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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206화 (206/250)
  • 제206화

    제206편

    “강화를 해야제.”

    은봉 할머니가 빙긋이 웃으며 작업대로 들어가신다.

    “자아, 느그들 강화 가능한 아이템 하나씩 올려 보그래이.”

    “우와아, 정말 대단해요! 멋지다!”

    안영지가 부러운 목소리로 눈을 반짝였다. 그녀는 아직 강화가 가능한 괜찮은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게 없었다.

    “영지, 니도 걱정하지 말그래이. 니를 위해서도 선물이 하나 있으니께.”

    “어머나! 정말요?! 안 그러셔도 되는데!”

    “내가 니를 안 챙길 수가 있겠나. 일단은 하준이랑 결이부터 시작하제이.”

    츠츠츳.

    인벤토리를 열어 무기를 꺼낸다.

    터억.

    내가 은봉 할머니의 작업대에 올려놓은 것은 새벽의 검. 결이가 올려놓은 것은 벽조목 손잡이였다.

    “좋다, 좋아. 둘 다 아직 한 번도 강화를 안 했던 아이템이네. 그렇다믄 더더욱이 잘됐데이.”

    은봉 할머니가 두 손을 싹싹 비비며 입맛을 다신다.

    “아직 아이템 3차 강화는 실패율이 높다 안 카나. 그래도 1차 강화는 식은 죽 먹기니까 걱정하지 말그레이.”

    “할머니만 믿을게요.”

    “부서져도 할머니가 다시 만들어 주면 되죠.”

    “하준이 니, 할매를 너무 믿는 거 아니가?”

    새벽의 검은 레어 아이템에다 업적작으로 얻은 거여서 망가지면 아쉽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이대로라면 은봉 할머니가 몇 년 안에 비슷한 급의 무기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할머니 손맛이라면 이미 증명된 맛이잖아요? 그러니까 믿을 수 있어요.”

    내 말에 할머니는 깔깔 웃음을 터트리신다. 한참을 웃으시던 할머니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더니, 자세를 다잡으셨다.

    “자, 시작한데이.”

    은봉 할머니의 말에 우리 세 사람은 작업대에서 살짝 물러났다.

    할머니는 최상급 에테르석을 우리들의 무기 옆에 가지런히 두었다.

    “하앗!”

    츠츠츠츳.

    할머니 주위로 커다랗게 마나가 일렁이기 시작하더니, 아이템과 에테르석을 연결하며 요동쳤다.

    그러는 것과 동시에 할머니 위로 거대한 망치의 잔상이 생겨났다. 레이저 쇼를 하는 것과 같은 마나로 일렁거리는 망치의 잔상.

    망치는 할머니 덩치보다 훨씬 컸다.

    ‘에테르석을 가공하는 것은 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아이템을 강화하는 것은 처음 보는 거다. 멋지잖아.’

    우리는 그 위세에 눌려 한 걸음씩 더 뒤로 물러났다.

    “간데이! 강화!”

    할머니가 거대한 레이저 망치를 손에 쥐고는 아이템을 향해 힘차게 내려친다.

    따아앙!!

    “한 번 더!”

    따아앙!

    망치가 아이템을 때리는 경쾌한 소리가 울린다.

    “한 번 더!!”

    따아앙! 따아앙!!

    “에테르석을 넣어서 다시 한 번 더!”

    따아아앙!!

    열댓 번의 두드림 끝에 새벽의 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드라이아이스를 넣은 물처럼 진하고 뿌연 연기가 흘러넘쳤다.

    “자아, 간다. 마지막 망치질 나가신다!”

    따아아앙!!

    할머니의 마지막 망치질에 짙은 연기 속에서 빛이 발하기 시작했다.

    파아아앗!!

    “으앗.”

    “눈부셔!”

    “크읏.”

    곧 빛이 사그라들고 은봉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 이제 눈 떠도 된데이. 다 됐데이!”

    눈을 떠 보니 할머니는 어느새 착용하고 있던 커다란 고글을 벗으며 엄지를 ‘척’ 하고 들어 보이신다.

    “오? 오오오……!!”

    연기와 빛이 사그라든 곳에는 새벽의 검이 놓여 있었다. 형태는 달라진 것이 거의 없었다. 다만 검신의 테두리에 금빛 테가 둘러져 있었다.

    나는 새벽의 검을 쥐었다.

    지잉.

    아이템의 상세 페이지가 뜬다. 그러자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우, 우와…….”

    [새벽의 검]

    새벽 달빛으로 벼린 요정의 검.

    무게가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벤 상대의 기력을 흡수한다.

    민첩+50%

    흡수+20

    힘+30

    강화 3단계

    “후후후, 역시 좋은 재료로 강화를 해서 그런지 이번 강화가 특히나 잘 됐데이. 한 번에 두 단계나 업그레이드가 됐다 아이가.”

    “우와, 정말 대단하세요!”

    “하하핫. 뭐 별거 없다.”

    “별거 없지 않아요, 할머니! 아무리 제작 타입의 각성자라도 1년 안에 제대로 된 강화 아이템을 제작하는 건 무리라고요.”

    “그런 기가?”

    할머니는 소녀처럼 웃으며 머리를 긁적이셨다.

    “자, 이제 한결이 니 꺼도 강화해 줄꾸마.”

    “네! 감사합니다. 할머니!”

    “자아, 간데이!”

    츠츠츳!!

    다시 한번 거대한 망치가 소환되고 경쾌한 소리로 벽조목 손잡이가 제련되었다.

    스스스…….

    빛과 연기 사이에서 재탄생한 벽조목 손잡이는 이제 거의 칠흑같이 어두운 색으로 변해 있었고 조금 투박하던 모양새가 다듬어져 아름다운 손잡이로 거듭났다.

    손잡이 끝에는 노란 실로 만들어진 술 장식이 달렸는데 그 모양이 그냥 보기에도 명검의 손잡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한결이 니 꺼는 업그레이드가 한 번만 됐데이.”

    은봉 할머니가 이마에 흐른 땀을 훔치며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요! 강화는 한 번 성공하기도 어렵다고 그러던데. 만족해요.”

    “그래도 할매는 좀 아쉽구마이.”

    “다음에 또 기회가 있으니까요. 그렇죠?”

    “맞다, 맞다. 언제든지 최상급 에테르석만 생기면 할 수 있데이. 할매가 느그들 위해서 더 열심히 훈련을 해 보께. 그래, 일단은 한 단계라도 업그레이드된 건 어떻노.”

    “뭔가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인데. 그립감이 훨씬 좋아졌어요.”

    결이가 벽조목 손잡이를 이리저리 흔들어 본다. 검신을 발출하지 않은 상태인데도 움직임의 밸런스가 더 좋아졌다.

    “기능은?! 어때?”

    “공격력 플러스 210에 쇼크 상태 이상 수치가 올라갔어.”

    “대단한데! 할머니 정말 감사합니다!”

    짝짝짝짝.

    안영지가 흥분을 못 이기며 손뼉을 쳤다.

    “정말 대단해요! 할머니도, 두 분도요.”

    “후우, 이제 아들래미들 선물을 다 줬으니께……. 우리 딸래미한테도 선물을 줘야지.”

    “어머!”

    할머니는 작업대 밑에서 상자를 하나 꺼냈다.

    “이, 이게 뭔가요?”

    “아마 이걸 잘 쓰게 되려면 훈련이 좀 필요할 끼다.”

    달칵.

    상자를 열자 안에서 나온 건 채찍이었다.

    짧은 막대 형태가 아니라 굵은 끈이 달린 형태의 채찍이었다.

    “어, 이게 제 거라고요?”

    “하모, 니한테 어울리는 걸 찾을라꼬 내 노력을 좀 했제.”

    “이 아이템은 어떻게 구하신 거예요?”

    내가 묻자 은봉 할머니가 씨익 웃어 보이신다.

    “신선 길드랑 거래하는 그 상인 있다이가.”

    “안사홍 씨 말이군요.”

    “그래. 그 상인이랑 에테르석을 거래하면서 물어봤지.”

    “할머니…….”

    안영지가 감동한 표정으로 채찍을 들어 올렸다.

    “묵직해요.”

    “그리고 그건 이미 강화가 한 번 된 물건이데이.”

    “뭐라고요?! 제가 그런 물건을 받아도 되는 걸까요?!”

    “안 될 이유는 또 뭐꼬.”

    “하지만……. 저는 약하고…….”

    “영지 씨는 약하지 않아요.”

    “하준 님…….”

    “그래, 하준이가 하는 말이 다 맞다. 영지 니도 한 개도 안 약하다 이 말이다. 내가 준 이 무기를 사용한다면은 더욱 강해지겠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고마우면은 질 좋은 에테르석을 구해 오는 걸로 갚으면 된다 안 카나.”

    “할머니…….”

    “느그들도. 알겠제?”

    “넵!”

    “넵! 알겠습니다!”

    * * *

    “예리 누나, 오랜만이네요.”

    “하준 님!”

    김예리가 감격스러운 얼굴로 달려온다.

    “저, 저를 다 불러 주시다니! 감격이에요!”

    “감격까지야. 말했던 건 다 준비해 왔나요?”

    “물론이죠.”

    그녀의 손에는 삼각대와 각종 촬영 장비가 들려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방송국에서 쓰는 거대한 카메라는 아니었고 휴대폰과 소형 마이크 등이 달린 것들이었다.

    “팬들이 엄~청 좋아할 거예요.”

    “팬이 있다는 사실이 아직까지도 믿기지 않지만.”

    “에이. 못 믿으면 어떡해요. 사실인데.”

    김예리는 싱글벙글한 얼굴이다.

    오늘 그녀를 부른 건 바로 브이로그를 찍기 위해서였다. 그러니까, 내가 몬스터 새끼들을 훈련시키는 브이로그 말이다.

    “우리 애들 예쁘게 잡아 줘야 해요.”

    “당연하죠! 게다가 막 찍어도 하준 님은 엄청 예쁘게 나오는걸요.”

    “나 말고. 애들 말이에요.”

    “알겠어요, 알겠어요.”

    타이밍이 조금 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때에야말로 브이로그를 찍어 두기에 좋은 타이밍이지 싶었다.

    확실히 나로 인해 여러 가지 사건 사고가 많이 벌어졌다.

    나로 ‘인해’라기보다 내가 ‘엮인’ 여러 가지 사고가 벌어졌다는 게 맞달까.

    나는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약간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더라.

    테러에 계속 얽히는 게 내게 문제가 있어서라는 프레임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나 때문에 발생하는 테러라거나, 아니면 그 배후에 사실은 내가 있다거나 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음모론까지 돌았다.

    그런 건 아직 비정상적인 한쪽의 일방적 의견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성장해 나가야 할 신선 길드나 내가 그런 문제아적인 이미지가 생기는 건 좋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팬들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기도 하고 신선 길드나 나의 신비화된 이미지를 완화하는 게 중요했다.

    그러니까 일상적이면서도 부드러운 이미지를 만들 수 있도록 SNS와 영상 플랫폼을 이용해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거다.

    게다가 아주 단순하게는 귀여운 우리 애들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안 그래도 김예리를 통해서 신선 길드에서의 일상이 브이로그로 만들어지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니 거기서 조금 더 확장해 우리 길드와 나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 주려는 거다.

    이건 아마 앞으로도 유용할 거다.

    괴물 특수부대나 다른 길드들과 부딪힐 때도 여론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기 쉽겠지.

    “하준 님의 의도에 맞게 제가 잘 제작해 볼게요. 어쨌거나 사람들은 귀여운 몬스터 새끼들의 모습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테러를 막아낸 영웅의 일상적인 모습도요!”

    “예리 누나를 믿어요.”

    “아이참…….”

    김예리는 안경을 들어 올리며 손을 잘게 떨었다.

    “애들이 정말 많이 컸네요.”

    “구르르! 크오와아앙.”

    흑단이가 김예리에게 다가가 바지춤을 물어뜯는다.

    “흑단이 안 돼!”

    “아녜요. 이런 귀여운 모습은 인기가 아주 많을 거예요!”

    김예리가 의욕이 넘치는 모습으로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크와우웅!”

    “삐약!”

    그 모습이 신기한지 썬더가 카메라 앞으로 몸을 들이민다.

    “삐약! 삐약!”

    “아아, 벌써 너무 귀여워~! 자, 하준 님. 여기 이렇게 서 보세요. 일단 아웃스타용 사진 좀 찍어 보자고요.”

    “아, 으응. 알겠어요.”

    뭔가 나를 찍는다고 생각하니 움직임이 어색해진다.

    “썬더랑 흑단이를 동시에 안아 보시겠어요? 보자, 보자. 윙키는 목에 감으시고요.”

    “너무 부자연스럽지 않나……?”

    “에이, 딱 좋아요. 아~ 보기 좋다!”

    찰칵. 찰칵.

    김예리의 손가락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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