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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94화 (194/250)
  • 제194화

    제194편

    길드 펌블로는 김재민이 보낸 차를 타고 이동했다.

    “갑자기 사람을 오라 가라야.”

    차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결이가 투덜댄다.

    “그래도 펌블 길드 건물 구경도 해 보고 괜찮지 않아?”

    “하준이 너는 사람이 너무 좋은 게 탈이야.”

    “……으음, 그거 칭찬이지?”

    “아니.”

    펌블 사옥으로 들어서자 화사한 색감의 내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눈에도 색이 엄청 많이 쓰여 마치 장난감 회사처럼 보인다.

    넓은 로비 중앙에는 커다란 화단이 조성되어 있고 주위로는 인공적으로 만든 물까지 흐르고 있다. 그 주위에는 알록달록하고 거대한 주사위 모형들이 있는데 뭐랄까 좀 괴랄한 느낌이랄까.

    마치 외국 기업의 직원들 창의성을 위한 디자인 인테리어 같기도 했다.

    “서광에 비교해도 여기 건물이 꽤 크네.”

    분위기는 서광과 완전히 딴판이지만.

    서광은 아주 깨끗하고 색이 거의 없는 병원 같은 느낌이었다.

    “뭐, 펌블이라고 하면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알아주…….”

    “형!”

    결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저 멀리서 김재민이 등장한다.

    로비가 쩌렁쩌렁하게 울릴 만큼 큰 목소리로 내게 형이라니. 로비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내게 쏠린다.

    일부러 그런 건가 싶을 정도로 짓궂은 웃음을 흘리며 등장하는 김재민의 두꺼운 빨간색 뿔테안경이 시선을 끈다.

    ‘이렇게 색이 많은데도 김재민은 튀는구나.’

    튀지만 자연스럽게 분위기에 녹아 있는 것이 정말 제 취향대로 길드 건물을 꾸몄구나 싶다.

    “오시는 데 불편한 건 없었고요?”

    사근사근하게 물어오는데, 여태껏 김재민이 이렇게 친절하게 굴었던 때가 있었나 싶다.

    “덕분에요.”

    “에헤헤. 특별히 승차감이 좋은 녀석으로 보냈죠.”

    김재민은 자연스럽게 우리를 이끌며 자동차가 어쨌니, 요즘 자기가 관심을 두는 모델이 어떠니 하면서 한참 조잘거렸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정말 그가 어리다는 게 실감이 난다고나 할까.

    슬쩍 옆을 보니 결이는 벌써 질린다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래서 제가 그걸 덜컥 사 버렸는데 말이에요. 처치 곤란이라니까요.”

    처치 곤란일 물건을 왜 샀을까. 이해는 가지 않지만, 그렇다고 핀잔을 줄 상대까지는 아니니 입을 다물었다. 어느덧 의미심장한 문 앞에 서기도 했고.

    “놀라지 마세요.”

    김재민이 안경을 쓱 고쳐 쓰더니 심호흡한다.

    스르륵.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내부가 보인다.

    동시에 쿠웅! 쿵! 하는 격렬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히익. 아직도 저러고 있네.”

    김재민이 온몸을 부르르 떨고는 힐끔 내 눈치를 본다.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수조 같은 게 보인다. 그러니까 유리 벽으로 되어 있고 안쪽은 풀과 돌 같은 게 조성되어 있는 공간이 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무엇인가가 유리 벽을 강타하고 있었다.

    “저게 대체…….”

    “제가 말한 재밌다고 한 게 바로 저거예요.”

    잠깐 움츠러들었던 것도 잠시, 김재민은 흥미진진하다는 목소리로 말한다.

    “형, 이리로.”

    김재민은 성큼성큼 앞장서기 시작했다.

    쿠웅! 쿵!!

    “아, 걱정하지 마세요. 이거 각성자를 상대로도 잘 깨지지 않는 고강화 유리거든요. 아직 녀석이 약해서, 깨진 못할 거예요.”

    방의 안쪽으로 들어가자 드디어 소리를 내는 녀석의 모습이 제대로 보인다.

    “몬스터.”

    “네, 맞아요.”

    “몬스터를 바깥으로 데리고 왔다고?!”

    “재밌죠!”

    고개를 확 돌려 김재민을 노려보았다. 내가 그러든가 말든가 그의 얼굴에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다시 수조 쪽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그 안에는 두툼한 뱀의 형상을 가진 몬스터가 있다.

    “윙스네이크네요.”

    “아직 새끼예요. 데려온 지 일주일 정도 됐죠.”

    김재민은 싱글벙글한 얼굴로 말한다. 마치 자기 장난감을 자랑하는 어린애 같은 얼굴이랄까.

    정말로 즐거워 보여서 뭐라 할 말이 없어진다.

    “이걸 대체 어떻게 데려온 거예요?”

    “음, 제 스킬 중에 꽤 쓸 만한 게 있거든요. 그걸 썼죠. 아니, 마침 눈앞에 새끼 몬스터가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 몬스터 새끼를 만나는 건 사실 몬스터 알을 발견하는 것보다 훨~씬 희귀한 일이잖아요? 그래서 이런 대박적인 사건이 다 일어났다니까요. 정말 재밌지 않아요?”

    쿠웅! 쿵! 계속해서 유리 벽이 울리는 가운데 김재민은 신이 나서 윙스네이크를 포획한 일화를 늘어놓는다.

    “이번에 공략한 S급 던전에서 진짜 이것저것 많이 얻었는데 이 녀석까지 발견할 줄은 몰랐어요.”

    “그래서 이 귀한 새끼 몬스터를 내게 보여 주는 이유는?”

    “요즘 펫을 키우는 게 유행이잖아요?”

    “내게 맡기고 싶다?”

    “아무래도 대한민국에 몬스터 펫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은 하준이 형밖에 없으니까요. 최고잖아요. 게다가 아직 야생에서 태어난 새끼 몬스터를 기르는 경험을 해 본 적도 없으실 것 같고. 형한테도 좋은 기회 아닐까 생각했죠.”

    저 편한 대로 줄줄 늘어놓는 소리를 듣고 어이가 상실된다.

    “지금은 맡은 새끼 몬스터가 너무 많아서 더는 맡아 줄 수가……. 아니, 그보다 저 녀석 다치겠어요.”

    “음?”

    “계속 유리에 부딪히고 있잖아요. 왜 저러는 거죠?”

    “몰라요? 여기에 끌려온 게 마음에 안 드나 보죠. 일주일째 아무것도 안 먹고 아무것도 안 하고 오로지 저러고만 있어요.”

    김재민이 눈을 빛낸다. 개미집을 발견한 어린아이처럼 맑고 순수하지만 어쩐지 잔혹하기도 한 눈빛.

    “참 나…….”

    “어때요, 형!”

    “말했다시피 나는 지금 데리고 있는 새끼 몬스터의 수가 너무 많아요. 미안하지만 맡아 주기 어려울 것 같아요.”

    “에에이~! 진짜요? 어떻게 안 되는 건가…….”

    김재민은 과장된 몸짓으로 아쉬운 티를 낸다.

    “하지만 형이 안 맡아 주면 어디 맡길 데도 없는데.”

    “화룽이 있잖아요?”

    “물론 그렇긴 하지만, 기왕이면 자주 볼 수 있는 국내에 두는 게 좋잖아요. 게다가 전 화룽은 좀…….”

    빨간 안경 아래로 곤란하다는 기색이 흐른다. 김재민에게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일순간 호기심이 일었다.

    “왜요?”

    “아, 물론 전혀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기왕이면 형이 맡아 주시면 진짜 진짜 감사할 거 같은데. 원하시는 건 뭐든 들어드릴 수 있어요. 에테르석이나 돈이나 원하시는 만큼 불러요. 형도 국내 자본이 외국으로 빠지는 것보다 그게 낫지 않아요?”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김재민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든단 말이지. 예전부터 뭐만 하면 내가 의심스러우니 뭐니 걸고넘어지고 말이야.

    게다가 이번에도 제멋대로 사람을 오라느니 가라느니 하며 일을 떠맡기려고 하는 게 거슬린다.

    김재민이 했던 행동들, 다 마음에 담아 두고 있었단 말이지.

    흥.

    한결이 쪽을 슬쩍 봤더니 표정이 심각하다.

    “어떻게 생각해?”

    “와, 제 앞에서 대놓고 상의하시는 거예요?”

    김재민은 상처받았다는 듯이 어깨를 축 늘어트린다.

    저런 모습을 보면 영락없이 장우택과 잘 맞을 것 같은데 왜 화룽을 꺼리는 걸까. 단지 외국 길드라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럼 이야기 좀 하게 밖에 나가 있어요.”

    “……알겠어요. 대신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세요.”

    좀 건방지진 않았나 생각했는데 김재민이 고분고분히 방에서 빠져나갔다. 의외인데. 사실 그만큼이나 내게 절실하다는 거겠지.

    물론 밖에서 편하게 우리 이야기를 엿듣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문이 완전히 닫히자 결이가 가까이 다가와 속삭인다.

    “네가 여유가 없다는 건 알아. 한세희가 더 맡기려는 알도 거절했잖아. 하지만 저 녀석을 봐.”

    쿠웅! 쿵!

    지금까지도 하염없이 유리 벽에 몸통을 처박고 있다.

    “…….”

    “이대로 두면 그냥 죽고 말 거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결이의 말에 유리창 가까이 다가간다.

    “캬아아악!!”

    성난 윙스네이크가 하악질을 하느라 잠깐 움직임을 멈추자 녀석의 몸 곳곳에 난 상처가 보였다. 여기저기가 곪고 상했다.

    일주일이나 이런 짓을 반복했다니.

    하기야 던전에서 태어나 야생의 삶을 이미 맛본 몬스터를 이곳에 강제로 데려온 거다.

    알에서 방금 깨어난 녀석들도 인간에게 적대감을 가지는데, 이 녀석은 훨씬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을 터.

    “샤아아악!!”

    잔뜩 예민해진 윙스네이크가 유리 벽으로 달려든다.

    쿠웅!

    또 한 번 크게 부딪히고 바닥으로 고꾸라지더니 스르륵 뒤편에 있는 수풀 사이로 모습을 감추었다. 살짝 보이는 모습으로 확인하니 입으로 쌔액쌔액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이미 육체적으로도 심적으로도 많이 지친 상태로 보였다.

    “화룽으로 넘기기에도 아슬아슬해 보여. 과연 그 잠깐의 기간 동안 버틸 수 있을지…….”

    지금 상태로 봐서는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다.

    츠츠츳.

    나는 곧장 영혼 분별사를 사용했다. 이것으로 녀석의 상태를 완전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윙스네이크]

    영혼 등급: C

    영혼 상태: 불안정

    싱크로율: 32%

    “이런 가엾게도.”

    싱크로율이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왜? 상태가 안 좋아?”

    “응. 싱크로율이 낮아서 상태를 명확히 확인하기가 어렵네. 하지만 그간 동조 스킬을 훈련해 뒀지.”

    츠츠츳.

    영혼 동조 스킬을 사용한다. 많은 마나를 소모해서 싱크로율을 끌어당길 생각이다. 이렇게 해서 잠깐이라도 녀석을 편하게 해 줄 수 있다면 좋을 거다.

    바스락.

    풀숲에서 녀석이 움찔거린다.

    분명 스킬이 사용되고 있는 것을 느낀 것일 터.

    싱크로율: 45%

    싱크로율: 59%

    퍼센티지가 빠르게 올라간다.

    온몸에서 마나가 쑤욱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지만, 이전만큼 위태롭지는 않다.

    싱크로율: 68%

    싱크로율: 73%

    ‘됐다.’

    츠츠츳.

    내 몸에서 가느다란 반투명의 흰 선이 생겨나 유리 벽을 통과해 안으로 파고든다.

    ‘스킬이 유리 벽에 막히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각성자를 상대로 제작된 특수 유리라면 스킬 제어 기능을 넣어 뒀을 수도 있었다.

    스스슷.

    수풀 너머로 소울메이트의 선이 가 닿는 느낌이 느껴진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슬픔이 선을 타고 흘렀다.

    “아…….”

    소울메이트로 생각이나 감정을 완전히 읽어낼 수는 없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감각이 있었다.

    소울메이트의 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그 감각은 더욱 선명해진다.

    그런데 윙스네이크는 지금 너무나 아프고 슬펐다.

    가느다란 선을 타고 흘러들어 오는 감각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내가 이 정도를 느낄 수 있는데, 지금 이 녀석은 얼마나 고통스러운 걸까.

    ‘이런 상태의 녀석을 그냥 두고 갈 수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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