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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90화 (190/250)
  • 제190화

    제190편

    [‘흑단’의 두 번째 각성을 축하합니다.]

    대단해. 흑단이의 넥스트 레벨 각성!

    “흑단이가 레벨 업 했어요!”

    “그래, 그건 방금까지 하던 이야기잖아?”

    인화 선배가 의아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냥 레벨 업이 아니에요.”

    “그럼?”

    “넥스트 레벨이라고요.”

    “넥스트 레벨? 그게 뭔데?”

    내 고백에 결이가 놀란 눈으로 나와 인화 선배를 번갈아 본다.

    나는 결이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 뒤, 인화 선배에게 넥스트 레벨에 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하준이 네 스킬로 새로운 레벨을 레벨링 할 수 있단 말이야? 그 레벨에 따른 다른 스킬도 생기고. 게다가 이미 예리 씨랑 결이는 넥스트 레벨에 도달했다고?”

    인화 선배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결이에게 한 번 더 확인한다.

    “응, 누나가 말한 그대로가 맞아요.”

    “맙소사.”

    인화 선배의 얼굴이 약간 굳어진다.

    “그건 정말 엄청난 일처럼 느껴지는데, 하준아. 그러니까 내 말은……. 네가 좀 더 위험해지지 않겠냐는 말이야.”

    “네? 아…….”

    이미 몬스터 브리딩 능력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후다. 그러니 내게만 있는 특별한 능력은 또다시 사람들의 견제를 받을 가능성을 높이는 거다.

    “아무래도 이 일은 공식적으로는 비밀에 부쳐야 할 거 같아.”

    인화 선배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하다.

    “일단 길드장님과 몇몇 믿을 만한 사람까지는 괜찮을 것 같지만, 지금 당장 네가 더 눈에 띄는 건 현명한 방법은 아닌 것 같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긴 해요.”

    “그래, 내게 말해 준 건 고맙게 생각해. 그리고 그 넥스트 레벨로 뭔가 특별하게 더 강해질 수 있는 거라면, 네 편의 사람들을 먼저 충분히 많이 넥스트 레벨로 만든 뒤에 밝히는 편이 좋겠어.”

    인화 선배는 누가 들을까 조심하며 속삭였다.

    “몬스터까지 넥스트 레벨로 만들 수 있다니. 그거 정말 대단하고…… 큰일이네. 저번에 덤볐던 놈들이 너를 가만두려고 하지 않을 거야.”

    “걱정하지 마세요. 누나. 저도 최대한 비밀로 가져가려고 했으니까요.”

    흑단이가 넥스트 레벨로 각성한 덕분에 들떴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그래, 하준이 네가 잘 알아서 하겠지. 하지만 너를 노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문제란다.”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아요.”

    “맞아.”

    인화 선배가 온화한 얼굴로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래, 하준이는 약하지 않지. 하지만 널 걱정하는 마음이 앞서서 그래. 네가 조금이라도 다치거나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거든.”

    “고마워요, 누나.”

    역시 인화 선배는 인화 선배다.

    가슴이 찡해진다.

    선배,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이번에 쉽게 죽지 않을 거고, 선배도 죽지 않게 만들 테니까요.

    “고맙긴 뭘, 내가 항상 너한테 고맙지. 우리 애들한테도 그렇고. 좋은 친구를 잃긴 싫으니까.”

    인화 선배가 찡긋 윙크를 했다.

    “그나저나 넥스트 레벨이라니, 그런 게 있다는 말은 처음 들었어.”

    “저도요. 아직 넥스트 레벨이 뭔지는 확실히 모르지만, 결이가 넥스트 레벨로 각성한 뒤에 특이한 인트루더들에게 공격이 훨씬 잘 먹힌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어요.”

    “어쩌면 ‘그 녀석들’을 상대하기 위해 넥스트 레벨이라는 게 있는 건가 봐. 그렇다면 하준이 너는……. 너는 정말 이 지구상에 없으면 안 될 귀중한 존재야.”

    선배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선배 입으로 그런 말을 들으니까 마음이 간질간질한 게 뭔가 엄청나게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부족하지만, 나도 하준이 널 지키기 위해서 온 힘을 다할게.”

    “이미 그렇게 해 주시고 계신걸요.”

    인화 선배가 손을 들어, 내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꺄아루웅! 꺄룽!”

    “그래, 그래. 우리 흑단이도 착하다. 대단하다.”

    선배의 손이 다시 흑단이를 쓰다듬는다. 회귀 전엔 이런 모습을 다시 보게 될 줄은 전혀 몰랐으니까…….

    갑자기 이렇게 벅차오르는 건 늙어서 그런 건가.

    “응? 하준아, 왜 그래?”

    “아, 눈에 뭐가 들어가서.”

    “뭐? 보자, 떼 줄게.”

    결이가 성큼 다가온다.

    “아냐. 빠졌어. 빠졌어. 흠큼큼.”

    “참, 너네도~”

    “자자! 거기도 다들 준비됐으면 슬슬 이동하도록 하지?!”

    멀리서 대호 형이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하준아, 명심해. 믿을 수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을 잘 구분해야 해. 지금 같은 때는 특히 더 말이야. 알겠지?”

    “네, 누나.”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는 다시 길드원 팀으로 합류했다.

    그리고 던전 공략은 계속 진행됐다.

    앞으로 얼마나 더 나아갔을까. 우리는 수없이 많은 비기거와 마주쳤다.

    “흑단아! 저기에서 공격!”

    “삐루이이이! 푸하아아아!!”

    퍼엉! 퍼어엉!!

    이제 흑단이는 불꽃을 연사까지 할 수 있게 됐다.

    “흑단이 성장이 엄청나게 빠른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대호 형이 내 쪽으로 붙어서 말을 건넸다.

    “기분 탓이 아니에요. 정말로 엄청난 속도로 강해지고 있어요. 이게 단지 흑단이라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요.”

    “하여튼 우리 흑단이는 대단하다니까.”

    형이 씩 웃는다. 내가 한 말의 저의를 다르게 해석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흑단이가 탄생부터 보통의 몬스터들과는 아주 다른 특이한 개체라는 걸 이야기한 건데, 형은 나를 그저 팔불출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뭐 팔불출로 비치는 것도 크게 상관없다만.

    “끼아웅! 갸웅!! 푸화아앙!!”

    “오오, 세 발째 연발! 옳지, 우리 흑단이! 대단하다! 멋지다! 최고다!”

    비기거를 향해 불을 뿜고는 의기양양하게 흑단이가 돌아온다. 이제 제법 비행도 재빠르다.

    “이제 던전의 한 1/4 정도 왔나.”

    “생각보다 빠르네요.”

    “응, 하준이 너랑 흑단이에 한결이까지 있으니까 아무래도 속도가 나는 것 같네.”

    대호 형이 고개를 끄덕인다. 옆에선 인화 선배가 엄지손가락을 들고 주먹을 흔들었다.

    “빨리빨리 공략하고 돈 벌어야지.”

    결이를 향해 씩 웃어 보이자, 녀석도 피식하고 웃는다.

    그래. 어떤 고난과 위협이 와도 빚 갚을 생각 하면 힘이 나는 법이지.

    “이제 슬슬 기가비기거가 나올 타이밍이야. 다들 지쳤으니 한 턴 쉬고 마주치는 게 좋을 테지.”

    대호 형의 말에 팀원들이 꿀꺽 침을 삼킨다.

    기가비기거는 비기거 중에서도 알파인 녀석이다. 무리 생활을 하지 않는 녀석들에게 웬 알파인가 싶지만. 뭐랄까, 녀석들에겐 ‘신’과 같은 존재랄까.

    알파인 기가비기거가 등장하면 단독 생활하던 비기거들이 뭉쳐 마치 늑대 무리처럼 협공하기 시작한다.

    각각 따로 놀던 개체들이 군대처럼 알파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내가 회귀하기 전에도 더 깊게 알려진 것이 없었기에 그저 헌터들의 입으로 전해져 오는 ‘신화’가 주된 설이었다.

    ‘그래 봤자, 던전 안에서 공략해야 하는 몬스터지만 말이야.’

    하지만 회귀 후 진짜 ‘신’이라 할 수 있을 존재들을 만난 나로서는 뭔가 기분이 이상할 수밖에 없다.

    신이라는 건 뭘까.

    그러면서도 그들조차 이 시스템이나 던전에 종속되어 있는 이유는 뭘까 궁금했다.

    “기가비기거의 흔적이다!”

    대호 형이 킁킁거리며 주위를 살피더니 커다란 발자국을 찾아낸다.

    “이런, 이렇게 흔적을 찾아냈으면 이미 늦었다고 볼 수 있는데.”

    형의 말에 팀원들이 곧장 전투 자세를 다잡는다.

    그르르르…….

    캬오오오옹…….

    주위를 포위한 비기거들의 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 ‘몰이’를 당한 거다.

    “역시 영리한 놈들이야.”

    “알파가 있으면 더 영리해지죠.”

    지이잉-.

    인화 선배가 곧장 세이프티 플레이스를 형성한다.

    “캬우웅!!”

    비기거가 동시에 돌진한다.

    쿠웅! 쿵!

    세이프티 플레이스의 장막에 부딪혀 비기거들이 튕겨 나가지만, 녀석들은 멈추지 않는다.

    쿠웅! 쿵! 쩌적……. 쩌저적!

    세이프티 하우스가 갈라지고 팀원들이 재빨리 다음 실드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슬슬 마력이 바닥나고 있는 상태.

    “공격 준비를!”

    “하앗!”

    두 개 팀의 공격 헌터들이 앞으로 나선다.

    그때, 구구구궁. 구구구궁. 땅이 흔들리면서 거대한 비기거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가비기거다!”

    “저, 저 모습을 좀 봐.”

    “엄청나다.”

    “쓰러트릴 수는 있는 거야?”

    마치 산 하나가 움직이는 것과 같았다.

    거대한 빌딩처럼 커다란 비기거가 그 덩치를 자랑하며 앞으로 나섰다.

    “그어어어어!! 캬아아아앙!!”

    비기거가 울부짖자, 하늘과 땅이 흔들릴 정도다.

    이 녀석이 보스 몬스터가 아니라는 사실이 놀랍고 충격적이다. 과연 A급 던전.

    “크으윽.”

    울부짖는 소리에만 실드가 깨질 지경이다.

    “으아아, 아무리 브리핑에서 들었지만 정말 엄청나네요. 무서워!”

    “다들 겁먹지 말고!”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상태 이상: 공황]

    [모든 소울계 상태 이상 면역으로 상쇄됩니다.]

    [상태 이상: 공황]

    [모든 소울계 상태 이상 면역으로 상쇄됩니다.]

    울음소리가 실드만 파괴하는 게 아니었다.

    상태 이상을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있는 울부짖음.

    “그와아아앙!!”

    기가비기거가 발을 구르자 쿠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땅이 쩌적 갈라진다.

    “캬아앙!”

    “캬오오옹!!”

    비교적 작은 비기거들은 땅이 갈라지는 곳을 피해 뛰어오르며 공격을 시도한다.

    “모두 피해!”

    “크으읏!”

    하지만 상태 이상 공황에 걸려 있는 팀원들은 그 자리에 딱딱하게 굳어 버려 피하지 못하는 상황.

    “칫.”

    나는 재빨리 앞으로 달려 나가 억압의 손길을 사용한다.

    “조금 아프겠지만, 죽는 것보다 낫겠죠.”

    휘이익, 차르르륵!!

    그래도 이들은 각성자에 평균 B급의 헌터들이니까.

    얇고 반투명한 사슬이 굳어 있는 팀원들을 낚아채 비기거가 없는 곳으로 끌어당긴다.

    차르르륵!!

    “으아아!”

    “어허억!”

    사슬에 끌려가는 충격으로 상태 이상을 깨고 정신을 차리는 팀원이 있는가 하면, 그마저도 부족해 바닥에 나동그라지는 팀원들이 있다.

    “캬오옹!!”

    비기거들이 끈질기게 상태 이상이 걸린 팀원들을 쫓는다.

    “이런 안 되겠어.”

    직접 움직여야 할 때다.

    쇄도하는 비기거들을 향해 달려갈 준비를 마치고 순식간에 놈들 사이를 파고든다.

    “캬아앙!”

    쿠웅. 쿵!

    놈들의 발이 나를 짓밟기 위해 비처럼 쏟아진다. 날카로운 검은 발톱이 금방이라도 내 배를 갈라 내장을 쏟게 할 것처럼 내 품으로 파고드는 걸 피해냈다.

    그리고 그때.

    “끼아아웅!!”

    따라오지 않은 흑단이가 저 멀리 뒤쪽에서 크게 울부짖었다.

    나는 쓰러진 팀원을 낚아채 들어 올리는 것과 동시에 흑단이가 있는 곳으로 고개를 틀었다.

    “헉,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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