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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55화 (155/250)
  • 제155화

    제155편

    “귀, 귀여워……!!”

    터져 나오는 감탄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뭐야, 너무 귀여워.

    아기 용은 비늘 대신 보들보들한 짧은 털로 뒤덮여 있었다. 지금은 잔뜩 젖어 있지만, 분명 보들보들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결아, 수건!”

    “어, 응!”

    “끼유웅!”

    품에 안긴 아기 용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끼융!”

    “그래, 그래. 춥지? 닦아 줄게. 기다려.”

    “끼유웅!”

    “아, 귀여워……. 미친 것 아냐?”

    “누가 더 귀여운데요.”

    귓가에 속삭이는 건 망량이었다.

    이 녀석 요즘 제멋대로 소환을 풀었다가 튀어나왔다가 한다. 사춘기인가.

    “응?”

    “제가 제일 귀여웠잖아요!”

    “너, 그런 점이 안 귀여워지는 포인트라는 걸 모르는 거냐.”

    “무슨 소리예요!”

    망량이는 불안한 듯 불꽃을 마구 튀겨 댔다. 그래 봤자 내게는 아무런 위해도 끼치지 못하는 불꽃인데 말이다.

    “끼융!”

    아기 용은 그런 망량이를 보며 눈을 반짝반짝 빛낸다.

    “어이구, 그래, 그래. 예쁘지? 도깨비불이야~”

    “흥…….”

    예쁘다는 소리에 망량이의 움직임이 잦아든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아기 용에게 다가간다.

    마침 결이가 수건을 건넸고 나는 정성껏 아기 용을 말려 주었다.

    “끼융!”

    아기 용은 점점 보송보송해지고 있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그리고 이 녀석, 품에 쏙 들어오는 인형 같은 크기여서 꽉 안아 주고 싶어진다.

    “하준이 너도 옷을 갈아입어야겠다.”

    “어, 그래야겠다. 다 젖었네.”

    잠깐 결이에게 아기 용을 넘기려고 했더니 작은 앞발에 힘이 들어간다.

    “끼융!”

    “어엇…….”

    “너랑 떨어지기 싫은가 본데.”

    “귀여워어어어…….”

    망량이가 아기 용의 코앞으로 다가가 시선을 끌자 힘을 주었던 앞발이 느슨해진다. 곧 아기 용은 망량이를 만지기 위해 두 팔을 휘적거리기 시작했다.

    그 틈에 결이가 아기 용을 받아냈다.

    “흐으음, 이 녀석 금룡일 때와는 딴판인 성격인가 보네요.”

    “아, 맞다. 이 녀석 금룡이었지.”

    “귀여운 모습에 잊어버리면 안 된다고.”

    결이는 의심이 가득한 얼굴로 아기 용을 내려다보았다.

    “뀨응?”

    아기 용은 그런 결이를 향해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눈으로 고개를 까딱거린다.

    “흐으음…….”

    “그럼 금룡은 어떻게 된 거지?”

    금룡의 인격은 완전히 사라져 버린 걸까?

    “끄으응……. 꾸아아…….”

    아기 용은 뭔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금룡이라면 우리와 대화할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을 텐데 말이야.”

    “가르르르…….”

    금룡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나는 대충 숙직실로 향했다. 거기에 비치된 길드에서 나눠 주는 생활복으로 갈아입은 뒤 은봉 할머니의 개인실로 돌아왔다.

    지저분하게 어지럽혀져 있던 개인실은 결이가 열심히 치우고 있는 상태였다.

    “끼웅! 끼유웅!”

    아기 용은 싱크대에 들어간 채로 결이를 노려보고 있었다.

    “뭐야. 위험하게 왜 저기 뒀어.”

    “한 번 씻겨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약탕 냄새가 너무…….”

    “아이참, 저렇게 어린 동물은 갑자기 씻기면 안 돼.”

    “동물이라니. 몬스터잖아.”

    “……그건 그렇지만.”

    나는 숙직실에서 가져온 수건으로 아기 용을 감싸 품에 안았다.

    “끼잉…….”

    아기 용이 품속으로 파고든다.

    “감기 걸리면 어떡하려고.”

    “몬스터라니까?”

    “하지만 이렇게 작고 귀여운걸.”

    “속에는 금룡 녀석이 들어 있고.”

    “아…….”

    그사이에 또 깜빡했다.

    “금룡, 들려? 듣고 있어? 너…… 사라져 버린 거냐?”

    “삐융!”

    아기 용이 코에서 바람을 뿜어냈다.

    “알아듣는 건가?”

    “삐융! 삐융!”

    “이 녀석이 금룡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안 귀엽……지는 않고. 귀엽기는 귀여운 것 같아.”

    내 말에 결이는 깜짝 놀라 약간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아니, 그럴 정도야?”

    “그 녀석은 금룡이야.”

    “뭐어, 그렇긴 한데. 지금 당장은 흑룡 아기이기도 하니까.”

    “관대하구나.”

    결이 네가 너무 쪼잔한 게 아닐까? 이렇게 귀여운 모습을 보고도 말이야. 라는 말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힘겹게 이겨냈다.

    “어쨌든 금룡의 의식이 남아 있는 편이 우리한테 더 좋기도 하고.”

    품에 꼭 안겨 있는 아기 용을 내려다보니 아기 용도 나를 빤히 바라본다.

    확실히 건방지던 금룡 녀석이랑 겹쳐 보기가 힘들긴 하다.

    까만 털에 빨간 눈이 무척이나 귀엽다.

    내가 귀여운 걸 딱히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데도 마음을 녹일 정도로 귀엽다.

    “삐! 삐유!”

    파닥파닥.

    아기 흑룡의 등 뒤에서 작은 날개가 파닥거린다.

    “어, 이것 봐. 날개까지 있잖아!”

    아까 닦아 줄 때 뭔가 등 쪽에 혹 같은 게 있다고 생각했는데 날개였다.

    “이런 날개로는 절대로 못 날 거 같은데 말이야.”

    픽 웃음이 나올 정도로 작은 날개다.

    “삐유! 삐! 가르르……!”

    아기 용은 자기를 보고 웃는다는 걸 알았는지, 또 그게 하찮은 자신의 날개 때문이라는 걸 아는 건지 살짝 이를 드러내 보인다.

    “이도 귀엽네. 이 작은 송곳니들 좀 봐.”

    콰압.

    아기 용이 내 손가락을 덥석 물었다.

    “하준아!”

    “아, 괜찮아. 괜찮아. 하나도 안 아파.”

    이가 작은 탓도 있었지만, 아기 용은 일부러 세게 물지 않고 고양이가 장난을 치듯 약한 힘으로 내 손가락을 잘근거렸다.

    “방금 태어났는데도 이렇게 힘 조절을 하는 것 보면……. 금룡인 것 같기도 한데.”

    원래 어린 개체들은 힘 조절을 못 한다. 그래서 깨무는 힘이 강하다가 그걸 저지하고 거부하는 부모의 행동을 보고 깨달아 힘 조절하는 방법을 배운다.

    “금룡아. 왜 말을 못 하는 거니?”

    나는 아기 용이 잘근잘근 씹어 대는 손가락을 쑥 빼내곤 용의 코끝을 툭툭 쳤다.

    “삐, 바바. 바.”

    “응? 이것 봐. 발성이 약간 바뀌지 않았어?”

    “빠! 그르르…….”

    “잘 모르겠는데.”

    “푸, 푸우. 부르르바……!”

    “아하하!”

    뭔가 발음하기 위해서 애쓰는 것 같기도 한데 그 모습조차 너무 귀여웠다.

    “이렇게 귀여우면 금룡이라도 귀여워할 수밖에 없겠다.”

    “윽.”

    한결이와 망량이가 동시에 나를 휙 쳐다본다.

    “아하하. 귀여워. 어쨌든 새 이름을 지어 줘야겠지? 새 이름은 뭐가 좋을까? 흐금이? 그믁이?”

    조금 고약한 냄새가 나기는 하지만, 나는 새카만 털 뭉치를 뺨에다 대고 마구 비볐다.

    * * *

    [드디어 알에서 태어난 은하준의 몬스터!]

    [화룽이 선물한 몬스터 알의 정체!]

    [앞으로 한국과 중국의 외교…….]

    “몇 시간 되지도 않았는데 뉴스가 쫙 깔렸네.”

    포대기에 아기 용을 싸매고 안은 채로 휴게실에서 티브이 채널을 돌린다. 마침 아침 뉴스가 쏟아질 시간이라 나에 관한 이야기들이 한창 나오고 있다.

    ‘하룻밤은 조용히 지나갔나.’

    사실 딱히 숨길 생각은 없었으니까 상관없기는 한데, 또 너무 떠들어 대는 통에 기분이 별로다.

    방금도 길드에 출근할 때 바로 앞에서 붙들려 사진이 찍혔다. 인터뷰도 따려고 하던데 내가 할 말이 있어야지.

    “모두 주시하고 있었으니까요.”

    진보라가 눈을 빛낸다.

    “정말 귀엽잖아요! 해츨링이라고 하나요? 용의 새끼가 이렇게 귀여울 줄은 정말 몰랐어요. 몬스터인데……. 아기는 정말 귀엽군요.”

    그녀도 아기 용을 보며 어쩔 줄을 모른다.

    “쀼아바. 아바바.”

    “아빠라고 하는 걸까요?”

    “용이? 게다가 너무 빠른 것 아냐?”

    “용이니까요!”

    어디서 가져왔는지 딸랑이를 가져와서는 아기 용 앞에 흔들다.

    “이름은 뭐로 정했어요?”

    “까망이나 깜깜이나 블랙. 뭐 이런 이름은 아니겠지?”

    인화 선배가 웃으며 묻는데 나도 모르게 멈칫한다.

    “설마.”

    “누나는 눈치도 빠르셔.”

    “하여튼 작명 센스 없는 건 알아줘야겠다니까.”

    “하지만 원래 이름은 못나게 지어야 오래 산다고 했어.”

    작명 센스하면 또 빠지지 않는 대호 형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도 그렇지, 화룽에서 귀한 선물로 준 몬스터인데요.”

    “그래서 이름이 뭔데요?”

    “흑단이에요.”

    “흑단! 그 나무 이름 아냐?”

    인화 선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본다. 아기 용은 자기 이름을 알아들었는지 날개를 파닥인다.

    “네. 눈은 빨간색이고 몸은 검은색이라서요. 흑단이 떠오른달까요.”

    “으으음…….”

    진보라는 성에 차지 않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좀 더 귀여운 이름이었어도 될 것 같은데.”

    하지만 너무 귀여운 이름을 붙였다가 금룡의 인성이 튀어나오면 감당 불가다.

    “흑단이라, 난 괜찮은 거 같은데?”

    대호 형이 이번에는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 보인다.

    “단아! 하고 부르면 결이를 부르는 거랑 느낌도 비슷하고. 왠지 형제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아요?”

    “하지만 한결 씨는 외자잖아요. 그럼 흑단이가 아니고 한단이거나 흑한단이어야지~!”

    “보라 씨, 너무 깊게 들어가진 말자고요. 귀찮잖아요.”

    “세상에!”

    누가 뭐래도 나는 흑단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쏙 들었다.

    단아~ 단아~ 불러 봐도 입에 착착 감긴달까.

    “뀨부바. 바바삐유.”

    “봐요. 단이도 마음에 드는 것 같은데요. 다리를 바둥거리잖아요.”

    “바둥거린다는 건 대체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거 아닐까요?”

    “보라 씨도 참, 하하하.”

    진보라가 흑단이를 내려다보며 실실 웃는 나를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래서 오늘 던전에 들어갈 때 흑단이도 데리고 가려고요?”

    “응, 그러려고요.”

    “괜찮겠어?”

    “알일 때도 흑단이는 강했고, 이번에 가는 던전이 공략하기 어려운 난이도도 아니고요. 던전 기운 좀 쏘이게 해 주려고요. 알 때부터 던전 안을 좋아하는 것 같았거든요.”

    대호 형은 웃음을 터트리고 인화 선배와 진보라는 어깨를 으쓱한다.

    “그런데 신기하네요. 딱히 테이밍 기술을 쓰지 않았는데도 말을 잘 듣고. 원래라면 어림도 없을 텐데 말이에요. 우리한테도 전혀 공격적이지 않고. 화룽에서 키우던 녀석이라 그런 걸까요? 알 속에서부터 테이밍이 되는 건가?”

    진보라가 손끝으로 흑단이를 살살 만지며 묻는다.

    하긴, 보통 몬스터라면 새끼 때부터도 인간을 적대시할 거다. 방금 깨어나서 아무것도 모르는 흑단이이긴 하지만 그래도 몬스터의 본능 때문에 사납게 굴 수 있었다.

    하지만 흑단이는 그렇지 않았다.

    ‘아무래도 금룡과 섞였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지만 말이야.’

    내 예상은 그렇다.

    지금까지의 행동을 봐서는 금룡의 인격이 완전히 지워진 건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혼란스러운 것인지 의식을 치를 때 일어났던 작고 사소한(?) 문제 때문인지 금룡의 인격이 무의식처럼 흐려진 상태로 보인다.

    내가 그렇게 확신할 수 있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건 흑단이가 보여 준 게 아니라…….

    벌컥.

    휴게실의 문이 열린다.

    “와, 정말이군요.”

    상기된 얼굴의 장우택이 모습을 드러냈다.

    “남의 길드를 그렇게 제집처럼 드나들지 말라니까 그러네요.”

    나의 말이 제대로 들리긴 하는 건지, 장우택의 시선은 내 품의 포대기에 싸인 흑단이에게 꽂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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