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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58화 (158/250)
  • 제158화

    제158편

    “폭풍의 춤.”

    거대한 먹구름과 함께 돌풍이 몰아친다.

    파칙, 파지직.

    실시간으로 번개가 튀는 어마어마한 광경 한가운데 있는 건 결이다.

    “끝내준다!”

    “삐이익!”

    콰르릉. 콰르르릉!

    역시 뇌공이라 불리던 사나이.

    하늘을 죄다 집어삼킬 것 같은 위풍당당함이다.

    쉬이이익. 콰르르릉!

    폭풍의 춤이 보스 몬스터를 덮쳤다.

    띠링.

    [던전 공략에 성공했습니다.]

    츠츠츳…….

    붉은빛의 포털이 생기면서 던전 공략이 종료된다.

    “삐익, 비비빅. 바아!”

    흑단이가 스킬을 갈무리하며 돌아오는 결이를 향해 뭐라고 쫑알댄다. 아무도 그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말이다.

    결이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내 품에 안겨 있는 흑단이를 내려다본다.

    “아무래도 이 녀석 금룡인 것 같다니까.”

    “……삐, 삐익!”

    “귀여운 척을 하면서 네게 매달려 있지만 사실…….”

    “삐아아, 바바바!! 그르르릉!”

    “아무렴 어때. 공략 끝났으니까 밖으로 나가자.”

    “피이이…….”

    포털 바깥으로 나갈 시늉을 하자 흑단이가 시무룩해한다.

    “여기가 좋아도 어쩔 수 없어. 여기서 살 순 없으니까.”

    “삐루루루…….”

    “어쩌면 방생해 주는 게 흑단이를 위한 걸지도 몰라요.”

    어깨 위에서 망량이가 옴지락댄다.

    “삐우우! 피! 피후!”

    망량이의 말에 흑단이가 격렬하게 반응한다. 좋다는 건지 싫다는 건지.

    “이 귀여운 것. 일단 쑥쑥 자라고 생각해 보자. 지금은 너무 어려서 방생해 줘도 혼자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단 말이야.”

    “하준아, 너 완전히 넘어가 버린 거냐.”

    “주인님, 지금 흑단이한테 속고 있는 거예요.”

    “너희들 정말 흑단이한테 자꾸 그럴래?”

    “뀨우웅.”

    “이렇게 귀여운 너를 질투하다니. 형아들이 속이 좁다, 그렇지?”

    결이와 망량이가 서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흑단이가 귀여워서 참을 수가 없다. 이 포동포동하고 복슬거리는 생명체를 귀여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속에 든 금룡이 어떻게 되었는지가 궁금하기는 하지만.

    금룡이 그대로 들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귀여우면 쓰다듬어 줄 수밖에 없지 않은가.

    나, 몰랐는데 귀여운 거 엄청 좋아하네.

    “어서 돌아가자고.”

    길드로 돌아온 우리 앞에 서광 길드의 하진욱 헌터가 다가왔다.

    서광 길드의 A급 헌터, 지금은 환희에게 직접 붙어 호위 및 도움을 주고 있는 입장이었다.

    늘 환희 곁에서 떨어지지 않더니 무슨 바람이 분 것일까.

    “길드장님께서 보낸 물건이 도착했습니다.”

    “한세희 길드장이 보낸?”

    하진욱 헌터가 고개를 끄덕인다.

    몬스터 알이군.

    그가 보낼 것이라면 그것밖에 없다. 신기한 것은 알을 보내기로 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다는 거다.

    그사이에 몬스터 알을 공수해 왔다는 것은 한세희도 어지간히 내게 기대하고 있다는 뜻일 터.

    ‘양심에 찔리네.’

    귀한 몬스터 알을 갖다 줘도 나는 부화시키지 못할 텐데 말이다. 하지만 별수 있나. 일단은 한세희가 원하는 대로 행동해 주는 수밖에.

    하진욱 헌터의 안내를 따라 응접실로 향하니 커다란 함이 있었다.

    “보시죠.”

    끼익.

    함이 열리자 그 안에서 알 두 개가 모습을 드러낸다.

    “아니, 두 개나?”

    “통이 크군.”

    곁에 서 있던 결이가 관심을 보이며 몬스터 알을 살펴본다.

    “……한세희 길드장님이 이 일에 관해서 잘 알고 계시는 거 맞죠?”

    “무슨 말씀이십니까?”

    “내 스킬이 아직 몬스터를 부화시키는 일에 확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어렵다는 거요.”

    하진욱은 잠깐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길드장님께서는 잘 모르는 일에 행동하지 않으십니다.”

    “그럼 이번에는 특이한 케이스라고 해야겠네요.”

    어쩐지 힘이 쭉 풀리는 느낌이다.

    이 불쌍한 알들은 어쩐다.

    물론 몬스터는 알의 상태에서 쉽게 죽지 않으니까 내가 얼마간 데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알이 죽는 일은 없을 거다.

    영원히 부화하지 않는 경우만 있을 뿐.

    그래서 흑단이의 경우가 더 특별했던 것이기도 하고.

    “제대로 전달했으니, 저는 다시 제 업무를 보러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진욱은 꾸벅 인사를 하더니 그대로 응접실 문을 나섰다.

    “서광 길드 사람들은 냉랭한 게 특징인가.”

    결이가 사라지는 하진욱의 뒷모습을 보더니 괜히 투덜댔다.

    “냉랭이라…….”

    알을 두 개나 보낸 한세희는 생각보다 열혈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슨 알을 보냈는지나 한번 볼까.”

    츠츠츳.

    나는 곧장 영혼 분별사를 사용한다. 떠오르는 스킬 창이 보일 리도 없는데 한결이는 궁금증이 가득한 얼굴로 내가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만티코어의 알]

    영혼 등급: B

    영혼 상태: 안정

    싱크로율: 72%

    [용암 독충의 알]

    영혼 등급: B

    영혼 상태: 안정

    싱크로율: 12%

    “어때?”

    미묘하게 달라진 내 표정을 캐치한 결이가 재빨리 묻는다.

    “하나는 소울메이트를 사용조차 못 할 상태고.”

    용암 독충의 알은 싱크로율이 12%밖에 되지 않는다. 이건 어떻게 시도조차 못 해 볼 상태니까 얼른 돌려보내는 게 나을 터였다.

    아니면 장우택을 통해 화룽으로 곧장 보낸다든지.

    영혼 등급은 B이지만 몬스터 등급으로 따지자면 A급은 될 녀석이니까.

    만티코어의 경우도 그렇다.

    한세희 길드장. 급하게 구해 온 것치고 꽤 값어치가 나가는 몬스터 알을 구해 왔단 말이야? 지극 정성이다.

    “하나는 가능하긴 한데. 사실 소울메이트로 흑단이를 부화시킨 게 아니니까. 가능하다고 해도 소용없는 게 맞지.”

    “혹시 모르잖아.”

    “뭘 혹시 몰라야. 금룡이 아니었다면…….”

    “삐우우, 삐. 삐이. 까르륵. 꾸륵.”

    “응? 흑단아 왜 그래?”

    “삐욱, 삐욱!”

    “내려가고 싶어?”

    품에서 작게 발버둥 치는 흑단이를 바닥에 내려놓자, 두 개의 알이 담긴 함으로 다가가 킁킁거린다.

    “그래, 가능하니까 써 보기라도 할까.”

    스으으…….

    소울메이트 스킬의 희고 가느다란 끈이 서서히 뻗쳐 나가 알에 들러붙는다.

    두근.

    두근.

    연결된 만티코어의 알에서 생명이 박동하는 것이 느껴진다.

    ‘확실히 흑단이를 알 상태로 처음 만났을 때와 다른 느낌이다. 이게 살아 있는 알의 기본 상태구나.’

    어쩐지 마음이 시큰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역경을 이기고 태어나 준 흑단이가 고마웠다. 금룡도……. 꽤 꼬장꼬장한 녀석이기는 하지만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와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다야. 더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알과 계속 소울메이트를 연결해서 넥스트 레벨을 만들 수 있다면 몰라도 부화시키는 건 내게 무리다.

    가만, 몬스터의 알도 넥스트 레벨로 만들 수 있는 걸까?

    몬스터도?

    그렇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적어도 한층 더 강한 몬스터로 부화시킬 수 있는 거 아닐까?

    ‘그러면 대박인데. 화룽보다 훨씬 강한 몬스터 펫을 공급할 수 있게 되는 거잖아.’

    물론 한국에는 몬스터 브리더가 없지만 말이다.

    ‘아, 이거 엄청나게 아까운데?’

    회귀 전의 기억을 뒤져 보아도 한국에서 몬스터 브리딩 스킬을 가진 헌터는 나오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환희가 가진 연구 스킬이 한국에서 가장 브리딩 스킬과 비슷한 것이겠구나.’

    하지만 환희의 스킬은 잠시간만 유지될 뿐 몬스터를 영구적으로 완전히 길들일 수는 없었다.

    ‘이 알로 한세희가 원하는 거래는 하지 못하더라도 장우택과는 새로운 거래를 할 수 있을 테지.’

    일단 시도해 볼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일이 점점 커지고 있긴 하지만…….’

    넥스트 레벨 각성자가 필요한 것처럼 넥스트 레벨 몬스터 펫도 많으면 좋은 거 아니겠어?

    * * *

    “삐이이. 바바부우, 그릉그릉.”

    “이런, 큰일이다.”

    느긋하게 뉴스라도 좀 볼까 싶었는데 티브이를 틀자마자 나와 흑단이의 모습이 비친다.

    [대한민국 최초 몬스터 브리더가 탄생하는 것인가?]

    [펫 자체 수급력을 지니게 될 대한민국의 미래는?!]

    [중국의 화룽을 견제하는…….]

    인터넷에도 기사가 한가득이다.

    아주 자기들끼리 김칫국을 한 사발 들이켜고 있다.

    사실을 알게 되면 괜히 비난의 여론이 내게 쏟아지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그도 그럴 게 네티즌들의 반응도 기대감이 잔뜩이다.

    솔직히 인위적인 펫 수급은 화룽이 전 세계를 꽉 쥐고 있었고 그마저도 공급이 무척이나 희귀했으니까 말이다.

    망량이 같은 스킬로 소환하는 펫이 없는 이상 펫을 가지지 못한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러니 내게 거는 기대가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다.

    국가적으로 얼마나 대단한 일이 되겠는가.

    물론 그 모든 게 허사라는 걸 나만…… 아니, 한결이까지 알고 있지만 말이다.

    “끼욱, 끼으으우아아!”

    그리고 요 녀석. 흑단이도 알까.

    금룡의 영혼이 들어갔으니 말이다. 녀석의 의식이 남아 있다면 딱 이 셋만 흑룡 알의 부화 비화를 알고 있는 거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흑단이는 화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신기해하며 손을 뻗을 뿐이다.

    아무래도 이런 모습을 보면 금룡의 의식이 남아 있을 거란 기대는 하지 않게 된다.

    “에휴.”

    터억.

    흑단이의 동글동글한 뒤통수에 손을 올리고 쓰다듬는다. 보들보들한 것이 스트레스나 근심 걱정을 날려 주는 것 같다.

    “삐우우, 삐아아.”

    흑단이가 포대기 속으로 들어오려고 한다. 포대기에는 이제 만티코어의 알이 담겨 있다.

    “안 돼. 흑단이는 이제 많이 컸으니까 동생한테 양보해야지.”

    “삐아! 바아!”

    “어허. 말대꾸를?”

    “그르르르……!”

    “어허?!”

    벌써 사춘기가 온 건 아닐 테고.

    팟. 쭈욱. 파닥파닥.

    흑단이는 심기가 불편하다는 티를 내기 위해 작은 날개를 파닥거렸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순간 눈물이 핑 돌 뻔했다.

    그래, 아직 흑단이도 태어난 지 이 주밖에 안 됐는데 벌써 품을 빼앗겼으니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야생의 드래곤 해츨링은 포대기 같은 거에 들어갈 일도 없는데. 이거, 내가 너무 오냐오냐하면서 기르고 있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어차피 인간이랑 같이 자라는데 무슨 상관인가 싶기도 하다. 좀 오냐오냐 기르면 어때.

    아마 결이가 들으면 이 녀석은 금룡이니 뭐니 하면서 잔소리만 늘어놓겠지. 이쁘다, 이쁘다 하면서 오냐오냐 기르면 안 된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이쁜 걸 어떡해~”

    “정말이지, 주인님! 적당히 하시라구요!”

    “또 질투하는 거냐?”

    “흥!”

    “그래, 그래. 망량이 너도 너무너무 귀엽다~!”

    “됐어요!”

    픽 돌아앉는 망량이를 보면서 웃음을 터트리는 동안 부으으으, 휴대폰이 울린다.

    [흑단이 아빠]

    “응? 누굴 언제 이렇게 저장해 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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