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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46화 (146/250)
  • 제146화

    제146편

    “알은 괜찮아요?”

    “네. 오히려 던전 내부에 들어갈 때마다 기운이 넘치는 것 같달까.”

    처음에는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금룡이 말하기를, 알의 상태는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니 떨어질 수가 있나.

    포지션이 포지션이다 보니, 내가 너무 앞으로 나가지만 않으면 공격에 당할 걱정은 없었기에 포대기에 싸서 던전까지 들어가게 된 거다.

    그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알이 박동했었지.’

    아무런 생명 반응이 없던 알이 파동을 만들어냈다. 품에 안고 있는 나만이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미약한 것이었지만.

    ‘던전 내부의 마나를 좋아하는 것 같았지.’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원래 몬스터의 알이다.

    던전 바깥보다 던전 내부가 훨씬 어울리는 장소인 거다. 그래서 오히려 던전 공략을 나서게 됐다.

    ‘어차피 아주 강력한 던전 공략을 하는 것도 아니니까.’

    덕분에 정말로 알과 24시간 붙어 있을 수 있었고 소울메이트를 사용해 알의 상태를 호전시켜 갈 수 있었다.

    [흑룡의 알]

    영혼 등급: E

    영혼 상태: 불안정

    싱크로율: 87%

    등급도 어느새 F에서 E로 올라왔다.

    등급이 올라왔다는 건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는 뜻이겠지.

    “지금 은하준은 슈퍼 아빠 상태다.”

    하케임은 내가 대견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를 들어 올렸다.

    “슈퍼 아빠…….”

    진보라는 조금 멍한 얼굴로 나와 알을 바라본다.

    “그래도 화룽에서 정말 좋은 선물을 해 줬네. 하준이가 이렇게 좋아하는 걸 보는 건 처음인 것 같달까. 나도 기분이 좋아.”

    인화 선배가 방긋 웃는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거린다.

    사실 이 알의 상태를 정확하게 아는 건 나와 결이, 금룡과 하케임 정도니까 유난스러워 보일 수는 있겠다.

    “꼭 제대로 부화시키고 싶어요.”

    “그렇게 될 거야.”

    포대기 안에 있는 알을 쓰다듬어 본다.

    * * *

    [속보입니다. 여의도 한복판에 인트루더가 출몰했습니다. 인근에 계신 시민 여러분께서는 속히 대피하시어…….]

    두두두두.

    연기가 솟아오르는 한강공원. 그 위로 헬기가 떠 있다.

    두두두두.

    투콰아앙!!

    굉음이 들리고 헬기는 반으로 갈라져 추락하기 시작한다.

    삐이, 삐이. 삐-메이데이.

    콰과과광!!

    또 하나의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그 속에서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뱀 인간의 모습.

    나가다.

    여섯 개나 되는 팔에는 짝마다 커다란 창을 들고 서 있다.

    “크샤아아아아!!”

    나가 하나의 크기가 버스를 세로로 세워 놓은 것보다 훨씬 컸다.

    “으아악!”

    “도망쳐!”

    “인트루더다!”

    “각성자! 각성자는 어디 있는 거야!”

    혼비백산하며 도망가는 일반 시민들.

    그중 하나를 나가 중 하나가 낚아챈다.

    “으아아아! 살려 주세요!”

    “샤아아아!”

    뱀 인간의 입에서 두 갈래로 갈라진 혀가 날름거린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손에 쥔 인간을 집어삼키려는 듯 노란 눈이 번들거렸다.

    “어림없지!”

    높은 곳에서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차르르륵! 세 쌍의 팔이 사슬에 휘어 잡힌다.

    “결아!”

    츠팟!!

    그와 동시에 나가의 손에 있던 사람의 형상이 사라졌다.

    “캬아아?!”

    나가는 당황하며 주위를 둘러본다. 저 멀리 점멸하며 사라지는 형상. 나가가 재빨리 뒤를 쫓으려 하지만, 자신을 묶은 사슬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사슬을 끊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역부족이다.

    “하아앗!”

    이내 머리 위에서부터 내리꽂히는 거대한 창칼에 의해 반으로 나뉜다.

    추화아악! 푸른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도로를 적신다.

    “으아아! 각성자다!”

    “저것 봐!”

    “뭐야? 저건……. 애를 안고 있는 건가?”

    “각성자가 애를 안고 있다고?”

    “아냐, 잘 봐! 저건…… 으, 은하준이다!”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에 어쩐지 얼굴이 붉어진다.

    나는 포대기 속에 알이 잘 들어 있는지 확인한 다음, 남은 몬스터의 수를 세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았다.

    “은하준! 은하준!!”

    “도와주세요!”

    불이 붙은 건물 위, 다른 곳으로 대피할 수 없는 곳에 고립된 인원이 보인다.

    휘이익.

    단숨에 그리로 달려가니 사람들은 반가움에 눈물을 흘린다. 이제 살았다는 안도감, 구출되었다는 감사함으로.

    “고맙습니다!”

    “하준 님! 감사합니다.”

    “여러분, 빨리 여기서 벗어나셔야 합니다. 건물이 언제 어떻게 무너질지 모릅니다!”

    “네!”

    “다들 제 지시에 따라 주세요!”

    쉬리리릭!!

    능숙하게 사슬로 미끄럼틀을 만들어 건물 위에 고립된 사람들을 구출한다.

    “우중격침(雨中擊針).”

    콰과과광!!

    한바탕 벼락이 쇄도하고 여의도 도로를 채우고 있던 나가가 나가떨어진다.

    파취이이이……. 비릿한 생선이 타들어 가는 냄새.

    “크윽. 비린내.”

    휘익! 헤르메스의 신발을 이용해 높이 떠오른다. 그리고 또 고립된 사람들이 없는지 둘러보던 그때, 휘리리릭!! 무엇인가가 다리에 감겨 온다.

    “……!”

    아래를 내려다보니 내 다리에 감겨 있는 건 나가의 채찍이다. 마치 물풀처럼 끈적거리고 미끈거리는 검푸른 색의 채찍.

    내 한쪽 다리를 단단하게 붙잡고 있다.

    “크윽.”

    헤르메스의 신발로 하늘을 딛고 버티려고 하지만 나를 잡아당기는 힘이 엄청나게 무시무시하다.

    휘이익!

    결국 나가에게 끌려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진다.

    콰아아앙!!

    “큭!”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알의 안전부터 살핀다.

    일부러 등부터 떨어졌다. 포대기 안의 알을 확인하니, 다행히 금 하나 가지 않았다.

    ‘역시 은봉 할머니가 만들어 주신 방어구. 튼튼하다니까.’

    하지만 알을 가진 나 혼자서 이 거대한 나가를 상대하기에는 벅찼다.

    “이 자식 가만 보니까……. 네가 보스로구나.”

    나를 붙잡아 끌어내린 건 그냥 나가가 아니었다.

    뱀 인간의 머리 위에 산호로 만든 관이 있고 목에는 빛나는 진주로 만들어진 목걸이가 있다.

    나가의 왕.

    방금 발생한 급성 던전 포털에서 나온 몬스터들의 보스.

    스스스스…….

    나가의 왕이 시선을 움직이자, 도시 어디에 숨어 있었던 것인지 모를 뱀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기 시작한다.

    “저리…… 가라!”

    몸을 일으켜 세우는데 오싹한 기운이 느껴진다.

    휘이익!!

    터억!

    이번에는 나가의 왕이 직접 나를 손에 쥔다. 알을 지키느라 정신이 산만한 틈을 노려 계속해서 공격해 오는 것이다. 끔찍한 격통이 몰려 온다.

    “크윽, 가지가지하네!”

    알이 파괴될까, 온몸으로 조여 오는 녀석의 손아귀 힘을 버텨낸다.

    두근, 두근.

    그리고 익숙한 감각이 내게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스컹!

    단 한 번의 검 놀림.

    나를 쥐고 있던 나가 왕의 손목이 끊어져 내린다.

    “하앗!”

    추락하는 몸을 추슬러 곧장 하늘을 딛고 멀리 떠오른다. 알이 떨어지지 않도록 받치는 건 거의 본능적이었다.

    “결아!”

    “괜찮아?!”

    “난 괜찮아! 물론 알도……!”

    휘리릭. 한결이의 검이 한 바퀴 돌더니, 사정없이 나가 왕을 향해 쇄도한다.

    “캬아아아!!”

    나가 왕은 남은 다섯 개의 손으로 결이의 공격을 막아내려 하지만, 여러 개의 팔이 서로 엉켜 결국 결이에게 팔 하나를 더 내어주게 된다.

    “하앗!”

    거기에 하케임까지 합세한다.

    두 사람만으로 나가 왕을 상대하기엔 충분하다.

    쉬익! 하케임이 나가 왕의 하체를 공격해 넘어트린다.

    구구구구. 건물 5층 높이쯤 되는 거대한 나가 왕이 바닥으로 쓰러진다.

    스스스슷.

    “도망친다!”

    나가 왕이 한강을 향해 기어가기 시작했다. 남아 있는 4개의 팔과 거대한 뱀의 꼬리를 이용해 엄청난 속력으로 기는 모습은 가히 공포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놓칠 줄 알고!”

    타아앗! 츠팟!!

    순식간에 점멸한 결이가 나가 왕의 목을 완전히 동강 냈다.

    서걱.

    쿠우웅!

    차르르륵!

    온갖 화려한 장신구가 달린 나가 왕의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져 데굴데굴 굴러간다.

    즈즈즈즈…….

    나가 왕의 목이 떨어지자, 나가들과 나가 왕이 나왔던 던전 포털의 크기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영구 크랙이 아니라서 다행인걸.”

    나가 왕을 해치운 결이 쪽을 바라보는데 띠링, 하고 시스템 알람이 울린다.

    차르르륵. 인벤토리가 채워지는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내 눈을 사로잡는 것은 따로 있었다.

    “이건…….”

    [한결 님의 두 번째 각성을 축하합니다.]

    깜짝 놀라 결이 쪽을 바라보자, 결이 역시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두 눈이 딱 마주친다.

    분명 우리 두 사람은 같은 걸 보고 놀란 것이다.

    “넥스트 레벨!”

    드디어 결이도 넥스트 레벨에 도달한 거다!

    츠츳! 츠팟!

    한결이가 점멸을 사용해 곧장 내게 달려왔다.

    “넥스트 레벨이지. 방금 알림이 왔어. 내가 두 번째 각성을 했다고.”

    한결은 내게 자랑하듯 말을 쏟아내면서도 시스템 창에 시선을 빼앗겨 있었다.

    이제 그냥 레벨 옆에 한결이도 넥스트 레벨이라는 것이 생겼을 거다.

    앞으로는 일반 레벨뿐만이 아니라, 바로 저 넥스트 레벨까지 신경 써서 올려야 한다.

    “그래, 맞아. 김예리 씨와 비교하면 정말 오래 걸렸다. 우리는 같이 살아서 항상 소울메이트로 연결하고 있었는데도 말이야.”

    이 넥스트 레벨이라는 것도 첫 번째 각성만큼 제멋대로였다. 지금껏 김예리와 결이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아직 두 번째 각성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사실 내가 소울메이트를 사용해 연결된 사람이 두 번째 각성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 외에는 어떤 방법이 각성을 촉진시키는지에 관해서는 알기 어려웠다.

    지금처럼 이렇게 소울메이트를 자주 연결하고 함께 전투를 하면서 경험치를 모으는 방법밖에는.

    “그래도 다행이다. 이로써 한 사람 더 늘어났잖아.”

    “그래. 맞아.”

    휘이익.

    하케임이 약간 뒤늦게 우리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넥스트 레벨 각성이라니. 축하한다. 한결.”

    “여기서 이렇게 각성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걸. 알은? 무사하고?”

    “알 역시 무사해.”

    그러는 사이에 알림음이 하나 더 울린다.

    띠링.

    [축하합니다. 넥스트 레벨이 올랐습니다.]

    [넥스트 레벨 스킬을 습득하셨습니다.]

    “새로운 스킬이 생겼어. 그것도 넥스트 레벨 스킬이야.”

    “오! 축하한다. 새 스킬이라니. 어떤 스킬이야?”

    “잠깐…….”

    알을 쓰다듬으면서 시스템 창을 확인한다.

    기본 스킬이라면 회귀 전에 이미 겪어 봤으니 짐작할 수 있을 테지만, 넥스트 레벨 스킬이라면 내가 겪어 본 적 없는 스킬일 테니까 상상할 수도 없다.

    두근, 두근.

    스킬 창을 열어 확인한다.

    [영혼 삼키기]

    대상의 영혼을 직접 삼킨다.

    소울석으로 섭취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소울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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