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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88화 (188/250)
  • 제188화

    제188편

    “생각해 보니 던전 안만큼 안전한 곳이 없더라고.”

    내 말에 결이는 표정이 굳어지지만, 확실히 던전만큼 안전한 곳이 있을까.

    특히나 랭크가 높은 던전일수록 강한 헌터들과 함께 움직이고 던전 안에 들어가면 위험한 몬스터들 외에는 누군가에게 테러를 당할 위험도 없다.

    내 말에 하케임은 고개를 끄덕여 준다.

    우리는 벌써 던전으로 출발할 팀원들이 있는 대기실에 도착한 참이었다.

    “게다가 몬스터 새끼와 알도 던전 내부를 좋아하니까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지.”

    “그래서 던전 내부에서 살겠다?”

    “그것까진 아냐. 이전보다 던전에 들어가는 횟수를 늘리겠다는 거지. 알과 새끼들을 돌보느라 한동안 뜸하긴 했었잖아.”

    “좀 더 쉬어 가도 괜찮을 텐데.”

    여전히 걱정스러운 결이의 목소리에 하케임은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거린다.

    “하케임, 너는 아무 말이나 다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거야?”

    결이가 쏘아붙이자 하케임이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멈칫하더니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그리고 근엄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꾹 다물고 있었던 입을 열었다.

    “숨는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얼른 강해지는 편을 택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 그러니까 나도 하준이 몸을 사렸으면 싶기는 하지만, 지금 선택이 나쁘지 않다고 보는 거다.”

    “하아. 그렇게 나오신다 이거지?”

    “그래, 하케임 말이 맞아. 내가 숨어 있다고만 해서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녀석들은 내 곁에 S급인 장우택이 있었어도 감히 그런 짓을 했는걸. 물론 너까지 나타나자 꼬리가 빠지게 도망쳤지만.”

    애초에 그들이 무모한 공격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밝혀졌다.

    크래프트 용병단의 핵심 인물 중 하나가 워프 스킬을 쓸 수 있다는 것으로 추정된 것이다. 호텔 현장과 탈출구로 보이는 인근에 생긴 대규모 마나 파장을 보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녀석들은 처음 등장할 때에도 워프를 이용해 갑자기 호텔에 나타났던 것이고, 또 도망칠 때도 그렇게 순식간에 다른 장소로 이동해 도주한 거다.

    그 많은 인원을 순식간에 다른 곳으로 이동시킬 수 있으니, 사실 어딘가에 숨어 있는 건 큰 의미가 없긴 한 것이다.

    “게다가 이번 테러가 실패한 것을 보고 그쪽에서도 분명 움츠러들었을 거야. 애초에 너무 무모한 공격이었고.”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그만큼 상대편도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겠지.

    “하아, 생각만 해도 속이 답답해. 이럴 땐 던전 나들이가 최고지.”

    결이를 향해 씨익 웃어 보이자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그래서 오늘 멤버는 결이랑 하준이가 추가된 건가?”

    대기실의 문을 열며 대호 형이 들어온다.

    “넵, 그렇게 됐습니다. 애들 던전 구경도 좀 시켜 줄 생각이고요.”

    “애들 잘 챙겨라. A급 중에서도 상위 랭크에 속해 있는 곳이야. 계획보다 S급이 하나 더 참여하게 되어서 너와 몬스터 새끼들의 출입을 허가했지만, 그래도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되는 곳이니까.”

    “네! 알겠습니다. 절대로 훼방 놓지 않을게요.”

    “삐약!”

    뇌조의 새끼가 내 품의 포대기에서 나름대로 울부짖었다.

    “썬더는 오늘 영지 언니랑 같이 있어야 해. 알겠지?”

    “삐약?”

    오늘 데리고 들어갈 몬스터의 새끼는 흑단이와 검은색 알이었다.

    새끼들 중 흑단이가 가장 많이 성장한 상태였기 때문이었고, 알의 경우는 데리고 다니기 편해서였다. 만티코어 역시 데리고 들어가고 싶지만, 이번 던전은 꽤 난도가 높기에 호전적인 성격의 만티를 데려갔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곤란하다.

    아무래도 만티코어는 한세희에게 돌려줘야 할 귀한 몸이기도 하고. 만티코어는 이다음에 조금 더 만만한 던전에 데리고 갈 생각이다.

    “자, 흑단이 준비됐지?”

    “꺄우웅! 그르르!”

    흑단이가 작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날아올랐다.

    “오! 오오! 드디어 날았어요!”

    “우와, 흑단이 대단한데? 오늘 뭔가 보여 주려고 그러는 건가?!”

    길드원들의 칭찬에 흑단이의 날개에 힘이 더 들어갔다.

    “꾸아아!!”

    파닥파닥 힘찬 날갯짓을 뽐내며 흑단이가 대기실 주위를 왔다 갔다 하기 시작했다.

    “벌써 너무 힘 빼지 마, 흑단아.”

    날아다니는 흑단이를 손으로 잡아 안자, 흑단이의 날개가 왠지 커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뭐야, 어느새 이렇게 커진 거야?”

    “그래서 날 수 있었나 봐.”

    “삐약!!”

    품에 먼저 안겨 있던 썬더가 부럽다는 듯이 퍼덕거린다. 썬더의 날개는 아직 뭉툭해서 깃조차 제대로 나지 않았기 때문에 날 수 있으려면 한참은 있어야 할 듯했다.

    “오구오구, 우리 흑단이 대단해. 착해~!”

    “꺄우우우~!”

    흑단이가 기분 좋게 그르릉거리면서 뺨을 부빈다. 촉촉한 코가 보드랍다.

    띠링.

    문자 오는 소리에 휴대폰을 보니, 장우택에게서 연락이 와 있다.

    [의심 가는 녀석들을 찾아냈어요. 완전히 뿌리 뽑을 때까지 시간은 좀 걸릴 테지만 확실히 처리하도록 하죠.]

    “오.”

    “왜? 뭔데?”

    결이에게도 문자 내용을 보여 주었다.

    “찾았다고?”

    결이는 금방이라도 이곳을 박차고 나갈 것처럼 벌떡 일어났다.

    “진정해. 중국까지 갈 셈이야?”

    “그러고 싶어. 널 해치려고 했던 놈들이잖아. 내 손으로 본때를 보여 줘야지.”

    “일단은 장우택 씨에게 맡기자. 지금 당장 중국으로 가는 것도 말이 안 되고, 또 뭔가 더 캐낼 게 있는 모양이니까.”

    “하지만…….”

    “우리가 움직이면 오히려 장우택 씨 일에 훼방을 놓는 것일 수도 있어.”

    “치잇…….”

    결이는 분하다는 얼굴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

    “하준이 말이 맞다. 결아.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법이지. 테러의 배후를 찾는 비밀스러운 일인 만큼 심혈을 기울여야 할 거야.”

    “그래, 사실 이 문자도 보내기 조심스러웠을 거야. 그 녀석들은 화룽의 이사인 장우택까지 서슴지 않고 공격한 놈들이니까.”

    대호 형까지 고개를 끄덕이자 결이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장우택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까 봐 그렇지.”

    “하지만 화룽과 연관해서는 가장 확실한 사람이야. 그가 실패한다면……. 그땐 우리 힘으로 다시 알아봐야겠지.”

    “난 장우택을 못 믿겠어.”

    “네가 못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해. 나도 100% 그를 다 믿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이번에 습격당한 건 확실히 장우택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어.”

    업적의 힘이 아니었다면 나도 장우택을 믿는 게 어려웠겠지. 그러니 최대한 결이의 등을 도닥거려 준다.

    “흥.”

    “꺄우우.”

    흑단이가 걱정스럽다는 울음소리를 내며 내 볼을 핥는다.

    “오늘은 어쨌든 던전에 가는 김에 흑단이 레벨을 좀 올려 보자고.”

    “아우우! 갸웅!”

    “그래, 그러자.”

    * * *

    즈즈즈.

    포털을 넘자 친근하면서도 위화감이 느껴지는 감각이 주변을 감싼다.

    “캬우우! 꺄우웅!!”

    던전으로 들어오자 흑단이가 신이 나서 날개를 파닥거린다.

    “역시 몬스터라 그런지 던전 안을 좋아하네요.”

    망량이가 불꽃을 이글거리면서 속삭였다.

    “그러고 보니 망량이 넌 그렇지 않은가 보지?”

    “앗, 전 몬스터가 아니라고요.”

    “몬스터가 아니야?”

    “당연하죠. 전 도깨비불이잖아요.”

    그게 엄청 몬스터처럼 느껴지는데……. 하긴 펫 중에 이렇게 대화가 가능한 녀석들은 거의 없다고 알고 있다.

    어쨌거나 내가 보기에는 망량이도 똑같은 몬스터 펫인 것 같지만, 기분을 상하게 할 것 같아서 그만 입을 다물기로 결정한다.

    “하준아, 조심해야 해.”

    “응, 걱정하지 마. 결아. 넌 전투에만 집중해.”

    “괜찮아. 전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니까.”

    그럴 만도 한 게 오늘은 A급 던전 공략을 위해 두 개 팀이 모였고 S급도 대호 형과 하케임, 거기가 결이까지 총 셋이 모였다.

    “다들 지금부터는 경계를 늦추지 않도록 해. 이 근방에서부터 몬스터가 출몰하는 걸로 알고 있어.”

    대호 형의 지시에 두 개 팀이 숨을 죽인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조용한 살기가 우리를 덮쳐 왔다.

    “으르르릉…….”

    덩치가 버스만 한 호랑이를 닮은 짐승.

    ‘비기거’라는 몬스터다.

    붉은 줄무늬에 불에 탄 것처럼 보이는 털이 인상적이다. 이 녀석의 털가죽은 실제로도 돈 많은 부자 수집가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 털가죽을 온전한 모양으로 수집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강한 화력을 가진 헌터 팀이 필요했다.

    “캬아오옹……!!”

    노랗고 커다란 눈알이 번뜩이더니 삽시간에 우리를 삼켜 버릴 듯 돌진해 왔다.

    “탱커들 전방으로!”

    대호 형의 명령에 따라 두 개 팀의 헌터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방어!”

    “단단해지기!”

    앞으로 나선 탱커 헌터들이 스킬을 사용한다. 각각의 거대한 방어막이 펼쳐지고 터어엉!! 엄청난 소리와 함께 돌진하던 비기거의 몸이 튕겨 나간다.

    “캬아아아!!”

    비기거는 잔뜩 화가 나 곧장 방향을 틀어 다시 우리를 향해 돌진한다. 이번에는 거대한 검은 발톱을 휘두른다.

    퍼어억!

    스가각!! 쩌적……!

    방어막이 한순간에 찢어지고 거대한 몸뚱이가 쏟아지는 폭포수처럼 진영으로 쇄도한다.

    “키아아아옹!!”

    거친 울부짖음. 그 앞으로 대호 형이 나섰다.

    으직, 으지지직.

    순식간에 부풀어 오르는 대호 형의 몸체. 늑대 인간화되는 거다.

    저적, 즈저적!!

    “그르르르…….”

    “크아오옹!!”

    크기로만 따지면 대호 형이 턱없이 작았다. 해서 비기거 역시 대호 형을 얕잡아 본 것 같았다.

    “캬아오옹!!”

    단숨에 달려드는 비기거.

    “크와아아앙!!”

    순간 대호 형의 손톱이 엄청나게 솟아오르는 것처럼 보이더니, 투콰곽! 비기거의 몸체가 꿰뚫린다.

    “키야아옹!!”

    비기거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훌쩍 물러났지만, 이미 치명상을 입은 후다. 하지만 비기거 역시 여간내기가 아니었다. 절뚝거리면서 거리를 약간 벌리지만 도망가지 않는다.

    뜨거운 불처럼 이글거리는 두 눈이 오직 대호 형을 노려보고 있었다.

    “다들 뭐 하고 있어! 공격!!”

    부팀장인 인화 선배의 외침에 장거리 스킬을 사용하는 헌터들이 앞으로 나선다. 그리고 비기거를 향해 온갖 스킬이 쏟아진다.

    쉬이이익!

    휘이이익! 퍼어엉!!

    얼음과 불과 먼지가 비기거와 함께 춤을 추듯 일렁인다.

    “캬아아옹!!”

    비기거가 크게 울부짖더니, 높이 뛰어오른다.

    “잡아! 놓치지 마!”

    “조심해서 스킬을 사용해! 이미 녀석의 가죽이 많이 상한 것 같은데!”

    팀원들끼리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이제는 뒤로 물러나려고 하는 비기거를 쫓는다.

    “꺄웅! 캬우웅!”

    비기거와의 전투를 구경하던 흑단이가 흥분해서 마구 짖어 댔다.

    “흑단이도 싸우고 싶어?”

    “아르르……. 바우우!”

    말을 제대로 알아들은 것인지 내 주위를 날아다니며 고개를 마구 끄덕인다.

    “좋아, 비기거의 약점을 알려 줄게. 흑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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