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소울메이트-200화 (200/250)

제200화

제200편

“은하준 씨의 능력이라고요.”

한세희가 만티코어를 빤히 바라보며 묻는다.

“네. 능력이 생긴 지는 얼마 안 됐어요.”

“정말 대단하군요. 그럼 은하준 씨에게 맡기는 모든 몬스터는 그 넥스트 레벨이라는 것으로 2차 각성을 한다는 말인가요.”

고개를 끄덕이자 한세희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나를 돌아본다.

“인간에겐 해당 사항이 없습니까?”

곧장 이렇게 물어 올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역시 한세희는 날카롭다.

“아직은 몰라요.”

내 대답에 한세희의 눈이 가늘어진다.

“모른다고요?”

“네, 말씀드렸다시피 이 스킬이 생긴 지 얼마 안 됐어요. 지금까지 몬스터 새끼 중에 우리 흑단이와 이 만티코어 둘만 넥스트 레벨로 각성한 참이고요.”

“흐음. 그렇군요.”

원래는 사람부터 넥스트 레벨로 각성시키기에 성공했었지만, 이는 예민한 문제다. 그러니 한세희에게 이 정도만 말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엄청난 능력입니다, 은하준 씨. 이로써 좀 더 위험해지겠군요.”

“그렇죠. 화룽의 브리딩 능력을 뛰어넘는 기술이니까요.”

“정말 우리 서광 길드로 들어올 생각이 없습니까? 그편이 훨씬 안전하게 당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일 텐데.”

“서광 길드로 들어간다고 해도 한세희 길드장님이 24시간 붙어 있는 게 아니니까요.”

“나 정도가 아니면 믿을 수 없다?”

“……수만 따지고 보면 신선 길드에 S급은 더 많아요.”

“그야 그렇죠.”

한세희가 피식 웃는다.

“내가 서광의 길드장만 아니었다면 24시간 붙어서 당신을 지킬 수 있었을 텐데.”

“말만이라도 고맙네요. 괜찮아요. 지금까지도 괜찮았고 결이도 있으니까요.”

“그렇죠. 한결 군이 시간이라도 끌어 준다면 곧 내가 갈 테니까요.”

묘하게 뼈가 느껴지는 말이다.

하지만 한세희에 비교하면 아직 우리 결이가 약한 건 맞는 말이지. 쳇. 그래도 우리 결이가 얼마나 많이 강해졌는데!

“내게 능력을 알려 줘서 고맙습니다. 솔직히 위험한 선택이었을 텐데.”

“한세희 길드장님이 나를 해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정말요?”

한세희의 미소가 어딘지 서늘하다.

“왜요. 내가 길드장님을 믿지 않길 바라나요?”

“그럴 리가요.”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몬스터 알과 새끼를 수급하는 일은 한세희 길드장님이 아니면 어려운 상황이고요. 한세희 길드장님이 저나 신선 길드와 거래할 이유를 하나 더 만든 상황일 뿐이에요.”

“자기 펫만 넥스트 레벨로 각성시킬 수도 있었겠죠.”

물론 그럴 수도 있었다.

인류 멸망을 막아야 한다는 것만 없었으면 말이다.

앞으로도 평화가 계속된다면 나만 잘 먹고 잘살 수 있었겠지.

나도 욕심 많고 내 잇속만 챙길 줄 아는 사람이다. 하지만 인류의 존속이 내 손에 달려 있으니 어떡하냔 말이야.

앞으로는 펫뿐만 아니라 각성자들도 넥스트 레벨로 2차 각성을 시켜야 하는데, 정말이지 그걸 생각하면 이렇게 큰 문제가 따로 없다.

어떻게 얼마나 각성을 시켜야 할지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한국만 생각할 일도 아니라 이 말이지.’

인류 멸망은 전 세계에 걸쳐서 일어나게 되니까.

‘믿을 만한 각성자들을 먼저 각성시킨 뒤에.’

인화 선배의 말을 떠올린다.

그래. 내게는 한세희 같은 강력한 S급이 더 필요하다.

인간 각성자도 넥스트 레벨로 각성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나는 지금보다도 훨씬 위험해질 테니까.

“역시 은하준 씨는 너무 다정해요.”

“네?”

“그래서 그게 내게는 도움이 되지만 말이에요.”

한세희가 만티코어를 쓰다듬는다.

“너무 다른 사람들에게도 다정하진 말았으면 좋겠네요.”

“길드장님을 특별 대우하는 건 아닌데요.”

“그렇겠죠. 하지만 앞으로는 좀 그러도록 하세요.”

그가 쓰다듬는 손길에 만티코어가 갸르릉거리며 머리를 기댄다.

“그래야 나도 은하준 씨에게 충성을 다하는 보람이 있죠.”

“재밌네요.”

한세희의 충성이라니.

“그래서 그 넥스트 레벨이라는 건 어떻게 각성시키는 건가요.”

“소울메이트로 특정 기간 게이지를 올려야 해요. 하지만 그 수치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고 개체에 따라 걸리는 기간도 각각 다른 것 같아요. 뭐, 일단 두 개체밖에 진행되지 않아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말이에요.”

“그렇군요.”

한세희는 고개를 끄덕인다.

“인간을 상대로도 사용해 볼 생각은 있는 거죠?”

“네, 물론이죠.”

“그럼 앞으로도 자주 은하준 씨를 만나러 와야겠군요.”

“어차피 계속 펫을 맡기실 거라면 그렇게 하시겠죠?”

“네, 맞아요. 그러고 보니 펌블에서 은하준 씨에게 재밌는 걸 선물했다고 하더군요.”

“소식이 벌써 거기까지 갔군요.”

“서광의 눈은 어디에나 있으니까요.”

그가 빙긋이 웃는다.

“그래서 그 선물은 언제 볼 수 있습니까?”

“구경거리는 아니라서요. 게다가 아직 완전히 제 손에 들어온 것도 아니랍니다.”

“그러게. 굳이 새끼를 잡아 오지 않는 이유가 있는 건데 말입니다. 그렇죠?”

“그렇죠.”

그렇군.

아무나한테 다정하지 말라는 소리가 김재민 이야기였구나. 윙스네이크를 구하기 위해 그의 알을 받아 준다는 약속을 해 버렸으니까.

김재민과의 계약 조건까지 다 알고 있다니.

뭐든 다 알고 있다는 그의 미소가 어쩐지 조금 불편하다.

“캬우웅! 그릉그릉그릉…….”

“이제 만티코어는 데려가셔도 될 것 같아요.”

“슬슬 그럴 때가 된 것 같군요.”

한세희가 고개를 끄덕인다.

“용암 독충은 이미 친화도가 높으니까 넥스트 레벨로 각성하면 곧장 데려가는 쪽으로 하시고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만티코어를 데려가면 당분간은 신선 길드에 방문하지 않으셔도 되겠네요.”

“글쎄요. 나도 넥스트 레벨로 각성할지 모르는 일이잖습니까?”

농담인 듯 진담인 듯한 말투가 어쩐지 한세희랑은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당분간은 만나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요. 제가 선물을 받으려면 펌블에 머물러야 하거든요.”

* * *

“착하지…….”

길드 펌블. 수조가 있는 방 안에서 자세를 낮추고 윙스네이크와 시선을 맞춘다.

“스스스스…….”

“그래, 그래. 먹어야지. 그간 또 아무것도 먹질 않았다며.”

“샤아아아…….”

수조 안 수풀 사이에서 윙스네이크가 바깥을 향해 기웃거린다.

킁킁.

냄새를 맡는 것이 나를 확인하는 것 같았다.

“샤사샤사…….”

윙스네이크가 스리슬쩍 수풀 바깥으로 나오더니 그릇에 입을 댄다. 거기에는 내가 놓은 경단으로 만든 포션 죽이 있다.

“샤샤…….”

“그래, 그래. 착하다. 착해.”

이 방에는 결이도 들이지 않고 오로지 나 혼자 윙스네이크를 상대하고 있다.

다른 이가 들어오면 극도로 예민하게 굴고 자해 행위를 하기에 누군가를 들일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내가 안고 있는 알이나 망량이한테는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슈슈슈.”

경단 죽을 다 먹은 윙스네이크가 내게 관심을 보인다.

“이렇게 예쁘게 생겨서는. 또 딱쟁이가 앉았네.”

“슈슈슛.”

빨간 혀를 날름거리는 것이 귀엽다. 동그랗고 까만 눈이 깜빡이며 나를 본다.

다행히 경단 죽에 섞인 포션이 상처를 금세 낫게 하고 있다.

“여기가 싫지?”

“샤샤샤…….”

“나도 뭐, 여기가 썩 좋진 않아. 알록달록 예쁘긴 한데. 뭐랄까. 플라스틱 장난감 안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랄까?”

“스스스스…….”

“그러니까 얼른 나랑 친해져서 함께 여기서 나가자. 응?”

“샤샷샤…….”

내 말을 알아듣는지 못 알아듣는지는 모르겠다. 하얗고 동그란 머리가 갸웃거린다.

그때 바깥에서 뭔가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렸다.

“에이, 무시하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정말.”

“샤샤샤?”

“윙스네이크야. 조금만 기다려. 다시 올게.”

몸을 일으키자 윙스네이크가 움찔거린다. 안타깝게도. 아직 내게조차 마음을 완전히 열지 못한 거다.

나는 방문으로 걸어갔다.

달칵.

“어.”

문이 열리자마자 보이는 건 커다란 키의 손예원과, 그녀와 실랑이 중인 결이였다.

“웬 소란이에요.”

“아아, 은하준 군.”

“아, 하준아. 미안. 역시 방해가 됐지. 아무리 돌아가라고 해도 이 여자…… 말을 듣질 않아서.”

결이는 곤란한 표정으로 쩔쩔매고 있었다.

하기야 그 손예원이니 결이가 밀어낸다고 밀어질 사람이 아니다.

“또 무슨 용건인가요?”

“그게 아니라. 흠……. 그러니까 선물을 좀 가져왔는데.”

“선물?”

손예원이 내미는 상자를 얼결에 받아 들었다.

척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상자에서는 달콤한 냄새가 난다.

“과자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과자요?”

딱히 과자를 좋아하는 건…… 내가 아니라 결이라고 말하려다가 그만두고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이런 걸 준다고 내가 손예원 길드장에게 펫을 줄 거라고 생각하나요?”

“그런 게 아니라…….”

그녀는 곤란한 얼굴을 했다. 오만함의 여신이라고 불리는 손예원이 내 앞에서 이런 표정을 짓다니. 내 앞에서 이런 표정을 짓는 그녀를 본 적이 있었던가? 없었던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우리 첫 단추가 좀 잘못 끼워졌던 것 같아서.”

“알고 계시긴 하네요?”

“……흐응. 사실 난 나쁘다곤 생각 안 했는데.”

“네?”

“아, 아냐. 그렇지, 내가 잘못했겠지. 내가 워낙에……. 음, 그러니까. 내가 워낙에 좀 그래.”

“뭐가요?”

일부러 넘어가지 않고 되묻자 손예원은 곤혹스러운 표정이 된다.

“내가 좀…… 좀, 성격이 까칠하잖아? 그래. 은하준 군이 말했던 것처럼 내가 이제까지 좀 무례했지?”

“지금까지 아무런 생각이 없다가 펫 때문에 이러는 게 웃기네요.”

“적어도 난 솔직하잖아.”

“하.”

맞는 말이기는 하다. 그녀는 아~주 솔직하시다.

속내가 뻔히 보인다.

사실 손예원은 처음부터 속내가 빤히 보이긴 했다.

새로운 S급을 구경하겠답시고 나타나서는 갑자기 기세로 권위를 드러내 보이지를 않나.

하고 싶은 말을 아무렇게나 툭툭 하질 않나.

남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 사람이었지.

지금에 와서야 내게 이렇게 굽히고 들어오는 것도 장족의 발전이라면 발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존심 상하는 일일 텐데 화룽에 부탁하지 않고 내게 부탁하는 이유는…….’

뻔하긴 하다.

화룽에서 펫을 구하는 것조차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미 화룽은 몇 년 치 배출할 펫의 주인이 다 정해져 있을 거다.

화룽에서 배출할 수 있는 펫의 수도 한정적이거니와 전 세계를 상대로 거래를 하고 있으니. 그래도 손예원 정도가 되어도 화룽의 펫을 구하지 못하는구나 싶다.

‘하기야 김재민도 나에게 매달렸으니.’

핑크색 립을 발라 반짝이는 손예원의 입술이 쩔쩔매며 일그러진다.

“당장 펫을 달라거나 맡기겠다거나 그런 게 아니야.”

“호오.”

“그러니까……. 우리 사이를 좀 호전시켜 보겠다는 거지. 난.”

“솔직하게 속이 뻔히 보이는 이유를 갖고 있지만 말이죠?”

“……그래.”

그녀의 얼굴이 조금 붉게 달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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