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소울메이트-156화 (156/250)
  • 제156화

    제156편

    “알이 부화하다니…….”

    장우택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서 있었다. 마치 눈앞에 있는 흑단이가 누군가의 사악한 마법으로 빚어진 가짜라거나 환상이라는 것처럼.

    “알이 부화할 거라고 전혀 생각도 못 한 얼굴인데요.”

    “그럼요.”

    장우택은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간단하게 휴게실에 있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브리더도 없이 몬스터 알을 깨운 건 은하준 씨 당신이 처음일 겁니다. 이 지구에서 말이죠.”

    “음…….”

    확실히 그의 말대로 이기는 하다.

    지금의 흑단이를 부화시킬 수 있었던 것은 이 아이의 영혼이 불균형했고, 또 그걸 채워줄 수 있는 금룡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우연이 없었다면, 만일 이 알이 건강한 알이었다면 장우택의 말처럼 부화시키지 못했을 터. 화룽의 도움이 필요해 다시 장우택을 불러들이고 그의 도움을 받아 알을 부화시켜야 했을 거다.

    그리고 흑단이의 영혼이나 금룡과 얽힌 사정에 관해서는 장우택은 전혀 모르고 있을 테고. 아마 상상도 하지 못하겠지.

    그런 그의 얼빠진 얼굴이 꽤나 마음에 든다.

    “정말 놀랍군요. 브리딩 스킬이 있었던 겁니까?”

    “아뇨. 그런 스킬이 있었다면 장우택 씨가 모를 수가 있었겠습니까? ‘그 화룽’에 계시는 분이신데요. 이미 그곳에 제 소문이 자자했겠죠.”

    “맞는 말이에요. 그러니까 대체 어떻게…….”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알과의 상성이 잘 맞았나? 어쨌거나 장우택 씨가 의도한 그림이 나오지 않게 되어서 유감입니다.”

    “몬스터의 알은 그저 상성만 가지고서 인간의 손에 부화하지 않아요.”

    흑단이를 살펴보던 장우택의 얼굴 위로 묘한 미소가 번진다.

    “브리딩 스킬이 없는데도 그렇게 얌전하게 안겨있는 몬스터라니……. 게다가 용이로군요.”

    저번에 말했듯이 그는 정말로 이 알이 무슨 알인지 몰랐던 모양이다. 그렇다는 건 화룽에서도 이 알의 정체를 전혀 몰랐다는 말인데.

    몬스터 중에서도 강력한 용 알을 외국의 헌터에게 선물하다니. 따지고 보면 화룽에서 큰 실수를 한 셈이다.

    어차피 그들이 계속 데리고 있는 한 깨어나지 못하고 죽었을 알이지만, 어떻게 해도 그들은 거기까지 알 수가 없을 테니까 말이다.

    지금 와서 화룽이나 김우택의 마음이 바뀐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

    “이런 귀한 선물을 주시고 여기에 축하까지 하러 와주시다니 감사합니다. 혹시 후회하고 계시는 건 아니죠?”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후회 하고 있습니다.”

    “정말 솔직하시네요.”

    “용을 펫으로 가진 헌터는 중국에도 둘밖에 없습니다.”

    “둘이나 되네요.”

    “하……. 이미 줬던 선물을 뺏을 생각은 없지만 말입니다.”

    뺏을 생각이 없다니 정말 다행이지만, 과연 진심일까. 장우택이 이번에는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주지 않았을 거란 것처럼 들리네요.”

    “아무래도 그런 셈이죠.”

    “역시 솔직하셔라.”

    “제가 은하준 님께 거짓말을 할 이유까진 없으니까요.”

    “삐융!”

    장우택이 들어오면서부터 내 쪽으로 찰싹 달라붙어 있던 흑단이가 고개를 빼꼼 내민다.

    그러자 장우택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그저 신기함과 궁금함뿐이 아니다.

    탐욕이 서린 눈빛.

    “그만 아까워하시고요.”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죠. 아마 평생 아까워할 겁니다.”

    “삐유웅!!”

    “신기하단 말이지.”

    그가 한 발짝 다가오자 흑단이가 몸을 움츠러트린다. 그리고는 더는 파고들 수 없는 내 품 안으로 파고들어 온다.

    흑단이가 겁을 내든 말든 장우택은 어느새 내 곁으로 바짝 다가온다.

    “사실은 이 작은 새끼 용보다는 당신이 탐납니다.”

    속삭이는 듯하지만 정확하고 단단한 어조의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든다.

    “대체 어떤 스킬을 숨기고 있는 겁니까?”

    화들짝 놀라 그에게서 살짝 멀어지자 장우택은 피식 웃으면서 같이 거리를 벌려준다.

    “숨기는 스킬 같은 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거니까요.”

    “…….”

    “남의 패가 궁금한 건 이해가 갑니다만.”

    장우택과 내 곁을 막아선 건 결이다.

    “그렇게 얼굴을 들이밀어서 패를 보려는 건 반칙이죠.”

    “아아.”

    그러나 장우택은 한걸음 물러났을 뿐 더는 멀어지지 않았다.

    “맞아. 당신이 있었죠.”

    완전히 잊어버렸다는 투의 말에 결이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진다.

    똑똑.

    휴게실의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리고 사무직원이 하나 들어온다.

    “은하준 헌터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손님? 또?”

    “우리 은하준 님은 정말 인기가 많다니까.”

    장우택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고개까지 내젓는다.

    “누가 찾아왔습니까?”

    “서광길드의 한세희 길드장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일순간 휴게실에 있는 모두가 헉하고 숨을 집어삼켰다.

    한세희가 이곳에 왔다고?

    * * *

    “장우택 씨가 여기 있을 줄은 몰랐네요.”

    한세희가 응접실에 들어선 나와 장우택을 보며 한마디 흘렸다.

    “게다가 문 바로 앞에는 절친한 S급 헌터가 지키고 있고. 생각보다 은하준 씨 만나기가 어렵군요. 지키고 선 사람이 많아서.”

    “에이, 길드장님.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저도 오랜만에 길드장님 얼굴을 뵙고 싶었어요. 다 같이 보면 겸사겸사 좋죠. 안 그렇습니까? 하하하.”

    장우택이 넉살 좋게 웃어 보인다.

    웃는 얼굴로 정말 선을 잘 넘는 사내다.

    “별 건 아니고. 알이 태어났다길래 선물을 좀 가져왔습니다.”

    한세희가 인벤토리를 열더니 그리 크지 않은 상자를 하나 꺼냈다. 흔히 생각하는 선물 상자처럼 리본이 달려 있거나 하지는 않았고 단순하게 생긴 정 사각형의 함이었다.

    “오, 두 분이 생각보다 훨씬 친한 사이시네요.”

    장우택은 저가 신이 나서 한세희의 상자를 열어본다.

    ‘알이 깨어났다고 선물을 가져다줄 정도로 친하지는……. 헉.’

    상자 안에는 최고급 에테르 석이 담겨있다. 감정 스킬이 없어서 그저 눈으로 보는 걸로는 판단이 안 되지만, 저 빛을 보아하니 S급은 되어 보이는 것 같다.

    “우와, 한세희 길드장님. 대단한데요? 이런 비싼 선물을…….”

    “흑룡의 해츨링은 에테르 석을 먹는다고 하기에.”

    장우택은 놀랍다는 듯 상자 안의 에테르 석과 나를 번갈아 본다.

    나는 한세희가 흑단이의 정체를 이렇게 빠르게 알았다는 사실이 더 놀라운데 말이다.

    흑단이가 흑룡의 새끼라는 자세한 사실은 우리 길드 사람이 아니면, 게다가 대호형이나 인화 선배처럼 측근이 아니면 모르는 정보니까.

    ‘그 보안 때문에 들어와 있는 서광의 길드원이 갖다 바친 건가. 그럴 수도 있겠군.’

    협업으로 인해 신선 길드 내부에 서광의 눈이 들어와 있으니 말이다.

    “흑룡의 해츨링 말고도 어린 몬스터들은 에테르 석을 좋아하죠. 드래곤 브리더가 있는 우리 화룽에서만 알고 있는 기밀인데 한세희 길드장님은 모르는 것도 없으셔라.”

    오호. 그렇군. 지금 상황이라면 그 정보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구나. 그래도 회귀 직전에는 알만한 사람들은 아는 정보였지만 지금은 그럴 만도 하다.

    몬스터 새끼들이 에테르 석만 먹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에테르 석을 먹이면 일반 먹이를 줄 때보다 훨씬 빠르고 강하게 성장했다.

    한마디로 몬스터 새끼용 영양제 같은 거랄까?

    어린 시절에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서 새끼 몬스터가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느냐에 영향을 미친다.

    똑같은 S급 몬스터 새끼라도 새끼 때의 양육에 따라 상급 S급이 될지 하급 S급이 될지 갈리는 거다.

    “하나 먹어볼까. 아가야.”

    장우택이 싱긋 웃으며 최상급 에테르 석을 하나 집어 올렸다.

    그리고는 흑단이에게 건넨다.

    킁킁.

    “삑!”

    흑단이는 에테르 석의 냄새를 좀 맡더니 고개를 팍 돌린다.

    “어라?”

    장우택이 다시 한번 더 가까이 에테르 석을 내밀자 이번에는 흑단이가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아르르르…….”

    “먹을 줄을 모르나?”

    어제 시험 삼아 하급 에테르 석을 좀 먹였으니 이것이 먹는 것인지 몰라서 거절하는 건 아니었을 거다.

    “저한테 주세요.”

    “허?”

    내가 손을 내밀자 장우택이 미덥지 않은 얼굴로 에테르 석을 건넨다.

    “자아, 착하지.”

    “아르르……. 킁킁, 킁. 삐익.”

    내가 조금 쓰다듬어주자 흑단이는 으르렁거리는 것을 멈췄다. 그리고는 흥미롭다는 듯 최상급 에테르 석의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곧 아작아작 소리를 내며 에테르 석을 씹어먹기 시작했다.

    “이럴 수가. 아빠 말고 엄마만 좋아하기야?”

    그런 흑단이의 모습을 보고 장우택이 울상을 짓는다.

    “누가 아빠고 누가 엄만데요.”

    “당연히 내가 아빠고 은하준 님이 엄마죠.”

    “정말 어이가 없네. 화룽에서는 그만 우리 흑단이한테 미련 버리시죠.”

    피식.

    장우택과 나의 말싸움을 지켜보던 한세희가 웃음을 터트렸다.

    터트렸다고는 해도 거의 실소에 가까운 웃음이었지만, 감정을 잘 내비치지 않는 그가 참을 수 없다는 듯 웃는 모습은 놀라웠다.

    “어쨌든 좋은 선물 감사합니다. 이런 선물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내 말에 한세희가 고개를 끄덕인다.

    “좀 더 좋은 선물을 챙겨드리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아뇨, 이것만으로도 과분한걸요.”

    “그럼 은하준 씨는 브리딩 스킬이 있는 겁니까?”

    역시 한세희도 장우택과 같은 내용을 궁금해할 줄 알았다.

    “아뇨. 그런 것은 아니에요. 브리딩에 관련된 스킬은 아무것도 없답니다. 다만…….”

    “다만?”

    “제 버프 스킬을 계속해서 사용했을 뿐입니다. 그게 흑단이와 뭔가 맞았는지도 모르죠.”

    “그럴 리가…….”

    “뭐, 물론 저도 흑단이가 어떻게 부화하게 된 건지. 또 태어나자마자 제 말에 훈련이 되는 건지는 알지 못합니다.”

    한세희 역시 이해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뿐이다.

    그래,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거다.

    “하긴, 은하준 님의 버프 스킬은 정말 대단한 거더군요.”

    장우택이 다시 눈을 빛낸다. 그런 장우택을 슬쩍 보더니 한세희가 묻는다.

    “장우택 씨가 저런 눈빛을 보낼 정도로 대단한 버프 스킬 이름이 궁금하군요.”

    그의 눈빛은 착 가라앉아 있었지만, 확실한 궁금증이 떠올라 있다.

    왠지 한세희의 눈을 오래도록 바라보는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기도 하다.

    어차피 넥스트 레벨도 아닌 일반 스킬명 정도야 딱히 비밀거리도 아니다.

    “소울메이트라는 건데, 연결된 대상을 계속해서 버프 상태로 둘 수 있는 스킬입니다. 아무한테나 가능한 건 아녜요.”

    “아무한테나 가능한 게 아니라면 조건이 있다는 건데 그게 몬스터 알에도 통하다니. 정말 신기한 능력이긴 하군요. 다른 몬스터 알로 실험해볼 가치도 충분히 있겠습니다.”

    “어……. 뭐, 그렇긴 하겠지만.”

    나는 그게 안 될 거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지만, 한세희 입장에서는 한국 최초의 몬스터 브리더를 찾아낸 것만 같은 느낌일 테지.

    전혀 잘못짚었지만 말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