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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62화 (162/250)

제162화

제162편

“끼이, 끼이이!! 우끼이이!”

“삐이! 삐이이이!”

고스트 몽키와 흑단이가 만들어내는 하모니.

한쪽은 고통의 비명이고 한쪽은 즐거운 외침이지만 말이다.

스각! 서걱!

검은 검날이 가르는 곳마다 고스트 몽키들의 피가 흩뿌려진다. 억압의 손길에 사로잡힌 녀석들은 제대로 된 저항조차 하지 못한다.

나도 생각보다 훨씬 강해졌는걸?

“끼이익, 우끼익! 우끼이익!”

고스트 몽키들이 쓰러질 때마다 황금 털을 가진 왕이 비명을 질러 댄다.

전세가 밀린다는 사실에 확신이 들었는지 이제야 왕은 도주를 준비했다.

“우끼끽! 우끼긱!”

왕이 지시를 내리자 일반 고스트 몽키들보다 훨씬 덩치가 큰 놈들이 앞을 가로막는다.

“흥, 이 정도 놈들로 나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끼이이! 끼이이! 우끼끼이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육체파 고스트 몽키.

그리고 그 뒤로 왕이 허둥지둥 도망가는 것이 보인다.

“놓칠까 보냐.”

휘익. 휘리릭.

나를 낚아채려 몸을 던지는 육체파 고스트 몽키들을 날렵하게 피해낸다. 오히려 놈들의 뒤에 서게 된 나는 가볍게 검을 돌려 녀석들의 목덜미를 가격한다.

스각!

퍼억!

투둑, 둑.

급소를 맞은 녀석들은 힘을 제대로 써 보지도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우끼끽!!”

뒤를 돌아보다 이를 발견한 왕은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며 허겁지겁 나무를 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게는 헤르메스의 신발이 있지.

굳이 나무를 타지 않아도 그보다 빨리 허공을 디딜 수 있다는 말이다.

휘익, 휘이익.

탁, 탁, 탁, 타닷!

순식간에 왕을 따라잡는다.

“끼이익! 우끼익!”

겁에 질린 비명을 지르는 왕은 불쌍하기 그지없다. 환술이 전혀 통하지 않는 상대를 만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겠지.

운이 나빴다고 생각해라.

“끝이다.”

서걱!

툭. 왕의 지팡이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 * *

“삐이! 삐우우!”

“지지야, 지지.”

왕의 지팡이를 갖고 싶은 듯 흑단이가 등 뒤에서 버둥거린다.

어지간하면 주고 싶지만, 아직 이걸로 할 게 남았단 말이지.

“헉, 허억. 왜 이렇게 많은 거야~! 벌써 마나가 바닥나겠어!”

김예리가 우는 소리를 하는 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좀 더 속력을 내서 싸움판의 한복판으로 간다.

그리고 왕의 지팡이를 들어 보인다.

처억.

“우끼!”

“우끼끽!”

“끼익?!”

내가 치켜든 왕의 지팡이를 본 고스트 몽키들의 표정이 절망에 휩싸인다.

무리 생활을 하는 고스트 몽키들의 특성 중 하나, 왕이 제거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모든 공격력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해서 사냥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우끼이…….”

“끼이, 끼이이…….”

“엇! 놈들의 기운이 완전히 사그라들었어요!”

“자, 지금이다! 어서 공격해!”

인화 선배의 외침에 길드원들이 정신을 차리고 힘을 내기 시작했다.

“끼이이……!”

“……우끼!”

“받아라!”

“매직 미사일!”

퍼벙! 퍼버벙!

폭음이 한 차례 휩쓸고 쓰러진 고스트 몽키들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확실히 기세가 꺾였네요!”

“하준 님이 가져온 저 지팡이가 대체 뭐길래?”

고스트 몽키들을 완전히 무찌르자 길드원들이 너도나도 내게 묻는다.

간단히 설명해 주자 모두 입을 떡 벌린다.

“습격당한 그 순간에 왕을 찾아 떠나다니 정말 대단해요. 브리핑을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막상 여기서 놈들을 상대하느라 발이 완전히 묶여 버렸거든요.”

“이 중에 기동력이 제일 좋은 게 저니까요. 제가 나섰던 거죠.”

“역시 하준 님!”

김예리가 주먹을 쥐곤 열정적으로 대답했다. 고스트 몽키 자체가 공격력이 아주 강한 놈들은 아니고 수가 많아 귀찮은 타입의 몬스터라 가능한 방법이기도 했다.

“자, 그럼 계속 전진해 볼까요?”

“좋아요.”

“아직도 지팡이가 갖고 싶어?”

“삐유! 바비부!!”

흑단이가 조그만 팔을 흔들어 댄다.

“그럼 조금만 갖고 있기야.”

“그르르!”

“갑시다!”

고스트 몽키 왕의 지팡이를 흑단이에게 넘겨주고서야 던전 공략을 위한 움직임이 재개되었다.

* * *

“1층 보스 녀석, 생각보다 강했어요.”

“아까 정말 허를 찔렸을 때 아찔했다니까요. 팔이라도 하나 날아가는 줄 알았잖아요.”

“그러니까 집중하라고 했지!”

1층 보스 몬스터를 클리어한 뒤, 우리는 탈출 포털을 무시하고 2층으로 향하고 있다.

1층 보스는 아이언 몽키. 고스트 몽키의 3배나 되는 커다란 크기에 온몸이 기계로 개조된 독특한 몬스터였다.

회전 칼날을 가진 오른팔 때문에, 위협적인 공격이 쏟아졌었지만, 길드원들이 힘을 합쳐 무사히 클리어해 냈다.

사실 예상보다 강한 적이어서 그렇지, 상대하기 버거운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내 손에 쥐어진 건 두 번째 열쇠였다.

“아이언 몽키가 죽으면서 열쇠를 떨구다니. 그럴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첫 번째 열쇠를 가지고 있을 때만 발동되는 것 같은 모션인가 봐. 첫 번째 열쇠를 찾은 사람이 없었기에 그동안 아이언 몽키를 잡고도 두 번째 열쇠를 얻은 사람이 없었던 거지.”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수수께끼는 풀렸을 테니까요.”

망량이가 키득거린다.

“열쇠가 몇 개나 더 있나 봐요.”

“그래. 내 생각에도 그래. 이 던전이 5층까지 있는데 1층에서 벌써 열쇠가 2개나 나왔거든. 그런데 1층에서 열쇠를 사용할 만한 곳은 찾지 못했으니까.”

“열쇠를 몇 개나 더 찾을 수 있을까요?”

“글쎄. 사용하기 전까지 잃어버리지 않아야 할 텐데 말이야.”

이 던전에서 수수께끼를 풀 줄 알았더라면 하케임이나 결이도 함께 데려왔을 텐데, 두 사람은 A급 던전 공략 의뢰가 들어온 바람에 대호 형과 떠난 참이어서 아쉬웠다.

‘물론 이 수수께끼가 한 명만 업적을 받을 수 있는 종류가 아니어야 함께 받을 수 있겠지만.’

2층은 1층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펼쳐졌다.

훨씬 정돈되어 있고 사람도 살 것 같은 분위기에 건물이 몇 채 올라와 있었다.

“배를 타고 이동하도록 되어 있네요.”

“참 웃긴단 말이지. 이런 던전의 설정들이 말이야.”

“배라니, 웃기긴 하네요.”

“자, 이번 층에서는 이 배를 타고 강을 따라 이동해야 합니다.”

“모두 배에 올라!”

“배가 뒤집히지 않게 조심해요!”

배라고는 하지만 거의 카누처럼 보이는 작은 배였다.

겨우 셋이 탈 수 있을까.

하지만 지금 공략을 위해 동행한 길드원들 중에는 괜찮은 공중 이동기를 가진 헌터들이 없었다. 강을 따라 움직이기에는 이것만큼 괜찮은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마치 우리를 위해 미리 준비된 무대처럼.

나는 김예리와 C급 길드원 하나와 함께 배에 올랐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가까이에서 하준 님을 뵙게 될 줄 몰랐습니다. 제 이름은 안영원이예요.”

앳되어 보이는 남자였다. 액면가만 봐서는 고등학생 같달까. 아직 얼굴에서 젖살이 빠지지 않은 동글동글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눈이 약간 처진 게 토끼를 닮았다고 해야 하나.

그냥 지나칠 때는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꽤 귀여운 외모를 가져서 눈길을 끄는 사람이었다.

“반가워요.”

“그 애가 흑단이로군요. 정말 귀여워요. 길드 내에 흑단이 팬클럽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안영원은 상기된 얼굴로 내 등 뒤의 흑단이를 흘긋거리며 말했다. 팬클럽이라고? 흑단이에게 팬클럽이 생겼다니. 의아하면서도 납득은 됐다. 우리 흑단이는 엄청나게 귀여우니까.

귀여운 사람이 귀여운 우리 흑단이를 좋아한다니 뭔가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누가 만든 겁니까?”

“당연히 길드원들이 만든 거죠.”

“팬클럽이라면 뭔가 활동도 하는 건가요?”

“당연하죠! 저희는 흑단이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흑단이 사진을 보정하거나 기사에 댓글을…….”

덜컹!

강 위를 지나던 배가 크게 흔들린다.

“쉿! 거기 조용! 이 강물 속에 자이언트 크로커다일이 있다는 사실을 잊은 거야?!”

옆을 지나던 인화 선배가 목소리를 낮춰 경고한다.

“앗…….”

“쉿. 나중에 내려서 마저 이야기하죠.”

안영원은 아쉽다는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을 김예리가 예리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덜컹, 덜컹!

“이런, 자이언트 크로커다일을 자극했나 봐요!”

안영원이 안절부절못하며 몸을 숙였다.

“저, 저는 물이 무섭거든요……!!”

“이런. 큰일이네요.”

촤아악!

결국 강물 깊숙한 곳에서부터 거대한 악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악어는 그냥 큰 악어 정도가 아니었다.

정말로 자이언트. 그 자체였다.

우리가 탄 배보다 5배는 큰 덩치.

그냥 입을 벌리는 것만으로도 배를 삼켜 버릴 수 있을 것 같은 거대한 놈들이었다.

“다들 전투 준비!”

“물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요!”

“배가 뒤집힐 수도 있어요!”

“싫어어!”

안영원이 울상을 짓는다.

“브리핑 때 들었어요. 나처럼 서포터 타입이죠?”

그가 촉촉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흑단이랑 이 알에 체력 강화나 방어력 증가 버프 좀 걸어 주겠어요?”

“아, 알겠습니다!”

파아앗.

안영원의 손에서 빛이 일어 흑단이와 만티코어의 알에 닿는다.

소울메이트로 연결되어 있는 나는 단번에 버프 스킬이 제대로 통했다는 걸 깨달았다.

‘물에 젖으면 애들이 감기에 걸릴지도 모르니까. 쿨타임 확인하고.’

휘익!

나는 단번에 허공을 밟아 강 위로 뛰어오른다.

“크와아앙!”

자이언트 크로커다일이 배를 삼켜 버릴 듯 주둥이를 벌리고서는 배를 향해 돌격한다.

“억압의 손길!”

촤르륵!

반투명의 사슬이 뻗쳐 나가 배와 배를 붙들어 맨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이언트 크로커다일의 아가리를 피해내게 만든다.

터억! 첨버엉!!

배를 삼키지 못한 자이언트 크로커다일이 엄청난 물보라를 일으키며 다시 강물 속으로 잠수한다.

출렁, 출렁!

“으윽! 배가 뒤집히겠어!”

“으악! 저 수영 못해요~!”

쉬이익! 촤르르륵!!

억압의 손길이 다시 한 번 배들을 붙잡는다.

다행히 한 척의 배도 뒤집히지 않고 사태가 진정된다.

“흐아악! 하준 님 덕분에 살았어요!”

“앗, 저, 저기! 또 온다!”

먼 곳에서부터 물살을 가르고 모습을 드러내는 자이언트 크로커다일.

“다들 배 꼭 잡아!”

강이 너무 크고 넓은 데다가 물속으로 빠지면 정말로 자이언트 크로커다일의 밥이 될 수밖에 없을 상황.

자이언트 크로커다일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배를 향해 놈의 아가리가 활짝 열린다. 놈이 입을 확 다물려고 하는 찰나.

화아악!

푸른 불꽃이 녀석의 아가리 안에서 피어오른다. 정확히는 돌진해 처박힌 거지만.

“여기다!!”

그리고 화살처럼 쏘아져 나가는 내 몸이, 내 다리가 자이언트 크로커다일의 코를 격렬하게 가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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