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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99화 (199/250)
  • 제199화

    제199편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된 기분이다.’

    취조실의 거울 유리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이곳은 서광 길드의 지하. 건너편에는 응급조치한 괴한이 앉아 있다.

    벌써 몇 시간째 심문 중이지만 그가 뱉어내는 말에는 영양가가 별로 없다.

    이미 했던 말이거나, 중언부언 의미를 알 수 없는 말들뿐.

    오히려 내 옆에 선 한세희가 해 주는 말들이 훨씬 도움이 된다.

    씨앗을 삼킨 각성자들.

    그리하여 원래 랭크보다 훨씬 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

    신금천화교는 그런 씨앗을 미끼로 포교 활동을 한다는 것.

    이미 전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어 ‘어머니’라는 존재가 어디에 있는지 소재를 알아내기 힘들다는 것.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찔함이 몰려왔다.

    회귀 전에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단체다. 이미 이 정도의 규모라면 회귀 전에도 존재하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나는 회귀 전에 한 번 죽을 때까지도 그들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수많은 범죄를 저질러 왔겠지.

    아찔한 전투를 떠올린다.

    S급인 한결이조차 상대하기 버거워했던 각성자다.

    ‘그래도 우리에겐 넥스트 레벨이 있으니까.’

    아득한 두려움이 몰려들지만, 우리에게도 남은 카드가 있다는 생각에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너희는 어머니의 양식이 될 자들이다…….”

    “그러니까! 말하란 말이야! 너희 그 대단하신 어머니가 어디 있는지!”

    건너편 방에서 괴물 특수부대 소속 조사관이 괴한을 윽박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복면을 벗은 괴한은 아주 수수한 모습의 청년이었다.

    화상 흉터로 일그러진 얼굴이 비죽 미소를 짓는다.

    “너희는 영원히 모를 것이다. 우리는 빛이 인도할 때까지 어둠 속에서 때를 기다리니.”

    “이 새끼가 진짜!”

    퍼억!

    랭크 차이가 꽤 나는지 조사관의 주먹에 괴한의 몸이 확 밀려나 유리에 처박힌다.

    저쪽에서는 이쪽을 볼 수 없는 유리지만, 유리에 처박힌 괴한은 우리 쪽이 보이는 것처럼 창을 노려보았다.

    그러더니 다시 비죽 웃음을 짓는다.

    “너희들이 알아내려고 해도 소용없다. 어머니께서 모습을 보이실 때에야 너희는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머니께서 어떤 모습인지. 어떤 분인지. 무슨 일을 하시는지. 으하하, 으하하하!!”

    “몇 시간째 저 소리만 반복하고 있군요. 오늘은 이만 돌아가시죠.”

    한세희가 나를 돌아보며 말한다.

    그는 나보다도 오랫동안 이 방에 있었던 것 같지만 전혀 지친 기색이 아니다. 아주 익숙하다는 것처럼 보인다.

    “아아, 네.”

    한세희의 말이 아니더라도 알과 몬스터 새끼들 때문에 이만 돌아가 봐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때에 너무 오래 자리를 비워 두는 것도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뭔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바로 은하준 씨께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봤자, 사실 알아낼 수 있는 건 별로 없을 겁니다. 저 녀석은 다른 놈들에 비해 정신이 좀 나가 있는 것 같거든요.”

    “역시 그렇죠?”

    한세희가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죄다 저런 놈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저런 놈들만 있다면 단체가 운영이 되지 않을걸.”

    “그것도 그렇네.”

    결이와 함께 서광 길드의 주차장으로 간다.

    내가 여기 있는 동안 결이가 운전해 온 차에 올랐다.

    급격히 피로가 밀려드는 것 같은 기분이다.

    “좀 자.”

    “어?”

    “피곤해 보여.”

    “네가 더 피곤할 텐데. 결아.”

    “난 별로 피곤하진 않아. 게다가 포션도 먹어 뒀고.”

    결이가 운전대를 잡으면서 한 손으로 포션을 건넨다. 나는 포션을 받았다가 그대로 내려놓았다.

    “이걸 먹을 정도는 아니야.”

    “그러니까 도착할 때까지 눈 좀 붙여.”

    “…….”

    응. 하는 목소리가 입안을 맴돌았다.

    뻑뻑한 눈을 감으며 생각한다. 다시는 택시를 타지 말아야겠다고.

    * * *

    “캬우웅! 캬웅!”

    만티코어가 훈련장을 마구 뛰어다니고 있다.

    덩치도 훨씬 커져서 이제 대형견 크기다. 특히나 만티코어는 육체적인 성장이 빠른 것 같았다.

    “그르르릉……. 캬우웅!!”

    만티코어가 스킬을 시전한다. 녀석의 털이 바짝 서더니, 삐죽삐죽하게 솟아오른다.

    스사사삿!!

    솟아오른 털이 독침이 되어 허수아비를 가격했다.

    가격당한 허수아비는 시커멓게 되더니 녹아내린다.

    “잘했어. 만티.”

    “캬우웅!!”

    만티코어의 이 스킬은 넥스트 레벨 스킬이다. 보통의 만티코어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능력. 심지어 근접 공격만 사용할 수 있는 만티코어에게 원거리 스킬이 생긴 거다.

    “이걸로 한세희한테는 할 말이 생겼군.”

    넥스트 레벨에 관해서 말이다. 그리고 이 넥스트 레벨 스킬에 관해서도 소문이 점점 나게 될 테지.

    ‘그렇다면 내 적은 더 많아질 거야.’

    지금만 해도 화룽의 적대 세력이나 신금천화교가 있다. 화룽의 건은 장우택이 처리했다고 쳐도 신금천화교는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가닥도 잡히지 않은 상황.

    ‘내가 나 좋자는 것도 아니고, 인류 멸망을 위해서 살아 보겠다는데. 방해하는 놈들이 너무 많잖아.’

    머릿속이 복잡하고 심란해지지만 속으로 마음을 다진다.

    ‘할 수 있다, 은하준. 난 할 수 있어.’

    나에겐 넥스트 레벨도 있고 소울 포인트도 있다.

    와드득.

    그간 모인 영혼석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소울 포인트를 좀 더 많이 모아야 해. 그러려면 영혼 삼키기 스킬을 사용해야 하는데…….’

    사용할 때마다 기절할 만큼 고통스러운 스킬이라니.

    쓰라고 만들어 놓은 건지 뭔지. 그래도 상황이 여기까지 왔으니 좀 더 애써 보는 수밖에 없다.

    하급 던전을 노려서 결이를 대동하고 훈련하는 수밖에.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신선 길드 소속 헌터 한 명이 들어온다.

    “서광의 한세희 길드장님이 도착하셨어요.”

    “어라, 벌써…….”

    “캬우웅.”

    한세희라는 이름에 만티코어의 미간이 조금 구겨진다. 사자의 얼굴인데도 표정이 확연히 보이다니, 너무 귀엽다는 생각에 목을 꽉 끌어안아 준다.

    그러는 사이에 훈련장 안으로 한세희가 들어온다.

    “한세희 길드장님.”

    “일어나지 않아도 됩니다.”

    한세희는 자연스럽게 훈련장 안으로 들어와 늘 앉는 의자에 걸터앉았다.

    “오늘 치 훈련을 하고 나면 슬슬 만티코어가 내 말을 듣겠죠?”

    “음, 아마 그럴 거예요. 그렇지, 만티?”

    “캬우웅…….”

    만티코어가 불만에 가득 찬 목소리로 웅얼거린다.

    반응이 이렇기는 해도 꽤 한세희와 친해진 참이다.

    “신이찬은 어떻게 됐나요?”

    신이찬. 이번에 사로잡은 괴한의 이름이었다. 평범한 대학생. 남부럽지 않은 가정에서 자란 정말 평범한 청년이었다.

    “계속 수감 중입니다. 일단 신금천화교에 속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중죄고 거기다 사람을 죽였으니까요. 각성자 범죄자를 다루는 부서로 이감됐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앞으로는…….”

    “거기서 쭉 지내게 되겠죠.”

    내가 이전에 만났던 그 범죄자들처럼 앞으로 계속 그곳에서 노역에 동원될 거다. 테러 단체에 속해 사람을 죽였으니 아마 형기는 무기 징역이겠지.

    “불쌍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아, 네? 아…….”

    “하준 씨는 너무 다정한 게 문제군요.”

    “네?”

    한세희의 눈동자가 나를 쓱 훑는다.

    “아마 조금만 덜 다정했다면 많은 문제를 더 쉽게 타파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

    약간의 반발심이 마음속에서 솟구친다.

    “전 별로 다정하지 않아요.”

    “그럼 요즘 애들 말로 호구다?”

    “네? 말이 심하시네요.”

    그가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호구라니. 크게 부정은 못 하겠는 이상한 감정이지만, 그래도 사람을 앞에 두고 호구라니!

    “세상은 좀 더 다정해져야 한다고 봐요.”

    “그런 걸 요즘 애들은 고구마, 답답, 호구라고 하던데요.”

    “어디서 요즘 애들이랑 그렇게 친하게 지내시는데요?”

    “다 방법이 있죠.”

    “오늘 영혼 전이를 제대로 하고 싶은 생각은 있으신 거죠? 저를 자극해 봐야 좋을 것 하나 없을 텐데요.”

    “아아. 그건 그렇죠.”

    한세희가 슬쩍 웃는다.

    매주 며칠씩이나 마주하다 보니 꽤 친해진 것 같기도 하고.

    여하튼 나는 한세희가 한 말에 상한 기분을 눌렀다.

    영혼 전이를 해야 하는 마당에 갑자기 저런 말은 왜 하는 건지.

    누가 누구를 불쌍해했다고.

    스스슷.

    영혼 전이를 시작하자, 만티코어의 표정이 한결 풀어진다.

    “캬우우웅…….”

    “이리 온.”

    만티코어는 한세희의 말을 따라 걷기 시작하더니 옆으로 가서 냄새를 맡기 시작한다.

    “오늘은 특별히 알려 드릴 사항이 있어요.”

    “뭐죠?”

    “만티코어는 독 속성에 근접 공격 전용, 비행 능력이 있음. 거기까지는 익히 알고 계실 거에요.”

    “네, 맞아요. 알을 데려오기 전에 이미 조사를 통해 알아 둔 상태죠.”

    “그러실 거예요. 만티코어는 화룽에도 한 마리가 있으니 정보를 구하기는 더 쉬웠을 테죠. 특히나 만티코어는 강한 육체를 가지고 근접전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지요.”

    한세희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고는 아쉽다는 눈빛으로 옆에 앉은 만티코어를 쓰다듬었다.

    “그르릉…….”

    만티코어가 기분 좋은 소리를 낸다.

    그걸 보면서 왠지 마음이 휑해지는 느낌이 든다. 이제는 만티코어를 한세희에게 완전히 보낼 때가 다 되어 가는 것이다.

    그렇게 만티코어를 쓰다듬던 한세희가 다시 입을 연다.

    “대신 원거리 공격 스킬이 없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이 만티코어는 다른 만티코어들과는 달리 원거리 공격 스킬을 사용할 수 있어요.”

    “호오?”

    한세희의 눈빛이 날카로워진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 겁니까?”

    “이 아이는 넥스트 레벨로 각성했거든요.”

    “넥스트 레벨이요?”

    “네. 제 능력 중 하나예요. 기본 레벨과 달리 새로운 레벨을 올릴 수 있고, 기본 스킬 외에도 넥스트 레벨 스킬이라는 새로운 스킬이 생기거든요.”

    한세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기야 이런 말을 들으면 누구나 그렇겠지.

    “만티. 보여 드리자.”

    “캬우웅!”

    만티코어가 한세희의 손을 벗어나 내 곁으로 다시 왔다. 그리고 허수아비를 향해 자세를 잡는다.

    “캬르르르……. 캬앙!”

    스스슷. 털이 솟아오르더니 공중에서 삐죽한 침이 된다. 쉬시시식! 날아간 독침은 허수아비를 새카맣게 녹여 버렸다.

    “……이럴 수가.”

    “이 만티코어는 화룽의 만티코어보다 훨씬 어리고 레벨도 낮아요. 하지만 화룽의 만티코어가 쓸 수 없는 스킬을 사용하고 있죠.”

    “그래요. 맞아요.”

    한세희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거 정말 대단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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