단한걸. 여기서 봐줄 만한 건 여기 이 S급뿐인 줄 알았더니.”

    그녀가 결이를 보면서 말한다.

    ‘나를 기억하지 못하나 보네.’

    하기야 한세희 같은 S급 옆에 있으면 내 존재가 희미해지기는 하겠지.

    그나저나 무사하다더니, 이렇게 눈으로 확인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 서해에서 정말 많은 헌터가 죽었었지.

    “한국처럼 작은 나라에 이런 인재들이 있다는 건 축복이야.”

    그녀는 마치 소녀처럼 웃었다.

    장우택의 누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앳된 얼굴이다.

    “누나.”

    양반은 못 되는지 건물 위로 장우택이 나타났다.

    “벌써 인사 중이었네? 하준 씨랑.”

    “은하준? 아아, 네가 그 은하준이구나.”

    장 리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한다. 호기심이 잔뜩 일기도, 약간 경계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내 동생이 그렇게 칭찬을 하던데. 직접 보니 더 대단하네.”

    “방금 그건 나도 처음 보는 스킬인데. 언제 또 그렇게 강해진 겁니까? 은하준 씨.”

    장씨 남매가 동시에 거리를 좁혀 오며 공격적으로 묻는다.

    “그나저나 얼굴도 귀엽게 생겼네? 딱 내 스타일이야.”

    “뭐야, 누나. 탐내지 마.”

    “탐내든지 말든지. 네가 무슨 상관이야?”

    “상관있지!”

    “……장우택 씨가 무슨 상관인데요.”

    내 말에 장 리가 밝아진 얼굴로 활짝 웃는다.

    “그렇지? 역시. 은하준 씨는 상관없대잖아.”

    “은하준 씨, 어떻게 그럴 수가…….”

    장우택은 울상을 짓고 짐짓 우는 척을 한다.

    다 큰 남자가…….

    “그나저나 약속이 밀려서 아쉬웠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네.”

    “아. 설마…….”

    장우택을 바라보자, 그가 바로 맞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누나를 소개해 주려고 했죠.”

    “그게 서프라이즈입니까?”

    “서프라이즈긴 서프라이즈인데…….”

    결이도 어이가 없는지 피식 웃는다.

    “어머? 반응이 왜 이래? 중국 최고의 S급을 만난 감상이 겨우 이거야?”

    역시 장 리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게 맞군.

    “실망스러운데. 우택이 친구라고 해서 좋은 마음으로 맞이했더니, 이런 반응이라니! 한국의 몬스터 브리더고 뭐고 확 미워해 버릴 거야!”

    아.

    그러고 보니 안영지가 있는데, 그녀가 장우택의 눈에 띄면…….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이미 늦었나 싶다.

    ‘이미 전투 중에 다 봤으려나.’

    결이에 대해서도 한 번에 알아챈 것을 보니 대충 장 리에게도 전달해 준 게 아닐까 싶다. 물론 결이는 이제 척 보기에도 S급의 아우라가 풍기지만.

    주위를 훑어보지만, 안영지는 보이지 않는다.

    ‘혼자 길드 건물로 향했으려나? 장우택을 발견하고?’

    안영지는 내가 알려 줘서 장우택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그를 피하라고 말해 뒀으니, 먼저 그를 발견했다면 혼자서 돌아갔을 가능성도 있었다.

    ‘혼자 다니는 게 위험하기는 한데. 하케임 이야기를 했으니 연락해서 같이 집에 갔을지도 몰라. 그렇다면 다행인데.’

    파닥, 파닥.

    거대화를 푼 흑단이가 내 쪽으로 날아온다.

    “흑단아!”

    “뿌이이, 삐익!”

    “괜찮아? 아휴, 여기 다 까졌네. 기다려 봐, 포션 줄게.”

    흑단이의 목덜미에 꽤 깊은 상처가 있다.

    마음이 쓰라리다. 내가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더 큰 부상으로 이어졌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철렁한다.

    그래, 스킬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

    “어머, 이 친구가 우리 화룽에서 선물했던 그 작은 알 친구?”

    흑단이를 보자 장 리의 표정이 밝아졌다.

    “네, 맞아요.”

    “정말 많이 컸네. 이렇게 무사히 깨어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앗, 누나…….”

    장우택이 놀란 얼굴로 장 리를 말린다.

    “왜.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은하준 씨도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면 좋잖아?”

    “네?”

    대충 무슨 이야기인지 알겠다.

    이미 화룽에서도 이 알이 온전치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거겠지. 내가 알을 제대로 부화시키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그래서 선물이자 빚을 지우려고 했던 것.

    그런데 내가 알을 제대로 부화시키는 바람에 화룽은 엄청나게 당황했다. 다 아는 정황이지만 나는 애써 모른 척 고개를 갸웃거린다.

    “에이, 우리 은하준 씨야 정말 대단한 사람이죠. 그건 하준 씨도 다 알고 있는 일인걸. 그렇죠? 한국의 유일한 몬스터 브리더.”

    장우택이 수습하느라 진땀을 빼는 모습이 우습기만 하다.

    그리고 아직까지 깜빡 속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랍고.

    “흐으응, 어쨌든 이렇게 만나니 좋네. 은하준 씨. 제대로 내 소개를 안 했지? 나는 중국 화룽 소속의 S급 헌터, 장 리라고 해. 알다시피 장우택의 누나고. 만나서 정말 반가워. 당신을 만나고 싶었거든.”

    “반갑습니다. 저는…… 아시다시피 은하준이에요.”

    “당신에 관해서 궁금한 게 아주 많아.”

    그녀가 호쾌하게 웃었다.

    * * *

    ‘들이닥치는 걸 좋아하는 건 남매가 똑같군.’

    장 리는 그대로 신선 길드까지 쫓아왔다.

    “다음에는 화룽에 초대해서 우리 몬스터 브리더를 만나게 해 줄 테니까.”

    솔직히 나쁜 거래 조건은 아니었다. 아이들의 육성 환경을 생각하면 한번 만나 볼 만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신선 길드에는 크게 몬스터 사육에 관한 시설이 조성되어 있지는 않아요.”

    “그러니까 정말 신기하단 말이야. 우리 길드에서는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도 알을 깨우기가 쉽지 않거든.”

    “누나, 그런 걸 밖에서 말하고 다니면…….”

    “뭐, 어때. 우린 동료잖아. 안 그래?”

    장 리가 밝게 웃으며 내게 어깨동무했다. 아니,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왜소하고 나보다 한참이나 키가 작았기에 자연스레 팔짱을 낀 모양새로 변했다.

    참 스스럼없고 친화력이 좋은 성격이다.

    벌써 동료까지야……. 뭐 나로서는 화룽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니 나쁘진 않지만.

    “너무 기대된다. 나 정말 새끼 몬스터들을 좋아하거든. 벌써 다섯 마리나 관리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정말 대단해! 은하준 씨, 정말 멋져. 나도 한 마리 부탁하고 싶을 정도라니까.”

    “누나, 우린 화룽 소속이라는 거 잊지 말라고.”

    “아쉽게도 함께 있던 두 마리는 얼마 전에 서광 길드로 보내서요. 지금은 흑단이와 나머지 두 마리밖에 없어요.”

    “뭐? 서광?”

    장 리가 우뚝 멈춰 섰다.

    “앗…….”

    장우택의 표정도 순간 싸해진다.

    아 참, 맞다. 장 리는 한세희를 죽이려고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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