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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43화 (143/250)
  • 제143화

    제143편

    갑자기 선물이라니. 장 리에 관해서 아는 게 많이 없지만, 분명 동생인 장우택이 훨씬 귀찮고 짐작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예감이 든다.

    “곧 생일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그건 또 어떻게 아셨대요.”

    “친구가 되고 싶으니까.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즈즈즛.

    장우택의 손 위로 소환되는 건 알 모양의 아이템이었다. 그 크기가 타조 알보다 조금 더 크다. 그냥 봐서는 무슨 아이템인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무슨 알일까요?”

    “진짜 알인가요? 뭔데요?”

    “몬스터 알이랍니다.”

    “그러니까 무슨 몬스터…….”

    “비밀입니다. 하하하.”

    “네?”

    장우택은 활짝 웃는다. 정말이지 아무런 의도도 없다는 듯 순수하게 말이다.

    그는 마치 옛날 홍콩 배우들을 떠올리게 할 만큼 수려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기에 보는 사람이 다 마음의 장벽이 풀리는 수준이었다.

    “제 선물이라면서요.”

    “깜짝 선물이니까요. 하지만 시시한 건 절대로 아닙니다.”

    몬스터의 알이 시시할 리가 있겠나.

    어떤 몬스터냐에 따라서 그 희소성이 더 높아지지만, 이 자체로도 무척 구하기 힘든 것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런 선물을 받는 것 자체가 엄청난 게 맞긴 한데.’

    확실히 화룽이나 장우택이 엄청난 선물을 한 것임은 틀림이 없다. 그 점에는 이의가 없으나 대체 왜 내게 이런 선물을 한단 말인가.

    “몬스터 알이 얼마나 귀한지 알고 있습니다.”

    “가치를 알아주시니 다행이네요.”

    그는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 활짝 웃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나는 장우택 같은 사람이 싫다.

    저렇게 얼굴만 믿고 웃음으로 모든 걸 무마하려는 사람 말이다!

    “사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화룽에는 몬스터 알 부화사가 있습니다. 전 세계에 있는 몬스터 펫 절반이 우리 화룽 길드에서 길러졌고요.”

    그는 아주 자랑스럽게 말했다.

    확실히 자랑스러울 일이 맞다. 중국의 화룽 길드가 세계 최고 길드의 반열에 오른 것도 다 저 펫을 부화시키고 길러내는 능력에 있었다.

    솔직히 그런 길드가 내게 관심을 가진다는 게 믿기지 않을뿐더러 부담스럽기도 하고…….

    “그러니까……. 이런 걸 받을 이유가 제겐 없는 것 같습니다.”

    “또 그러신다. 선물이야 주는 사람 마음이지 않습니까? 정 내키지 않으신다면 이 알이 부화하고 나서 그 내용물을 보고 저에 대한 마음을 다시 고려해도 좋을 겁니다.”

    그냥 선물을 받고 싶지 않은 것인데 장우택은 이런 식으로 계속 밀어붙일 생각인가 보다.

    사실 꿍꿍이속을 모르겠어서 부담스러운 것뿐이지, 준다는 선물을 안 받을 이유가 없긴 하다. 애초에 저쪽에서 헛발질을 하는 거고.

    ‘확실히 탐이 나기는 한다만…….’

    과연 무슨 몬스터의 알일까?

    애초에 몬스터는 성체의 경우 인간의 입맛에 맞게 조련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알이나 새끼의 경우에도 그 확률이 미친 듯이 적다. 그런데도 야생을 길들이고자 하는 인간의 욕심은 정말 끝도 없는 것이다.

    ‘어떤 몬스터일지는 몰라도 화룽과 장우택이 준 알인데……. A급 몬스터는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펫 아이템으로 결이에게 선물하면…….’

    그리고 나 역시 막상 몬스터의 알이 손에 들어오자 욕심이 생긴다.

    현재 우리 길드에서 펫을 가지고 있는 각성자는 나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역시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지금 눈앞에 있는 서광 길드의 한세희조차도 펫이 없는 각성자니까.

    펫이라는 건 힘도 힘이지만, 운도 따라 줘야 하기 때문이었다.

    알과 새끼를 구하고 나서도, 그 펫과 각성자가 교감이 가능할 것, 훈련이 될 것, 속성이 맞아서 함께 전투가 가능할 것.

    이 모든 게 맞아야 펫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나는 스킬로 나온 펫이라 그런 걸 고려하지 않아도 됐지.’

    그래서 펫 스킬이 있는 각성자들이 대부분이고 임의로 길들인 펫을 데리고 다니는 각성자는 열에 하나 정도로 꼽을 수 있었다.

    ‘만약 이 몬스터가 그 모든 확률을 뚫고 결이의 펫이 될 수 있다면…….’

    알을 빤히 내려다본다.

    ‘확률을…… 알 방법이 없나? 뭔가 조그만 정보라도…….’

    츠츠츳.

    무의식중에 몸속의 마나가 순환한다. 스킬이 사용된다.

    띠링.

    [흑룡의 알]

    영혼 등급: F

    영혼 상태: 불안정

    싱크로율: 87%

    “어라?”

    눈앞의 정보를 보고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소리를 치고 말았다.

    “응? 무슨…… 문제라도?”

    “아, 아뇨. 아닙니다.”

    이럴 수가 있나. 나도 모르게 스킬을 발동시킨 거라고?

    게다가 이건 분명 영혼 분별사를 사용했을 때 뜨는 정보였다.

    ‘몬스터한테도 이게 통한다고?’

    충격적인 사실이다. 회귀 전에는 불가능했다. 회귀를 한 후로도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고.

    ‘이게 무슨 일이야.’

    솔직히 엄청나게 당황스럽다. 하지만 눈앞의 정보를 보니 흥분으로 심장이 뛰는 것도 사실이다.

    ‘흑룡의 알이라고? 장우택은 이게 뭔지 알고 나한테 선물하는 건가?’

    이상해 보이지 않기 위해서 목을 가다듬었다.

    “그런데……. 이 알이 뭔지 장우택 씨는 알고 있는 겁니까?”

    “네? 아아……. 물론, 물론이죠.”

    장우택은 어쩐지 말을 흐린다. 이거 훔쳐 온 거라든지 그런 건 아니겠지?

    “정말로 아무런 꿍꿍이 없이 제게 선물로 주시는 거죠? 귀한 걸 받고 나면 다시 돌려준다든지 그런 건 없을 테니까요. 무력으로 뺏으려고 한다면……. 아, 혹시 신원이 불명확한 것이라거나…….”

    “아아!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선물을 다시 빼앗다니, 말이 됩니까?! 이미 화룽과 다 합의가 된 내용이니까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화룽에는 이미 많은 몬스터 알과 부화한 몬스터들이 있습니다. 저희 화룽이 증명하는 몬스터 알은 끝까지 책임을 집니다. 증명서도 여기 있답니다!”

    그는 화룽이 얼마나 대단한 길드인지 강조하며 대화에 열을 올렸다.

    “좋아요. 선물을 받도록 하죠.”

    내 말에 장우택의 표정이 밝아진다.

    “화룽과 저의 진심을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는 꾸벅 인사하며 손을 내밀었다.

    “이것으로 우리는 진정한 친구가 되겠지요.”

    “참 나……. 해 드릴 수 있는 게 없대도요.”

    “저희가 뭘 바라고 드리는 게 아닙니다.”

    “거짓말. 무기 기술권을 얻고 싶으시잖아요.”

    “아아, 그랬었죠. 그건 이미 지난 내용 아닙니까. 그것에 관해서는 대한민국 정부와 다시 이야기를 나눠야겠지요. 하준 님은 신경 쓰지 마십시오.”

    “뭐……. 그렇게 되는 건가요?”

    “네. 그렇게 정리되는 겁니다.”

    장우택은 예의 그 잘생긴 미소로 고개를 끄덕인다.

    * * *

    타악.

    흰 세단의 문이 닫히고 돌아온 적막에 장우택이 애써 유지하던 밝은 표정을 푼다.

    “아아, 호텔로 가지.”

    그의 중국어를 알아듣는 기사가 운전을 시작하자마자 장우택의 휴대폰이 울렸다. 휴대 전화 너머로 여성의 목소리가 웅얼거리듯이 들리지만, 그 내용은 정확하게 들리지 않았다.

    “아, 여보세요? 나? 잘 도착했지. 이미 신선 길드에 들러서 은하준도 만나고 왔다고.”

    그는 안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찾은 다음에 곧장 입에 물었다.

    “당연히 제대로 전달했지. 물론 조심스럽기는 하더라고. 하지만 선물 싫어하는 사람이 있나. 몬스터 알을 받아 들었을 때 욕심내는 그 눈빛은 누구나와 같더군.”

    칙.

    성냥으로 불을 붙인 장우택이 담배를 한 모금 빨았다.

    “하하. 한국인들이 알을 부화시킬 수 있을 리가 없지. 곧 화룽이 필요하게 될 거야.”

    세단 내부에 담배 연기가 조금씩 차올랐다.

    “자존심만 세우다가 때를 놓쳐 알을 죽이면……. 글쎄, 그때는 우리의 성의를 무시했다고 화를 내도 아무도 뭐라 못 하지. 으응. 어찌 되었건 사실 받아준 후로는 우리에게 손해는 없을 거야. 뭐, 사실 최상급 알을 준 것도 아니고 말이야.”

    […….]

    “그리고 애당초 목적은 달성했으니까 알이야 어찌 되든 상관없기도 하고. 응응, 그래. 그렇더라니까. 뭔가 특이한 스킬을 갖고 있는 것 같더라고. 응. 맞아. 절대 D급이 아니야. 그 친구 덕분에 나도 재밌는 걸 알아가네. 하하하. 그래. 두고 봐야지.”

    차 라디오에서 노래가 흐르기 시작하자 기사가 볼륨을 조금 낮춘다.

    “아, 내가 좋아하는 노래라서. 볼륨 내리지 말아요.”

    장우택의 말에 기사의 손이 멈추었다. 차 내부로 광둥어로 된 오래된 노래가 흘렀다.

    * * *

    “몬스터 알이라고?!”

    환희의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장우택이라니, 나도 부르지 그랬어! 그 사람 논문 읽어봤어? 뭐랄까, 우리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연구를 한다고 해야 하나? 하여튼 같이 이야기 좀 해 보고 싶었는데!”

    “너무 갑작스럽게 찾아왔다가 갑작스럽게 가 버려서 그래.”

    “하긴, 연락도 없이 왔다고 했지? 한세희를 대동하고 말야. 한국에서 제일가는 길드장을 왔다 갔다 하게 하다니. 장우택 그 사람도 참 대단하다니까.”

    하긴. 장우택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깊게 생각하지 못했는데 환희의 말을 듣고 보니 그렇다.

    한세희와 장우택이 서로 그렇게 친분이 있는 사이인 줄도 몰랐다.

    “하여간에! 이 알 너무 탐스럽다! 세상에, 뭐가 태어날까?!”

    “환희 너 전에 사용했던 분석 스킬로 몬스터를 조련 비슷하게 했잖냐.”

    “아아……. 그거랑 이거랑은 다른데. 그리고 그건 아주 일시적인 거라 조련할 때 사용되기는 조금 무리가 있어…….”

    환희의 반응을 보니 시도를 안 해 본 건 아닌 것 같았다.

    ‘하긴, 전에도 몬스터를 가지고서 무기 실험을 했으니까.’

    중요한 건 이제 이 알을 부화시키고 육성하는 건데 사육사 스킬도 없이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거다.

    물론 길드 화룽이나 장우택은 그런 점 때문에 이 몬스터 알을 선물했겠지.

    이미 받을 때부터 짐작이 가는 일이긴 했다.

    알을 선물하면 내 쪽에서 저들에게 연락하는 일이 많아질 테니까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을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그와 동시에 한국의 기술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이고.

    “그럼 혹시 그 분석 스킬로 이 녀석이 뭔지 알아낼 수는 있어?”

    “그것도 불가능할 것 같은데. 몬스터 알은 알껍데기에 보호 마법이 걸려 있는 것 알지? 그래서 전문 스킬이 없으면 알아내기 힘들어. 아니면 애초에 이걸 어디서 구했는지 알면 알 수 있겠지.”

    “하지만 알려주지 않더라고. 깜짝 선물이라면서.”

    “참 나, 결국 자기들한테 다시 연락해서 부탁하란 말 아냐?”

    역시 환희.

    눈치가 빠르다.

    “그런데 그렇게 할 마음이 없거든, 난.”

    “그럼 어떡할 건데? 방법이 있어? 알을 죽이면 오히려 그쪽에서 마음이 상했다면서 들이댈 텐데?”

    “벌써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는 거야?”

    “당연하지.”

    역시 환희다.

    똘똘해.

    하지만 내게도 믿는 카드가 있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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