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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95화 (195/250)
  • 제195화

    제195편

    마음이 서늘해진다.

    이 녀석을 어떻게 해야 할까.

    중요한 건 한시라도 이곳에 더 둘 수는 없다는 거였다.

    ‘하지만 어떻게…….’

    부르르 떨리던 수조 안의 풀이 조금 잠잠해졌다.

    나와 소울메이트로 연결되고 나서 녀석이 안정을 찾고 있는 거다. 낯선 감각일 텐데도 그로 인해 안정을 느끼다니, 짠하면서도 서글퍼졌다.

    “일단 김재민한테 당분간 여기 들어오지 말라고 좀 전해 줘, 결아.”

    “어떻게 하려고?”

    “영혼 전이를 쓸 거야. 조금이라도 안정시켜야지. 그렇지 않으면 금방 죽고 말 거야.”

    “김재민 같은 놈이 이 녀석을 기르는 건 말이 안 돼.”

    “……확실히 김재민도 교육이 필요해.”

    “가르친다고 될까. 이렇게 마구잡이로 몬스터를 잡아 오는 녀석이잖아.”

    “몰라서 그랬다고 치자. 그래도 이런 방식이 아니었다면……. 그래, 차라리 처음부터 알을 데려왔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았을 거야.”

    결이가 한숨을 푹 내쉬며 밖으로 나간다.

    “당분간은 누구도 이 방에 접근하지 말라고 전해 줘.”

    “알겠어. 그렇게 할게.”

    타악.

    문이 닫히고 방에는 나와 윙스네이크 단둘이 남게 됐다.

    “샤아아아…….”

    주위가 고요해지니 녀석이 몰아쉬는 숨소리가 유독 크게 들린다.

    스스스슷…….

    영혼 전이를 사용해, 녀석을 최대한 안정시키려고 노력한다. 내 안에서 꺼낼 수 있는 최대한의 다정함과 따뜻함을 전달시키기 위해 땀이 흐를 정도로 간절하게 말이다.

    “스스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녀석의 숨소리가 점차 고르게 변했다.

    “지금은 괜찮아. 많이 아팠지? 힘들었지? 무서웠지? 그래, 그랬을 거야. 아무것도 모르는 채 여기로 끌려왔을 테니까.”

    게다가 던전에서 마주쳤던 적에게 끌려온 것이다. 얼마나 두려웠을까.

    “그래도 지금은 괜찮아. 나는 너를 해치지 않아.”

    “스스스……. 슈스스슷.”

    풀숲 아래로 날름거리는 혓바닥이 보인다.

    녀석이 기웃거리고 있는 거다.

    그러면서도 시간이 한참 흘렀다. 겨우겨우 녀석의 하얀 얼굴 절반이 수풀 바깥으로 나오고 까만 눈이 보인다.

    이 녀석도 새끼라서 그런 것인지 뱀의 모습인데도 동글동글한 인상이 무척 귀엽다.

    “불쌍하게도, 코가 다 까졌네…….”

    “스스슷. 샤아.”

    여기저기 비늘이 까져 피딱지가 생겨 있다. 조금도 아물지 않아서 곪아 있는 피딱지들. 보기만 해도 온몸이 쓰린 기분이 들었다.

    “인벤토리.”

    츠츠츳.

    떠오른 인벤토리 안에 포션과 경단을 꺼낸다.

    “보자, 보자. 여기 어디에 먹이 넣는 데가~ 있을 텐데~”

    수조의 한쪽 구석에 윙스네이크가 혀끝도 대지 않은 것 같은 몬스터 먹이가 놓여 있다.

    그 근처에 먹이를 넣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작은 문이 있었다. 사람 손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크기에 문 옆에는 막대 같은 것이 있어 그걸로 먹이를 밀어 넣은 듯했다.

    “아, 여기 있네. 그런데 하나도 손을 안 댔는데 과연 이걸 먹을까 싶긴 하네.”

    나는 막대를 살살 집어넣어 방치되고 있는 먹이와 그릇을 빼냈다.

    내가 문을 열고 작업을 시작하자 살짝 풀 밖으로 고개를 꺼냈던 윙스네이크가 부리나케 다시 숨는다.

    “에구, 불쌍해.”

    빼낸 그릇을 비우고 내가 가져온 경단과 포션을 담는다. 경단을 살살 짓이겨 포션에 섞고 걸쭉하게 만들었다.

    “먹으려나 모르겠지만.”

    그다음엔 먹이 그릇을 다시 수조 안으로 넣고 막대로 살살 밀어 윙스네이크가 숨어 있는 근처로 옮겼다.

    파스락.

    녀석이 더 움츠러드느라 수풀이 움직인다. 나는 막대를 빼고 침착하게 기다리기로 한다.

    “괜찮아. 이건 먹어도 돼. 먹으면 아픈 게 나을 거야.”

    영혼 전이를 사용해 이번에도 녀석의 감정을 누그러뜨리려 노력한다.

    “뭐라도 먹어야 살지. 살아야 뭐라도 하고.”

    유리 벽에 손을 가만히 대고 녀석이 움직이기를 기다린다. 혹여나 녀석이 쓰러지기라도 할까 마음이 조급하다.

    녀석의 상태는 아무리 봐도 지금 당장 쓰러지는 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샤아아…….”

    낼름, 낼름.

    수풀 사이로 다시 녀석의 혓바닥이 등장한다. 그리고 벌름거리는 작은 콧구멍.

    음식의 냄새를 맡고 있다.

    “그래. 옳지. 먹어라. 먹어야 해. 기운을 차려야지. 그래야 복수도 할 수 있는 거야.”

    “샤아…….”

    녀석은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까맣고 동그란 눈에는 두려움과 혼란이 가득하다.

    분명 나도 저를 잡아 온 적과 같은 놈인 것 같은데 영혼 전이로 느껴지는 이 따뜻함이 이해되질 않겠지.

    “괜찮아.”

    “샤…….”

    이번에는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녀석이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그러더니 놀랍게도 내가 넣은 먹이 그릇을 향해 몸을 트는 게 아닌가.

    “옳지!”

    나는 기쁨에 큰 소리를 냈다가 겨우 진정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스스슷…….

    녀석이 수풀에서 머리뿐만 아니라 몸을 완전히 끄집어내 먹이 그릇으로 향했다. 배의 비늘을 이용해 움직일 때마다 몸통에 붙은 작은 날개가 꼼지락거린다.

    그러니까 윙스네이크는 날개 한 쌍이 달린 뱀의 모양이었다.

    날개에는 새의 것처럼 깃털이 있는데, 이 녀석은 온몸이 흰색이라 그런지 날개까지도 순백색이었다. 그러니 녀석이 입은 상처와 피딱지 고름도 자연히 눈에 띄었다.

    “샤아……. 샤…….”

    벌름, 벌름.

    먹이 접시로 겨우 다가간 녀석이 한참 동안 냄새를 맡는다. 그러다가 마침내 입을 살짝 벌려 내가 만들어 놓은 포션 죽을 맛본다.

    “……!”

    포션 죽이 입에 맞았던 걸까? 녀석이 놀란 듯 휘둥그레 눈을 뜨더니 곧 입을 쩌억 벌리곤 와구와구 포션 죽을 먹기 시작했다.

    “휴, 다행이다.”

    열심히 먹는 모습을 보고는 한시름이 놓인다. 저마저도 먹지 않으면 회복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게 맞았을 테니까.

    “그래도 살고 싶었구나. 장하다.”

    와구, 와구. 왁찹찹찹.

    녀석이 빠르게 그릇을 비워 나가는 게 보인다.

    “그러다가 체하겠어. 하긴, 일주일이나 굶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 어휴, 착하다. 착해.”

    “샤샤샤…….”

    홀쭉했던 몸통이 어느덧 빵빵해지고 있다.

    녀석은 순식간에 그릇을 비우고는 깔끔하게 싹싹 핥아먹기까지 했다. 그러고는 슬쩍 내 쪽을 본다.

    “잘 먹었어?”

    “샤…….”

    스스슷. 녀석이 유리 벽 근처로 다가왔다.

    그리고 마치 나를 구분하려고 하는 것처럼 빤히 바라본다. 분명 저 작은 머리로 엄청나게 고민을 하고 있겠지.

    이 녀석은 믿어도 되는 걸까?

    내 편인 걸까?

    까만 눈이 깜빡인다.

    포션을 섞어 먹인 덕분에 녀석의 상처가 빠르게 아물고 있다. 윙스네이크 녀석도 그걸 깨달은 것인지 제 몸을 훑어보면서 내 얼굴을 한 번 확인하고 또 제 몸을 움직여 보고는 내 얼굴을 확인하고 있다.

    내가 가져다준 먹이를 먹은 것만으로도 힘이 불끈 솟는 걸 보니 저 자신도 놀라운 모양이었다.

    “이렇게 귀여운 녀석을…….”

    하지만 김재민만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그저 귀한 새끼 몬스터를 전리품으로 잡아 왔을 뿐. 펫으로 삼을 생각이 없었다면 그냥 사냥한 뒤 아이템을 챙겼겠지. 생각해 보면 나나 다른 모든 헌터가 던전에서 하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

    게다가 다룰 방법을 모르니 이렇게 두고 볼 수밖에 없는 노릇이기도 했고.

    ‘그나마 내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그렇긴 해도 이 윙스네이크를 김재민에게 맡기는 건 곤란한 일이긴 하다.

    ‘한세희의 경우도 만티코어랑 아직 낯을 가리는데, 윙스네이크가 김재민을 기억하고 구별할 수 있다면 친화되기 무척 어려울 거다.’

    * * *

    “윙스네이크를 형한테 넘기라고요?”

    김재민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길들일 수는 있지만,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어요.”

    “하……. 그렇다고 해도 기껏 잡아 온 몬스터를 그저 넘기라니. 말이 안 되잖아요. 형님. 그간 고생한 나는 뭐가 되나요.”

    그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약간 화가 난 것 같았다. 물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김재민이 고생했다는 말에는 공감해 줄 수 없다.

    고생은 윙스네이크가 다 했지.

    그 녀석이 얼마나 아파하고 고통스러워했는지……. 물론 말해 봤자 내 입만 아플 테지만.

    “대신 다른 몬스터의 알을 가져오면 그 알을 보살피고 부화시키는 걸 도와줄게요.”

    김재민의 표정이 미묘하게 찡그러진다.

    “보다시피 더는 몬스터를 받을 수 없어서 한세희 길드장에게도 새로운 알을 거절한 참이에요. 이 상황에서 내가 김재민 길드장의 몬스터를 받아 오는 그림은 이상하죠.”

    “그건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급한 일이잖아요. 멀쩡한 몬스터 새끼를 죽일 수도 없고.”

    그 말이 약간 협박처럼 들린다. 그렇게 나오신다면야 나도 말랑하게 나갈 수 없지.

    “그러니 윙스네이크는 내게 선물로 주는 거죠. 거절하는 내게 알을 맡기기 위해서 그 정도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지금 상황에서는 그 어떤 돈과 아이템보다 몬스터 새끼가 귀하잖아요?”

    “끄응…….”

    “아까 말한 한세희 길드장과 만티코어의 이야기를 떠올려 봐요.”

    게다가 한세희와 상황이 완전히 같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더 어려운 상황. 윙스네이크는 완전히 야생에서 데려온 녀석이다.

    한 번 완전히 적으로 인식한 김재민을 상대로는 영원히 길들여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말마따나 이대로 두면 녀석은 죽을 거예요. ”

    “그럴 바에야 다음 펫을 위한 패로 써라. 이 말이죠?”

    “솔직하게 말해서 저렇게 다루기 어려운 상태의 몬스터를 받아 주다니, 내 쪽이 훨씬 손해죠. 안 그래요? 받아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해야 할걸요.”

    김재민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진다.

    겨우 잡아 온 윙스네이크가 쓸모없게 된다면 그에게도 큰 손해다. 화가 나도, 짜증이 나도 김재민은 내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그가 일주일 동안 손 하나 까딱 못 했던 윙스네이크를 단 몇 시간 만에 치료하고 먹이까지 먹였으니까.

    나는 벌써 내 능력을 증명한 셈이다.

    “좋아요. 어쩔 수 없죠. 대신 내가 알을 구해 오면 바로 맡아 줘야 해요. 알겠죠? 형?”

    “알겠어요. 어쨌든 일이 이렇게 됐다고 하더라도 난 한세희 길드장의 눈치를 봐야 하게 생겼다는 거. 명심해요. 난 그 사람한테 엄청나게 많은 걸 지원받고 있으니까.”

    “알아요.”

    “김재민 길드장님도 나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애써야 할 겁니다. 다음 알을 위해서라면 더욱.”

    “하하…….”

    당장 가진 모든 것을 주고도 김재민은 내게 빚진 셈이 됐다.

    “쳇. 형님, 보통이 아니시네. 결국 내 펫을 그냥 뜯어 가신 거 아냐.”

    “그냥 뜯어 가다니. 따지고 보면 이후에 받아 줄 알의 의뢰비로 받은 것뿐이에요. 동생.”

    김재민이 볼을 부풀리며 입술을 쭉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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