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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82화 (182/250)

제182화

제182편

붕어빵을 내려다보던 안영지가 성스러운 물건을 취하듯 소중하게 냄새를 음미하더니 겨우겨우 한입 베어 문다.

“맛있어요.”

그녀의 눈은 촉촉하기까지 하다. 아무리 2주 정도 길드 건물 내에서만 머물렀다고 해도 저게 그렇게 감동할 일인가?

아무래도 바깥 바람을 쐬게 해 줘야 할 것 같다.

“정말 고맙습니다, 태림 님.”

“하하하. 그래. 그럼 훈련도 끝났으니, 나와 같이 식기 전에 붕어빵을 나눠 주러 가 보자고.”

“앗, 좋아요!”

“그럼 나중에 봐, 한결, 하준.”

붕어빵의 달콤한 냄새를 풍기며 하케임과 안영지가 함께 자리를 떠났다.

“자, 우리도 그럼 가 볼까.”

“응.”

결이와 함께 길드 건물을 나서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단홍 상사였다.

“오랜만에 오는 것 같은데.”

“글쎄.”

퉁명스럽게 말하면서도 이곳에 온 이유가 궁금한 모양이었다. 까만 눈동자가 의문을 담고 나를 바라본다.

“알을 구하려고.”

“대호 형한테 말한 걸로 부족해?”

“흐음, 부족할지 아닐지 모르겠지만. 안사홍이라면 뭔가 특별한 알을 구해다 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

“흐응? 특별한 알?”

“응.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흐음…….”

사실 상성이 맞는 펫과 함께하는 편이 좋다. 그래서 한결이한테는 전기 면역이 있는 펫을 구해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대호 형이 그런 몬스터의 알을 구해다 줄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확률은 높지 않을 거다. 그래서 안사홍을 통해서도 알을 구해 볼 생각이다.

차에서 내려 단홍 상사의 문을 연다.

딸랑.

종이 울리자, 안쪽 문에서부터 안사홍이 모습을 드러낸다.

“어서 오십시오. 오랜만이시군요.”

“잘 지내고 계셨죠?”

“저야 늘.”

희미한 미소를 띤 얼굴이 조금 핼쑥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찾으시는 물건이 있으실까요?”

“몬스터 알을 구하고 있어요.”

“아.”

안사홍은 알겠다는 듯이 미소로 화답했다.

“그런 거라면, 좋은 물건이 하나 있죠.”

“오?”

“뇌조(雷鳥)의 알입니다.”

“오오! 뇌조의 알이라니, 결아! 너한테 딱이겠다.”

뇌조의 알이라면 전기 면역이 있어서 결이가 타고 다니기에 딱이다. 스킬을 사용하면서도 충분히 탑승할 수 있을 테고 각종 기술을 연계하기에도 다른 특성의 몬스터보다 훨씬 수월할 거다.

“마침 이렇게 딱 맞는 몬스터의 알이 들어오다니. 하준 님은 운이 좋군요.”

“맞아요. 전 운이 좋죠.”

그래,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나는 운이 좋다!

막연하게 안사홍에게 구하면 될까 싶었는데 정말로 전기 면역이 있는 몬스터의 알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삐익! 바부부부!”

한결이에게 안겨 있던 흑단이가 갑자기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오구, 오구. 흑단이가 왜 그럴까~?”

바둥거리는 녀석을 향해 손을 뻗었더니 냉큼 내 품으로 옮겨 온다. 이 녀석. 우리 말을 알아들은 건가? 알아듣고 벌써 정을 떼려고 그러는 걸까? ……그건 너무 오버하는 거겠지. 흠흠.

어쨌든 흑단이를 받아 들고 둥기둥기를 해 주니 이내 다시 얌전해졌다.

“사겠어요.”

“물건을 준비해 드리죠. 아, 가격은…….”

“가격이 얼마든 꼭 저희가 구매하도록 하겠습니다.”

“값이 좀 나가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고 말고요.”

결이를 위한 완벽한 몬스터다. 게다가 뇌조의 알이라니, A급 몬스터다. 한세희가 두 개나 구해다 줬지만, 그건 한세희의 능력이 특별히 뛰어나서다.

그런 몬스터의 알은 쉽게 얻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잘 조련해서 데리고 다닌다면 어떤 아이템보다 쓸모가 있을 터. 놓칠 수야 없지.

“그러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물건을 가져오죠.”

안사홍은 빙긋 웃으며 안쪽으로 들어갔다.

“안사홍이 비싸다고 할 정도면…….”

결이는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흘긋 본다.

“어차피 지금 전투에도 불편한 점은 없고, 굳이 펫이 없어도 괜찮아.”

“어허. 모르는 소리. 지금까지 우리가 겪은 던전은 소형 던전에 속한다고. 한세희나 다른 길드의 S급들이 공략하고 다니는 던전 정도 되면 그 넓이가 확 늘어나. 그러면 뚜벅이 상태로는 던전 공략에 한참 걸린다고.”

“……흐음.”

“던전 내부에서 보내는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짐꾼들이 들어야 하는 아이템의 수도 기간도 늘어나고 식량 공급 등의 문제도 생겨. 그러니 값이 많이 나간다고 해도 펫을 들여 기동성을 높이는 게 훨씬 이득이야.”

게다가 사람이 들기 힘든 짐을 펫이 대신 짊어질 수도 있으니 여러모로 펫이 없는 것보다 있는 편이 훨씬 낫다.

인벤토리가 무한하다면 모르겠지만 그것도 아니니 말이다.

안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안사홍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그의 품에는 달걀처럼 황색의 빛을 띤 부드러운 천에 감싸인 커다란 알이 안겨 있다.

“원래는 화룽과 거래하기 위해 가끔 몬스터 알을 유통하고 있습니다. 이 녀석도 화룽을 상대로 거래할까 싶어서 데려온 녀석이죠”

“앗, 하기야. 거래할 만한 곳이…….”

“아니요. 사실 몬스터 알의 수요 자체는 많은 편입니다. 부화시킬 수 있는 각성자는 이제까지 화룽에 한 명뿐이었지만 말입니다.”

“부화를 시킬 수 없는데도 수요가 있었단 말이군요.”

안사홍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그보다 은하준 님과 거래하는 편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되는군요. 마침내 이 알도 부화할 수 있게 되고요.”

부화시키지도 못할 알을 소장용으로 가지려고 하다니. 아무리 몬스터 알이 알의 상태로 잘 버틴다고 하더라도 불쌍하지 않은가. 하여간 부자들이란 이해할 수가 없다니까.

“이 알이 하준 님께 가게 되어서 저도 무척 기쁜 마음이랍니다. 그러니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값으로 쳐 드리도록 하죠.”

“앗, 감사합니다. 안 그러셔도 되는데.”

“정말요?”

그가 웃으며 종이를 내민다.

“음?”

“뇌조의 알 가격입니다.”

으으응? 이게…… 보자, 보자. 0이 대체 몇 개야?

“300억…….”

내가 중얼거리자 약간 뒤쪽에 서 있던 결이가 내 옷을 잡아당긴다. 돌아보자 결이의 눈이 왕방울만 해져 있다.

“그런 돈이 어디 있어.”

결이는 거의 복화술을 하듯 작게 속삭였다.

“없지.”

“없고말고. 아무리 헌터로 잘나간다고 해도 300억이나 되는 큰돈은 우리 수중에 없어. 그걸 융통할 레벨도 안 되고.”

갑자기 눈앞에 들이닥친 큰 수에 놀라긴 했지만, 찬찬히 생각해 보면 말이 안 되는 가격은 아니다. 돈을 준다고 해도 못 사는 아이템들은 당연히 몇 조 단위로 거래가 오가는 아이템들도 있다.

물론 그건 세계급 초대형 길드에서 오가는 거래 수준이겠지만, 어쨌든 뇌조의 알은 분명 300억 원어치의 가치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 아니, 오히려 안사홍이 값을 싸게 쳐준 거다.

그만큼 몬스터의 알은 구하기 힘드니까.

세상에, 그러고 보면 장우택과 화룽이 내게 덜컥 알을 선물한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확실히 나라가 들썩일 만한 일이긴 했다.

그리고 덜컥 알을 두 개나 맡긴 한세희는 어떻고.

확실히 대형 길드 소속의 인물들이라는 게 지금 와서 뼈저리게 와닿는다.

“하지만 너한테 딱이라고.”

“은하준. 잘 생각해. 300억이 무슨 개 이름도 아니고…….”

“그렇지, 개 이름은 확실히 아니지. 암, 그렇고말고. 으음……. 이, 이거…… 할부 되나요?”

안사홍을 향해 묻자, 내 옷소매를 쥐고 있던 결이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간다. 아이고 아야, 이러다가 옷 찢어지겠네.

되나 안 되나 물어는 볼 수 있잖아!

물론 밑천이 다 드러나는 짓이긴 하지만, 내가 그런 걸 따질 때냐.

안사홍은 잠깐 멍하니 있다가 팔자로 눈썹을 늘어트렸다.

하긴, 300억을 할부로 갚겠다니. 말이 안 되는 소리긴 하다.

“원래는 할부 거래를 받지 않지만, 은하준 님이시니 고려해 보지요. 기한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정말요?!”

“이런 말도 안 되는…….”

맙소사, 역시 나는 운이 좋다니까?

아니. 내가 운이 좋은 것보다 안사홍님의 인성이 정말 최고 존엄이십니다.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할부 기간을……. 어, 음. 최대 얼마나 잡을 수 있을까요?”

사실 32개월 할부로 때려도 300억이면 달마다 갚아야 하는 금액이 엄청나다.

아, 이자만 해도 이게 얼마냐.

“흐음, 은하준 님의 신용도를 생각하면……. 한 30년 정도까지 가능하겠네요.”

“네?”

“아, 제가 너무 많이 불렀을까요? 그 정도까지는 필요 없으실 텐데…….”

“아, 아뇨. 아뇨. 완전 필요하죠.”

30년 할부.

이게 말이 되나.

그럼 대충 1년에 10억씩 갚아 나가면 되는 건가. 둘이서 같이 갚을 거고 펫 사육으로 부가적인 수입이 더 생길 테니까. 흐음, 생각보다 괜찮은데?

어차피 지금 당장은 큰돈 들어가는 일도 없고.

아. 역시 펫이 있다면 던전 공략이 훨씬 빨라질 테고 높은 등급의 던전을 공략할수록 인센티브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나니까.

게다가 A급이나 S급 아이템을 얻게 될 경우도 무시 못 한다.

이런 경우에 갑자기 엄청난 돈이 생기게 될 테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 세계는 30년 뒤까지 존재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태다.

30년 동안 빚을 갚기 위해서는 인류의 존속을 이뤄내야 하는 게 우선이니까 말이다.

“원하신다면 중간에 한꺼번에 납부도 가능하십니다.”

대박이다.

“헉. 이렇게 좋은 조건으로 거래해 주셔도 됩니까?”

“대신, 제가 맡기는 알 하나도 보살펴 주시는 걸 조건으로 하겠습니다.”

“아, 물론 가능하죠!”

“미쳤어…….”

결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하지만 어떡하겠는가.

이미 뇌조의 알은 내 손에 들어왔다.

딸랑.

단홍 상사의 문이 닫히고 결이의 긴 한숨이 들려온다.

“이런 미친 짓을 저지르다니.”

“무슨 소리야. 우린 강해져야 한다고. 잊었어?”

“잊지 않았어. 하지만……. 하지만 이건 뭔가 아닌 것 같아.”

“뭐가 아닌데? 할부야 금방 갚을 수 있어.”

결이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나를 빤히 바라본다.

“살아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결아. 그러니까 우리는 살아남아야 해.”

“…….”

“지금은 그게 제일 중요한 일이야.”

솔직히 말해서 이미 너무 많은 것을 뒤바꾸어 놓았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이미 내가 아는 미래가 아닌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 나도 더 단단히 대비해 둬야지.

“다음번에는 네 것을 사기로 했잖아.”

“응?”

결이가 팔을 내민다. 거기에는 은색의 팔찌가 있다.

금룡의 힘줄.

“샀잖아.”

나도 팔찌를 내민다. 다른 온도의 은빛이 팔에서 반짝인다.

“……그걸론 부족해.”

“그럼 이다음엔 또 내 걸 사면 되지. 뭐가 걱정이야?”

“하아…….”

“그리고 네게 뇌조가 생겼으니 흑단이는 나랑 지내면 되겠네! 균형이 딱 맞지?”

“흑단이는 원래부터 네가 받은 선물이었고.”

“하지만 네게 줄 생각이었는걸.”

“……정말이지.”

결이가 머리를 벅벅 긁더니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쉰다.

“알겠어. 살아남고, 강해질 거야. 강해질게.”

“그래, 강해져서 돈도 잘 벌고. 빚 걱정 없게 말이야.”

주먹을 쥐어 내보이자, 한결이는 마지못해 주먹을 마주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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