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소울메이트-207화 (207/250)

제207화

제207편

“봐요, 엄청난 뷰 수죠?”

“그렇네요.”

김예리가 가리키는 조회 수 수치를 보면서 헛웃음이 나온다.

그래 봤자 온종일 나를 쫓아다니며 몬스터 새끼들에게 밥을 먹이거나 훈련하는 영상을 찍었을 뿐이다.

“올린 지 한 시간 만에 40만 명이 봤다 이 말이죠?”

“그렇다니까요. 엣헴. 어떠신가요.”

“김예리 씨는 정말 대단하네요.”

“아니! 제가 대단한 게 아니라 이 영상이 인기가 좋은 거죠……!”

“아녜요. 전부 오스킬이 쌓아 올린 구독자 아닙니까. 전 그냥 거기에 편승했을 뿐이고요.”

“더보기란에 하준 님 계정 링크를 올려놨으니 구독자가 쭉쭉 올라갈 거예요!”

“안 그래도 실시간으로 구독자가 늘고 있어요. 아웃스타그램도요.”

“헤헷. 이것 봐요. ‘좋아요’ 수도 엄청 많죠?”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이 나와 새끼 몬스터들의 영상을 좋아해 주고 있다.

댓글도 긍정적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소문이 무성하던 몬스터 사육 영상이 이렇게 올라오네ㅋㅋ]

[꺄, 기다리고 기다렸습니다! 몬스터 새끼가 이렇게 귀여울 줄은 몰랐어요!]

[헉, 조련이 가능한 몬스터 새끼라니. 진짜 신기하네.]

[몬스터 브리더는 중국에만 있었는데, 우리나라에도 드디어 생겼군요. 자랑스럽습니다. 대한민국!]

물론 익명성이 보장된 장소인 만큼 이상한 싸움을 벌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기사에서만 봤을 땐 차가운 느낌이었는데 영상으로 보니 은하준 인상 좋네. 인성도 좋은 느낌이 옴 ㅇㅇ]

[└얼굴만 보고 인성 판단하는 수준ㅋㅋㅋ]

[ └말하는 걸 봐라, 다짜고짜 시비 거는 네 수준보다는 높을 듯ㅋㅋ 인터넷에서 이런 댓글 싸지르는 놈들 수준이 거기서 거기지.]

[ └알바임? 딱 봐도 이미지 메이킹용 영상이구만.]

예리한 놈이다. 정말로 이미지 메이킹용 영상이 맞긴 하지만.

어쨌거나 내 생각대로 돌아가고 있으니 완전 만족스럽다.

특히 우리 애들의 귀여움을 모두가 알 수 있다는 점이 정말로 마음에 들었다. 댓글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신이 난달까.

게다가 내 계정으로 넘어온 구독자들의 반응은 더욱 긍정적이었다.

[하준 님! 얼른 새 영상 또 올려 주세요!]

[애기들이 너무 귀엽네요. ㅠㅠ 진짜 사랑스러워요.]

[몬스터 새끼들이 사람을 따르는 모습을 보니까 너무 신기해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대한민국의 자랑!]

[흑단이 진짜 귀여워. 꼬물거리는 것 좀 봐ㅠㅠ 저것도 이빨이라고 났다는 게 너무너무 귀여워~!]

[윙키?는 그냥 몬스터가 아닌 듯 완전 성스러움 그 자체;;]

[매일매일 영상 올라오면 좋겠다.]

[흑단아 사랑해!]

나는 괜히 기분이 뿌듯해져서 흑단이를 꼭 끌어안았다.

“그렇지, 우리 흑단이가 귀엽긴 진짜 귀엽지.”

“아부아바바!”

“그래, 그래.”

“계정 관리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다 알아서 해 드릴 테니까요. 앞으로는 길드 내에서 생활하시는 모습을 계속 촬영할 거니까 신경 써 주시고요.”

“신경 쓴다고 해도……. 사실 그냥 일상일 뿐이어서. 뭐, 더 어떻게 할 건 없고요?”

“원래 자연스러운 게 최고예요. 브이로그라는 게 현실성 있는 콘셉트가 더 잘 먹히거든요. 하준 님은 지금이 딱 좋아요. 아, 중요한 건 영지 씨인데…….”

“아직은 영지 씨를 완전히 노출시킬 생각은 없어요. 얼굴까지는 밝히지 않아도 되겠죠?”

“아아, 알겠어요. 훈련을 같이하기는 하지만 얼굴은 모자이크해서 나가도록 하죠. 스킬을 사용하는 모습도 편집하고요. 사람들이 궁금해하기는 할 텐데.”

“천천히 공개하도록 해요. 좀 더 대중들의 이목이 끌리면 말이에요.”

그때쯤이면 오히려 공인이 되는 게 안영지를 더 보호해 줄 터였다. 게다가 트라우마를 이기는 훈련을 하는 중이니, 그녀는 금방 강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스스로를 지킬 수도 있을 테지.

“하여튼 잘 부탁드려요.”

“에이, 제가 잘 부탁드리는 거죠. 하준 님과 애들을 찍을 수 있다니 정말 감격이에요. 제가 옛날부터 바라던 일이었다고요.”

“찍긴 찍었었잖아요? 허락은 없었지만.”

“앗……. 에헤헤.”

김예리가 혀를 빼꼼 내밀고는 머리를 긁적인다.

“이제 와 그걸로 타박할 생각은 없어요. 안심하라고요.”

“헤헤…….”

“부아아, 아부부!”

흑단이가 발밑에서 안아 달라고 난리다.

“그래, 읏챠. 우리 스타 흑단이~!”

“아부아바바.”

“다들 흑단이가 거대화한 모습을 보면 그렇게 귀여워만 할 수 없을 텐데요.”

망량이가 불꽃을 이글거리며 키득거린다.

“그래, 그래. 엄청 멋있다고 야단이겠지?”

“무서워하지 않을까요?”

“에이, 흑단이가 얼마나 멋진데.”

“하지만 무서운 모습이잖아요!”

“너 은근히 흑단이를 질투한단 말이지.”

“지, 질투라니! 펫 따위에 질투하지 않아요! 흥.”

저도 펫인 주제에……. 라고 생각하지만 역시 따지는 건 그만둔다. 망량이가 삐치면 온종일 시끄럽게 구니까.

대신, 망량이를 기분 좋게 할 방법을 알고 있다.

“앗, 여기 망량이 너에 관한 이야기들도 있네.”

“앗! 뭐라고요?!”

역시 관심이 가는 모양인지 망량이가 불꽃을 이글대며 내 얼굴 옆에 딱 붙는다.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궁금하대.”

“제 말을 알아듣는 건 주인님밖에 없으니까요.”

“하긴, 나도 네 말을 알아듣기까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엄청 궁금했지. 물론 그때가 그리울 때가 있긴 하…….”

“흠, 제가 이렇게 지적인 존재라는 걸 안다면 모두 깜짝 놀라서 저를 존경할 수밖에 없을 텐데.”

망량이가 불꽃을 부풀리며 으스댄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터질 것 같았지만, 나는 겨우 참았다.

지금 타이밍에서 웃어 버린다면 망량이는 정말로 삐쳐 버릴 테니까. 겨우 웃음을 참으며 망량이에게 물었다.

“……뭐? 지적?”

“그렇잖아요? 엣헴. 저처럼 뛰어난 도깨비불이 어디 있다고 그래요? 이렇게 항상 주인님을 든든하게 만들어 주고 말이에요. 저는 보통 펫들이랑은 다르다고요?”

나는 웃음을 참으며 겨우 망량이를 바라보지만, 아무것도 알아들을 수 없었던 김예리는 그저 망량이를 귀엽게 바라볼 뿐이었다.

“그나저나 윙키가 잘 적응해서 다행이에요.”

“아, 맞아요.”

내 목에 감겨 있던 윙키가 까만 눈을 깜빡인다. 이제는 윙키라는 이름을 알아들었다.

“쉬이잇. 쉬이이.”

붉은 혀를 날름거리는 윙키를 쓰다듬어 준다. 윙키는 기분 좋은 듯 입을 쩌억 벌리고는 손길을 음미한다.

“좀 더 적응하고 나면 던전에 함께 갈 수도 있을 거예요.”

“자세히는 모르지만, 하준 님이 생각하시는 대로 될 거예요.”

김예리가 확신에 찬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솔직히 윙키는 야생 던전에서 잡아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걱정이 되는 한다. 아직 유대를 단단하게 쌓기까지는 더 시간이 걸리겠지.

하지만 영혼 전이 스킬이 우리를 단단하게 엮어 줄 거라는 확신이 든다.

“쉬이이잇. 쉬이이…….”

윙키가 내 뺨에 차가운 비늘을 문질렀다.

* * *

“던전에서 사냥하는 걸 생중계할 수 있다면 뷰 수가 엄청나게 많이 나올 텐데.”

“오, 정말 좋은 생각이네요.”

안영지가 내 말에 눈을 반짝반짝 빛낸다.

“하지만 던전 안에서는 바깥의 기계들이 제대로 돌아가질 않으니까.”

“앗, 하긴……. 맞아요. 그렇죠. 너무 아쉽다. 그게 되면 제 성장 과정도 다 녹화해 둘 수 있을 텐데요.”

“기억에만 의존해야 한다는 점이 정말 아쉽네요. 하지만 제가 이렇게 기억해 둘 테니까.”

그녀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하준 님이 기억해 주신다니 정말 기뻐요.”

“그건 그렇고, 집중해야죠!”

“앗, 네!”

촤르르륵!!

안영지가 자신을 향해 쇄도하는 거대한 집게다리를 향해 채찍을 휘두른다.

휘리릭, 짜아악!!

거대한 집게다리가 튕겨 나가면서 다리의 주인이 뒤로 나자빠진다.

게 형상을 한 몬스터. 크래비다.

“나이스샷!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채찍을 잘 다루는데요?”

“헤헤. 온종일 꼬박 연습했거든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말 놀라운 기술이에요. 역시 S급!”

띠링.

크래비를 처치한 덕분에 인벤토리로 아이템이 들어온다.

“이번에는 에테르석이 꽤 많이 들어왔네요.”

“영지 씨가 해치운 이 녀석은 거의 첫 번째로 갔던 던전의 보스급만큼 강하니까요.”

“헉, 정말요?!”

“네. 영지 씨가 얼마나 강해진 지 실감이 나나요?”

“사실 실감은 잘 안 나요. 그래도 다 하준 님 덕분이죠!”

그녀는 벌써 레벨 8.

이렇게 빨리 레벨이 오르다니.

“결이 너 때랑 비슷한가?”

“흠.”

결이는 못마땅한 얼굴로 안영지 쪽을 힐끔 보고 만다.

“그래도 내가 훨씬 빨랐지.”

“그랬던가.”

“……초반에는 좀 버벅거리긴 했지만.”

“역시 S급들은 대단해.”

쿠가가가가.

남은 하나의 크래비가 모래를 뒤엎으며 안영지 쪽으로 접근해 왔다. 우리와 대화를 주고받는 도중이었지만, 그녀는 재빠르게 위로 뛰어올랐다.

“하앗!”

촤르르륵. 그녀의 채찍 주위로 마나가 어리더니 톱날처럼 날카롭게 모양을 갖추었다.

“장미편(薔薇鞭)!”

콰르르르륵. 콰르르륵.

채찍으로 크래비를 꽉 묶어 그대로 내던진다.

크래비의 딱딱한 껍질도 그녀의 날카로운 장미편에는 버티지 못하고 갈려 나갔다.

가르르륵.

촤아악! 촤악!

단단하게 묶었던 크래비를 놔주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매몰차게 내려친다. 짜아악! 짜악! 채찍이 닿을 때마다 크래비의 껍질이 터져 나갔다.

“케베베베!! 크레베베베!”

크래비의 거대한 몸뚱이가 중심을 잃고 서서히 쓰러진다.

구구구궁.

쿠웅!

모래가 사방으로 튀고 고요함만이 자리 잡았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돌아갈까요?”

“좋아요.”

“어차피 이 던전은 보스 몬스터가 중요한 게 아니니까.”

“에테르석은 생각만큼 많이 모았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벤토리 창을 확인한다.

‘영혼석도 꽤 모였다. 이번에는 여러 스텟에 골고루 분배를 해야겠지.’

그렇게 따지면 지금 가지고 있는 영혼석을 다 소모하더라도 유의미하게 강해지지는 않을 터다.

‘역시 영혼 삼키기를 사용해야겠는데.’

끔찍한 고통을 생각하니 저절로 몸이 떨렸다.

해도 해도 너무했다.

스킬을 사용하게 해 주려면 어느 정도껏이어야지.

이미 쓰러진 크래비를 슬쩍 본다. 숨이 끊어지면 영혼 삼키기를 쓸 수 없다.

‘그래, 오늘은 이만 돌아가자.’

두 사람과 함께 던전 포털을 벗어났다.

츠츠츳.

처음 던전으로 들어왔던 해변가가 보인다. 그때 부르르르. 휴대폰이 울린다.

“음? 장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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