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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44화 (144/250)
  • 제144화

    제144편

    “나와라, 금룡.”

    “…….”

    앞에다 결이를 앉혀 놓고 녀석을 불러본다.

    “아니, 나올 것도 없지? 항상 결이가 보고 듣는 걸 같이 보고 들을 테니까 말이야. 그렇지, 결아?”

    “어……. 그렇지. 아무래도.”

    그렇게 말하는 결이는 마치 누군가가 옆에서 고함이라도 치는 것처럼 눈을 살짝 찌푸린다.

    “물론 내가 매번 아주 귀신 쫓아내듯 쫓아내서 마음이 좀 상했겠지만…….”

    “좀이 아니래.”

    “흠흠. 자아, 이걸 보라고.”

    터억.

    흑룡의 알을 내놓는다.

    금룡 네 녀석도 드래곤이라면 용 알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가 있을까?

    “와, 이게 뭐야?”

    “중국의 화룽 길드 알지? 거기서 온 장우택이 내 생일 선물이랍시고 준 거야.”

    “그 녀석이 네 생일은 어떻게 알고? 안다고 해도 갑자기 선물을? 일면식도 없는 사이잖아.”

    “내 말이 그 말이야.”

    결이의 얼굴이 약간 어두워진다.

    “한세희와 함께 왔더라고. 한세희에게 나를 소개시켜 달라나 뭐라나. 처음에는 민간 방어 무기 이야기를 하더라고. 환희가 개발하고 있는 것 말이야.”

    “그걸 탐내고 온 거구나?”

    “응. 그런데 내게 권한이 없다고 했더니, 그래도 상관없다면서 다짜고짜 이걸 선물이라고 주더라고.”

    “이상한 사람이네.”

    잘생긴 미간에 또 주름이 잡힌다. 저러다가 깊게 파이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걱정스럽다.

    “친구가 되고 싶다면서 말이야.”

    “친구는 무슨, 꿍꿍이속이 더 있는 거겠지.”

    “하여튼 간에 이건 몬스터 알이고…… 내가 알아본 바로는 용의 알인데. 금룡 네가 보기엔 어때?”

    “……음, 금룡 녀석 목소리가 사라져 버렸는데.”

    “뭐?”

    “가끔 이래. 이럴 땐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라는 거야.”

    “아니! 지금 이 중요한 사안을 앞에 두고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꼭 필요할 때 이런 식으로 입을 다물어 버릴 때가 있거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보지만, 결이 속에 숨어 있는 금룡을 상대하기란 참으로 곤란하다.

    “크윽……. 이런 때 도와주지 않는단 말이야?”

    “이 녀석이 원래 그래.”

    “나쁜 놈! 네 몸을 마음대로 빼앗을 땐 언제고. 뭐 그때도 도움을 주니 마니, 그래 놓고 말이야.”

    “흐음…….”

    결이가 눈앞에 놓인 알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내가 불러내 볼까.”

    “뭐?”

    “녀석이 내 몸을 마음대로 빼앗은 것처럼 나도 녀석을 마음대로 끌어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뭐……. 물론 그렇긴 하겠지만, 무리하지 마. 그 녀석이야 천천히 설득하면 되지 않을까. 알이 당장 내일 죽어 버리는 것도 아니니까.”

    결이가 이번에는 나를 빤히 바라본다.

    “왜, 왜?”

    “난 할 수 있어.”

    “어?”

    “그렇게 생각하지?”

    “으응? 당연하지. 우리 결이가 누군데! 세계 최고 S급 헌터가 될 한결인데!”

    “……그렇게까지.”

    결이는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다가 심호흡을 한다. 그러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정말로 뭔가 해 보려는 걸까.

    마음대로 금룡을 끄집어냈다가 다시 마음대로 넣을 수 있다면야 영구적으로 결이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긴 하다.

    위급 시에 금룡의 도움이 필요할 때 자의로 힘을 빌릴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아무래도 금룡에게 휘둘리게 되는 것 같아서 조심스럽긴 한 일이다.

    ‘그래도 저렇게까지 말을 하는 걸 보니,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은데. 따로 훈련을 한 건가?’

    그렇게 생각하면 참 기특한 일이다. 우리 결이 다 컸구나.

    “아! 정말!”

    침묵을 깨고 결이가 성질을 부린다. 놀라 결이의 얼굴을 가만히 살피고 있다 보니, 이게 결이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녀석은 금룡이다.

    “진짜로 불러냈잖아. 대단한데.”

    “대단하긴 뭐가 대단해! 이 건방진 놈!”

    “건방지긴 뭐가 건방져! 몸을 빼앗을 때는 즐겁게 빼앗아 놓고.”

    “즐겁다니. 참 나, 그때마다 내가 나오지 않았으면 모두의 목숨이 위험했을 거다.”

    금룡은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지 발을 바닥에 퉁퉁 차 보고 눈을 굴려 보고 야단이다. 어떻게든 다시 돌아가려고 하는 것 같은데 쉽지 않나 보다. 역시…… 우리 결이는 대단해. 멋져.

    “이 알 좀 보라니까.”

    “내가 베이비시터인 줄 아느냐!”

    “오호……. 그런 말도 다 알고. 준비되어 있나 본데?”

    “아니다!”

    금룡은 고개를 홱 돌려 다른 곳을 본다.

    뭐야, 이 반응은……. 애야 뭐야.

    “아니, 반응이 왜 이래? 왜 갑자기 이렇게 비협조적이야? 언제는 뭐든 도와준다고 그랬었잖아.”

    “뭐든 도와준다고 한 적은 없다. 애초에 이 몸이 그래야 할 이유도 없고.”

    “아닌데, 이상한데.”

    “흥.”

    뭔가 반응이 이상하지만, 녀석이 왜 그러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한 길 사람 속도 알기 힘든데 용의 속내를 어떻게 알겠는가.

    “게다가 같은 용족 아니야? 왜 이렇게 차가워?”

    “너 같은 녀석들 때문에 이런 거다. 같은 용족이라니. 저 녀석과 내가 뭐가 같단 말이냐? 하나도 같지 않다. 게다가 저 녀석은 흑룡의 알이 아니냐.”

    “오오, 봐. 크게 설명하지 않았는데도 한눈에 알아보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으응? 그럼 뭐가 중요한데?”

    “어차피 그 알 속의 녀석은 죽을 놈이란 말이다.”

    “뭐?”

    금룡은 사나운 눈초리로 알을 흘겨보며 말했다.

    “그걸 선물한 인간 놈들은 아마 짐작도 못 했을 거다. 그러니 일부러 죽을 알을 선물한 건 아닐 거야. 이건 용인 나만 느낄 수 있는 거니까. 그 알은 이미 가망이 없어. 그러니까 더는 나를 괴롭히지 마라.”

    “어째서!”

    생각지도 못한 말에 당황하며 그렇게 외쳤지만, 머릿속으로 아까 본 정보가 떠오른다.

    [흑룡의 알]

    영혼 등급: F

    영혼 상태: 불안정

    싱크로율: 87%

    영혼 등급이 F에 상태가 불안정이기 때문일까? 이 녀석이 죽는 건…….

    “그렇게 불쌍한 눈으로 보지 마라.”

    “어떻게 그래.”

    나는 천천히 알을 쓰다듬었다.

    “이유도 모른 채, 깨어나 보지도 못하고 죽어야 하는데……. 너는 이 알이 불쌍하지도 않아?”

    “…….”

    내내 다른 곳을 노려보고 있던 금룡의 표정이 점점 풀어진다.

    “불쌍해도 방법이 없지 않나.”

    “정말로 방법이 없어?”

    사실 알이 죽어서 화룽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것쯤이야 크게 상관할 일이 아니다. 선물은 신선 길드가 받은 게 아니라 내가 받은 것이니까.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나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기도 하고 말이다. 내가 화룽의 눈치를 제대로 보지 않는다고 해서 또다시 내게 눈치를 줄 사람이 없다는 거다.

    ‘그러니 솔직히 화룽이 내게 선물을 준 것 자체가 설명이 안 되는 묘한 일이지. 장우택이 별난 사람이라서? 그것만이 아닐 텐데. 나는 그저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할 뿐이지만.’

    어쨌든 그들은 D급인 내게 뭔가가 있다고 좋게 봐 주었고, 초기 멤버 중에서도 선물 같은 얕은수로 사로잡을 수 있을 만큼 손쉬운 상대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거다.

    어쨌거나 그런 것은 일단 둘째 치고 눈앞의 알이 깨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마음이 아팠다.

    매번 사냥하는 몬스터인데 새끼나 알이라서 그런 걸까.

    그저 단순히 결이에게 선물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서 그런 걸까.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기왕에 받은 선물이니 잘 부화시켜서 예쁘게 키워 주고 싶었다.

    몬스터라도 새끼 때부터 조련을 시작해 인간과 섞일 수 있다면, 그런 삶이라도 녀석이 살 수 있었으면 했다.

    뭐가 됐든지 죽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짧은 내 생각이긴 하지만, 하여튼 나는 그랬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들 하는데, 이 녀석에게도 그렇지 않을까.

    ‘방법이 없을까…….’

    영혼 분별사로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면, 거기다가 싱크로율이 뜨기까지 한다면 소울메이트도 가능한 것 아닐까?

    소울메이트가 가능하다면 녀석이 깨어날 수 있도록 돕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츠츠츳.

    “너……!”

    이미 소울메이트로 연결되어 있는 결이, 그러니까 결이의 몸을 한 금룡은 내가 알에게 스킬을 사용하는 걸 깨닫고 깜짝 놀라 바라본다.

    반투명한 끈이 나와 알 사이를 연결한다.

    우우웅.

    알과 연결되었다는 게 느껴진다.

    인간과 연결될 때보다 훨씬 미약하다.

    “아직 살아 있어.”

    “……그래, 살아 있지. 곧 죽겠지만.”

    “이봐, 너무 극단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살리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 어쨌든……. 용 형이잖아. 용 형. 선배.”

    “그런 말도 안 되는 말로…….”

    내가 빤히 바라보자 금룡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녀석이 죽는다고 한 건 다른 이유가 아니야. 이미 영이 죽었기 때문이다.”

    “영이 죽었다고?”

    “영혼이 영과 혼의 합이라는 건 잘 알고 있겠지? 그중에 하나라도 잘못되면 제대로 된 생명체로 태어날 수가 없어. 한데 그 녀석은 이미 그중 하나가 손상된 채란 말이야.”

    “그걸 네가 어떻게 아는데?”

    “나 역시 손상체 중 하나기 때문이지.”

    금룡은 거기까지 말했다가 실수했다는 듯 헉 하고 놀랐다.

    ‘손상체…….’

    금룡이 했던 말을 곱씹어 본다.

    영과 혼의 합. 영이 죽어 혼밖에 남지 않았다.

    혼과 백. 손상체.

    왜 이렇게 익숙하지?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가 분명함에도 낯설지 않다.

    언젠가 그런 이야기를 쭉 들어왔던 것처럼 말이다.

    어디서 들었을까?

    옛날이야기?

    “망량아.”

    “네, 주인님.”

    “금룡의 말이 맞아?”

    “……금룡이 하는 말이 맞기는 하지만, 저 알이 그렇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어요. 저는 그것까지 분간은 안 되거든요.”

    나는 천천히 알을 굴려 보았다.

    이렇게까지 살아 있는 감각이 선명한데 이미 죽은 게 당연하다는 소리를 인정할 수가 없다.

    뭔가 이 녀석을 살릴 수 있을 거라는, 제대로 알에서 깨게 할 수 있을 거라는 묘한 자신감이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

    ‘내 소울 포인트로 어떻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이 금룡은 묘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건 아무리 각성자라도 할 수 없는 일이니라.”

    “네가 어떻게 알아.”

    “어떻게 알긴. 수많은 세월 동안 살아남았으니 알지. 그러니…….”

    “그래. 맞아.”

    “응?”

    “네 녀석도 손상체라면서 이때까지 살아 있잖아? 물론 실체화된 몸은 없지만 말이야.”

    “으응?”

    “그러니 이 아기 용도 태어날 수 있어.”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역시 너, 방법을 아는 거야. 그렇지?!”

    내 물음에 금룡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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