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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50화 (150/250)
  • 제150화

    제150편

    “은하준.”

    벼락처럼 나타난 남자의 입에서 제일 처음 나온 말은 그거였다.

    내 이름.

    “결아!”

    너무 멀어서 들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그 애 이름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놀랍게도 결이가 옆을 돌아본다.

    “무사했구나.”

    “하.”

    단번에 부드러워지는 얼굴을 보며 불안하던 내 마음도 어느새 진정이 되고 있었다.

    결이는 내 안전을 확인하자마자 다시 괴물을 향해 몸을 돌렸다.

    스릉.

    결이가 벽조목 손잡이를 꺼내 들자, 번개가 묶여 있는 듯한 검의 형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와우. 멋진데.”

    근처에 있던 장우택이 참지 못하고 한소리를 보탠다.

    결이는 그런 장우택을 한 번 노려보고는 괴물을 향해 달려들었다. 장우택은 그런 결이의 모습을 감명 깊게 감상하기 시작한다.

    “자, 이제 이쯤이면 안심해도 될 테지만……. 그래도 부지런히 도망가셔야 할 거예요. 전 다시 현장으로…….”

    “고맙습니다. 은하준 님! 정말 고마워요!”

    나는 구조해낸 시민을 내려놓고 다시 괴물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파칫, 파츠츠츳!!

    결이의 검이 괴물의 점액질 몸을 가른다.

    ‘이놈이 저번 놈이랑 같은 레벨이라고는 확신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공격이 훨씬 잘 먹히는 느낌인데?!’

    이전에는 결이의 공격이 하나도 먹히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발전이 아닐 수 없었다.

    ‘뭐가 달라진 거지?’

    * * *

    ‘먹힌다.’

    한결은 검을 타고 흐르는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저릿저릿하면서도 오싹한 감각이 팔을 타고 심장에까지 흐른다.

    ‘공격이 먹히고 있어.’

    처음에는 이전에 만났던 괴물보다 이번 괴물이 약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는 전혀 먹히지 않았던 자신의 공격이 이번에는 확실하게 괴물에게 대미지를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번이나 공격을 성공시키면서 깨달았다.

    한결 쪽이 강해진 것이 맞았다.

    ‘달라진 건 내가 넥스트 레벨로 두 번째 각성을 했다는 것뿐인데.’

    이전에는 다른 차원에 있는 대상을 공격하는 것처럼 공격이 허무하게 빗겨 나가거나 튕기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달랐다.

    같은 공간에 있는 것처럼 실재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닿을 수 있다.

    공격할 수 있다.

    파츠츠츳!

    한결의 벽조목 손잡이 검이 더욱 맹렬하게 타올랐다.

    “이런 벌써 한창이군.”

    익숙한 냉랭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별로 반갑지 않은 얼굴이 있었다.

    한세희.

    서광 길드의 길드장이 드디어 행차하신 것이다.

    “늦네요.”

    “주인공은 원래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

    “흥, 주인공이 아니라 메인 악당 보스가 마지막에 등장하는 거 아닌가요.”

    “……우리가 생각보다 많이 친해진 것 같군.”

    “그럴 리가요.”

    한세희의 말에 한결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검을 휘두르기 위해 꽉 쥐었다.

    * * *

    콰광!

    쿠과가강!

    끝없이 쏟아지는 공격.

    “그어어어!”

    괴물은 확실히 대미지가 들어가는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스아아아. 쩌적, 쩌저적.

    한세희의 냉기에 솟구쳐 올랐던 검은 점액질의 팔이 얼어붙는다.

    콰과광!!

    언 팔 위로 내리꽂히는 결이의 벽조목 검.

    밝은 빛과 함께 얼어붙었던 몸통이 부서진다.

    ‘한세희랑 거의 막상막하처럼 보이잖아.’

    결이의 공격이 먹히는 걸 보면 절대로 한세희에게 뒤지지 않아 보였다.

    오히려 비슷한 수준처럼 보인달까.

    많은 헌터가 구조 작업에 뛰어들어 현장은 조금씩 진정된 상황이었다.

    이전과는 달리 인명 피해가 크지 않아서 다행이다.

    ‘저 S급들 사이에 끼려면 더 강해져야 해.’

    결이가 이전 괴물과 달리 제대로 상대할 수 있는 건, 넥스트 레벨 각성의 효과가 큰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각성 후에도 괴물을 상대하기엔 턱없이 버거웠지.’

    더 강해져야 한다.

    영혼석을 먹고 소울 포인트를 채워서.

    아직도 강해질 길이 멀고도 험하다.

    저 멀리 하케임도 싸움에 합류한 것이 보인다.

    ‘지금까지 모은 소울 포인트를 모두 투자해서 마나와 체력 상승.’

    차르르륵.

    포인트가 소모되는 것이 느껴지고 힘이 차오른다.

    “읏차.”

    온몸에 차오르다 못해 흘러넘칠 것 같은 마나를 이용해서 ‘뉴 인트루더’를 향해 디버프 스킬을 사용한다.

    ‘불길한 예감!’

    투콰앙!

    반투명한 에너지체 창이 괴물 녀석에게 내리꽂히고 놈이 분노로 허우적거린다.

    “크아아아악!! 우어어어어어억!!”

    엄청난 울부짖음.

    띠링.

    [상태 이상: 공황 전이]

    [모든 소울계 상태 이상 면역으로 상쇄됩니다.]

    [상태 이상: 공황 전이]

    [모든 소울계 상태 이상 면역으로 상쇄됩니다.]

    시스템의 알림이 울린 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치열하게 전투하던 각성자 헌터들이 비틀거리고 있다.

    “크……흐윽!”

    결이나 하케임, 한세희도 상태 이상에 걸린 것 같았다. 모두 괴로워하며 머리를 감싸 쥐고 있다.

    “상태 이상 해제를……!”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멀쩡한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이런 젠장.”

    이 많은 각성자가 전부 상태 이상이 걸리도록 만들다니. 역시 이 새로운 괴물은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었다.

    ‘그래도 그렇지, 한세희까지 상태 이상에 걸릴 정도라니.’

    S급을 뛰어넘는 상태 이상 스킬.

    “무사한 건 우리뿐인가 보네.”

    물러나 있던 장우택이 옆으로 다가왔다.

    “당신이라도 무사해서 다행이네요.”

    “난 운이 무진장 좋거든.”

    질퍼억, 찐드윽.

    “그어어어…….”

    괴물 놈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구구구구. 쿠우우웅!! 거대한 몸집에 공황 상태가 된 각성자들이 짓밟히고 있다.

    “이런!”

    차르륵!

    잽싸게 튀어 나가 억압의 손길을 사용한다. 나의 반투명한 사슬이 사방에서 뻗어 나와 괴물이 걷는 방향의 각성자들을 잡아 끌어낸다.

    퍼어억!!

    쿠과앙!!

    그사이에 공중에 떠 있던 결이와 한세희가 괴물의 점액질 팔에 얻어맞고는 빌딩으로 처박힌다.

    “이거 싸움이 점점 어렵게 되는데?”

    “큭.”

    장우택이 앞으로 튀어 나가 전진하려는 괴물을 막아서지만, 혼자서는 아무래도 역부족이다.

    ‘상태 이상이 풀릴 때까지 시간을 조금만 더…….’

    츠츠츳.

    온몸에 마나가 돌면서 장우택을 향해 스킬을 사용한다.

    [장우택]

    영혼 등급: A

    영혼 상태: 안정

    싱크로율: 45%

    ‘젠장, 싱크로율이 턱없이 부족하군.’

    하지만 넥스트 레벨로 각성한 내게 이제 새로운 방법이 있다.

    영혼 조율.

    길드원들을 상대로 적은 양의 마나를 소모해서 싱크로율을 높이는 데 사용하고 있던 스킬. 효과가 미미해서 아직 이걸로 싱크로율을 맞춰 소울메이트를 사용해 본 적은 없었다.

    ‘이걸 지금, 설마 장우택에게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지금까진 굳이 이걸 이렇게 써야 할 상황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파츠츠츳.

    엄청난 마나가 내 몸 안을 휘젓는다. 이만큼 많은 마나를 사용해 본 것은 처음이다.

    “장우택 씨, 좀 더 버틸 수 있죠?”

    “좀 어려울 것 같은데.”

    장우택은 아직도 웃는 낯이지만, 척 보기에도 힘겨워 보인다. 괴물 역시 공황 상태에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지만, 이미 지쳐 가는 그의 팔이 덜덜 떨리고 있다.

    드드드드…….

    스킬이 발동된다.

    “어?”

    뭔가 느낀 장우택이 뒤를 돌아본다.

    싱크로율: 45%

    싱크로율: 65%

    싱크로율: 85%

    싱크로율: 100%

    “소울메이트!”

    츠츠츳!!

    내 몸에서부터 희고 투명한 선이 펼쳐져 장우택의 등에 가서 붙는다.

    스킬로 연결된 대상에게,

    스텟 0.6% 상승.

    스킬 0.6% 상승.

    모든 특수효과(면역, 이득) 0.6% 상승.

    띠링.

    [놀라운 수치의 싱크로율을 달성했습니다.]

    [스킬 레벨이 올랐습니다.]

    [소울 메이트-Lv.3]

    영혼 분별사 감정 싱크로율 70% 이상인 대상에게 사용 가능.

    스킬로 연결된 대상에게,

    스텟 1.2% 상승.

    스킬 1.2% 상승.

    모든 특수효과(면역, 이득) 2.3% 상승.

    촤아아악!!

    스킬이 성공적으로 발동함과 동시에 눈앞에 시스템 창이 펼쳐졌다.

    [놀라운 수치의 싱크로율을 달성했습니다.]

    [소울메이트의 능력이 한시적으로 크게 상향됩니다.]

    스텟 50% 상승.

    스킬 50% 상승.

    모든 특수효과(면역, 이득) 65% 상승.

    츠츠츠츳!!

    장우택의 등에 붙은 선은 이제 그의 전신을 휘감은 빛이 되었다.

    “맙소사, 뭘 한 거예요?”

    장우택은 놀란 얼굴로 나를 보는 것도 잠시, 주먹을 꽉 그러쥐더니 괴물을 향해 튀어 나간다.

    퍼어억, 스사아아악!!

    그의 손이 스친 곳이 녹아내린다.

    “그어어어!”

    괴물이 몸부림치지만, 장우택은 봐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촤악, 츠와악!!

    맹렬하게 쏟아지는 그의 공격.

    그가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일순간 주위가 녹빛의 구름으로 차오른다.

    “크에에엑! 크에엑!”

    괴물은 구름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계속해서 녹아내리는 몸 탓에 엎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크, 은하준 씨 챙겨야지.”

    뒤로 한참 물러난 장우택이 내 곁으로 바짝 다가온다.

    “독구름이에요. 들이마시면 인간은 죽어요. 아, 물론 각성자는 좀 버티겠지만요. 그런데 잘 모르겠네. 은하준 씨가 날 이렇게 펌핑시켜 놔서.”

    터억. 휘익!

    그가 내 허리를 감싸 안더니 그대로 높이 도약한다. 그러고는 높은 건물 위로 올라가 거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내려준다.

    “혼자서 걸을 수 있는데요.”

    “아아, 그런 것치고는 안색이 꽤 볼만한데요.”

    “네?”

    어질.

    순간 현기증과 함께 휘청인다.

    나를 놓아주려던 장우택이 다시 팔을 잡아당겨 부축한다.

    “방금 그 스킬로 힘을 다 쓴 것 아녜요?”

    “아아…….”

    장우택의 말이 맞다.

    싱크로율을 끌어올리느라 가지고 있는 마나를 죄다 써 버렸다.

    그러고 보니 망량이도 소환 해제된 지 오래다. 망량이를 소환할 수 없을 정도로 마나가 바닥났다면 엄청난 일이 벌어지긴 한 거다.

    츠츠츳.

    그 와중에도 소울메이트 스킬이 발동되고 있기에 마나가 쭉쭉 빠져나가는 게 느껴진다. 아니, 이제 마나뿐이 아니다. 내 체력을 끌어다 쓰고 있다. 실시간으로 체력이 끌려 나가는 게 느껴진다.

    마치 스킬이 살아 있어서 내 힘을 흡수하는 것처럼.

    “이제 그만 스킬을 해제해요.”

    “하지만…….”

    “방금 그걸로 몇몇은 상태 이상이 풀린 것 같으니까.”

    소울메이트에 연결된 장우택의 눈에 다른 연결자들이 보이는 모양이었다.

    희고 반투명한 선 끝에서 결이와 하케임이 일어난다.

    “은하준 씨,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이었네.”

    장우택이 씩 웃는 것을 마지막으로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 버렸다.

    * * *

    분명 주저앉기만 했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딘가에 누워 있는 상태다.

    “어라.”

    “정신이 들어요?”

    “여긴…….”

    “내 호텔이에요.”

    깨어난 나를 반기는 건 장우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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