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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70화 (170/250)
  • 제170화

    제170편

    “자주 보니까 좋네요.”

    좋기는 개뿔.

    아닌가.

    지금 상황에서는 나쁘지 않다. 오히려 좋아.

    츠츠츳.

    사아아아.

    퍼져 나가는 냉기로 괴물의 창이 얼어붙는다.

    “그르르…….”

    괴물은 잠시 그 모습을 보더니 창에서 손을 떼고 맨손으로 한세희를 가격한다.

    퍼어억!

    한세희는 괴물의 공격에 만만히 당하고 있지 않았다.

    장갑을 벗고 냉기가 발산되는 손으로 괴물의 주먹을 막아낸다.

    “크읏.”

    하지만 괴물 역시 강력했다. 주먹을 막아낸 한세희의 몸이 뒤로 밀리며 이미 망가진 바닥이 패기 시작했다.

    그그그…….

    “이 녀석들은 그 녀석들이군요.”

    “맞아요.”

    타앗!

    한세희가 괴물의 주먹을 내치고 나를 안으며 뒤로 멀리 물러난다.

    앞뒤로 맨 포대기 때문에 영 자세가 엉거주춤한다.

    “전 괜찮아요.”

    “……알이 다칠까 봐요.”

    한세희가 눈을 내리깔며 만티코어의 알을 본다. 이질적인 흰색 속눈썹이 눈에 들어온다. 알비노? 뭐 그런 건가?

    한세희를 직접 만나기 전에는 그가 염색을 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S급답게 정말 독특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알비노의 경우에 눈동자가 붉거나 보라색을 띠거나 한다던데 그 정도는 또 아닌가 보다.

    옅은 갈색의 시선이 만티코어의 알에 꽂혀 있다가 나를 본다.

    “은하준 씨는 알의 안전을 가장 최우선으로 삼아 주시죠.”

    “아, 알겠습니다.”

    무례하게 너무 사람 얼굴을 넋 놓고 봤나 싶어서 민망해졌다.

    타앗.

    나를 내려놓은 한세희가 앞을 지키고 서 있다.

    괴물 녀석은 얼어붙은 창을 털어내며 우리 쪽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래도 어그로가 확실히 끌려서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있네요.”

    “난폭한 종류는 아닌 것 같군요.”

    스스…….

    한세희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 그의 냉기에 온몸이 서늘해진다.

    그러고 보니 한세희는 어떻게 이렇게 빨리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던 걸까?

    가장 먼저 연락했던 우리 길드 사람들이 도착하기도 전인데 말이다.

    “이대로 물러서죠.”

    앞에서 들려오는 한세희의 목소리에 파드득 놀랐다. 그리고 그의 지시에 따라 괴물과 거리를 맞추며 슬며시 뒤로 물러났다.

    점점 더 넓은 곳으로 가기 위해서.

    이렇게 좁은 곳은 우리가 너무 불리하다.

    휘익. 쉬이이익!!

    괴물이 창을 내던져 우리에게 공격을 가한다.

    차르륵!

    억압의 손길을 이용해 창의 속도를 떨어트리고 마지막으로 한세희가 창을 막아낸다.

    좋았어.

    이걸로 어느 정도 공격을 막고 있다.

    “…….”

    그런 공격이 두어 번 반복되자, 괴물이 갑자기 우뚝 멈춰 섰다.

    “……?”

    “움직일 생각이 없나 본데요?”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아닌 것 같군요.”

    울룩, 불룩.

    잠깐 사이에 괴물의 신체가 변형되고 있었다.

    “이런…….”

    드득, 우드득.

    꿀렁꿀렁.

    괴물은 순식간에 그 모습을 바꿨다.

    촤아악! 괴물의 등 위로 날개가 뻗치고 여섯 개의 다리를 달고 있던 하반신이 마치 지네처럼 변해 무수히 많은 다리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상반신에는 사람의 것을 닮은 팔이 두 개 더 생겼다.

    “으윽, 많다고 다 좋은 건 아니라고~!”

    “징그러워요, 주인님!”

    “삐우우! 이욱!”

    흑단이마저 녀석의 징그러움에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문제는 녀석의 겉모습만 변화한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스스스. 쿠과가가강!!

    녀석은 마치 바닥을 기듯이 납작 엎드리더니 미친 듯이 우리 쪽으로 돌진해 왔다.

    이거 분명 어디 공포 영화에서 본 것만 같은 장면이다.

    “으아아!”

    당연히 맞설 수 없었기에 나는 높이 뛰어 피했다. 하지만 한세희는 녀석의 공격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맞선다.

    콰아아앙!!

    둘이 부딪히는 순간 도로가 파괴되고 건물의 유리창이 모두 박살 났다. 낡은 빌라 건물들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거나 부서져 내렸다.

    엄청난 먼지바람이 일어 둘의 모습이 완전히 가려진다.

    “이런……. 장난 아니잖아.”

    “다행히 무너진 건물 내에 사람은 남아 있지 않아요.”

    “정말 다행이네. 그사이에 대피를 끝냈나 보군.”

    츠츠츳.

    N번째 눈 중 에스퍼 시야를 사용해 주위를 훑어본다.

    “대부분 대피했어.”

    후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 무섭게 오싹한 기운에 먼지구름 아래를 본다.

    휘이익!

    퍼억!!

    “윽!”

    날아온 건 한세희다.

    공중에서 그와 부딪혀 거의 50M가 넘게 날아갔다.

    “괘, 괜찮아요?”

    정말 잠깐 사이였는데 한세희의 머리에서 붉은 피가 흐르고 있다.

    피도 흰색일 것 같았…… 아니, 이게 아니라.

    “괜찮아요. 다만…… 녀석이 더욱 강해진 것 같아요. 아니면 지금껏 힘을 아끼고 있었다는 게 맞는 말이겠죠.”

    “그런…….”

    콰아아!!

    먼지구름을 뚫고 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주위를 살펴보던 붉은 시선이 멀리 떨어진 우리에게 꽂힌다.

    쿠과가가가!!

    녀석은 앞에 있는 건물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일직선으로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낡은 건물들은 힘없이 붕괴하고 있다.

    “알을 갖고 대피하도록 해요.”

    “무슨……. 그렇지만, 한세희 길드장님 혼자서 상대할 수 있는 녀석이 아니에요.”

    “은하준 씨보다는 시간을 끌 수 있을 겁니다.”

    순간 서해에서의 한세희가 떠올랐다.

    그의 전투 방식이 어떤 것인지 안다. 과연 그를 혼자 내버려 둔다면 남아 있는 시민들을 제대로 보호할까 싶은 의심이 들었다.

    “버프를 걸 수 있게 해 주세요.”

    “……이전에 내게 쓰려고 했던 그 스킬 말입니까?”

    “네.”

    “난 누가 나를 파헤치는 걸 싫어합니다.”

    선택한 단어가 거칠다.

    처음 한세희에게 영혼 분별사 스킬을 사용했을 때가 떠오른다.

    실패에 당황했고, 또 한세희의 눈빛과 분위기에 겁먹었었지.

    그래요, 이미 그때 당신이 이런 걸 싫어한다고 다 알아차렸지 말입니다.

    게다가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나라도 그렇다.

    장우택이 내 스탯을 단번에 확인해 버렸을 때 나도 무진장 당황했으니까. 그렇군. 한세희에게 스킬을 처음 사용했을 때 바로 튕겼던 건 바로 이것 때문이었나 보다.

    타인의 스탯을 읽어 버릴 수 있는 장우택과 이미 친분이 있었으니까, 매사에 남이 자신에게 스킬을 사용하는 걸 기민하게 알아차리고 방어하고 있었구나 싶다.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어서 그런 겁니다.”

    한세희는 흐르는 피를 닦으며 고민한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한세희 길드장님의 1.2%는 다른 사람들의 1.2%와 차원이 다를 테니까요.”

    츠츠츳.

    영혼 분별사를 사용한다.

    [한세희]

    영혼 등급: S

    영혼 상태: 불안정

    싱크로율: 70%

    “아슬아슬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나를 보며 한세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이게……. 최소 수치가 맞아야 쓸 수 있거든요.”

    “통과인가요?”

    “아슬아슬하게요. 다행이네요.”

    게다가 굉장히 놀랍다. 영혼 등급 S.

    많은 S급을 만나 봤지만, 영혼 등급 S를 보는 건 처음이다.

    ‘그 장우택도 A급이었는데.’

    역시 한세희라 이 말인가.

    대한민국 최강의 S급.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든다. 이런 사람과 함께 전투하고 있다니. 회귀 전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지 않은가.

    이 순간의 모든 것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

    “아, 아녜요. 그냥 놀라서요. 한세희 씨는 정말 강하시네요.”

    “……그런 말은 많이 들었죠.”

    “어흠, 흠. 스킬 걸겠습니다.”

    츠츠츳.

    소울메이트를 사용한다. 그리고 희뿌연 선이 내게서 나와 한세희의 몸에 달라붙는다.

    차악.

    “……!”

    이때까지 다른 사람들과 연결됐을 때와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차가워.’

    순간적으로 소름이 끼쳐 온다. 그걸 한세희 역시 느낀 것인지, 아니면 그저 소울메이트에 연결된 것이 신기한 모양인지 나를 바라보았다.

    “음, 좋네요. 이거면 조금 더 시간을 끌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한세희는 그렇게 말하더니 빠르게 괴물을 향해 날아간다.

    휘이익!

    4개로 늘어난 괴물 녀석의 창이 각각 한세희를 향해 쇄도한다.

    휫, 휙, 쉭, 쉬익!

    창을 모두 피해낸 한세희가 두 손으로 창에 연결된 검은 줄을 하나씩 낚아챘다.

    츠츠츳.

    한세희가 잡은 직후 성에가 끼기 시작하는 검은 줄.

    “그어어엉!!”

    괴물이 소리치며 줄을 강하게 잡아당기자 한세희가 끌려가는 듯싶더니, 뚜둑. 뚜두둑!!

    검은 줄이 끊어지기 시작했다.

    “헉, 대박!”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한세희 역시 그렇게 될 줄은 몰랐는지 약간 놀란 눈빛이다.

    차르르륵.

    사슬을 이용해 창 쪽을 끌어내린다. 뚜둑, 투툭!! 뜯어지던 검은 줄이 더욱 맹렬한 기세로 끊어진다.

    “그으오오오!!”

    괴물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는 사이에 한세희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대피하라니까요.”

    “어떻게 한세희 길드장님만 두고 도망갑니까. 그리고 스킬이 사용되는 거리 한도가 있어서요. 도망 못 갑니다.”

    “저런…….”

    “그래도 이만큼이나 효과가 좋아질 줄 몰랐는데. 한세희 길드장님은 정말 강하시군요.”

    “…….”

    한세희가 끊어진 괴물의 검은 줄을 놓아주며 두 손을 움직이자, 괴물 근처에서 검은 손이 솟아 나왔다.

    ‘집회 테러 때 봤던 스킬이다.’

    거대한 검은 손이 괴물을 붙잡는다.

    “그르르륵! 그으으윽!!”

    “너무 가까이 접근하지 말고, 여기 있어요.”

    휘익!

    한세희가 몸을 날려 괴물에게 초근접으로 붙는다. 그리고 주먹을 꽉 그러쥔다.

    콰아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한세희와 괴물이 맞부딪혔다.

    정확히는 한세희의 주먹이 괴물의 머리에 명중했다.

    쿠오오…….

    괴물의 몸이 뒤로 밀려 붕 뜬다.

    “엄청……나다.”

    그그그…….

    쿠우웅!! 괴물의 몸이 완전히 뒤로 넘어간다.

    부연 먼지가 솟아오르고 괴물의 수많은 다리가 기괴하게 움직인다.

    “아직이야.”

    스스슷.

    곧장 몸을 일으키는 괴물.

    쿠웅! 쿠과앙!!

    쉬이이익!!

    괴물과 한세희의 접전이 벌어진다.

    “한세희가 강해진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혼자서 저 놈을 상대할 수는 없어. 저 녀석들…… 정말 강하다.”

    마치 각성자의 힘이 거의 통하지 않는다는 듯이.

    스스슷.

    한세희의 거대한 검은 손이 괴물을 잡고 쥐어트는 사이에 한세희 본인도 주먹을 날린다. 퍼억! 퍽! 한세희의 주먹이 닿은 부분마다 순식간에 성에가 생길 정도로 그의 능력이 향상되었다.

    소울메이트가 괜찮은 버프 스킬이긴 하지만, 역시 한세희가 강하기 때문에 시너지가 장난이 아닌 듯했다.

    “주인님! 저길 봐요!”

    괴물과 한세희의 싸움에 집중하고 있다가 망량이의 외침에 주위를 둘러본다.

    “헌터들……!”

    기다리고 기다리던 헌터들의 모습이다.

    “어라, 오늘은 혼자네?”

    별로 반갑지 않은 목소리에 돌아보니 바로 뒤에 해령의 길드장 손예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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