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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49화 (149/250)
  • 제149화

    제149편

    “급성 포털이네요.”

    장우택은 생각보다 놀라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꺄아악!”

    “도망쳐요!”

    “모두 숨어요!”

    “대피하세요!”

    빵빵!

    거리는 순식간에 초토화된다. 혼비백산으로 도망치는 사람들로 도로가 꽉 막혀 버렸다.

    급성 포털의 문이 언제 열리는지는 랜덤이기 때문이었다.

    빨리 도망치는 것이 급선무였다.

    “서울은 급성 포털이 자주 생기는 것 같네요.”

    “중국은 안 그런가요?”

    장우택이 약간 어리둥절한 얼굴로 묻는다.

    “중국 어딜 말하는 거예요?”

    순간 아차 싶었다. 중국이 얼마나 넓은데 다짜고짜 중국은 안 그렇냐니.

    장우택은 내 생각을 알아차린 듯 씩 웃는다.

    “중국도 그래요.”

    그러더니 저가 먼저 차에서 내린다.

    츠츠츳.

    포털의 빛은 일렁거리면서 그 크기를 키우고 이내 표면이 부글거리기 시작한다.

    “나온다.”

    나도 차에 가만히 타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차에서 내리는 동안 기사님 역시 내려 대피하신다.

    “꺄아악! 도와주세요!”

    저 멀리 차들이 서 버린 도로 위에 고립된 차주가 보인다.

    아무렇게나 차를 버리고 가 버린 탓에 차 문이 가로막혀 내리지를 못하고 있었다.

    “아이가 있어요!”

    절박한 외침이 들리고 내가 나서려는 순간, 바람이 후욱 하고 일더니 장우택의 모습이 사라졌다.

    “빠, 빠르다.”

    나는 따라잡을 수도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사고 차량으로 다가간 장우택은 간단하게 두 손을 뻗는다.

    기기긱.

    마치 쇼핑 카트를 움직이는 것처럼 가벼운 움직임으로 단번에 차 문이 열린다.

    “고, 고맙습니다!”

    “얼른 가 봐요. 곧 몬스터가 나올 테니.”

    “정말 고맙습니다!”

    아이 엄마는 아이를 품에 안고는 달음박질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여기저기 고립되거나 정체된 사람들이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한다.

    “여, 여기도 좀 도와주세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도와드릴게요!”

    차르르륵!

    억압의 손길을 이용해 사람들의 대피를 돕는 동안, 포털은 몬스터를 뿜어낼 준비를 완전히 마쳤다.

    주우욱.

    쿠웅!

    모습을 드러낸 건 검은 점액질 덩어리처럼 보이는 거대한 몬스터였다.

    그 몸체가 밤하늘처럼 보였다. 작게 반짝이는 알갱이가 가득한 형체.

    마치 슬라임처럼 철푸덕하고 늘어뜨렸던 몬스터의 몸체 중앙이 주욱 하고 늘어났다. 그리고 마치 머리처럼 보이는 부분에서 여러 개의 가시가 돋아났다.

    마치 가시 면류관을 쓰고 있는 슬라임이라고나 할까?

    내가 처음 보는 몬스터였다.

    ‘그놈들이다.’

    회귀 전에는 마지막 퀘스트에서 봤던 불길한 몬스터들.

    일반 몬스터들과 달리 불온한 기운을 뿜어내는 녀석들.

    랭크를 떠나 각성자들의 공격이 거의 먹히지 않는 이상한 녀석들.

    ‘그놈들이 또 나왔어.’

    왜 마지막 퀘스트가 시작된 것도 아닌데 자꾸 저런 놈들이 등장하는 거지?

    저 녀석이 등장했다면 또다시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

    서울의 대형 길드가 거의 다 모여야 놈을 진압할 수 있을 거다.

    ‘그나마 진압할 수 있는 정도로 약한 놈들이 등장해서 다행인가.’

    그 점이 회귀 전과 또 다른 점이었다.

    ‘물론 그때도 S급들이 모두 달려든 건 아니었지만.’

    중요한 건 지금 계속해서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이다.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걸까? 나 때문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당장 알아낼 순 없어 답답하다. 어쨌든 이 녀석들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넥스트 몬스터?

    우우웅…….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몬스터 녀석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 녀석을 알아요.”

    장우택이 재빠르게 내 옆에 다가와 말을 건다.

    “뭔가 다른 녀석이죠?”

    “녀석에 관해 뭔가 아는 게 있나요?”

    그는 고개를 젓는다.

    “하지만 일반적인 몬스터와는 다르다는 걸 알죠. S급이나 A급이 문제가 아니라, 뭔가…….”

    구우웅!

    후웅!!

    거대한 점액질로 만들어진 팔이 우리를 향해 쭈욱 뻗어 나온다. 그러고는 그 아래에 뭐가 있든 상관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쿵! 하고 내려친다.

    파앗!

    장우택과 내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며 놈의 공격을 피해낸다.

    ‘다행히 그렇게 빠르지는 않아.’

    장우택 역시 그렇게 생각했는지 곧장 방향을 바꿔 다시 내 곁으로 붙었다.

    “베이징에서 한 번 만난 적 있어요.”

    “그쪽에서도 등장했었군요.”

    “내가 알기로는 미국에서도 출몰했었고요.”

    “정보에 빠삭하시네요.”

    “물론이죠. 화룽의 정보력이 얼마나 대단한데요.”

    휘우웅!!

    다시 쏟아지는 공격.

    이번 녀석은 전에 등장한 녀석보다 훨씬 호전적인 타입인 것 같았다.

    “내가 알기로는 우리 둘이서 상대할 수 있는 적이 아닌데.”

    “제 생각에도 그래요. 그래도 다행히 근처에 서광 길드 본부가 있어요.”

    “오, 한세희 길드장님을 기다리나 보군요.”

    “뭐 딱히 그런 게 아니라…….”

    딱히 아니라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우리나라 최고 랭크의 헌터니까 기다릴 만도 하지.

    “앞에 있는 나에게도 의지를 해 주면 좋겠는데.”

    “네? 당연히……. 그런데 우리 둘로는 상대가 안 된다고 벌써 말씀하셨잖아요?”

    “그렇긴 하지만요. 은하준 씨 하나 지켜 줄 정도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휘이익!

    이번에도 우리를 향해 날아오는 팔.

    철퍼억!!

    “……!”

    하지만 이번에는 장우택이 그 팔을 막아냈다.

    그그그그…….

    괴물과 힘 싸움을 하는 장우택.

    ‘대단하잖아? 분명 보통 힘이 아닐 텐데.’

    장리와 장우택 남매가 얼마나 강한지는 소문을 들어 알고 있었지만, 저런 녀석의 공격을 손쉽게 받아낼 정도라니.

    한세희만큼, 아니 한세희보다 더 강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큿!”

    파아앗!

    장우택이 괴물의 팔을 뿌리치고 뒤로 한껏 밀려난다.

    “후우. 진짜 장난 아니네.”

    치이이익…….

    팔을 잡았던 장우택의 오른쪽 손이 거의 녹아내리다시피 하고 있었다.

    “헉! 장우택 씨!”

    “괜찮아요. 나랑 같은 독 타입이라.”

    “독……!”

    주위를 둘러보니 과연 괴물의 팔이 닿은 곳마다 끈적하게 녹아내리고 있었다.

    휘이익!

    괴물을 향해 뛰어오르는 장우택의 양손에서 어두운 녹빛의 기운이 서린다.

    퍼억! 퍽!

    기운을 담은 손을 휘두르자 괴물을 향해 공격이 들어간다.

    취이익!

    괴물 역시 장우택이 당한 것처럼 약간의 대미지를 입은 것 같았다.

    “우리 둘로는 안 된다니까요!”

    “흐응. 역시 그렇네요.”

    장우택은 뒤로 멀리 물러나더니 피부가 녹아 떨어진 손을 살짝 털어냈다.

    “지금은 시민들이 대피하는 것에만 신경 써 주세요. 아직 먼 곳으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아아.”

    장우택은 조금 시시하다는 표정을 짓고는 시선을 괴물에게 고정했다.

    “은하준 씨가 그러는 대신에 나는 괴물의 어그로를 끌어 볼게요.”

    “……그러시든가요! 대신 조심하세요!”

    독 속성이라는 장우택의 능력을 생각하면 괴물의 어그로를 끌어 주는 편이 더 도움이 될 것 같기는 했다.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데엔 내 능력이 훨씬 잘 어울리니까.

    “와, 이제 나 걱정해 주는 거예요?”

    “네? 무슨……. 당연하잖아요?!”

    “기분 좋네요.”

    “장우택 씨! 지금 장난치는 거 아녜요!”

    휘오오오! 퍼어어억!!

    자신을 향해 내리꽂히는 괴물의 공격을 피해낸 장우택이 씩 웃으면서 한쪽 눈을 찡긋한다.

    “나도 장난치는 거 아닌데.”

    “그런 모습이 장난스럽다는…… 됐습니다.”

    “하하하!”

    통쾌하게 웃어 버리니까 무슨 영화의 한 장면 같잖아.

    나는 애써 장우택을 무시하며 비명이 들리는 곳으로 이동한다.

    “도, 도와주세요. 다리가…….”

    골목 구석에 쓰러진 학생이 보인다. 도망가다 다리를 접질린 모양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 은하준 님!! 은하준 님이시잖아요?! 고맙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이 학생도 나를 알아본다.

    얼마나 유명해져 버린 건지……. 뭔가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고 부담감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고.

    나는 학생을 둘러업고 땅을 박찼다.

    * * *

    [오늘 오전 11시경 강남역 일대에 나타난 급성 게이트가…….]

    버려진 차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 소리.

    그 소리를 가르고 하늘과 땅에서 각성자 헌터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급성 게이트에서 출현한 몬스터는 지금까지 발견되었던 몬스터와는 조금 다른…….]

    [……일전에 서울의 길드들이 다 함께 공략해야 할 정도로…….]

    [괴물 특수부대에서의 조사로도 아직 정확한 진단이 내려지지 않았지만…….]

    파직, 파지직.

    녹아 버린 차체에서 스파크가 튀고 있다.

    퍼엉! 펑!

    괴물의 공격을 버티지 못한 건물과 차가 폭발한다.

    “놈이 너무 강하다!”

    “이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데 집중해!”

    “곧 대형 길드가 올 거야!”

    헌터들이 입을 모아 서로에게 지시하고 손발을 맞추고 있다.

    “그나저나……. 저 헌터. 누구야? 대단한데.”

    이미 모여든 헌터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드는 주인공은 장우택이었다.

    “저 독성 공격……. 화룽의 장우택 아냐?!”

    “장우택이 아직 서울에 있어?!”

    “살벌하구만. 저 괴물이 그래도 공격을 당하는 모양새는 나고 있잖아.”

    그들의 말대로 장우택은 확실히 괴물의 움직임을 조금씩 막아내고 있었다.

    괴물은 멀리 이동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선 채로 장우택과 다른 헌터들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혼자서는…….”

    “우리로서는 무리다!”

    “장우택도 슬슬 체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속도가…….”

    “자! 모두 공격! 장우택을 도와라!”

    퍼억! 퍼어엉!

    스칵!! 콰가가가가!

    괴물에게 쏟아지는 헌터들의 공격.

    하지만 장우택의 경우와는 달리 다른 헌터들의 공격은 괴물에게 생채기 하나 내지 못하고 있었다.

    “크윽, 우리로는…….”

    “아무런 힘도 되지 못한다는 건가…….”

    “갑자기 저런 이상한 몬스터가 나타나는 이유는 뭐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몬스터잖아!”

    “벌써 이게 두 번째다. 서울의 길드가 모두 모이지 않으면 해치울 수 없는 몬스터라니……. 정말 재앙이 따로 없잖아!”

    절망에 찬 목소리가 하늘을 울리는 가운데.

    번쩍!

    허공이 갑자기 빛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이내.

    쿠과과과광!! 콰르릉!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하늘에서부터 쏟아지는 뇌격.

    “한결이?”

    시민들의 대피를 돕느라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나는 깜짝 놀라 괴물이 있는 곳을 돌아본다.

    취이이익…….

    괴물의 몸에서부터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

    확실히 대미지가 들어갔는지 괴물의 피부가 검게 타들어 가 있고 고통의 몸부림을 친다.

    “공격이 먹힌다!”

    “대미지가 제대로 먹혔다!”

    “누구지?!”

    헌터들이 환호하는 소리와 함께 공중에서 밝은 빛이 점멸한다. 그 빛이 땅까지 닿자 사람의 모습이 드러났다.

    곤두선 머리카락에 차갑고 매서운 눈매.

    내가 아는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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