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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81화 (181/250)
  • 제181화

    제181편

    “휴. 오늘은 이 정도까지 하면 되겠죠?”

    “네, 좋아요.”

    안영지가 만티코어를 조심스럽게 쓰다듬고 있다. 만티코어 녀석은 이제 제법 안영지가 익숙해졌는지 경계하는 모습은 사라진 상태다.

    “소울메이트와 영혼 전이로 매일 한 시간씩 같은 자리에서 훈련하며 2주일이 흘렀네요.”

    이 정도가 되니 얌전히 품에 안겨 있을 수 있는 정도가 됐다.

    ‘생각보다 품과 시간이 많이 들기는 하는군.’

    하지만 그건 완전히 내 기준에서의 말이다.

    중국의 길드 화룽에 있는 몬스터 브리더의 경우에도 한 마리의 몬스터를 펫으로 훈련시키기까지 몇 개월에서 몇 년이 걸린다.

    그것에 비하면 2주일은 아무것도 아닌 거다. 물론 이것도 완전히 훈련이 끝난 건 아니지만 말이다.

    그래도 화룽의 몬스터 브리더와 비교하면, 아직 저레벨인데도 더 빠른 속도로 훈련이 가능할 것 같다.

    ‘안영지와 내 스킬의 힘을 합쳤기 때문이겠지. 그쪽은 브리더가 혼자뿐이니까.’

    나는 완전한 브리딩 스킬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지만, 영혼 전이 스킬이 친화력을 높이는 데 탁월한 효과를 준 것이 분명했다.

    “훈련은 계속해서 이렇게 하면 될 것 같아요. 그렇다는 건……. 한세희 길드장이랑도 매일 한 시간씩 만나야 한다는 건데. 그건 좀 부담스럽긴 하네.”

    “매일 한 시간씩이나 함께 있어야 한다니. 아직 기간이 얼마나 될지도 모르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결이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입술을 쭉 내민다.

    “삐잉! 삐!”

    결이의 품에 안겨 있는 흑단이도 그 말에 공감한다는 듯 격하게 콧김을 뿜어냈다.

    “하지만 우리 신선 길드가 급성장할 아주 대단한 힘인걸? 기회고 말이야.”

    “그건 그렇지만…….”

    결이는 뭐라 더 할 말이 있는 것 같았지만, 입을 다물어 버린다.

    어린애처럼 툴툴거리긴.

    지금 상황에서는 누구보다 부담스러운 건 나란 말이다.

    몇 개월이나 매일? 애인도 아니고 말이야.

    “일은 제가 하거든요.”

    이제는 팔을 쭉 뻗어야 할 만큼 높아진 결이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 버렸다.

    “하준이 너……!”

    “하하, S급이나 되면서 못 피한 네가 잘못이지.”

    결이는 난감한 표정으로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했다.

    “자아, 이제 만티의 훈련은 이런 방식으로 하기로 하고. 본격적으로 영지 씨의 훈련을 시작해 볼까.”

    “영지 씨의 훈련?”

    “응.”

    만티코어를 쓰다듬고 있던 안영지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체력 훈련이나 S급이 알아야 할 내용 등의 수업은 듣고 있는데요. 각성자 등록도 마쳤고, 헌터 자격증은 이제 슬슬 과정 등록을 해야 하긴 하는데…….”

    사실 안영지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며 헌터 자격증 과정을 회피하고 있었다.

    이전에 생긴 트라우마 때문에 던전에 들어가는 게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솔직히 그럴 만하다고 생각한다.

    각성자가 되기 전 받은 육체적, 정신적 타격이 각성했다고 해서 완전히 치유되는 건 아니니까. 정신적인 경우에는 오히려 초반에는 더 나쁜 방향으로 예민해질 수도 있는 문제다.

    지금의 안영지처럼 말이다.

    그런 안영지에게 과도한 부담을 줄 생각은 없었다.

    물론 S급 헌터가 던전 공략을 하지 않는 건 여러모로 무진장 아까운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당장 헌터 자격증을 따라는 말이 아니에요.”

    “그, 그럼요? 어떤 훈련을…….”

    “던전에 들어가지 않아도 브리더로서는 훈련을 할 수 있으니까.”

    “아……?”

    새끼 몬스터까지는 두려워하지 않으니 브리딩 스킬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레벨을 올리는 방법을 써 볼 생각이다.

    “그러려면 몬스터 알이 있어야겠죠.”

    “몬스터 알?”

    결이 역시 관심을 보인다.

    “응. 만티코어를 부화시킨 것처럼 몬스터 알을 구해서 성장시키는 것으로 레벨을 올릴 수 있을 거야.”

    “그렇군요! 굳이 던전에서 사냥을 하지 않아도 되는군요!”

    “그렇죠. 지금까지 저랑 훈련한 것만 해도 경험치가 꽤 쌓였을 거예요.”

    내 말을 이해한 안영지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안 그래도 하준 님과 신선 길드에 도움이 되겠다고 해 놓고 전혀 그렇지 못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었어요.”

    “에이, 그런 걱정 안 해도 된다니까요.”

    “하지만……. 기껏 S급으로 각성했는데 몬스터가 무서워서 던전에 들어가지 못하는 각성자라니. 너무 한심하잖아요.”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영지 씨.”

    “그렇지만…….”

    “누군가 영지 씨가 한심하다고 말하면 당당하게 말해요. 영지 씨는 던전에 들어가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고요. 어떻게 보면 죽이는 대신 살리는 일을 하는 거잖아요?”

    “하준 님…….”

    “꺄앙! 캬앙!”

    안영지가 만티코어의 털을 꽉 잡는 바람에 녀석이 그녀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을 발라당 젖힌다.

    “아, 아이고 미안.”

    “캬오옹! 캬옹!”

    만티코어는 안영지의 손을 살짝 물었다가 놓고는 핥아 주더니 곧 내 쪽으로 달려왔다.

    “어이고, 만티야~ 누나 손을 물면 어떡해요.”

    “캬오옹…….”

    만티코어가 발목 부근에 몸을 쓸며 갸르릉거린다. 황금색의 부드러운 털이 빠져 어느새 바지에 덕지덕지 들러붙었다.

    “우쭈쭈. 그래. 길드장님께 가 볼까. 자, 다 같이 갑시다.”

    만티코어를 안아 들고 훈련실을 나섰다. 대호 형을 만나는 것도 2주일 만의 일이다.

    “어, 하준이 왔어?”

    “형, 아니 길드장님. 지금 시간 되세요?”

    “물론 되지. 그리고 형이라고 부르라니까. 너까지 길드장이라고 부르는 건 영 불편해.”

    “하준이 오빠!”

    “보리도 있었네!”

    “응! 아빠가 오늘은 꼭 꽁순이 인형 사 준다고 했거든!”

    대호 형이 난감한 표정으로 웃어 보인다. 하긴 대호 형이 워낙 바빠서 요즘은 보리와 자주 못 놀아 주고 있었지 싶다.

    “와! 그런데 그 고양이는 뭐야?! 뚱뚱하다!”

    보리가 만티코어를 발견하고는 관심을 가진다. 그러더니 어느새 근처까지 훅 다가왔다.

    “크르르릉……!”

    “꺅!”

    내 품에서 만티코어가 날 선 반응을 보이자, 놀란 보리는 그만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보리야 괜찮아?!”

    “어, 으응…….”

    “고양이가 아니라 몬스터야.”

    대호 형이 다급하게 보리를 일으켜 안으며 차분히 설명했다. 다행히 보리도 울음을 터트리지 않았다.

    ‘역시 보리가 용감하다니까.’

    대호 형의 설명을 듣던 보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기 몬스터는 다 착한 거 아냐? 흑단이는 안 그러는데.”

    “몬스터마다 다 다른가 봐.”

    대호 형은 보리가 울음을 터트릴까 봐 불안한 얼굴로 말했지만, 막상 보리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덤덤하게 말했다.

    “흑단이는 용감한데 다른 애들은 겁이 많아서 그런 거야.”

    “응? 그래? 보리가 어떻게 알아?”

    “어린이집에서 그랬어. 겁이 많은 애들이 화도 잘 내고 울기도 잘 운다고 그랬어. 그러니까 고양이는 겁이 많아. 흑단이보다.”

    “그렇구나.”

    “보리 말이 일리가 있네.”

    내가 동조하자 보리가 씩 웃어 보인다.

    “겁쟁이 고양이.”

    “캬아옹~”

    “그래도 귀여워.”

    저렇게나 마음이 넓다니. 아무래도 보리는 크게 될 아이인 것 같다.

    “그나저나 날 찾은 이유가 있겠지?”

    “아, 맞아요. 형. 몬스터 알을 좀 더 구했으면 해서요.”

    “오…….”

    대호 형의 얼굴에 호기심이 인다.

    “이제 본격적으로 몬스터를 훈련시킬 생각인가?”

    “네. 그래야죠. 일단 던전에 가지 않고도 영지 씨를 레벨링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그것도 그렇군.”

    대호 형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구할 수 있는 대로 최대한 몬스터 알을 구해 볼게. 하지만 구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건 잘 알고 있지?”

    “물론이죠. 그러니까 형한테 부탁하는 거 아니겠어요. 어느 등급이라도 상관없으니까 구해지는 대로 전부 구해 주세요. 펫을 원하는 길드원들에게 나눠 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길드 전력도 한층 업그레이드될 테고.”

    펫을 쉽게 얻기 위해 길드에 들어오는 각성자들도 많아질 거다. 그렇게 되면 신선 길드는 눈부신 성장을 이뤄내겠지.

    후발주자 길드가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는 건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용건은 이것뿐이니까 그럼 돌아가 보도록 할게요. 보리야, 오늘 아빠랑 재밌게 잘 놀아~!”

    “안녕~ 오빠! 안녕~ 흑단이! 안녕 고양이!”

    보리가 활기차게 손을 흔들어 준다.

    “결이는 나랑 함께 움직이자. 볼일이 있어.”

    “앗. 외출인가요?”

    대호 형의 사무실을 나오면서 안영지가 부러운 얼굴로 묻는다.

    사실 S급으로 각성한 후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약한 S급, 게다가 몬스터 브리딩 스킬이 있는 그녀를 외부에 두는 건 위험했다.

    해서 길드 건물에 임시 주거지를 마련한 참이었다.

    방식은 은봉 할머니의 작업실처럼 공간을 마련한 것이었다. 대호 형 말로는 아예 길드원들의 기숙사를 만들고 있으니 이후에는 그리로 거처를 옮기게 될 것이란다.

    원래 구해 주었던 집은 현재 안영원이 혼자 이용 중이고 기숙사가 완공되고 나면 남매에게 각각 방을 제공하기로 했다.

    말은 방을 제공한다고 하지만 개인당 기본으로 방이 하나나 두 개는 딸려 있을 예정이라고 하니 기숙사 개념으로 치면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우리만 외출해서 미안해요. 갑갑해도 조금만 참아요.”

    “아하하, 뭘요. 이 정도 갑갑한 거야, 얼마든지 참을 수 있죠. 제게 편의를 봐주시는 게 얼마인데요. 그보다 저 때문에 길드 건물에 계속해서 경비가 서 있어야 하는 게 걱정되죠.”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환희의 연구 때문에라도 길드는 24시간 내내 철통 경비 상태니까요.”

    “제 담당으로 하태림 씨가 붙은 것도 죄송하고요. 길드의 주 전력인데 저 때문에 던전에도 못 가시고.”

    안영지의 경호 담당으로 붙은 건 하케임이었다. 확실히 강하면서도 길드 내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지 않은 인력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케임 역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지 2주일가량 되었다. 뭐, 길드 건물에서 볼 수 있으니까 큰 문제는 없지만.

    “앗! 훈련 끝났나?”

    저 멀리 하케임이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안영지와 내가 함께 훈련하는 시간, 딱 이 시간만이 하케임의 자유 시간이다.

    “오, 태림이! 잘 쉬다 왔어?”

    “응! 물론이다. 밖에서 붕어빵이라는 걸 팔더군. 놀랍게도 안에 붕어는 한 마리도 들어가 있지 않다. 이것 봐라.”

    하케임의 손에는 하얀 종이봉투가 가득 쥐어져 있었다.

    “부, 붕어빵을 이렇게 많이 샀다고?”

    “은봉 할머니랑 길드장님 것까지 다 샀다.”

    “그래도 그렇지, 이거 너무 많은 것 아냐? 길드원 전체를 다 먹일 생각이야?”

    결이가 핀잔을 주지만, 오늘만은 꼭 필요한 핀잔 같다. 이렇게 많은 붕어빵을 만들어 줬으면 사장님은 오늘 그만 퇴근하셔도 될 것이다.

    “자아, 하나씩 먹어라.”

    하케임이 우리 손에 하나씩 붕어빵을 들려 준다.

    “앗, 저까지……. 가, 감사합니다.”

    하케임이 내미는 붕어빵을 받아 드는 안영지는 마치 보석을 받기라도 한 것처럼 눈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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