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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78화 (178/250)
  • 제178화

    제178편

    상황은 신선 길드 건물에 도착해서 벌어졌다.

    일단은 다시 폭주할지도 모르는 안영지를 각성자용 훈련실에 데려간 다음, 이번에는 천천히 스텟이나 스킬에 관해서 묻던 차였다.

    새로운 S급 각성자가 길드원이 되는 것도 엄청나게 놀랍고 대단한 일이어서 더 놀랄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무슨 스킬이 있다고요?”

    떨리는 내 목소리에 안영지는 조금 당황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약간 움츠러든 목소리로 다시 내게 천천히 웅얼거렸다.

    “알껍데기 깨우기랑 마수 조종이요.”

    “알껍데기 깨우기의 내용이 뭐라고 했죠?”

    “몬스터의 알을 부화시킬 수 있다.”

    그녀의 말에 나는 숨을 다시 한번 들이켰다.

    브리더. 그녀는 브리딩 스킬이 있는 각성자였다.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던 브리더 헌터.

    ‘일이 이렇게 굴러가다니. 이런 식이면 우리에게 더는 화룽의 힘이 필요 없지.’

    꿀꺽.

    침이 삼켜지는 소리가 귓가에서 크게 들린다.

    ‘그녀를 지키는 일도 중요하겠어.’

    몬스터를 부화시키고 길들일 수 있는 헌터를 데리고 있는 덕분에 전 세계를 쥐고 있는 화룽. 그런 화룽의 권력을 위협하는 각성자의 등장이다. 머리가 복잡해진다.

    “영지야! 정말 대단하다.”

    안영원이 손뼉을 짝 소리가 나게 치는 바람에 나도 언뜻 정신이 돌아온다.

    “이걸로 정말 하준 님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아냐?”

    “그, 그래?”

    제 오빠의 말을 듣고 안영지의 표정이 한껏 풀어진다.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이미 영지 씨는 S급 각성자인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신선 길드에게 도움이 된다고요. 그런데 브리딩 스킬이라니.”

    안영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그녀는 각성 이전에는 각성자에 관해서 관심이 별로 없었다.

    “전 세계에 몬스터 알을 깨울 수 있는 각성자는 단 한 사람, 아니 이제는 영지 씨가 있으니까 단 두 사람뿐이라고요.”

    “헤에……. 그렇게 말씀하셔도 실감이 잘 나지 않는걸요.”

    그녀는 머리를 긁으며 어색하게 웃어 보인다.

    “게다가 지금은 스킬을 사용해 볼 수 있는 알도 가지고 있으니까.”

    품 안에 있는 만티코어의 알을 내려다보았다. 한세희의 얼굴이 떠오른다. 어찌되었든 간에 그가 원하는 대로 알을 부화시켜 줄 수 있게 됐다.

    ‘잘됐다. 화룽에게 맡길 필요 없이 우리 손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생기다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알을 포대기에서 풀러 냈다.

    ‘다만 아쉬운 건, 알을 넥스트 레벨로 진화시킬 수 있는지 없는지에 관한 걸 알아내지 못했다는 거지. 하지만 사실 그건 이후에 다른 알을 구해서 실험해 보는 방법도 있으니까.’

    만티코어의 알은 한세희의 알이고 계약상으로도 알의 부화가 목적이었으니까. 알을 부화시키기만 한다면 내 할 몫은 다 한 게 된다.

    이제는 얼마든지 더 실험해 볼 수 있는 여력이 생기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만티코어의 알을 홀대하고 싶은 마음은 아니었기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스킬을 사용해 볼 수 있겠어요?”

    “으응, 해 볼게요. 하준 님 덕분에 전 이제 완전히 아무렇지도 않아요. 금방이라도 전투에 나갈 수 있을 것 같은걸요.”

    안영지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가 머리를 긁었다.

    “일단은 마음만요.”

    “스킬을 쓰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아요. 그냥 사용하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되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안영지가 알을 받아 갔다. 그리고 무릎에 알을 올려놓고 손을 얹는다. 지그시 눈을 감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1분이나 2분쯤. 정적이 흘렀고 모두 긴장한 채로 그녀와 알을 보았다.

    쩍, 쩌적.

    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헉!”

    “우와!”

    나는 안영원이 놀라 앞으로 다가가려는 것을 저지했다.

    “조심, 알이 태어나고 있는 거니까요. 혹시라도 방해가 될지도 몰라요.”

    “앗, 네넵. 알겠습니다.”

    안영원이 두 손을 들고 뒤로 물러난다. 그 와중에도 알에서는 빠직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만티코어가 태어난다.’

    빠직, 빠지직.

    “뀨아아! 우부부바바!”

    등 뒤에 매달린 흑단이가 저도 보겠다며 몸을 움지럭거린다.

    포대기를 풀러 흑단이를 앞으로 매자, 드디어 만족했다는 듯이 버둥거림을 멈췄다.

    빠지직!

    포옥.

    커다란 알껍데기 하나가 슝 하고 튀어 올랐다. 그리고 알에서 작은 머리통이 모습을 드러낸다.

    “크아앙!”

    “어이쿠, 우렁차잖아.”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포효하는 작은 사자의 머리통, 그리고 그 아래로 두툼한 앞발이 보인다.

    ‘녀석, 크게 자라겠는걸.’

    등 뒤에는 작은 날개가 보인다. 아직 축축하게 젖어서 곧장 날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흑단이의 것보다 훨씬 튼튼하고 큰 날개다.

    “크아아앙!!”

    녀석은 나름 공격적인 울음이라고 낸 것이겠지만, 울음소리는 새끼 고양이처럼 가냘프다.

    빠지직, 빠직.

    껍데기를 완전히 부수고 나오며 안영지의 무릎에서 뒤뚱거리는 새끼 만티코어는 솔직히 말하면 무척이나 사랑스럽게 생겼다.

    무언가의 새끼는 다 귀여운 걸까.

    새끼 사자의 몸에 박쥐의 날개도, 하다못해 전갈처럼 날카로운 꼬리도.

    한세희에게 보내기 싫어질 만큼 귀엽다.

    “쿠아앙!”

    뒤뚱거리며 어느새 알을 완전히 벗어난 만티코어가 안영지의 무릎이 마치 단상이나 절벽 위라도 되는 것처럼 의기양양하게 섰다.

    그러고는 주변을 살피며 낮게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방금 태어났는데도 사납구나.”

    그 모습조차 사랑스럽게 느껴지다니, 뭔가에 씐 것 같은 기분이다.

    “어, 우아…….”

    안영지는 축축해진 무릎 위에 선 아기 만티코어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뻣뻣하게 굳어 있다.

    “일단 가만히 있어 봐요.”

    “네, 알겠어요.”

    지금 상황에서 제일 중요한 건 새끼 몬스터의 안전이다.

    계약도 계약이지만, 어린 생명체가 어떻게 될지 전혀 짐작할 수 없으니 나도 모르게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흑단이의 경우에는 그래도 금룡 녀석이 뭔가 해 줄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 그나마 마음이 편했는데.

    물론 금룡 녀석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모양이지만……. 어쨌든, 이 만티코어의 경우에는 혼자 완전하게 태어났기 때문에 사실상 나도 몬스터의 탄생을 처음 보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확실히 흑단이와는 달리 태어나자마자의 움직임이 역동적이다.

    “으르릉…….”

    새끼 만티코어가 주위를 경계하며 천천히 뒤를 돌아 안영지를 본다.

    “으으르르릉, 크르릉. 킁킁, 킁킁.”

    녀석은 안영지의 냄새를 맡더니 다시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아앗!”

    안영지가 겁에 질려 눈을 질끈 감는다. 아무리 새끼지만, 맹수의 앞에서 해서는 안 될 행동.

    “마수 조종 스킬을 사용해 봐요!”

    “앗, 네, 넵!”

    츠츠츳.

    안영지가 마수 조종 스킬을 사용하자 그녀의 눈이 색다른 빛으로 빛났다.

    “그르르……! 끄응……. 끼이잉.”

    한동안 두 존재가 시선을 주고받았다. 그랬더니 만티코어의 기세가 조금 수그러들었다. 곧 만티코어는 꼬리를 내리더니 안절부절못하고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나와 눈이 딱 마주쳤다.

    “꾸아앙! 카아앙!”

    게다가 그냥 짖는 게 아니라 뭔가를 요구하는 듯한 울음소리다.

    그 울음소리에 나도 모르게 녀석에게 다가갔다.

    “하, 하준 님!”

    “조심해, 만티코어는 꼬리에 독이…….”

    폴짝.

    내가 만티코어에게 다가가 몸을 낮추자 녀석이 내 품으로 뛰어들었다.

    “어라?”

    “어머머.”

    “우와…….”

    모두가 놀라 탄성을 뱉어냈다. 나 역시 무척 놀랐다.

    이제 막 태어난 만티코어가 나를 따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끼이잉. 가르릉.”

    내게 뛰어든 만티코어는 흑단이의 머리를 밟고 내 목으로 파고든다.

    마치 부모 품을 찾아 파고드는 것처럼.

    “조종 스킬은 제대로 먹혀들어 갔어요.”

    드디어 만티코어가 무릎을 벗어나자 안영지가 저린 다리를 주물럭거리며 말한다.

    “이 조종이라는 게 꼭두각시처럼 부릴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아니면…… 레벨이 오르면 뭔가 다르려나.”

    “아마 그럴 거예요. 지금은 레벨이 낮아서 기세를 누그러뜨리는 정도밖에 할 수 없었던 것 같아요.”

    내 말에 안영지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마수 조종은 설명란에도 일시적인 거라고 쓰여 있거든요. 이게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마수 조종의 한계인 것 같아요.”

    “흐음. 그렇군요.”

    그렇다면 만티코어가 내 품으로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그간 사용했던 소울메이트 스킬 때문인가?

    계속해서 목덜미와 품으로 파고드는 만티코어를 토닥여 주자 금방 그르릉거리며 고양이처럼 좋아하는 소리를 낸다.

    “그래, 그래. 그랬어요. 무서웠어요.”

    “그르릉, 그르릉…….”

    “삐이, 삐!”

    “어휴, 그래그래. 우리 흑단이도 동생이 막 눌러서 아파?”

    흑단이를 포대기에서 풀러 내려놓고 일단은 만티코어를 토닥거려 준다.

    “삐! 삐!”

    흑단이가 발을 바닥에 퉁기면서 불만스러운 내색을 하지만, 일단은 막 태어난 만티코어를 진정시키는 게 우선이다.

    “흑단이가 형아니까 참자, 알겠지?”

    “끼우우…….”

    “그르르릉.”

    “흐음.”

    나는 아예 자리를 잡고 바닥에 앉았다. 품에는 만티코어를 안고 무릎 위는 흑단이에게 내어준다.

    “일단 영지 씨는 걱정하지 말아요. 브리더 스킬을 처음 사용해 본 거기도 하고, 지금까지 알에게 내가 스킬을 사용하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이러는 걸 수도 있거든요.”

    “지금 우리 중에 누구 하나라도 따르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맞는 말이다.

    확실히 새끼 만티코어가 어떻게든 통제가 되어 주고 있으니까.

    ‘영혼 분별사를 사용해 볼까.’

    [만티코어]

    영혼 등급: B

    영혼 상태: 안정

    싱크로율: 77%

    ‘싱크로율이 전보다 높아졌어.’

    그 외에 다른 등급과 상태가 안정적이고 이전과 다를 게 없다.

    ‘이번에는 영혼 전이.’

    츠츠츳.

    따뜻한 감각이 서리는 손으로 만티코어를 쓰다듬어 주니 녀석의 고로롱거리는 소리가 한층 더 짙어진다.

    반짝이는 회색의 커다란 눈이 나를 올려다본다.

    온순하고 순종적이고 순수한 눈빛.

    “갸르르르…….”

    “삐이! 삐우우! 삐우!”

    아래에서 흑단이가 저도 만져 달라는 듯 머리를 마구 들이댄다.

    “그래, 그래. 우리 흑단이도 예쁘지. 착하지~”

    “정말 감동적인 장면이네요.”

    안영원이 감격한 표정으로 나와 새끼 몬스터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르르릉……. 고르르릉…….”

    “일단은 한세희 길드장님한테 연락해야 하겠는데……. 이걸 어떻게 전달해야 하나.”

    * * *

    놀랍게도 한세희는 내가 전화를 넣자마자 곧장 신선 길드로 달려왔다.

    “이렇게 금방 오실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생각보다 바쁘지 않으신가 봐요.”

    대호 형은 길드장이 된 뒤론 늘 바빠서 요샌 얼굴도 잘 못 보는데 말이다.

    “바빠도 이런 상황이라면 당연히 제일 먼저 달려와야죠.”

    그의 시선이 내 품에 안겨 있는 만티코어에게 꽂힌다.

    “정말로 몬스터 알을 부화시킬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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