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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57화 (157/250)
  • 제157화

    제157편

    “이제 슬슬 은하준 씨랑 단둘이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요.”

    한세희의 말에 장우택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애가 아빠가 없으면 불안해할 것 같은데.”

    흑단이를 보고 하는 말이다.

    “뭐라는 거예요. 장우택 씨 없어도 우리 흑단이 건강하고 잘 지냅니다.”

    “흐으응…….”

    장우택이 어울리지 않게 앓는 소리를 낸다.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지, 그의 성격을 생각하면 잘 어울리기는 한다만.

    그러고 보니 장우택과 한세희는 이미 나보다도 친한 사이니 이러는 거겠지.

    “유즈어.”

    “……알았다고요.”

    장우택이 어깨를 으쓱이며 뒤로 물러선다. 그러고는 한세희를 향해 약간 싸늘한 시선을 던지며 응접실을 나갔다.

    “은하준 씨께 제안하고 싶군요.”

    문이 닫히자마자 한세희의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부드럽게 들린다.

    “서광 길드에는 펫을 다루는 헌터가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펫 스킬이 없는 헌터에게 펫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무슨 이야기를 할지 알겠군.

    오늘 선물을 가지고 찾아와서 할 이야기도 이것이었을 거다.

    “은하준 씨에게 서광에서 필요한 몬스터 알 부화 의뢰를 맡기고 싶군요.”

    “만약 제가 한세희 길드장님을 돕는다면 보상은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확실히 은하준 씨가 몬스터를 부화시켜 준다면 처음 한 마리에 서광 길드 소유의 A급 던전 3개의 권리를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그다음에도 상응하는 돈과 아이템으로 값을 제대로 치르도록 하죠. 초기 브리딩에 필요한 아이템 역시 서광에서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선물로 드린 최상급 에테르석 같은 거요.”

    입이 떡 벌어진다.

    아직 완전한 신선 길드 소속의 던전 자체가 하나밖에 없다.

    “아직 제 능력은 확실하지 않아요.”

    “이번 기회에 시험해 보면 좋겠죠.”

    “만약 다른 몬스터 알을 부화시키지 못한다면…….”

    “결과를 떠나 은하준 씨의 시간과 노력을 샀으니 던전 소유권은 무리래도 돈과 아이템으로 충분히 보상하겠습니다.”

    “…….”

    결국에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라는 거지.

    어차피 나는 결과를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확실하지 않은 지금 격렬하게 거절한다면 모양이 이상하게 될 거다.

    ‘그래도 속이는 기분이라 좀 묘하긴 하네.’

    이미 회귀를 한 이후로 수도 없이 사람들을 속여 왔지만 말이다.

    “신선 길드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는 내용이네요.”

    “서광은 거래가 성공하길 바라니까요.”

    “알겠습니다. 거절할 이유가 딱히 없네요.”

    긍정적인 대답을 들은 한세희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린다.

    “거래를 받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은하준 씨.”

    어깨를 으쓱이자 그의 시선이 흑단이에게 꽂힌다.

    “소울메이트라…….”

    “원래 그렇게 쓰는 스킬이 아니거든요.”

    “알고 있습니다. 은하준 씨가 스킬을 사용하는 걸 여러 번 지켜봤었죠.”

    하긴, 한세희에게 직접 쓴 적은 없었지만, 그와 함께 있던 전투에서 계속해서 쓰긴 했었다.

    그러고 보니 한세희에겐 영혼 분별사 스킬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었지.

    “장우택 이사에게도 사용했었다라. 그렇다면 전에 내게 사용하려고 했던 스킬은 소울메이트가 가능한지 가늠해 보는 스킬이었겠군요.”

    “앗…….”

    “괜찮습니다. 가끔 나를 상대로 스킬을 써 보는 어린 헌터들이 있으니까요.”

    큰일이다.

    분명 들켰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지금 당시의 상황이 끌려 나오니 얼굴에 열이 오른다.

    그래, 내가 어쩌자고 대한민국 최고로 꼽히는 헌터에게 스킬을 쓰려고 했을까!

    “제가 무례했죠. 죄송합니다. 악의는 없었어요.”

    “그랬을 겁니다. 악의가 있었다면 내가 은하준 씨에게 이렇게 관심을 가질 일도 없었겠죠. 걱정하지 마세요. 혈기가 왕성한 건 젊음의 상징이니까.”

    “…….”

    민망하다.

    속이 다 까발려진 것 같다.

    게다가 회귀한 나이를 따지면 난 젊지도 않잖아! 전혀 위로되질 않는다고!

    역시 한세희는 다른 헌터의 스킬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스킬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때도 충분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는데…….

    피식, 하고 한세희가 웃는다.

    “어떨 때는 노련한 것 같다가도 이럴 땐 영락없이 스무 살이로군요.”

    “이제 곧 스물둘입니다.”

    “어리네요.”

    한세희는 내 품에 안겨 있는 흑단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킁킁.”

    흑단이가 검은 가죽 장갑을 끼고 있는 그의 손에 관심을 가진다.

    “팽! 푸헤췽!”

    “이런.”

    흑단이가 재채기를 터트리자 그가 황급히 손을 뒤로 뺀다.

    “엄마 손만 타는 모양이로군요.”

    “아무래도 그렇죠. 원래 몬스터는 스킬 없이는 브리딩이 안 되니까요.”

    참 나, 이 사람도 엄마 아빠 타령이야.

    “정말 탐이 나는군요.”

    한세희의 눈이 빛을 발한다. 이 사람도 눈을 이렇게 초롱초롱하게 뜰 수 있구나 싶으면서도 펫이라는 게 헌터계에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껴진다.

    그래, 회귀 전에는 펫이라도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도 해 봤다. 본체가 약해도 펫이 강하면 그런대로 쓸모가 있게 되니까.

    “이번 기회에 은하준 님의 스킬이 제대로 먹힌다면, 화룽을 견제할 수 있는 한국의 몬스터 브리더가 생기는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지만, 장우택 씨는 화룽의 이사입니다. 새로운 몬스터 브리더의 등장에 꽤 긴장했을 겁니다. 그를 조심하세요.”

    “제 목숨을 노릴 수도 있겠네요.”

    직설적인 발언에 한세희가 조금 놀란 눈을 했다. 하지만 그도 나도 알고 있다.

    세계의 헌터들이 타국, 또는 자국이라 할지라도 경쟁 상대의 헌터에게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걸.

    “그렇게 되지 않도록 우리 서광에서 은하준 씨를 지킬 겁니다.”

    이런 식으로 서광이 나를 보호하게 된다면 확실히 안심이 된다. 나만이 아니라 최대한 신선 길드가 공격당하지 않도록 신경 써 주겠지. 거기까지는 너무 많이 바라는 셈이긴 하지만. 어쨌든 내가 깊이 몸을 담그고 있는 곳이니까. 위험한 일이 생기면 귀띔이라도 해 줄 거다.

    색소가 옅은 유리알처럼 맑은 눈이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다.

    “그럼 알을 공수하는 대로 신선 길드 쪽으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앗, 네네. 그렇게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렇게 한세희는 담백하게 자리를 뜬다.

    “참 나, 둘이서 무슨 사이 좋은 대화를 나누셨을까? 대충 예상은 간다만.”

    한세희를 배웅하러 응접실을 나서자마자 장우택이 치근거린다. 이 양반 집에도 안 가고 끈질기네.

    “대한민국의 미래에 관해서 장대한 계획이라도 짜셨어?”

    역시 장우택은 우리가 무슨 대화를 했을지 다 예상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장우택 씨는 빠져 주시죠.”

    “어?! 이거 인종 차별이야?”

    “헛소리하지 마시고요.”

    “신선 길드는 곧 던전 공략에 나설 겁니다. 손님은 이만 돌아가 주시죠.”

    결이가 으르렁거리다시피 나서자 장우택이 두 손을 들고는 슬쩍 물러난다.

    “참 나, 그렇게 성을 내지 않아도 다 알아듣는다고. 응? 하준 님. 그 댁의 개가 저를 물려고 하는데요.”

    “결이를 개 취급하지 마세요.”

    “아이참, 내 편은 하나도 없네.”

    장우택이 실실 웃으며 포기했다는 듯 거리를 벌린다. 그러고는 재빨리 한세희를 부르며 그 뒤를 쫓아간다.

    저 남자는 어쩜 저렇게 수다스러울까.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항상 많은가 보다.

    “뀨우……. 꾸우웅…….”

    “오구오구. 그래, 흑단이 피곤했어요? 이상하고 무서운 아저씨들이 잔뜩 왔었지? 오구구……. 그래, 이제 좀 쉬자.”

    품으로 파고드는 흑단이를 둥기둥기해 줬더니 결이 표정이 미묘하게 변한다.

    “그 녀석이 금룡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

    “안 잊었지. 그나저나 걱정이라고. 금룡에게 물을 말도 있고 녀석은 우리에게 도움이 될 텐데 이대로 사라지면 안 된다고.”

    “꾸앙!”

    흑단이가 내 턱을 핥기 시작한다.

    “뭐야, 흑단이 배고파요? 보자, 아까 세희 아저씨가 준 에테르석 좀 먹어 볼까? 우리 흑단이 쑥쑥 커야지~ 이거 먹고 쑥쑥 자라기예요?”

    “참 나…….”

    “새끼 용한테 질투하지 마라.”

    “지, 질투라니. 무슨…….”

    “하하하, 하여튼. 흑단아 웃기지~? 망량이도 그렇고 결이도 그렇고. 그래도 형아들이니까 봐주자? 우리 흑단이가 봐주기 하자?”

    “갑자기 저는 왜 끌려 나오는 건데요, 흥!”

    망량이가 불꽃을 부풀린다.

    결이 볼도 조금 부풀어 오른 것 같다.

    * * *

    “삐익! 삐유!!”

    신이 난 흑단이가 품 안에서 마구 발을 흔들어 댄다.

    “누구 닮아서 이렇게 전투를 좋아하는 거야?”

    나는 블랙 고블린의 공격을 피하면서 높이 뛰어오른다.

    “삐우우! 구르르릉! 구릉! 아르르……!”

    가볍게 공중에서 텀블링하고는 양손에 쥔 새벽의 검으로 블랙 고블린 두 놈의 머리를 따 버린다.

    스각.

    츠파앗!!

    블랙 고블린의 피가 튀며 바닥을 흥건하게 적신다.

    “갸르륵! 삐우, 삐!”

    “흑단이가 드래곤은 드래곤인가 봐요.”

    진보라가 혀를 내두르며 보호막 스킬을 사용한다.

    즈증! 붉은빛의 보호막이 주위를 감싸고 달려들던 블랙 고블린들이 길이 막혀 흥분한다.

    “안 그래도 조금 걱정을 하긴 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던전 안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러게요. 마치 물 만난 고기 같달까?”

    “끼르르……! 까아, 빠아!”

    “뭔가 어휘력도 더 늘어난 것 같고요.”

    “어휘력이라고요? 하하하.”

    하여튼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 포털을 넘어선 이후부터 흑단이는 아주 신이 나 있다. 블랙 드래곤은 전투를 즐기고 드래곤 중에 가장 부지런하다는 말이 있던데 정말일까?

    츠츠츳.

    [흑룡의 해츨링]

    영혼 등급: B

    영혼 상태: 불안정

    싱크로율: 82%

    ‘던전에 들어오자마자 등급이 B로 변했다. 어찌 되었건 간에 던전 내부가 흑단이한테 좋은 영향을 끼치는 건 잘 알겠어.’

    하지만 이 수치가 과연 유지될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일단은 던전 공략에 집중.’

    혹시라도 흑단이가 다쳐서는 안 되었기에 한결 조심스러운 공략이 시작되었다.

    행동은 조심스러워졌지만, 공격 하나하나는 더욱 강렬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책임감으로 검이 더욱 매끄럽게 움직인다.

    ‘부모가 되면 강해진다는 느낌이 바로 이런 걸까?’

    츠츠츳…….

    던전 공략이 끝나고 다시 포털을 넘어오자마자 나는 다시 영혼 분별사를 사용했다.

    [흑룡의 해츨링]

    영혼 등급: C

    영혼 상태: 불안정

    싱크로율: 82%

    ‘바깥으로 나오자마자 C급으로 영혼 등급이 떨어지다니. 대체 뭘 의미하는 걸까?’

    이렇게 등급이 쑥쑥 변하는 것 자체가 흑단이의 상태가 매우 불안정하다는 뜻이겠지. 내 예상에 못이라도 박는 듯 영혼 상태는 아직도 불안정을 띄우고 있다.

    ‘일단은 흑단이를 안정적으로 성장시키는 데 집중해야겠다.’

    어째 집중해야 할 일이 늘어나고만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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