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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89화 (189/250)

제189화

제189편

거대한 야수종 몬스터 비기거.

모든 몬스터들이 그러하듯이 녀석의 약점은 따로 있다. 이미 브리핑에서 언급되었었겠지만, 나는 흑단이에게 다시 한번 비기거의 약점을 되짚어 준다.

“저기. 잘 안 보이겠지만, 비기거의 앞발 겨드랑이 밑에 작은 날개가 보일 거야.”

흑단이의 몸을 짚어 가며 설명한다. 흑단이는 내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비기거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그 날개가 녀석의 약점이야.”

“꾸아아!”

“하지만 너무 가까이 접근하지 않는 편이 좋아. 비기거의 턱 힘은 무척 강하니까.”

“꾸르르, 바바바!!”

일단 약점에 관해 설명은 해 주었지만, 솔직히 흑단이는 아직 비기거와 싸울 레벨이 아니다. 비기거의 곁에 갔다가는 커다란 아가리에 한 번에 삼켜질 거다.

나는 날고 있는 흑단이를 잡아 진정시키려고 했다.

“꾸, 삐이!”

하지만 흑단이는 계속 내 손에서 빠져나가려고 바둥거린다.

“약점을 안 걸로 만족해야지, 흑단아. 지금 네가 덤비면 비기거한테 완전히 끝장날 거라고.”

이 정도의 말을 흑단이가 알아들을 수 있는지조차 모르겠지만…….

“후우욱!”

“응?”

흑단이가 몸을 빵빵하게 부풀리더니 입을 쩌억 하고 벌렸다.

“설마…….”

“프하아아아!!”

흑단이의 입에서 야구공만 한 크기의 불덩이가 튀어나왔다.

슈우욱!

퍼어엉!!

날아간 불덩어리가 비기거의 등 언저리에 가서 부딪힌다.

“캬아옹!!”

타격을 입은 비기거가 불덩이의 근원지를 찾으려 매섭게 시선을 돌리지만, 쏟아지는 다른 헌터들의 공격에 뒷걸음질 치고 만다.

“흑단아! 대단한데? 방금 그거 뭐야?!”

“구르르, 끼아!”

내가 깜짝 놀라자 흑단이는 신이 나는지 발을 마구 굴렀다.

“비기거가 놀랄 정도로 강력한 공격이라니. 진짜로 대단하잖아!”

“부바바! 꺄~!”

비기거는 A급 상위 몬스터.

그걸 감안하면 아직 새끼 몬스터인 흑단이의 공격은 상당한 효과의 공격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어쩌면 흑단이도 오늘 전투에 충분히 투입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오늘은 정말로 던전 구경이나 시켜 줄 생각으로 데려온 것이었는데, 방금 공격을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흑단아, 일단은 너무 흥분하지 않는 게 중요해.”

“꾸아아!”

나는 흑단이를 품에 안고 토닥거리며 쓰다듬어 주었다.

“구르구르…….”

흑단이의 숨이 조금 가라앉을 무렵, 흑단이를 품에서 놓아준다.

파닥파닥.

작은 날개로 날아오른다.

“내 옆에 꼭 붙어 있어야 한다, 알겠어?”

“쿠르르!!”

알겠다는 건지 흑단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일단 날 따라 움직이는 것부터 연습하자고.”

바로 실전에서 훈련하게 되다니, 생각보다 훨씬 이른 것 같긴 하지만 왠지 흑단이가 잘 따라와 줄 거라는 자신감이 붙는다.

“흑단아! 이리로!”

타다닷!!

일단은 비기거의 주변을 빙 둘러 다양한 움직임으로 이동해 본다.

쉬이익!

흑단이는 빠르게 움직이는 내 속도에도 생각보다 잘 따라왔다.

“좋았어.”

“꾸우웃!”

이번에는 비기거에게 최대한 접근했다가 떨어진다.

“쿠르, 쿠이잇!”

바짝 붙었다가 다시 떨어질 때 흑단이는 아쉬워하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내 명령에 따라 확실히 쫓아왔다.

“잘하고 있어. 그래, 흑단아. 그렇게 하는 거야. 알겠지?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명령하면 바로 뒤로 빠지는 거야!”

“바바바!!”

흑단이가 코를 찡긋거린다. 그 모습이 아직 전투에 참여하기에는 너무나 귀엽고 어려 보인다.

“자, 가자. 흑단!”

“부바바바, 끼이요!”

“망량이 너도 흑단이 움직임을 최대한 서포트해 줘.”

“네! 알겠어요, 주인님!”

흑단이와 함께 약점을 공격할 수 있는 지점으로 이동한다.

비기거는 도망치고 싶으나 헌터들에게 포위당해 진이 빠져 있는 상태.

‘어쩌면 막타를 칠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걸.’

자리를 잡고 공격 방향을 계산한다.

“자, 흑단아. 여기서 공격해.”

“꺄우우웅! 푸하아아아!!”

흑단이가 다시 한번 몸을 부풀려 불꽃을 토해낸다.

쉬이이익!!

날아간 불꽃이 이번에는 비기거의 약점인 앞발 쪽 겨드랑이에 제대로 꽂힌다.

“좋았어!”

“끼아웅!!”

“대단한데요?”

“키야아아아앙!!”

우리의 환호와 비기거의 비명이 동시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쿠웅!

드디어 비기거가 쓰러진다.

“해냈다.”

“꺄우웅!”

“흑단이 녀석, 꽤 하는데요?”

흑단이가 신이 나 빙글빙글 돌자, 망량이도 장단에 맞춰 함께 빙글빙글 돌며 녀석을 칭찬해 준다. 그랬더니 흑단이는 신이 나 콧김을 후욱 하고 뱉어낸다.

“방금 흑단이가 공격한 거지?”

전투 중이던 결이가 다가왔다.

“응, 대단하지? 우리 흑단이! 불을 뿜어낼 수 있더라고.”

“정말 대단하네. 흑단이 이리 와 봐.”

결이가 손을 내밀자 흑단이가 파닥파닥 날아가 안긴다.

“짜식. 잘했어. 막타를 쳤으니 경험치 좀 먹었으려나.”

“아마 제대로 먹혔을 거야.”

내가 회귀하기 전에도 이런 식으로 펫을 성장시킨다는 건 알고 있었으니까.

“좋았어. 오늘은 흑단이 특훈의 날이다.”

“이번 던전은 공략에 시간이 걸리는 편이니까 너무 혹독하게 굴리지는 말고.”

의욕을 불태우자, 결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인다. 너무 혹독하게 굴리다니. 무슨 소리! 흑단이를 생각하는 마음은 지구에서 내가 최강일 거라고!

“나만 믿으라고.”

“끼아웅.”

흑단이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그래, 흑단이 너도 기대가 되는 거지?”

“부아바! 크릉, 크릉!”

기분 좋게 흥분한 흑단이가 콧김까지 뿜어가며 고개를 끄덕인다.

“좋았어. 가 보자고.”

“하준이 왜 저래?”

팀원들을 정렬시키던 인화 선배가 결이를 향해 묻는다.

“아, 누나는 못 보셨어요? 흑단이가 불을 뿜었거든요.”

“오? 그거 정말 대단한데? 벌써 불을 뿜을 줄 알아? 그럼 흑단이는 불 속성이구나.”

“그런 것 같아요.”

흑룡 중에는 불과 독을 쓰는 두 종류가 있는데 흑단이는 야구공 크기의 불꽃 브레스를 뿜는 것으로 보아 불을 쓰는 쪽인 것이다.

“그럼 하준이 너는 푸른 불과 붉은 불 둘 다 다룰 수 있게 된 거구나? 멋진데?”

“누나가 그렇게 말하니까 진짜 멋진데요?”

어쩐지 태극기가 떠오르고 멋지고 좋네!

* * *

“흑단아 공격!”

“끼아웅! 푸후우우우!!”

거대한 야수 몬스터에게 흑단이가 돌진한다. 그리고 붉은 불꽃을 뿜어냈다.

작은 공처럼 보이는 붉은 불꽃은 그 크기에 비해 파괴력이 엄청났다.

“크아앙!”

두 번째 비기거가 고통에 찬 신음을 흘린다.

“흑단이가 벌써 전투에 참여하다니. 대단하다.”

“역시 하준 님이 훈련시켜서 그런 것 아닐까.”

“역시, 역시. 대단한 분이시라니까?”

팀원들의 칭찬에 흑단이는 더욱 의기양양해진다. 나 역시 그렇다. 흑단이가 이렇게까지 잘해 낼 줄 상상도 못 했다.

마치 꽤 오랫동안 합을 맞춰 온 것처럼 손발이 척척 맞는다.

“흑단아, 뒤로 빠져!”

“크르라앙!”

쉬이익!!

비기거의 안쪽까지 파고들었던 흑단이가 놈의 앞발을 피하면서 유려하게 비행해 다시 내게로 돌아온다.

“우리 흑단이 천재인가 봐!”

“끄르릉! 큐앙!”

흑단이를 품에 안고 턱을 쓸어 주자 골골골 그르렁대기 시작한다.

‘어쩌면 금룡의 의식이 녹아 있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그것도 특별한 훈련을 한 것도 아닌 새끼 드래곤이 이렇게나 전투에 능하다니.

금룡의 영향을 받은 게 틀림없다.

‘그나저나……. 그럼 정말로 금룡은 흑단이랑 융합되어 버린 건가?’

맑은 흑단이의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흑단이는 기분 좋은 고양이처럼 갸르릉거린다.

‘일단은 너무 귀엽구나.’

드래곤은 지능이 높은 종족이다.

언젠가는 흑단이와 대화가 통할 수 있게 될까? 그렇다면 금룡에 관해서도 물을 수 있을 거다. 물론 흑단이는 전혀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금룡. 어쨌든 고맙다.’

흑단이의 붉은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자니. 금룡이 곁에 있는 것만 같은 든든함이 느껴졌다.

구우우우.

쿠우웅!

팀원들과 흑단이의 총공세에 당한 두 번째 비기거 역시 힘을 잃고 쓰러졌다.

한 마리, 두 마리.

우리는 계속해서 비기거를 쓰러트려 나갔다.

“꺄우웅!”

“흑단이의 불덩어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는 것 같지 않아?”

결이가 놀란 듯한 얼굴로 다가와 묻는다.

“그런가?”

“쿠르르…….”

“흑단이 레벨이 올라갔을지도 몰라. 흑단아, 어때? 그래? 레벨이 올랐어?”

“갸르르……. 끼우웅.”

흑단이는 내 말을 이해하는 것인지 고개를 까딱인다.

“우리 흑단이는 정말로 천재인가 봐.”

“정말!”

결이와 나는 감탄스러운 눈으로 흑단이를 바라보았다. 그게 기분이 좋았는지 흑단이가 또 콧김을 푸르르 뿜어낸다.

어쩐지 덩치도 조금 커진 것 같다.

“흑단아, 이리 와 봐.”

“그르릉!”

흑단이를 품에 안았더니 처음에 데리고 들어왔을 때보다 한결 묵직하다.

“정말이다. 크기도 좀 커진 것 같아. 뼈도 굵어지고.”

“그럼 정말로 레벨이 오른 걸지도 모르겠다.”

“좋았어. 역시 던전에 들어오길 잘한 것 같아.”

“그래, 네 말이 맞아. 하준아.”

결이가 약간 쑥스러운 얼굴을 한다. 아무래도 던전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했던 게 민망스러워진 모양이었다.

“후후후, 어때. 이 형님이 하는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참 나, 알겠어. 네 말이 다 맞아.”

“핫핫핫.”

“크르렁~! 바아바바바!”

흑단이가 나를 따라 웃음을 터트린다. 요 귀여운 것.

“거기 분위기 좋은데~”

인화 선배도 우리 곁으로 와서 흑단이를 살펴본다.

“오, 정말이다. 확실히 커졌어.”

“그렇죠? 흑단이 레벨이 두 번 정도 오르지 않았나 생각이 돼요.”

“정말 대단한데? 흑단이 정말 최고다.”

인화 누나가 흑단이를 쓰다듬어 준다. 흑단이는 어느새 골골거리며 손길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그르르릉. 그르르릉…….

흑단이의 골골거리는 소리는 사람인 우리가 들어도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역시 우리 흑단이는 최고야.’

그때 귀를 울리는 시스템의 알림 소리.

띠링.

[‘흑단’의 두 번째 각성을 축하합니다.]

‘뭣……!’

나는 너무 놀라서 그 자리에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

겨우 비명을 삼켰지만, 표정까지는 숨기지 못했는지 눈앞의 인화 선배와 결이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아직 인화 선배는 넥스트 레벨에 관해서 모른다.

아니, 몬스터까지 넥스트 레벨로 만들 수 있게 된 상황이니 이참에 말해도 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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