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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72화 (172/250)

제172화

제172편

“감사해요, 은하준 님!!”

고양이 이동장을 끌어안은 여성이 꾸벅 인사를 하고 멀리 사라진다.

“너튜브라…….”

“주인님, 정말로 브이로그를 하실 셈이에요?”

“글쎄. 귀찮긴 한데. 동영상 편집하는 방법도 모르니까.”

“그거야 김예리한테 시키면 되죠.”

망량이가 불꽃을 타닥타닥 튀기며 웃음을 터트린다.

“너 예리 누나를 완전 노예 취급하는 것 아냐?”

“에이, 설마요.”

“그런 것 같은데.”

“아니라니까요? 김예리가 주인님을 얼마나 따르는데요. 뭐라도 시켜 주면 오히려 너무 좋아할걸요? 사실 저는 눈치채고 있었어요. 김예리가 계속해서 주인님을 찍고 싶어 하는 걸 말이에요.”

“뭐? 그랬단 말이야?”

“당연하죠.”

확실히 김예리는 영상을 찍고 만드는 데 전문이니까 맡기면 좋은 영상을 뽑아낼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뭐, 일단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다시 에스퍼 시야를 발동한다. 아직 구조되지 못한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한가하게 브이로그 이야기나 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

그때 섬뜩한 기운이 목덜미를 스친다.

파아앗!!

바로 자리를 벗어나자 간발의 차로 날카로운 무엇인가가 비껴 지나갔다. 곧장 움직이지 않았으면 그건 분명 내 머리에 명중했을 거다.

퍼억.

건물 벽에 박힌 건 수리검이었다.

“무슨…….”

“용감하게 혼자 다니는 이유가 있었네.”

낯선 목소리.

목소리의 주인은 온통 검은 옷과 복면으로 몸을 가리고 있었다.

“누구냐?!”

“말해 줄 의미가 있을까?”

휘이익.

엄청나게 빠른 움직임으로 발차기가 이어진다.

“윽!”

속도를 겨우 따라갈 수 있어서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남자가 사용하는 것은, 고도로 훈련된 체술인지라 막아내도 큰 충격이 몸을 압도한다.

퍼억! 퍽! 쉬익!

이렇게 단련되고 정제된 움직임이라니. 보통 각성자가 아니다.

“빠르네.”

“……크읏!”

“주인님!!”

망량이가 달려들자 남자는 유연하게 불길을 피해낸다.

“쯧. 귀찮게.”

후욱, 훅!

망량이의 움직임도 느린 것이 아닌데, 남자는 완전히 그 움직임을 따돌리고 있었다. 그러고는 내게서 조금도 멀어지지 않고 피함과 동시에 그대로 공격을 이어 나갔다.

[서울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던전의 포털이 열리는 현상이…….]

어느 집에서인지 틀어 놓은 티브이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고 저 멀리에서는 폭격음과 괴물의 울부짖음이 울려 퍼진다.

“크으윽!”

남자의 공격을 막아낸 팔과 손이 아려 오기 시작한다.

“그래. D급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강하군. 이래서 없애 버려야 한다고 말했는데. 다들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무슨 소리지?!”

“넌 몰라도 되는 소리지.”

이런 개자식이. 그럴 거면 혼잣말하지 말던가!

쏘아붙이고 싶지만,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있다. 알과 흑단이를 지키면서 움직이니 더욱 힘에 부친다.

복면 사이로 보이는 남자의 검은 눈동자는 내가 그런 움직임을 취할 때마다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알과 흑단이를 노리고 온 자인가?’

그런 사람이 생길 거라는 생각은 했다.

각성자라면, 헌터라면 누구나 원하는 펫 아닌가. 급격한 전투력 강화를 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러니 이런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무력으로 펫을 빼앗으려는.

“쓸데없이 머리를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

남자는 피식 웃더니 더욱 맹렬하게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크윽, 원하는 게 펫이냐?!”

“허? 정말로 쓸데없이 머리를 굴리고 있던 게 맞았네. 내가 펫 따위에 관심이나 있을 것 같아?”

“그럼 대체…….”

휘익.

남자가 내지르는 주먹을 흘려보내면서 잠깐의 틈이 보였다. 나는 그대로 그 틈을 노려 손을 뻗었다.

촤아악!

순식간에 남자의 복면이 찢어졌다.

“큭.”

남자는 얼굴을 가리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이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하기야, 어차피 이 자리에서 죽을 자인데 내 얼굴을 본다고 한들 뭘 할 수 있을까.”

“펫이 목적이 아니라 내 목숨이 목적인가?”

“이제야 그걸 깨닫다니. 왜 지금까지 네 목숨이 붙어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군.”

남자의 살기가 온몸을 조여 오기 시작했다.

각성자의 기세.

“쿨럭.”

가만 보니 B급 이상의 각성자인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아주 못 당할 기세도 아니다. 이 몸은 성현준 대위의 무자비한 기세에 아주 이골이 난 사람이라고.

갑자기 그 심드렁한 얼굴이 떠오른다. 이걸 감사하다고 해야 하나.

“호오……. D급 주제에. 상위 헌터의 기세를 이겨낼 수 있다니. 내가 너를 금방 죽이지 않은 이유가 그거야. 넌 대체 뭐지?”

대체 뭐냐니. 그건 내가 물을 말이라고 이 괴한아!

……괴한?

“죽이지 못하는 건 아니고?”

“뭣…….”

히죽 웃어 보이자 녀석은 기분이 상한 모양인지 미간을 잔뜩 찌푸린다. 그러고 보니 이 자식 나보다도 훨씬 어려 보이는데. 미성년자는 아니겠지.

‘아니 무엇보다…….’

이제야 괴한의 이목구비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는데, 녀석의 귀걸이가 눈에 들어왔다.

‘금색, 꽃 모양…….’

이건 낯이 익다. 설마.

“너……. 설마 테러를 일으켰던 그 괴단체 소속인가?”

“상상력이 완전 바닥이지는 않군.”

뭐야, 대체?

그 단체는 분명 소탕되었다고 했었는데. 잘못된 사실이란 말인가? 잔당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기는 했다.

“괴단체의 잔당 무리구나.”

“후훗. 잔당? 그럴까? 애초에 진압당한 쪽이 본체는 맞을까?”

타앗, 탓. 쉬이익.

다시 거리를 좁혀 와 몰아치는 남자의 공격.

‘크읏, 이대로는 안 되겠어.’

나는 겨우 남자의 주먹을 따돌리고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그리고 포대기를 풀며 망량이에게 외쳤다.

“최대한 도망가!”

“하지만 주인님!!”

“이럴 시간 없어!”

터억.

포대기를 넘겨받은 망량이가 휘청하더니 곧 먼 곳으로 포르르 날아갔다.

“얼씨구. 애들만은 살려 보내겠다 뭐 그런 건가? 눈물겹네.”

“애들한테 너무 폭력적인 걸 보여 주기 그래서 그런 거지.”

“던전 사냥에도 데려가면서 폭력은.”

남자가 피식 웃는다.

“넌 우리에 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그렇다면 너희는 나에 관해서 뭘 얼마나 알고 있는 거지?

물론 알이나 흑단이를 던전에 데려가는 것 자체는 비밀이 아니니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오늘 이 사태를 일으킨 것도 너희 짓이냐?”

“재밌군. 너는 인간이 던전을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뭐? 당연히……. 그럴 수 없지.”

“하지만 어머니라면 가능하다.”

“뭐?”

남자가 낮게 키득거린다.

“그런 바보 같은 표정이라니…….”

내게 더 상냥하게 설명해 줄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짜증 난다니까.”

“응?”

“너네. 진짜 짜증 난다고. 아주 그냥 사람 속을 답답하게 해!!”

이판사판이다.

할 수 있는 한 가장 맹렬하게 남자를 향해 공격을 가했다.

촤르르륵.

억압의 손길을 이용해 남자의 퇴로를 최대한 막고 주먹을 휘둘렀다.

쉬이익. 뻐어어억!!

‘제대로 들어갔다.’

홱!!

남자의 고개가 무참히 젖혀진다.

반짝. 그의 귀에 걸린 금색 꽃 문양 귀걸이가 달빛을 받고 더욱 선명하게 빛났다.

휘이익!!

나는 그 귀걸이를 낚아챘다.

뿌드득.

“크아악!”

남자는 고통스럽게 귀를 감싸 쥐었다. 그러나 이미 귀걸이는 내 손안에 들어왔다.

“너…… 이 자식! 끝장을 내 주마.”

“그래. 어디 한번 해보시지.”

나는 얼른 귀걸이를 재킷 주머니 안에 넣고 주먹을 내질렀다.

콰아앙!!

남자의 주먹과 내 주먹이 서로 부딪히며 타격음을 냈다.

‘크으읏……. 아슬아슬해. 하지만…….’

츠츠츳.

스킬 불길한 예감을 박아 넣자 남자의 움직임이 살짝 둔해진다.

‘내게는 디버프 스킬이 있다고!’

쉬익, 그리고 늦게나마 새벽의 검을 꺼내 들었다.

챙.

그러자 남자도 단검을 한 자루 꺼내 든다.

“대체 나를 노리는 이유가 뭔지 들어나 보자!”

“뭐겠어? 네가 우리 일에 방해가 되니까지.”

카앙! 두 검이 맹렬히 부딪히니, 불꽃이 튈 정도다.

“그러니 죽고 싶지 않았으면 혼자 다니질 말았어야지.”

“하, 내가 순순히 혼자 죽어 줄 줄 알고.”

“흥!”

남자는 으스대고 있지만, 나는 슬슬 그의 패턴을 읽어내고 있었다. 불길한 예감 디버프 덕에 그의 움직임은 더욱 둔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이제는 버벅거림이 보일 정도.

“하앗.”

쉬이익!!

차르르륵.

“크윽.”

드디어 사슬이 남자의 몸을 잡아채는 데 성공했다.

차르륵, 츠륵. 사슬로 남자의 몸을 꽁꽁 묶는다.

“크아악! 내가…… 내가 지다니?!”

“그 정도 실력으로 나를 죽이겠다고?”

남자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나도 알과 흑단이를 포대기로 메고 있는 바람에 행동이 무뎌졌던 게 컸다.

오랜만에 자유의 몸이 되니 움직임이 훨씬 가볍고 빨랐다.

이게 바로 모래주머니를 차고 훈련하는 격인가?

“자, 이제 내가 이겼으니까 모든 걸 사실대로 말해.”

“크으윽…….”

“소탕되지 않은 잔당이 얼마나 남아 있는 거지? 근거지는 또 어디고. 어디에서 또 사람들을 해칠 나쁜 계획을 짜고 있는 거냐고.”

“으윽, 말해 줄까 보냐.”

“이곳에는 나뿐만 아니라 서울의 수많은 헌터와 길드가 모여 있어. 내 힘으로는 캐내지 못할지 몰라도 그들에겐 손쉽겠지.”

“으으윽…….”

“그러니 순순히…….”

까드득!

어금니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남자의 몸이 폭발했다. 순간적으로 엄청나게 뜨겁다는 생각과 동시에 엄청나게 차갑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눈을 깜빡였을 때 나는 높은 상공에 있었고 아래에는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나고 있었다.

테러 현장에서 봤던 그 폭발.

테러범들을 모두 녹여 버렸던 그 화염.

“휴.”

내쉬는 한숨에 돌아보니 잔뜩 지친 얼굴의 한세희가 있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어요.”

한세희에게 들려 있다는 것도 아래의 광경도 믿기지 않았다.

“그는…….”

“죽었겠죠.”

“그런…….”

한세희는 더 자세한 상황을 묻지 않는다.

주위를 둘러보니 폭발과 떨어진 다른 쪽에서도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었다.

“포털이 열린 게 이곳뿐만이 아니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런 괴물’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인트루더를 뱉어내는 포털이 열렸죠. 다수의 헌터들이 다른 현장에도 파견되었어요. 전력이 분산되었습니다.”

담담하게 상황을 설명할 뿐이다.

그래서 방금 내게 있었던 일이 더욱 현실감이 없게 느껴진다.

“이거…….”

나는 한세희에게 들린 채로 주머니에 있던 귀걸이를 꺼냈다.

“…….”

귀걸이를 알아본 한세희의 표정이 굳어진다.

그래. 그도 그럴 것이, 한세희와 서광 길드가 정부와 손을 잡고 직접 괴단체를 수사하고 잡아들였으니까.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했군요.”

“마무리가 아니에요. 그는……. 그는 마치 그 단체에는 아무런 손상이 가지 않은 것처럼 태연하게 말했어요.”

내 말에 한세희의 표정이 굳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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