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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51화 (151/250)
  • 제151화

    제151편

    “호텔……?”

    “걱정하지 말아요, 몬스터는 제대로 처치한 것 같으니까.”

    “다, 다른 사람들은요?”

    “무사할걸요?”

    “네?”

    장우택은 의뭉스럽게 그렇게만 말했다.

    아니, 그게 무슨 무책임한 말인가.

    나는 온몸이 뻐근해서 덜그덕거리는 관절을 힘겹게 움직였다.

    영혼 조율 스킬은 생각보다 더 엄청난 것이었다.

    효과도 좋고 몸에 무리도 많이 가고.

    최대로 출력하면 이렇게 되는구나.

    “농담이에요. 일단 은하준 씨 동료들은 무사하고, 한세희 길드장은 모르겠네요. 부상이 좀 있는 것 같긴 하던데. 뭐, 대단하신 길드장님이니까 치료받으면 되죠. 길드에 좋은 포션도 많을 텐데.”

    장우택은 침대에서 일어나려는 나를 저지하며 물을 한 잔 건넨다.

    “신기한 스킬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은하준 씨.”

    “신기하긴요. 그냥 버프 스킬인데요.”

    “그냥 버프 스킬은 무슨.”

    “자주 쓸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다음부터는 아예 쓸 생각도 말아야겠더군요.”

    장우택이 내미는 잔을 받아 물을 마시며 고개를 내저었다.

    솔직히 이렇게 몸에 무리가 가는 줄은 몰랐다. 물론 그 상황이 되면 똑같이 이 스킬을 쓰게 되긴 하겠지만.

    부르르…….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울린다.

    “아, 결이다.”

    “흐흥. 귀찮게도. 좀 쉬게 두면 얼마나 좋을까요.”

    장우택은 김이 샌다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인다.

    이 사람 반응과 아까 하는 말로 봐서는 그냥 전투가 끝나자마자 나를 데리고 여기로 온 것 같은데.

    그럼 결이 입장에서는 내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이잖아?

    장우택이 결이에게 차분히 설명했을 리도 없고. 설명했다면 결이가 허락했을 리도 없으니까.

    “이만 가 볼게요.”

    “몸도 안 좋은데 좀 쉬고 가죠.”

    “됐습니다. 걱정하는 사람이 있어서요. 그리고 상황도 좀 살펴봐야 할 것 같고.”

    “상황 같은 건 제가 천천히 설명해 줄 수도 있는데…….”

    장우택은 나를 보내고 싶지 않은 눈치였지만, 나는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어, 결아. 괜찮아. 괜찮아. 장우택 씨랑 같이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래, 내가 스킬을 과하게 쓰는 바람에 소울메이트가 마지막에 끊어졌을 거야. 그래, 걱정했구나. 금방 갈게.”

    타악.

    호텔 문이 닫히고 방 안에는 장우택 혼자만 남았다.

    “저렇게 좋은 도시락을 들고 다녔다니.”

    그는 입맛만 다시며 은하준이 내려놓은 물컵을 바라보았다.

    “그 외에도 다른 힘이 있는 것 같았는데 물어보지 못했네. 한결이라……. 사람을 꽤 귀찮게 만든단 말이야. 손이 많이 가는 도련님이야.”

    은하준과 더 나눌 말이 있었던 참이었다. 장우택은 은하준이 전투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겼다.

    ‘내 능력이 아니었다면 몰랐겠지. 그래, 아마 나밖에 눈치를 못 챘을 거다. 갑자기 스텟이 상승했었지. 레벨이 오른 것도 아닌 것 같았는데, 특정 스텟만 올라갔다.’

    레벨이 오를 때는 적은 양이라도 모든 스텟이 한꺼번에 같이 상승한다.

    예를 들어, 체력이 3 오르고 마력이 1 오른다고 하더라도 레벨 업 때 둘 중 하나가 0으로 오르는 일은 없다는 거다.

    그런데 은하준의 스텟은 그런 식으로 올랐다.

    마치 특정 스텟을 골라 그것만 성장시킬 수 있는 것처럼.

    ‘그런 후에는 엄청나게 폭발적인 버프 스킬을 사용했고.’

    지난번에도 예상하기는 했지만, 은하준에게는 뭔가가 있다.

    무엇인가를 소진해서 특정 스텟을 키울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상식을 뛰어넘는 버프 스킬.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특별한 서포터 능력자다.

    그게 장우택이 내린 결론이었다.

    ‘탐나는데…….’

    은하준이 걸어 주던 버프의 감촉을 떠올린다. 아무리 뛰어난 서포터나 마법사, 힐러라도 그 정도의 버프 능력은 흔하지 않았다.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했다.

    ‘단숨에 힘이 두 배 끌어올려지다니.’

    물론 아직 서툴러 보이기는 했다. 마나 사용량을 제어하지 못하고 기절해 버리지 않았는가. 하지만 그런 서포터를 옆에 끼고 있느냐 없느냐는 전장에서 싸울 때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엄청난 키가 된다.

    ‘그가 왜 탐내고 있는지 알겠네…….’

    * * *

    ‘아이참, 그러고 보니 장우택이랑 같이 뉴 인트루더에 관해서 좀 더 대화를 나누고 싶었는데 말이지.’

    물론 장우택도 아는 정보가 그렇게 많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래도 한국에 꽤 머문다는 것 같으니까 아직 기회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왠지 내 주위를 엄청나게 서성이는 것 같으니까.

    “하준아!”

    “결아!”

    “걱정했어!”

    통화를 하고 한달음에 달려온 결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본다.

    “전투 중에 나도 네 스킬을 느꼈어. 갑자기 소울메이트의 성능이 좋아진 것 같더라고. 끊어지기 직전까지 힘이 두 배로 강해지는 걸 느꼈어. 게다가 그 덕분에 상태 이상이 풀린 것 같고.”

    “그래, 맞아. 넥스트 레벨 스킬을 썼어.”

    장우택에게 소울메이트를 사용하기 위해서 스킬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리자 결이의 표정이 묘해진다.

    “그럴 거 같더라니……. 그나저나 몸은 괜찮아? 스킬을 썼다고 기절을 하다니. 너무 위험하잖아.”

    “맞는 말이야. 나도 내가 기절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 지금은 망량이를 소환하지도 못할 정도로 마나가 완전히 소진됐어.”

    내 말에 결이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진다.

    “그런 스킬은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겠어.”

    “으음……. 내 생각도 그렇긴 한데. 아까는 너무 긴박했어. 사용하지 않을 수가 없었거든.”

    “내가 상태 이상에 걸리는 바람에…….”

    “아냐. 또 뭘 그렇게 생각해. 한세희도 상태 이상에 걸릴 정도로 강력한 공격이었어. 그 녀석들…….”

    “맞아. 그 녀석들.”

    “하지만 이로써 알게 됐어. 넥스트 레벨로 진입하고 나니 놈들을 상대하기가 훨씬 쉽다는걸.”

    내 말에 결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스텟이 크게 상승한 것도 아닌데 저번에 비해서 전투가 아주 수월했어. 상태 이상에 걸리긴 했지만…….”

    “그래, 그냥 보기에도 그게 느껴지더라고. 한세희와 비슷하게 딜을 먹이는 것 같던데.”

    “아직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결이가 뺨을 긁적인다.

    “넥스트 레벨로 넘어가야만 퀘스트를 깰 수 있다던 말이 실감이 난다.”

    “맞아, 그건 확실한 것 같더라고.”

    “다시 또 그놈들이 나타나기 전까지 넥스트 레벨 단련에 힘을 쏟아야겠어.”

    “대신 쓰러지진 말아야 해.”

    “물론이지. 갑자기 그렇게 마나를 많이 쓸 필요도 없어.”

    물론 그 정도로 쓰면 엄청난 성과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좋은 일이라고 볼 수 있지만, 결이가 더 걱정할까 봐 입을 다문다.

    ‘싱크로율이 100%가 되니 소울메이트가 특이하게 발동됐다. 그게 계속 제대로 터질지는 알 수 없지만…….’

    투웅.

    가슴팍에서 진동이 느껴진다.

    “어?”

    투웅, 투웅.

    “알이다.”

    “어디.”

    결이가 알에 귀를 대 본다.

    “어, 정말이다. 이 녀석 갑자기 쌩쌩해진 것 같지?”

    “그놈들 탓일까? 녀석들에게서는 던전 안의 기운이 훨씬 많이 느껴지는 것 같으니까.”

    “그것도 그렇지만, 뭔가 꺼림칙한 기운도 있지. 그것에 영향을 받은 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그러고 보니 내가 기절하는 바람에 소울메이트가 끊겼었다.

    알이 위험할 뻔했다는 거다.

    ‘완전 큰일 날 뻔했잖아. 금룡 녀석이 알을 잘 간수하지 않으면 언제 죽을지 모른다고 했는데.’

    그래, 앞으로 그 스킬은 되도록 사용하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마나에 소울 포인트를 투자해야겠어. 그러고 보니 단홍 상사에 가는 길이었는데 그 볼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기절하는 바람에 새로운 스킬도 사용해 보지 못했고 말이다.

    ‘젠장, 뉴 인트루더 놈들…….’

    * * *

    며칠 후.

    드디어 낙찰받은 마나 골렘 던전을 공략하기 위한 파티가 꾸려졌다.

    ‘안정을 취하느라 사용하지 못했던 새 스킬을 사용해 봐야겠다.’

    저번에 등장했던 뉴 인트루더.

    점액질 형태의 몬스터에게 사용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테지만, 기절하는 바람에 사용해 보지 못한 스킬.

    영혼 삼키기.

    드디어 그 스킬을 사용해 볼 때가 된 것이다.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 길드 내 상위 팀으로 출발합니다.”

    한결이와 나, 그리고 하케임이 함께다.

    거기다가 S급 힐러인 류창희도 함께다. 겨우 D급 던전인데 너무 초호화팀인가 싶지만, 미공략 던전의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서 미공략 A급 던전이 낙찰되었을 때, 우리가 기권한 것에 관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사실 나는 이 던전에서 에테르석 던전을 발견하는 것 외에는 별달리 사건 사고가 일어날 구실이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말이다.

    “자, 그럼 공략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츠츳…….

    포털 안으로 들어서자 익숙한 듯 낯선 광경이 펼쳐진다.

    사실 회귀 전에 이 던전은 금성 길드의 소유였기 때문에 들어와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이곳이 포털 안의 던전이기 때문일 거다.

    알을 데리고 다니면서부터 던전의 기운이 훨씬 친근하게 느껴진달까.

    토닥, 토닥.

    ‘오늘도 잘 부탁한다. 건강하게 버텨 다오.’

    알을 토닥이며 앞으로 나간다. 그리고 이내 마나 골렘을 맞닥뜨린다.

    “공격!”

    “마나 골렘이다!”

    “핵을 공격해!”

    휘익!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결이가 앞으로 나가고 마나 골렘의 핵을 박살 낸다.

    우수수……. 힘없이 골렘들이 무너진다.

    ‘그러고 보니, 마나 골렘은 마나 핵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거의 기계와 같은 몬스터라고 볼 수 있는데 영혼 삼키기가 되는 걸까?’

    그래도 일단 시도는 해 봐야지.

    “결아, 완전히 죽여 버리지 말고 적당히 살려 봐.”

    “응? 왜?”

    “써 볼 스킬이 있어.”

    “알겠어.”

    쿠웅! 쿠광!

    “그어어어……!”

    결이가 마나 골렘을 거의 무너지기 직전까지 부수고는 나를 본다.

    ‘자, 써 볼까.’

    스스슷.

    내 안의 마나가 나를 휘감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스킬이 발동된다.

    영혼 삼키기.

    츠츠츳.

    마나 골렘의 핵이 있는 곳에서부터 뿌연 연기가 뽑혀 올라오기 시작한다.

    “스으읏.”

    뿌연 연기가 그대로 내게 날아오고 자연스럽게 들이마시니 코와 입을 통해 빨려 들어온다.

    정말 말 그대로 영혼을 뽑아 먹는 듯한 모습이다.

    스으…….

    “큭.”

    갑자기 찾아오는 격통.

    정신을 잃을 만큼 아찔한 고통에 삼키던 연기를 뱉어내고 만다.

    ‘이, 이게 대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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