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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77화 (177/250)
  • 제177화

    제177편

    내가 회귀해서 과거와 다른 행동을 할수록 상황은 변하고 미래까지 변한다. 그건 이미 각오하고 있던 차였다.

    그러니까 지금 안영지와 같은 상황은 내가 인지하지도 못하는 곳에서 이미 수없이 많이 일어났을 거다.

    첫날 전철에서 구했던 사람들부터 해서 말이다. 그중에도 어떤 식으로든 각성하게 될 각성자가 있을지 모른다.

    오늘 이렇게 갑작스러운 각성을 맞이한 안영지처럼.

    “후우, 우우…….”

    안영지는 폭주를 진정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었다. 한 차례 진정이 된 것 같았지만,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이었다.

    “본인 능력에 관해서 물어보는 건 더 자극이 될 것 같나요?”

    이럴 때는 계속 말을 걸어 정신을 흩어 놓는 편이 좋다. 너무 각성자의 힘에 집중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으응, 모르겠어요. 약간 무섭긴 한데…….”

    “아까도 그래서 폭주하게 되었었죠?”

    “후우……. 맞아요. 그랬던 것 같아요.”

    “일단 지금 느낌은 어때요.”

    “계속 불안해요. 불안하고…… 무섭고.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들고요.”

    “걱정하지 말아요. 당연히 잘 해낼 수 있죠. 당신은 S급인걸요.”

    내 말에 안영지가 픽 웃는다.

    “하지만 우리 오빠 말이, S급이라고 다 대단한 건 아니라면서. 은하준 님이 다른 S급들보다 훨씬 낫다고 그랬는걸요.”

    “그래요?”

    “읏……. 트, 틀린 말은 아니잖아요?!”

    뒤에서 안영원이 의자를 들썩거린다. 상태를 보아하니 포션으로 치료되지 않을 상처는 없는 모양이다.

    츠츠츳.

    안영지에게 영혼 분별사를 사용한다.

    [안영지]

    영혼 등급: B

    영혼 상태: 안정

    싱크로율: 77%

    높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영혼 등급의 상태도 좋다. 이렇게 불안정한 상태인데도 영혼 상태는 안정이다.

    ‘역시 영혼 등급이나 상태는 그냥 겉모습으로 보기와는 완전히 다른 무엇인가 보구나.’

    이번에는 디버프 대신 버프를 걸어 볼까 싶다.

    “어쩌면 좀 진정될 수도 있을 것 같은 스킬을 써 볼게요. 괜찮겠어요?”

    “우우, 뭐라도 좋아요. 지금은 떨림으로 의자를 박살 내 버릴 것 같으니까요.”

    “그래요. 이걸로 사슬을 풀 수 있게 되면 차라리 낫겠죠.”

    안영지가 고개를 끄덕이자 잘그락거리는 사슬 소리가 울린다.

    ‘소울메이트.’

    츠츠츳.

    가느다란 선이 내게서 나와 안영지의 뒤통수에 가 달라붙는다.

    “후, 우?”

    소울메이트가 연결된 감각에 안영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이거……. 괜찮은 것 같네요.”

    “어때요. 괜찮아요?”

    “응응, 뭔가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에요.”

    안영지는 폭주 중이니 소울메이트의 감각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내가 걸었던 디버프 때문에, 과하게 이완되었던 힘을 소울메이트로 다시 조여 준 셈일 테니까.

    “후우……. 후후. 후우…….”

    그녀의 표정이 한결 풀어졌다.

    “이제 사슬을 풀어도 될까요?”

    “너무 이르지 않아?”

    결이는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안영원이나 안영지 역시 마찬가지.

    “저는 좀 더 이렇게 있어도 돼요.”

    “그렇지만 너무 불편하잖아요. 이제 안정도 많이 된 것 같고.”

    “그, 그렇지만…….”

    “어차피 이건 영지 씨가 다뤄야 할 힘이에요. 게다가 우리 길드장님에 비하면 영지 씨 폭주는 폭주도 아닌걸요.”

    내 미소에 안영지의 표정이 더욱 풀어진다.

    “길드장님 폭주가 어땠는데요?”

    “사슬을 풀어주고 나서 이야기해 줄게요. 그때가 아마 길드장님 따님 생일이었을 거예요.”

    안영지를 위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가며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을 때 띠링, 하고 시스템 알람이 울린다.

    [축하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새로운 넥스트 레벨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으응?’

    나는 깜짝 놀라 잠깐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 레벨에 새로운 스킬이라고?

    “음? 왜, 왜요? 뭐가 잘못됐어요?”

    내가 말을 멈추자마자 불안해진 모양인지 안영지가 침을 꿀꺽 삼킨다.

    그녀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다.

    “아뇨. 그게 아니라……. 화장실 좀 다녀오고 싶어서. 하하하.”

    “아, 뭐예요. 그런 것쯤이야. 얼른 다녀오세요.”

    “하하하, 민망하네. 그동안 영원 씨랑 결이가 말 상대를 해 주세요. 불안하지 않을 법한 말로 말이야.”

    결이를 향해 코를 찡긋해 보였더니 머쓱하게 시선을 돌린다.

    “그럼 잠시만~”

    나는 황급히 화장실에 들어와 문을 닫았다.

    ‘와, 무슨 스킬을 얻었을까.’

    두근, 두근.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다.

    ‘스킬창!’

    츠츠츳!

    시스템이 홀로그램으로 스킬창을 띄워 준다.

    [영혼 전이-Lv.1]

    시전자의 감정, 상태, 의지를 전이할 수 있다.

    ‘영혼 전이 레벨 1이라고?’

    확실히 본 적이 없는 스킬이다.

    넥스트 레벨 스킬이기 때문이겠지. 회귀 전에는 넥스트 레벨이라는 것에 닿은 적이 없으니까.

    그런데 역시 스킬 설명은 어이가 없을 정도로 대충 쓰여 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누가 불친절한 시스템 딱지를 뺏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주 성실하신 시스템이시다.

    ‘시전자의 상태를 전이할 수 있다라.’

    알고 있는 스킬 중에 이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 스킬을 떠올려 보았다. 바로 ‘빙의’ 스킬.

    신선 걸음이라는 유체 이탈 스킬과 병행해서 쓰는 스킬인데, 레벨이 올라가면 상대의 육체를 잠깐이나마 탈취할 수 있는 무서운 스킬이다.

    하지만 그 스킬을 얻으려면 기본 레벨이 한참 남았다. 게다가 그 스킬은 거의 쓸 수가 없을 정도로 발동 조건이 어려워서……. 어쨌거나 넥스트 레벨 스킬이라고 확실히 말해 줬으니 같은 능력을 사용하는 건 확실히 아닐 거다.

    ‘지금 상황에 딱 알맞게 사용할 수 있으려나?’

    지금 밖에는 폭주가 아슬아슬하게 진정되어 불안한 상태의 S급 각성자가 있다.

    내가 감정 상태를 전이할 수 있다면 소울메이트를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안정감을 줄 수 있을 터.

    ‘좋아. 사용해 보자.’

    소울메이트를 사용하는 중이기 때문에 더욱더 스킬이 잘 먹힐 수도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화장실 밖으로 나오자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이야기 좀 하라니까 왜 이런 분위기예요?”

    “아아, 그게……. 무슨 이야기를 할라 치면 영지가 불안하다고 난리잖아요. 이래서야 길드원들이 도착한다고 해도 집에서 제대로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흐엥…….”

    안영지가 고개를 푹 숙인다.

    제 자신을 조절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한 덕에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혀 있다.

    “영지 씨, 힘을 내요. 할 수 있어요. 그럼 제가 스킬을 하나 더 써 볼게요.”

    “스킬을요?”

    안영지는 마치 초콜릿이나 사탕을 주겠다는 말을 들은 다섯 살 아이처럼 기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뭐라도 해 주세요. 하준 님이라면 믿어요!”

    “고마워요. 사실…….”

    처음 써 보는 스킬이라고 하면 분명 더 불안하겠지. 그래, 그건 비밀로 하자.

    “사실?”

    “사실, 좀 감동이라고요. 믿어 줘서 정말 고마워요.”

    “……응!”

    게다가 감정과 상태를 전이한다고 하면 내 상태가 좋아야 하는 거다. 그러니까 정신을 집중해야지.

    츠츠츳.

    “영혼 전이.”

    스킬을 사용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안영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츠츠츠츳. 따듯한 기운이 내 손에서부터 안영지에게 퍼져 나간다.

    그리고 눈앞에 게이지가 떠오른다.

    바 형태로 된 게이지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차오르고 있었다.

    ‘이거구나. 제대로 되고 있는지 아닌지까지 알려 주네. 이 정도면 불친절한 시스템 타이틀을 떼어야 할지도 모르겠는걸.’

    게이지가 천천히 올라가 결국 거의 끝까지 차오른다.

    “어…….”

    “어때요?”

    “아까보다 훨씬 더 안정되는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 사라져요. 뭔가 정말 홀가분해진달까.”

    “좋네요.”

    생각했던 것과 같은 반응이다. 다행이야.

    ‘잘 사용하면 쓸모가 많은 스킬이겠는데?’

    일단 이 스킬을 통해서 폭주하는 각성자들을 폭력적인 방법이 아니어도 진정시킬 수 있을 거다. 그리고 만약 이 스킬이 몬스터에게도 사용이 가능하다면.

    어쩌면 몬스터를 브리딩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부르르르.

    주머니 안에서 휴대폰이 울린다.

    휴대폰을 꺼내 액정을 확인하니, 길드에서 온 전화다.

    * * *

    “와, 진짜 장난 아니었네요.”

    “그렇다니까요. 그때 결이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정말 어떻게 됐을지 아무도 모른다니까요.”

    길드로 향하는 차 안에서 안영지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는 완전히 진정된 상태로 직접 걸어서 차에 올라탈 수 있었다.

    조금의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도 안영지는 거의 평범한 상태와 같아졌다. 이제 길드로 가서 이런저런 확인을 해 보고 힘을 조절하는 방법을 가르치면 될 터.

    “하아……. 정말 오늘 하준 님이 안 계셨으면 저는 어떻게 됐을까요.”

    “에이, 집은 좀 무너졌겠지만. 그래도 괜찮았을 거예요.”

    “집이 무너지면 절대 괜찮지 않은 거죠. 그럼 저희가 신선 길드에 무슨 낯으로 다녀요.”

    안영원이 뒷좌석에서 웅얼거렸다.

    “이제는 그런 걱정 전혀 안 하셔도 되겠네요. 영지 씨가 S급이잖아요.”

    “아.”

    “뭐, 사실 길드를 정하는 건 영지 씨 자유지만요.”

    내 말에 안영지가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짓는다.

    “에엑? 저 그렇게 배은망덕한 사람 아니에요!”

    “응?”

    “지금까지 오빠랑 제가 얼마나 많은 신세를 졌는데……. 그리고 하준 님이 아니었으면 전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을 수도 없었을 거라고요.”

    그녀의 눈에서 또다시 포털의 빛이 일렁거린다.

    “일단 진정, 진정! 영지 씨 진정하세요.”

    “참 나. 제가 S급으로 각성했다고 다른 길드에 들어갈 거라고 생각하시다니. 섭섭해요.”

    “죄송합니다!”

    “아니, 사실 하준 님이 죄송할 일은 아니지만 말이에요. 전……. 저랑 오빠는 정말 하준 님에게 감사하고 있거든요. 그냥 단순히 팬클럽 회원이라서 그런 게 아니고요. 생명의 은인이시잖아요.”

    그녀의 말에 안영원도 고개를 끄덕인다.

    “애초에 던전에서도 하준 님 아니었으면 저는 죽었을 겁니다.”

    “그런…….”

    “그러니까 우리 남매는 하준 님의 발닦개가 될 생각이라고요.”

    “뭐요? 푸하하.”

    진지한 분위기에 갑자기 발닦개라니.

    하여간 이 안씨 남매도 참 독특하다.

    “그렇게 말해 주니까 정말 고마워요. 우리 신선 길드 입장에서나 내 입장에서나 두 사람이 그렇게 말해 주면 더할 나위 없죠.”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S급 헌터가 더 등장하더라도 당분간은 신선 길드의 S급 보유력을 따라잡기 힘들 거다.

    S급 헌터가 4명이나 같은 길드에 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더 놀랄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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