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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80화 (180/250)
  • 제180화

    제180편

    한세희가 돌아가고 남은 건 만티코어를 어떻게 훈련할 수 있을까에 관한 거다.

    “일단은 하준 님을 따르니까, 하준 님을 중심으로 훈련을 시켜 보도록 하죠.”

    “응. 알겠어요.”

    우리는 훈련실로 자리를 옮겼다.

    “흑단이의 경우에는 누구와도 잘 어울렸는데 만티코어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단 말이지.”

    내 말에 안영지의 표정이 약간 시무룩해진다.

    “그렇다면 제가 부화 스킬을 사용해서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요? 하준 님이 혼자서 부화시킨 흑단이는 이렇게 모든 사람을 잘 따르는데 말이에요.”

    “잘못된 것까진 아녜요. 원래 펫이라는 게 누구나 잘 따르면 안 되기도 하고.”

    “네?”

    “너무 모두에게 친화적인 것보다 중요한 건 주인을 알아보고 명령을 들을 줄 아는 거죠. 적에게서 주인을 보호하기도 해야 하고. 적에게도 친화적이면 큰일이잖아요? 일단은 주인이 될 사람을 인식시키는 게 문제지, 그것만 해결하면 만티코어의 케이스가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거예요.”

    “그, 그런가요.”

    안영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내려놓은 만티코어를 보았다.

    “문제는 어떻게 주인과 아군을 알게 하느냐인데.”

    “아르르……. 캬앙! 캬앙!”

    한세희가 사라지고 나니 기운이 나는지 만티코어가 훈련실 바닥을 뛰어다니기 시작한다. 그리고 눈앞에 결이나 안영지가 포착되면 으르렁거리면서 짖기도 하고 다시 내 곁으로 쪼르르 달려오기도 했다.

    “무엇보다 다행인 건 만티코어가 지금 굉장히 건강하다는 거죠.”

    “맞아요. 정말 다행이에요.”

    안영지의 얼굴에도 안도감이 서린다.

    첫 스킬을 사용해 부화시킨 아이니 아마 감회가 남다를 거다.

    “삐이이, 쀼이!”

    만티코어를 훈련시키기 위해 내려놓은 흑단이도 훈련실의 기구들을 만지작거리며 돌아다닌다.

    “뿌이이, 삐익! 바바바!”

    “캬앙, 컁! 끼이잉.”

    흑단이와 만티코어, 둘이 마주치면 은근히 사이가 좋다.

    ‘만티코어는 나와 흑단이에게만 친화력이 높아. 그건 아마…….’

    소울메이트.

    이 스킬로 장시간 연결된 상대라는 공통점이 있다.

    만티코어와 흑단이 모두 넥스트 레벨로 진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계속해서 소울메이트를 이용해 연결해 두고 있었으니까.

    그것 외에는 특별한 점을 찾기 어렵다.

    “만티.”

    “컁!”

    내가 부르자 흑단이와 뒹굴고 있던 만티코어가 귀를 쫑긋거리며 고개를 든다.

    “이리 와.”

    손을 흔들자 녀석이 눈을 빛내며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아직 제 몸에 비해 커다란 머리를 흔들거리면서 잽싸게 뛰어온다.

    한달음에 달려온 만티코어는 내민 내 손을 와앙 하고 물었다. 아직 새끼 몬스터라고는 하지만 꽤나 날카로운 이빨.

    “윽. 안 돼.”

    나는 녀석을 떨치며 손가락을 세워 저지했다.

    “캬앙. 컁!”

    하지만 녀석은 내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다시 물어뜯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쓰읍! 안 돼.”

    나는 몇 차례나 녀석을 밀쳐냈다.

    “캬앙? 컁?”

    만티코어는 그런 내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 커다란 머리를 갸웃거리며 가만히 앉아서 나를 응시한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내 손가락을 핥기 시작했다.

    “오오, 그래. 그래. 착하지.”

    “똑똑한데요?”

    “그러게요. 태어난 지 하루밖에 안 됐는데 이런 게 가능할 정도면 엄청나게 대단한 거죠.”

    그리고 커다란 머리를 갸웃거리는 게 너무너무 귀여웠다.

    “그리고 슬슬 배가 고플 때가 됐는데.”

    “먹이는 흑단이와 같은 걸로 줘도 괜찮겠지?”

    결이가 준비해 온 생고기에 에테르석을 갈아 넣은 경단을 내밀었다.

    “아마 그럴 거야.”

    스윽.

    경단을 내밀자 만티코어가 작은 코를 벌름거린다. 그러더니 천천히 다가와 내 눈치를 살핀다.

    “그래, 먹어도 돼. 착하지. 이건 먹는 거야.”

    닭고기에 에테르석을 갈아 넣은 것인데, 고기의 종류는 아무것이나 상관없다. 생선도 괜찮고. 흑단이는 특히나 돼지고기를 좋아했다.

    할짝.

    만티코어는 슬며시 경단을 핥아보더니 눈이 왕방울만 해졌다.

    덥석!

    와구, 와구.

    그러더니 곧장 경단을 깨물어 먹기 시작했다.

    “고르릉……. 갸르르릉…….”

    다행히 입에 맞는지 기분 좋은 소리를 낸다. 옆에서 지켜보던 흑단이가 저도 입맛이 도는지 입을 슥 갖다 댄다.

    “안 돼. 흑단이는 따로. 결아, 흑단이 경단도 줘.”

    “응.”

    결이가 새 경단을 내밀자 흑단이는 그리로 가 자연스럽게 받아먹기 시작했다.

    “앙냥냥냥냥……. 앙냥냥.”

    “뭐야, 이런 귀여운 소리를 내는 거야? 만티 입에 딱 맞나 봐.”

    새끼 고양이들이 너무 맛있는 걸 먹을 때 내는 귀엽고 묘한 울음소리와 비슷했다. 만티코어는 끝도 없이 갸르릉거리면서 내 손 위의 경단을 먹어 치웠다.

    작은 경단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끼아앙.”

    “이번에는 영지 씨가 경단을 줘 보죠.”

    “앗, 네넷!”

    안영지가 결이에게서 경단을 받아 만티코어에게 건넸다.

    만티코어는 경단이 움직이는 데 시선이 박혀 있다가 안영지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보더니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

    “자아, 만티야~!”

    “캬양…….”

    먹고는 싶지만, 안영지를 심히 경계하고 있는 상황.

    “만티야 괜찮아~”

    “자아, 만티야. 먹자.”

    나까지 나서서 움직임을 유도해 보지만, 만티코어는 내 다리에 붙어서 꼼짝을 하지 않는다.

    “흐음, 고집이 세네.”

    “그래도 포기하지 않을래요!”

    “그래요. 우리에게 시간은 많으니까요.”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을까.

    “하아암.”

    거듭된 훈련을 구경하던 흑단이는 지쳐 결이의 품에서 잠이 들었다. 만티코어는 줄곧 안영지를 거부하는 중이어서, 계속해서 내 품에 안겼다가 내게 밀려나길 반복하고 있었다.

    “마수 조종을 사용해 보는 건 어때요?”

    “네, 알겠어요.”

    안영지가 손을 뻗자 만티코어가 몸을 움츠린다. 그러더니 천천히 안영지를 향해 걸어갔다. 이제는 으르렁거리지도, 벗어나겠다며 난리를 피우지도 않는다.

    “흐음.”

    그러나 만티코어가 다가올수록 안영지의 표정은 묘하게 바뀌었다.

    “이 스킬은 말 그대로 조종 스킬이네요.”

    “응?”

    “제가 원하는 대로 마수를 조종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건 길들이는 것보다…….”

    안영지가 손을 거두자 만티코어의 발걸음이 딱, 멈춘다. 그러고는 깜짝 놀란 듯 주위를 둘러본다.

    “캬앙! 컁!!”

    나를 발견하고 후다닥 품으로 돌아오는 만티코어.

    “아하. 정말 말 그대로 조종하는 능력이군요.”

    “그런 것 같아요. 아까 통하지 않았던 건 제가 스킬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던 것 같고요.”

    “흐음. 스킬을 중지하는 순간 바로 효과가 풀려 버리니 우리가 원하는 조련과는 다르긴 하네요.”

    “어쩌죠. 도움이 되지 못해서.”

    “걱정하지 말아요. 아직 스킬 레벨이 낮아서 이렇게 일차원적인 조종만 가능한 거라고 생각해요.”

    나도 완전히 확신할 수는 없지만, 마수 조종이라는 스킬에 관해서라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화룽의 몬스터 조련사가 가지고 있는 스킬과 같았다. 그 조련사도 처음에는 몬스터를 제대로 조련하지 못했다. 하지만 스킬 레벨업을 시키면서 가능해졌다고 알고 있다.

    ‘이름이 같은 스킬이니까, 안영지도 스킬 레벨을 올리면 화룽의 조련사처럼 몬스터를 길들일 수 있을 거다. 물론 그렇게 되는 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말이야.’

    어째 상황이 조금 복잡해졌다.

    브리더 각성자로 각성한 안영지는 조련사로 활동하려면 생각보다 시일이 걸릴 것 같다.

    “마수 조종을 계속 사용하다 보면 몬스터가 익숙해지면서 조련이 될지도 몰라요. 일단은 스킬을 계속 사용해 보죠. 스킬 레벨도 올릴 겸.”

    * * *

    “슬슬 지치는데요.”

    “만티도 지친 것 같아요.”

    “흐으음…….”

    하루 만에 포기하기는 이르지만, 그래도 새끼 만티코어가 나에게 적응하는 속도와 안영지에게 적응하는 속도가 너무 다르다.

    게다가 마수 조종으로는 학습이 축적되지 않는 것 같았다.

    오히려 반발심이 들어 처음보다 만티코어가 안영지를 훨씬 더 경계하게 되어 버렸다.

    ‘뭔가 방법이 없으려나.’

    그때 머릿속으로 떠오른 것은 영혼 동조.

    ‘의지를 전달할 수 있기도 하다고 했는데. 안영지가 안전한 사람이라는 걸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게 마수 조종과는 달리 학습의 효과를 낼 수 있다면…….’

    이 스킬이 내 생각대로 통한다면 후에 다른 몬스터들에게 주인을 인식시킬 좋은 방법이 될 거다.

    “만티야.”

    “컁?”

    츠츠츳.

    만티코어를 향해서 영혼 전이 스킬을 사용했다.

    ‘안영지는 우리 편이다. 안영지는 우리 편이다. 안영지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며, 해를 끼치지 않을 거다.’

    츠츠츠츳…….

    계속해서 전이의 힘을 쓰며 만티코어를 쓰다듬는다.

    “캬앙? 캬앙…….”

    의지가 전달되는 것인지 만티코어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캬아앙?”

    동그란 눈이 나와 안영지를 번갈아 본다.

    “만티, 영지 씨는 우리 편이야.”

    “캬웅, 캬웅.”

    하지만 쉽게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모양이다. 만티코어는 내 주변을 어슬렁거리면서 계속 눈치를 봤다.

    하기야 아까부터 몇 시간 동안이나 훈련을 지속해 왔고 거부감이 드는 마수 조종을 겪은 탓일 거다. 하지만 만티야, 집중해! 넌 할 수 있어! 우린 해낼 수 있어!

    “캬우웅……. 캬우우우웅…….”

    스킬을 사용한 지 30분이 흘렀다.

    만티코어는 내 냄새를 맡았다가 몸을 비볐다가 안영지의 근처까지 살짝 다가갔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캬우웅…….”

    그리고 불만족스럽던 울음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영지 씨, 이제 다시 경단을 내밀어 봐요.”

    “앗, 네네!”

    멀찍이 떨어져 있던 안영지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온다. 원래라면 금방 움츠러들었을 만티코어가 이번에는 안영지를 주시하며 얌전히 앉아 있다.

    “만티야~ 자아. 우리 맘마 먹을까? 맘마?”

    스윽.

    안영지가 내민 손 위에는 조금 말랐지만, 먹음직스러운 경단이 있다. 결국 경단을 하나밖에 먹지 못한 만티코어는 코를 조금씩 벌름거리다가 몸을 일으켰다.

    “어?”

    “움직인다.”

    “캬아앙…….”

    만티코어는 아직 안영지가 두려운 것인지 한 발자국 갔다가 나를 돌아봤다가를 반복했다.

    나는 스킬을 멈추지 않았다.

    “괜찮아. 갈 수 있어.”

    “캬아오옹.”

    우리는 만티코어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얌전히 기다렸다.

    “킁킁, 킁.”

    드디어 만티코어가 안영지의 바로 코앞까지 다가갔다. 그러고는 이내 와구, 와구 경단을 먹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성공이다!”

    아까처럼 아주 맛있어하는 소리를 내지는 않았지만, 약간은 경계하면서도 경단을 먹고 있다.

    “갸웅, 캬웅.”

    “하준 님! 대단해요! 어떻게 이럴 수가.”

    “쉿.”

    “앗, 네네.”

    안영지는 제 손에 들린 경단을 먹는 만티코어를 보면서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녀가 쓰다듬으려고 하자 만티코어가 경단을 먹는 것을 중단하고 살짝 뒤로 물러난다.

    “우우, 아직 이거까지는 안 되나 봐요.”

    “오늘은 여기서 만족하죠.”

    “네! 사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안영지가 기쁜 듯이 활짝 웃어 보인다.

    휴. 이게 통한다는 걸 알았으니까 한시름 놓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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