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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86화 (186/250)
  • 제186화

    제186편

    “안녕하세요, 저는 중국 화룽의 샤오린입니다.”

    장우택 때문에 시작된 어이없는 통화. 하지만 심장의 두근거림을 참을 수 없듯이 설렌다.

    회귀 전의 나였다면 중국 화룽의 몬스터 브리더와 통화를 할 기회가 있었을까? 아니, 이미 살아 봐서 확실하게 알고 있다. 이전에 그런 기회 같은 건 없었다.

    ‘맙소사.’

    감개무량하다는 말이 딱 들어맞을 거다.

    “질문은 단 하나만 들어줄게요. 어서.”

    장우택이 나를 재촉한다. 내가 당황해서 시답지 않은 질문을 하길 원하겠지만, 이미 질문할 거리는 준비되어 있다고.

    “화룽에서는 알을 어떻게 부화시키는지, 부화 조건을 알고 싶은데요.”

    “부화 조건?”

    장우택이 재밌다는 얼굴로 나를 한참 바라본다.

    “알을 부화시키는 데 문제가 있나 보죠?”

    “문제까지는 아니고요.”

    “그런 큰 문제가 있다면 역시 우리 화룽과 손잡는 게 좋을 텐데.”

    “문제까진 아니라니까요?”

    “그런데 왜 그게 궁금하실까.”

    어깨를 으쓱해 보이자 장우택은 미소를 띠곤 휴대폰 너머의 샤오린과 뭐라고 한참 대화를 이어 나간다.

    “이걸 어쩌나.”

    “네?”

    “샤오린은 부화할 시기가 된 알을 골라내는 스킬이 있을 뿐이라는데요. 그 시기를 인위적으로 조성하는 방법은 없다. 화룽에서 만든 알 부화기에 넣어 놓고 때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하는군요.”

    “알 부화기요?”

    “여기까지만 알려 주죠. 우리 화룽에서 몬스터 알을 위해 부화장을 만든 건데, 사실 이건 일반 병아리 부화장과 다를 게 없어요. 우리는 모든 부화 시스템을 샤오린에게 맡겨 놓기도 했고. 이런, 너무 많은 걸 알려 줬나?”

    그렇다는 건 우리가 가진 까만 알만 특이한 케이스는 아니라는 거다. 마치 일반 알이 부화하기 위해서 일정한 시간과 조건이 맞아야 하는 것처럼 몬스터의 알에도 깨어날 때가 따로 정해지는 거다. 하지만 아직 인간은 그 조건을 맞출 수 없다.

    이 대단한 화룽에서조차 알아내지 못했다는 거다.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니.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우리 쪽에서는 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알을 부화시켰다고 할 수 있겠지.’

    그리고 이건 확실하지는 않지만, 내 소울메이트 스킬이 알이 부화할 상태가 되는 데까지 도움이 된다는 거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만티코어의 알이나 독충, 뇌조의 알은 그렇게 쉽게 태어나지 못했을 거다.

    엄청나게 운이 좋아서 이미 태어날 수 있는 상태에 도달한 알만 척척 구한 게 아니라면 말이다.

    ‘검은색 알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할 뿐이라는 거지.’

    그렇다는 건 이대로 계속 소울메이트 스킬을 사용하면서 때가 오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는 거다.

    ‘이거 엄청난 사실을 알아냈는걸.’

    잠깐의 통화였지만, 꽤 귀중한 정보를 얻어냈다.

    “이제 더 궁금한 것은 없죠?”

    “더 물어봐도 되나요?”

    “아뇨. 딱 하나만 알려 주기로 했잖아요.”

    장우택은 그렇게 말하고는 경쾌한 동작으로 통화를 끊어 버린다.

    “그럼, 왜 물어본 겁니까?”

    “예의상 물어본 것뿐이죠.”

    “참 예의가 있으시네요. 장우택 씨는.”

    “은하준 씨한테 칭찬도 듣고 오늘은 운이 정말 좋은 날이네요.”

    “그래서 중국에는 언제 돌아갑니까?”

    “왜요? 가지 말까요?”

    “뭔…….”

    기가 찬다. 뭔 소리래. 무슨 상관이라고.

    “그냥 가신다고 하길래 물어본 것뿐이에요. 장우택 씨가 돌아가든 말든 별로 상관없는데요.”

    “아아, 그렇게 말하면 너무 슬프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제가 흑단이 아빤데.”

    “그렇게 말하지 말라니까요? 물론 흑단이를 선물로 준 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이제 흑단이는 우리 식구고 장우택 씨와는 관련이 없다고요.”

    “쳇.”

    장우택은 어린애처럼 투덜대며 입을 삐죽였다.

    “샤오린이랑 통화도 하게 해 줬는데, 정말 너무하네요.”

    “물론 그건 고맙게 생각해요.”

    “고맙게 생각하면 한 번 더 고려해 줘요. 우리 화룽으로 스카우트되는 걸요. 한국의 그 어떤 길드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은하준 씨를 섭외할 수 있다고 장담합니다.”

    확실히 화룽의 자본은 한국 길드의 그 누구도 함부로 넘볼 수 없이 거대할 거다. 이미 몬스터 거래로 확실하게 다져져 있지 않은가.

    “그렇겠죠. 그 화룽이니까요. 게다가 샤오린 씨와 통화한 것도 확실히 의미가 있었어요. 장우택 씨가 말했던 것처럼 선배로서의 지식을 무시하지는 못하겠네요.”

    “그렇다니까요.”

    “하지만 내가 한국과 신선 길드를 등지고 화룽으로 갈 일은 없어요.”

    “너무 단정 짓지 말아요.”

    장우택은 간절한 표정이다.

    “내게 은하준 씨가 거절하지 못할 구미 당기는 계략이 있으면 좋았을걸.”

    “그러게요. 아쉬운 대로 흑단이 삼촌 정도는 시켜 줄게요.”

    그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다시 평소처럼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인다.

    “포기하지 않는 건 내 마음이니까요. 그렇죠?”

    끈질긴 남자다. 하지만 안영지에게 부화 스킬이 있다는 걸 알고 나면 오늘 내게 이렇게 매달린 일은 기억도 나지 않겠지.

    “그야 그렇지만,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걸요.”

    “두고 보라죠.”

    장우택이 커피를 홀짝인다.

    그 뒤로 뚜껑이 덮인 쟁반을 든 서버가 다가왔다.

    “디저트입니다.”

    용건이 끝나서 이제 슬슬 일어나 볼까 했는데. 디저트까지 시키다니, 사람 붙잡는 일에 꽤 용의주도한걸.

    이런 고급스러운 호텔 카페의 디저트라니 우리 결이가 이런 거 좋아하는데……까지 생각했을 때, 장우택이 싸늘한 표정으로 커피잔을 내려놓는다.

    “디저트는 시킨 기억이 없는데.”

    그의 말을 무시하기라도 하듯 서버가 쟁반의 뚜껑에 손을 얹는 순간, 장우택이 나를 감싸 안았다. 그러고 나자,

    퍼어엉!

    폭발과 함께 건물이 크게 흔들렸다.

    “크윽.”

    호텔의 마당까지 튕겨 나온 우리는 바닥을 구르다가 겨우 멈춰 일어섰다.

    폭발로 인해 불이 붙은 호텔의 모습이 보인다. 시커멓게 변한 건물과 새빨간 화염, 그리고 피어오르는 연기.

    “젠장. 괜찮아요?”

    “……이게 무슨.”

    뿌연 먼지 사이로 흐릿하게 인영이 보인다.

    마치 괴물 특수부대처럼 테크웨어로 몸을 감싸고 헬멧을 쓴 사람들이다.

    “누구지?”

    “누군지는 몰라도 우리를 죽이려고 했다는 것만큼은 자명하네요.”

    “장우택 씨, 등이…….”

    멋들어진 그의 정장이 온통 너덜너덜해져 있다. 이마와 손등 위로 피가 흐른다.

    “아아, 간만에 마음에 드는 옷이었는데. 역시 아이템이 아닌 걸 입으면 꼭 이렇게 금방 망가진다니까.”

    장우택이 투덜대는 사이에 먼지구름을 뚫고 인영들이 다가왔다. 뭐라고 떠드는 소리를 들어보니, 한국말이 아니다.

    ‘영어?’

    혹시나 하고 예상했던 건 신금천화교단의 테러가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은하준을 찾아.”

    “발견 즉시 사살한다.”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해.”

    “알겠습니다.”

    귀에 또렷하게 들리는 소리.

    나를 죽이라고?

    화르륵!

    어깨 위에서 망량이가 솟아오른다.

    “들었죠? 주인님.”

    “그래. 날 죽이러 왔다는군.”

    “가만두지 않겠어요.”

    망량이의 불꽃이 크게 이글거리더니 괴한들을 향해 뿜어져 나갔다.

    퍼엉! 퍼엉!!

    잇달아 터지는 푸른 폭발.

    “크아악!”

    망량이의 불꽃에 당한 괴한 하나가 고통에 몸부림치며 뛰쳐나간다.

    그러는 와중에 괴한 중 하나가 나와 장우택이 있는 쪽으로 바짝 다가온다.

    불이 붙어 있는 주먹.

    각성자다.

    “하앗!”

    “칫.”

    내가 괴한의 주먹을 피해내자 곧장 뒤에 있던 장우택이 뒤따라오는 괴한의 발차기를 두 손으로 막아낸다.

    화르륵. 괴한의 발에서 불길이 치솟는다.

    “크읏.”

    장우택이 유려한 몸놀림으로 괴한의 체술을 받아낸다.

    휘이익!!

    그때 내게 다가오는 기척을 눈치채고 재빠르게 피하자, 서 있던 곳으로 에너지체 칼날이 박힌다.

    그 뒤로 잇따른 스킬이 내게 쏟아진다.

    쉬익.

    휘이익. 퍼어억! 퍼엉!

    “윽.”

    하지만 그 많은 스킬들도 내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슥, 스윽!

    나는 쏟아지는 스킬들을 여유롭게 피해냈다.

    ‘억압의 손길!’

    차르르륵!!

    흙먼지 너머로 내 사슬들이 맹렬하게 돌진했다.

    “큿!”

    “크핫!!”

    무엇인가가 잡히는 느낌이 들지만, 이내 곧 사슬이 끊어진다.

    차르르륵!!

    ‘각성자가 한둘이 아니다.’

    쉬이익. 툭.

    취이이익!!

    이번에 내 주변 바닥으로 떨어진 건 최루탄이었다. 터지자마자 매캐한 연기가 눈과 코를 자극한다.

    ‘윽, 각성자한테도 이 정도 타격이 올 만큼 강한 물건이야.’

    일반인이 당했다면 곧장 졸도했을 거다.

    타아앗!!

    헤르메스의 신발을 이용해 허공으로 뛰어오른다.

    ‘대체 이 자식들 뭐지?’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일을 벌이다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무리 신속하게 처리하라고 했지만, 호텔을 이만큼이나 폭발시켰다. 너무 무모하다.

    ‘나 하나를 죽이겠다고?’

    후욱.

    높이 떠오르자, 붕괴로 만들어진 먼지구름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연막탄을 사용한 거였구나.’

    여기저기 폭발과는 상관없는 연기가 피어올라 있다.

    츠츠츳.

    N번째 눈을 사용해 연막으로 가려진 괴한들의 위치를 파악한다.

    그러고는 내 생각보다 많은 수에 깜짝 놀랐다.

    “사격!”

    괴한들이 사격 자세를 잡고 순식간에 타앙!

    타앙, 타앙! 총성이 울린다. 그리고 총성과 동시에 파지지직!! 거대한 스파크가 튀는 소리가 났다.

    파지지지직!!

    후두두둑.

    땡그랑 땡그랑!

    총알이 바닥으로 쏟아진다.

    “크읏?!”

    연막 사이로 괴한들이 당황하는 것이 보인다.

    파칫, 파치칫.

    “겨, 결아.”

    정전기로 머리가 선 한결이가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연막이 깔린 너머를 노려보고 있다.

    “죽어.”

    파칫!

    전기가 튀는 듯한 순간 꽈과과광!!

    뇌격이 쏟아진다.

    “철수해라!”

    다급한 외침과 함께 우우웅! 스킬이 시전되는 소리가 들린다.

    “크읏. 놓칠 수 없지.”

    파츳! 쿠과과광!!

    퍼어엉!!

    전격이 튄다. 매캐한 냄새와 함께 시야에 있던 인영들이 사라졌다는 걸 알 수 있다.

    스으으으…….

    연기가 흩어진다.

    “하준아, 괜찮아?”

    다급하게 다가온 결이의 표정이 심각하다.

    “나는 괜찮아.”

    “다쳤잖아.”

    “어?”

    결이가 잡아당기는 팔을 보니 확실히 언제 다친 지도 모르는 상처가 있다. 그리 깊은 상처는 아니다. 타박상 정도.

    폭발 때 다친 건가.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잠깐 잊고 있던 장우택이 떠올랐다.

    “그 사람, 나를 감싸다가 꽤 많이 다쳤어.”

    “뭐?”

    결이의 손에서 벗어나며 아직 연막탄으로 어지러운 주위를 살피자 연기 안에서 익숙한 기운이 에스퍼 시야에 잡힌다.

    “아아, 괜찮아요.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순간 나도 통구이가 될 뻔했지만 말이에요.”

    연기 속에서 장우택이 나타나며 손에 들고 있던 커다란 것을 휙 하고 던진다.

    투욱.

    사람이다.

    “생포하는 덴 실패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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