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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84화 (184/250)
  • 제184화

    제184편

    알을 이용해 스킬 연습도 하고 부화 육성해서 돈도 벌고 강해지고. 만족스러운 선순환이다.

    “얼른 독충의 알도 받아 와야겠는걸.”

    휴대폰을 꺼내 한세희의 번호를 찾는다. 아직 독충의 알을 가지고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신호가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세희가 전화를 받는다.

    [웬일입니까? 만티코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요?]

    걱정하는 말투치고는 아주 담담한 목소리다.

    “아뇨, 그런 게 아니라……. 혹시 용암 독충의 알을 아직도 보유하고 계신가 싶어서요.”

    [용암 독충의 알은 부화시키지 못할 것 같다고 했잖습니까. 아……. 그러고 보니 상황이 바뀌었군요.]

    “네, 그때는 저 혼자였고 지금은 안영지 씨가 함께 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바로 사람을 보내도록 하죠.]

    “그래 주시면 감사하겠어요.”

    [알을 더 맡아 줄 수도 있겠습니까?]

    “네? 아, 아직 당장은 훈련시켜야 할 녀석들이 너무 많아서요. 일단은 독충까지만 받을 예정인데요.”

    [아아……. 알겠습니다. 하지만 은하준 씨도 아시다시피, 사실 제겐 냉기 저항을 가진 몬스터가 제일 필요하거든요. 아직 구하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당분간만 지금 있는 애들에게 집중하려는 거니까 이후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고맙군요. 알겠습니다. 어쨌든 독충의 알은 서둘러 보내도록 하지요. 수고가 많습니다.]

    통화는 간단하게 끝났다.

    그런데 벌써 알을 더 맡기려 한다고? 한세희의 자금력이 부러워지는 순간이다.

    * * *

    “준비됐어요?”

    “네. 준비됐어요.”

    안영지가 두 눈을 부릅뜬다.

    결의가 가득 찬 눈빛.

    그녀의 무릎 앞에는 녹색 점박이가 있는 알과 노란 알, 그리고 새카만 알까지 총 세 개가 놓여 있다.

    “일단 용암 독충의 알부터 시작할게요.”

    안영지는 두 손을 뻗어 녹색 점박이가 있는 알 위에 올려놓고 눈을 감았다.

    우우웅.

    그녀의 기운이 알을 향해 흘러 들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시간이 흐르고 그녀의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팟. 파직.

    알은 미세한 금이 감과 동시에 작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우웃!”

    안영지의 미간에 주름이 깊게 팬다.

    파직, 빠지직.

    투두둑.

    드디어 알껍데기가 모두 깨지고 용암 독충이 모습을 드러낸다.

    꿀벌을 닮은 모양새에 목과 다리 관절 부근에 보송보송한 솜털을 가득 가지고 있다.

    오동통한 꼬리에는 날카로운 침도 가지고 있다.

    “뀨~”

    곤충 몬스터치고 귀여운 얼굴을 가지고 있는 독충이 고개를 까딱거리며 나를 똑바로 바라본다.

    “뀨욱~!”

    “귀여운 소리를 내네.”

    작은 갈퀴 모양의 입을 오물거리는 게 참 귀엽다. 내가 곤충을 귀여워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게 뭐랄까. 주머니에 넣는 몬스터라든가 디지털 몬스터라든가 그런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하게 귀여운 형태랄까.

    부르르르.

    독충이 알껍데기에서 완전히 벗어나며 젖어 있는 날개를 말리기 위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직 마르기 전이라 쭈글쭈글하지만 투명한 날개가 반짝거렸다.

    “자아, 배고프지? 밥 먹자~!”

    “뀨우우!”

    독충은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내게 엉금엉금 기어 오더니 손에 들린 경단을 받아먹는다.

    “뀨! 뀨!”

    “아유, 착하다. 잘 먹네~! 용암이가 제일 착한 것 같은데요? 영지 씨한테 대들지도 않고.”

    “어……. 어어. 그, 그러게요.”

    용암 독충에게 정신을 빼앗겨 이제야 안영지를 본다. 그런데 그녀는 이미 무엇인가에 시선을 고정한 채다.

    “레벨 업 했어요?”

    “네!”

    “엇, 정말? 축하해요!”

    “일반 레벨도 올랐고 스킬 레벨도 올랐어요.”

    “우와, 그거 엄청난데요?”

    하기야 레벨이 오를 만큼 경험치가 쌓였을 수밖에 없다. S급이기에 레벨을 올리기 힘들지만, 벌써 A급 몬스터 알을 두 개나 부화시켰기 때문이다.

    몬스터의 알을 구하고 부화시키는 것 자체가 무척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일반 사냥보다 훨씬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것.

    “알 부화시키기 스킬 레벨이 오른 건가요?”

    “아뇨. 그건 아니고, 희한하게 마수 조종 스킬이 올랐어요.”

    “이상한 건 아니에요. 원래 알 부화시키기 스킬보다 마수 조종 스킬이 레벨을 올리기 훨씬 쉬운 스킬이니까요.”

    “앗, 그런가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역시 화룽의 몬스터 브리더 헌터에 관해 알고 있기에 가진 정보였다.

    마수 조종처럼 일시적 조종은 환희가 가진 스킬처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스킬이 몇 가지 있다.

    그에 비하면 알 부화시키기는 아주 레어한 스킬이니까 육성도 그만큼 힘들다.

    “게다가 알을 강제로 부화시킨다는 것 자체가 마수를 조종하는 것과 일맥상통한 일이라고 볼 수 있죠.”

    “아하, 그렇군요. 그래서 마수 조종 스킬 레벨이 올라간 거군요.”

    “맞아요. 어찌 됐거나 잘됐어요.”

    내 말에 안영지가 앉은 채로 손뼉을 치며 좋아한다.

    “S급은 레벨 올리는 게 다른 각성자에 비해 어렵다고 해서 걱정하고 있었거든요. 이대로 쭉 어서 강해지고 싶어요. 그렇다면 제 트라우마도 어느 정도 이길 수 있겠죠?”

    “분명 그럴 거예요. 영지 씨는 할 수 있어요. 지금도 잘해 내고 있잖아요?”

    “고맙습니다.”

    그녀는 쑥스럽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고는 노란색 알을 집어 들었다.

    “바로 갈게요.”

    나는 용암 독충과 만티코어, 흑단이까지 한꺼번에 안아 들었다.

    우우웅.

    빠직, 빠지직.

    ‘뇌조의 알…….’

    두근, 두근.

    결이가 갖게 될 펫의 탄생이다 보니 독충의 알이 깨어날 때보다 훨씬 긴장됐다.

    빠지직, 빠지지직.

    토옥.

    작은 알껍데기 하나가 굴러떨어지고 작고 노오란 부리가 보인다.

    “벌써 귀여워!”

    “뀨?”

    “캬릉!”

    “삐이이?”

    나의 긴장이 새끼 몬스터들에게도 전염된 것인지, 녀석들도 어느새 뇌조의 탄생에 집중하고 있다.

    노란 알이 앞뒤로 마구 흔들리고 있다.

    “빠져나오기 힘든가?”

    “뀨!”

    “캬오오…….”

    “그르릉…….”

    빠직, 빠직.

    흔들, 흔들.

    투둑, 투두둑!

    툭. 데구르르르.

    알껍데기가 완전히 분리되면서 웬 공같이 둥그런 것이 나와 내 발 앞까지 굴러온다.

    “…….”

    “응?”

    노랗고 동그란 털 뭉치가 축축하게 젖은 채로 미동이 없다.

    설마 알이 잘못된 건 아니겠지?

    분명 영혼 분별사로 확인했을 때 이상한 점은 없었다. 안사홍이라는 믿을 수 있는 상인에게 구해 온 것이기도 했고. 하지만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

    나도 모르게 허리가 수그러진다.

    그때 완전히 둥글던 털 뭉치에서 볼록한 덩어리가 올라온다. 덩어리에는 부리가 붙어 있다.

    “……삐약!”

    “그래! 이쪽이 머리구나. 놀랐잖아!”

    “삐약! 삐약!”

    한 번 울기 시작한 뇌조의 새끼가 연신 삐약거린다. 그냥 보기에는 영락없이 축구공만 한 병아리다.

    “오구, 오구. 그래, 그래. 아이고 귀여워. 아, 이럴 게 아니라 수건으로 닦아 줘야겠네.”

    나는 품에 안았던 새끼 몬스터들을 모두 내려놓고 챙겨 온 수건을 집었다.

    녀석들은 내 발밑에서 옹기종기 서로의 냄새를 맡아 보고 관찰한다. 모두 소울메이트를 함께 사용해서일까? 다툼이 일어나거나 적대적인 반응은 일어나지 않는다.

    아직 몬스터끼리 서로에게 영혼 전이를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삐약! 삐약!”

    “아이고 우렁차다. 모두 건강한 것 같아서 다행이네.”

    용암 독충은 햇빛에 날개를 말리도록 해 주고 뇌조는 수건으로 살살 말려 주었다.

    “나머지 알까지 한 번에 가능하겠어요? 너무 지쳤으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에 부화시키는 걸로 하죠.”

    “아, 아녜요! 할 수 있어요.”

    이제 안사홍이 맡긴 검은색 알 하나만 남았다.

    안영지가 지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지만, 그녀의 기세가 대단하다. 레벨이 오른 재미가 쏠쏠했던 모양이다.

    ‘하기야 초반 레벨링이 재밌지. S급은 조금 더디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좀 쉬엄쉬엄해도 될 텐데 안영지는 다시 눈을 감고 알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후우, 후우우…….”

    내 곁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몬스터들도 숨을 죽이고 안영지를 지켜본다.

    우웅.

    안영지의 힘이 검은 알을 감싼다.

    이 알에서는 대체 어떤 녀석이 나올까? 예상할 수 없기에 긴장감이 더해진다.

    우우웅…….

    “음?”

    “……?”

    안영지가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안 돼요.”

    “엥?”

    “부화가 안 돼요.”

    “그게 무슨…….”

    안영지는 아리송한 얼굴로 허공을 바라본다. 시스템 창에 뭔가 뜬 게 틀림없다.

    “이 알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뜨는걸요.”

    “준비?”

    “네.”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마도 그 외에는 다른 설명이 없는 거겠지. 우리 불친절하신 시스템께서 어련하시겠어.

    “흐음, 그렇다는 건 다른 알들은 부화 준비가 된 거라 스킬로 부화가 가능했다는 말일까요?”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

    “……흐음.”

    부화의 조건이 있다는 소리다.

    “하지만 다른 녀석들은 무리 없이 태어났는데.”

    “그러니까 말이에요.”

    하기야 화룽의 몬스터 브리더의 경우에도 부화까지 꽤 시간이 걸리는 걸로 알고 있다.

    안영지의 경우에는 이제까지 한 번에 부화가 가능해서 다른 부화 조건이 필요 없는 스킬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하지만 부화 조건을 맞춘 게 뭐가 있지?’

    짚이는 건 소울메이트를 사용했다는 것밖에 없다.

    “일단은 검은 알은 지금까지처럼 제가 계속 소울메이트를 사용해 볼게요. 부화 조건이 알마다 다를 수도 있는 거니까.”

    안영지가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왠지 의기소침한 얼굴이다.

    “뭔가 S급인데 전 너무 쓸모없는 것 같아요.”

    “에이, 무슨 그런 말을 해요. 영지 씨는 전혀 쓸모없지 않아요.”

    “하지만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는걸요.”

    “사람은 누구나 그런 거예요.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하지만…….”

    “게다가 S급은 오히려 초반에 다른 랭크의 각성자보다 성장이 느리게 느껴지는 게 당연해요. 레벨 올리기도 쉽지 않고요. 기본 각성 스텟은 높지만, 그렇다고 그게 레벨링이 된 다른 랭크의 각성자보다 높냐면 그것도 아니니까.”

    내 말에 안영지가 눈썹을 축 늘어트린다.

    “영지 씨는 지금 잘해 내고 있어요.”

    “하준 님은 정말 상냥하시네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상냥하다기보다, 내 바로 옆에 S급이 있었으니까 잘 아는 거죠.”

    “한결 님도 처음에는 저처럼 서툴렀나요?”

    “당연하죠.”

    나는 비밀을 얘기해 주듯이 속삭였다.

    “처음에는 결이도 빨리 강해지고 싶다고 저한테 얼마나 신세 한탄을 했는데요.”

    “세상에.”

    “정말이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강하죠.”

    “맞아요.”

    “그러니까 너무 조바심 내지 말아요.”

    안영지는 내 손에 들린 검은 알을 올려다보았다. 아쉬움이 가득한 눈빛이다.

    “어쨌든 우린 이 알을 부화시킬 수 있을 테니까!”

    “네, 알겠어요.”

    나는 슬쩍 영혼 분별사를 사용한다.

    검은 알의 상태는 이전에 분별사를 사용했을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싱크로율이 조금 오른 정도?

    알의 부화 조건에 관해서는 조금 더 조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러려면…….

    부르르르.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네?”

    휴대폰 액정에 장우택의 이름이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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