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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83화 (183/250)
  • 제183화

    제183편

    “그나저나 이 알, 정말 까맣다. 그렇지?”

    나는 품 안에 들고 있는, 알 중 하나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포대기에 감싸인 알은 무광의 광택이 없는 검은색이었는데, 그 색의 농도가 남달랐다. 주변의 빛을 집어삼킬 것 같은 검은색이랄까.

    왜 검은색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 않은가.

    여러 가지 검은색 중에서도 독특하게 짙은 검은색이었다.

    “안사홍이 맡긴 알이지?”

    “그래, 맞아.”

    “무슨 몬스터의 알인지도 말해 주지 않고.”

    “물론 나는 알 수 있지만 말이야.”

    “싱크로율을 알려 주는 그 스킬 말이지?”

    “응. 상대의 이름까지 알려 주거든.”

    차에 탄 나는 곧장 영혼분별사 스킬을 사용해 본다.

    츠츠츳.

    [알]

    영혼 등급: A

    영혼 상태: 불안정

    싱크로율: 13%

    “어라.”

    “왜?”

    “이름이…….”

    황당하다. 그냥 알이라니? 이제까지 ‘무엇의 알’이라고 명확하게 떴었는데. 그러고 보니 안사홍의 경우도 그랬다.

    그를 영혼분별사로 알아보기 위해 스킬을 사용했을 때 ‘알 수 없음’이라고 떴었지.

    “이름이 그냥 ‘알’인데. 이를 어쩐다.”

    “흐음……. 괴상한 걸 맡겼군. 이런 걸 맡길 생각으로 뇌조의 알을 내어준 거야. 꺼림칙하게 됐어.”

    “뭐어. 꺼림칙할 정도까지는 아니고.”

    사실 꺼림칙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 알을 가지고 있는 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그저 알이니까.

    다만, 싱크로율도 그렇고 안사홍이 원하는 만큼의 성장을 시킬 수 있을지가 문제다.

    싱크로율 상태가 이대로라면 소울메이트 스킬을 아예 사용할 수가 없으니까.

    ‘하지만 이 알로 영혼 조율 스킬을 연습할 수는 있겠는데.’

    마나를 사용해서 싱크로율을 조정할 수 있는 스킬이다.

    이전에 장우택에게 사용했다가 기절한 이후로는 사용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 알을 상대로라면 훈련실에서도 마음 놓고 사용해 볼 수 있겠지.

    ‘어쨌든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알의 제대로 된 부화를 위해서니까.’

    생각해 보면 이 알은 양쪽 모두에게 이득을 줄 수 있는 상태의 알인 거다.

    ‘앗, 그러고 보면 한세희에게 돌려줬던 독충의 알도 다시 받아 와서 훈련에 사용해도 되겠군.’

    그때는 알을 부화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에 미처 영혼 조율 스킬을 사용해 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제는 안영지 덕분에 알을 부화시키지 못하는 일은 없어졌으니 독충의 알도 받아 와야겠다.

    ‘그래, 부화시키기 전에 영혼 조율 스킬로 싱크로율을 끌어올리고 소울메이트를 사용하여 친화력을 높인 다음에 영지를 통해 부화시키면 된다.’

    생각에 잠긴 동안 결이가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빤히 바라보고 있다.

    “바쁘겠네.”

    “바쁘지.”

    “흥.”

    “너도 바쁠 거야. 이제 우리가 갚을 빚이 엄청나니까.”

    “그게 문제라는 거야. 지금처럼 네가 위험한 상황에서 내가 자리를 비워야 하는 일이 계속 생길 거라는 거.”

    “흐음. 그간 아무런 일도 없었잖아.”

    “그야 내가 곁에 붙어 있었으니까 그렇지.”

    “오올, 누가 덤비지 못할 정도로 강하시다 이 말이지~?”

    “……무슨. 뭐, 강해진 건 사실이지.”

    결이 표정이 훨씬 단단해 보인다.

    확실히 결이는 그간 무척이나 강해졌다. 이제는 아무리 레벨이 높은 A급이 덤벼도 결이를 이기지 못할 거다.

    당당히 S급들의 세계에 진입한 거다. 아니, 어쩌면 어지간한 S급들보다 강하지 않을까?

    ‘회귀 전에는 이렇게 빨리 강해지지 못했었지.’

    랭킹으로 따지자면 지금 결이는 대한민국 몇 위 정도 될까?

    “뿌듯하다.”

    “…….”

    씩 웃으며 어깨를 툭 치자 결이 표정이 조금 누그러진다.

    “너무 걱정하지 마. 이번에는 맡은 몬스터의 알도 새끼도 많아졌고 함부로 움직이지 않을 테니까. 최대한 길드 건물에서 얌전히 지낼 거야. 그러면 조금 안심이지?”

    “……그래. 아무래도 길드에는 지키는 헌터가 많으니까.”

    “서광 길드의 헌터도 있으니 여차하면 한세희가 와서 구해 주겠지.”

    한세희라는 이름이 나오자 겨우 풀어졌던 결이의 표정이 와락 구겨진다.

    “서광 길드 헌터는 하라는 보안 업무는 안 하고 연애나 하는 것 같던데.”

    “으응? 너도 느꼈냐? 그렇지?! 둘이 뭔가 꽁냥꽁냥 하더라니까?!”

    “좋아할 때가 아냐.”

    “젊은 남녀가 붙어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지. 좋을 때다.”

    “늙은이처럼 말하네.”

    “회귀했으니까. 늙은이는 맞지.”

    결이 입장에서 늙은이지, 사실 늙은이도 아닌데.

    그러고 보니 요즘 진보라 씨는 왜 이렇게 조용한 거야? 그래, 결이가 너무 바쁜 게 문제네. 어쩌나, 앞으로는 더 바빠질 텐데.

    우리 결이 꽃다운 청춘 다 지나가네.

    “……하나도 늙은이 안 같아.”

    “응? 뭐야, 왜 갑자기 태도 돌변이야. 어쨌든 고맙다.”

    검은 알을 살펴본 참에 뇌조의 알도 한번 살펴봐야겠다.

    츠츠츳.

    영혼분별사의 힘을 사용하자, 곧 뇌조의 알 정보가 떠오른다.

    [뇌조의 알]

    영혼 등급: A

    영혼 상태: 안정

    싱크로율: 74%

    “오, 이 녀석 상태는 괜찮네. 소울메이트도 곧장 사용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나마 다행이군.”

    “자, 네 펫이 될 아이니까. 한 번 쓰다듬어 줘. 사랑을 담아서.”

    “뭐?”

    “그래야 예쁘게 태어나지.”

    “무슨……. 그런 게 어딨어.”

    “자, 어서!”

    뇌조의 알을 억지로 안겨 주니 결이는 어설프게 알을 받아서 들었다. 차 뒷좌석에 있는 만티코어와 흑단이가 마치 키득대듯이 컁컁거린다.

    “깨질 것 같아.”

    “몬스터 알이라 그렇게 약하진 않아. 물론…… S급이 깨려고 하면 깨지겠지만 말이야.”

    “…….”

    결이가 조심조심 알을 쓰다듬었다.

    “보기 좋네. 아휴, 우리 결이. 여친 사귀기도 전에 아빠가 되어서 어쩐담.”

    “뭐? 무슨 그런……!”

    “자자, 그럼 집으로 가자. 얘들아~!”

    차에 시동을 걸자 뭐라고 더 말하려던 결이가 입을 다물었다.

    * * *

    “흐음, 그럼 영혼 조율 스킬을 사용해 볼까.”

    길드에 도착한 뒤, 곧장 연습실로 향했다.

    “저번처럼 기절하지 않게 마나를 조심해서 사용하세요, 주인님!”

    망량이가 어깨 위에서 이글거린다.

    “이번에는 저도 주인님의 마나 보충을 위해서 힘을 쓸 테니까요!”

    “저번에는 사라져 버렸지만 말이야.”

    “엣헴. 그건 제 탓이 아니라 주인님 탓이죠. 전 유능한 도깨비불이라고요.”

    어깨를 으쓱해 보인 뒤, 검은 알과 뇌조의 알을 내려놓는다.

    “조심, 조심.”

    츠츠츳.

    적은 마나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싱크로율을 올리는 방법을 써 본다. 태규에게 사용했을 때, 스킬을 쓰는 기간 내내 아주 조금씩 싱크로율이 올랐었다.

    그러고는 사용하지 않는 기간이 늘어나면 또 조금씩 다시 줄어들었다.

    ‘어차피 알을 부화시킨 후에 어느 정도 훈련이 끝날 때까지만 싱크로율을 유지하면 되니까.’

    츠츠츳.

    스킬의 힘이 검은 알을 둘러싼다. 하지만 역시 적은 마나로는 눈에 띌 정도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시간이 많이 걸리기는 하지만 이걸로도 충분하기는 하지. 하지만 나는 많은 마나를 소모하는 쪽의 영혼 조율을 훈련하고 싶으니까.’

    츠츠츠츳.

    마력의 발출률을 늘려 본다. 계속해서 마나를 높이니 어느 순간부터는 배수구 마개를 연 것처럼 쑤욱 하고 한꺼번에 마나가 소진되는 것이 느껴졌다.

    “흐읍.”

    정신을 집중해 마나가 소진되는 양을 조절해 보려고 노력한다.

    츳, 츳, 츠읏!

    눈앞의 싱크로율도 아까와는 달리 순식간에 높아지기 시작했다.

    싱크로율: 36%

    싱크로율: 37%

    “주인님, 마나양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어요.”

    “그건 나도 알아.”

    “또 기절할지도 모른다고요.”

    “힘 좀 내 봐.”

    “아이, 참!”

    화륵!

    망량이의 불꽃이 이글이글 타오른다. 쑥쑥 빠져나가는 마나를 모두 감당할 수는 없지만, 망량이가 힘을 내서 내 마나를 보충해 주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게다가 아직 농담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로운 상태.

    싱크로율: 69%

    싱크로율: 70%

    “됐다.”

    소울메이트를 사용할 수 있는 싱크로율을 만들어 냈다. 문제는 장우택에게 사용할 때는 여기서 멈출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멈춰 보겠어.”

    쑤우우욱.

    마나가 빠져나가며 싱크로율이 계속해서 치솟는다. 하지만 조금 다른 점이라면 장우택에게 사용했을 때보다 속도감이 훨씬 느리다는 거다.

    그때는 마나와 스킬의 힘에 휩쓸려 내 몸을 가눌 수가 없었는데, 지금은 정신을 집중하니 뭔가 제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천천히…….’

    츠츠츳.

    마나의 사용량을 끊기게 하지 않으면서 부드럽게 힘을 줄여 나간다.

    싱크로율: 78%

    싱크로율: 79%

    싱크로율: 78%

    싱크로율: 77%

    싱크로율: 78%

    수치가 오르락내리락하지만, 그 폭이 크지 않다.

    요동치는 마나를 진정시키고 잔잔히 흐를 수 있도록 만든 거다.

    ‘사람을 대상으로 할 때보다 훨씬 쉽다. 아니면 그동안 내가 좀 더 강해진 덕분이겠지.’

    소울메이트.

    츠츠츳!!

    이번에는 마나의 한 가닥을 소울메이트 스킬을 위해 비튼다. 동시에 두 스킬을 사용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미 소울메이트 스킬을 숨 쉬듯이 사용해 왔다.

    ‘이미 너무 익숙하다고.’

    츠츠츠츠…….

    소울메이트의 희뿌연 선이 나에게서부터 검은 알에 달라붙는다.

    즈즈즈. 아무리 소울메이트 스킬을 사용하는 것이 익숙해졌다고는 하지만 영혼 동조와 함께 쓰는 것은, 한층 더 집중을 요구하는 일. 이마에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결국 마나가 바닥이 나기 시작했다.

    “포션을 먹어 보자.”

    마나 포션을 하나 까 입에 털어 넣는다. 이렇게 얼마간은 더 버틸 수 있겠지.

    * * *

    “헉, 허억.”

    “주인님! 이제 한계예요.”

    “그래. 이 정도면 됐다.”

    “벌써 2시간은 사용했으니까요.”

    후우욱.

    스킬을 거둬들이자 온몸이 순식간에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휴우…….”

    “정말 대단해요, 주인님! 전에 스킬을 사용했을 땐 완전히 기절해 버리셨는데, 이번에는 스킬을 중복으로 사용하고도 2시간이나 유지했잖아요! 게다가 기절도 하지 않았고!”

    망량이가 들뜬 목소리로 불꽃을 파닥거린다.

    “후우, 완전히 땀범벅이야.”

    “그래도요!”

    “하긴, 엄청난 발전이지. 솔직히 예전에 기절했을 때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거든.”

    “이번엔 저도 사라지지 않았고요.”

    “맞아.”

    망량이가 이번에는 뺨으로 다가와 불꽃을 마구 비볐다.

    “몬스터의 알을 상대로 스킬을 쓰는 게 사람을 상대로 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했어.”

    “영혼의 밀도 때문에 그럴 거예요.”

    “영혼의 밀도?”

    “생명체마다 영혼의 밀도가 다 다르거든요. 그런데 인간에 비해 몬스터들은 영혼의 밀도가 느슨해요.”

    “그런 게 있었단 말이야?”

    그사이에 내가 엄청나게 강해진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나 보다.

    “저도 딱 그 정도밖에 모르지만 말이에요.”

    “대단한걸.”

    “에헤헷.”

    어쨌거나 나에게는 다행인 점이었다.

    앞으로도 스킬을 훈련하기 딱 좋은 방법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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