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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42화 (142/250)
  • 제142화

    제142편

    한세희의 뒤로 두어 명의 헌터를 대동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 당신이 은하준 님이군요! 정말로 만나 보고 싶었답니다!”

    훤칠한 키에 서글서글한 인상, 이목구비가 시원한 미남이 활짝 웃으며 길드 로비로 들어서고 있었다.

    ‘외국인?’

    약간 어눌한 그의 발음이 눈에 띈다.

    “저의 이름은 장우택입니다.”

    그는 한세희를 보며 잠깐 눈치를 보더니 다시 맑은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전에 저희 누나를 만난 적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누나요?”

    장우택의 누나라니. 그런 사람은 만나 본 적이 없다. 장우택이라는 사람조차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인데…….

    “장 리. 그게 저희 누나 이름입니다.”

    장 리.

    장우택.

    순간 머릿속이 반짝하며 어지럽게 펼쳐져 있던 퍼즐이 한꺼번에 짜 맞춰지는 듯했다.

    장우택은 중국 발음으로 유즈어라고 불렸다. 나는 그 이름으로 기억하고 있고.

    그는 장 리의 남동생이자 중국의 S급 헌터다.

    아니, 그 사람이 여기에 도대체 왜?

    게다가 장 리는 서해에서 한세희와…… 무엇보다 장 리가 무사하기는 한가?

    “아, 누나는 건강합니다. 서해에서 죽을 뻔했었죠? 그런 꼴을 보이다니, 하지만 정말 무시무시한 전투였지 않습니까? 힘든 전투였죠. 하하하.”

    장우택은 내 표정을 보고는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이 곧장 대답했다. 그리고 아주 재밌는 농담이라도 하는 듯이 시원하게 웃었다.

    누나가 죽을 뻔했다는 이야기를 저렇게 가볍게 해도 되는 건가.

    ‘그것도 그거지만……. 장 리와 한세희는 사이가 안 좋아 보였는데……. 또 동생인 장우택과는 사이가 괜찮다는 건가.’

    한세희는 내 반응을 살피는 것 같더니 장우택을 본다.

    “아, 맞아요. 갑자기 놀라셨죠. 제가 한세희 길드장님께 은하준 님을 소개해 달라고 졸랐거든요.”

    장우택이 손을 내밀어 악수를 신청한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 손을 맞잡았는데, 그 순간 뭔가 오싹한 느낌이 전신을 스치고 지나갔다.

    ‘뭐지?’

    뭔가 스캔 당하는 듯한…….

    놀라 장우택의 얼굴을 들여다보자 그 역시 뭔가 느낀 듯 눈빛이 변한다.

    “아아, 예상대로…….”

    그러더니 입을 다물곤 다시 말을 고르는 듯하다.

    “독특하신 분이시네요.”

    “네?”

    “아무리 봐도 D급으로 보이지 않으시거든요. 사실 저는 조금 특별한 기질이 있어서……. 기질? 기질이라고 하면 맞나요?”

    그는 한세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듯 바라보았지만, 한세희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각성자를 보면 대충 스탯을 스캔할 수 있어서요. 허락 없이 미안합니다. 이건 내가 의지로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요. 그래도 미리 말할 걸 그랬습니다. 놀랐죠?”

    “아아…….”

    침이 꿀꺽 넘어간다.

    대충 스탯을 스캔할 수 있다고? 아직 제대로 된 스탯 측정기가 나오지 않은 이 상황에서 제대로 각성자를 분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지 않은가.

    어쨌거나 그렇다는 건 이 사람은 소울 포인트로 증가된 내 스탯을 모두 알아차렸다는 거다.

    ‘물론……. 내가 싸우는 모습을 본다면 누구든 D급의 스탯이 아니라고 생각은 하겠지만…….’

    그래도 짐작만 되는 상황과 확실히 못 박히는 것은 상황이 다르다.

    “한 길드장님이 당신은 독특하다고 했습니다. 아주 강하면서 그 힘을 숨기고 있다고 했죠.”

    “우택 씨.”

    이번에는 한세희가 약간 당황한 것처럼 그의 말을 막았다.

    그러자 장우택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강한 걸 숨기다니, 독특한 분이네요.”

    “숨긴다기보다……. 처음에는 정말로 D급 스탯이었거든요.”

    “와우, 정말입니까? 그럼 그동안 엄청나게 강해진 거군요. D급에서 지금 이 정도까지…….”

    “우와, 저기 서광 길드 길드장 아냐?”

    “한세희가 여기 웬일이래?”

    “옆에는 누구야?”

    “글쎄.”

    훤칠한 두 미남과 길드 로비에서 이야기가 길어지니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말이다.

    정신이 날아가 버리는 것 같았지만, 얼른 진정하고 두 사람에게 자리를 옮길 것을 제안했다.

    “이럴 게 아니라 차라도 대접해야겠네요.”

    “아 고맙습니다. 은하준 님.”

    장우택과 한세희는 얌전히 내 뒤를 따라오기는 했지만, 나로서는 정신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갑작스럽게 중국의 S급을 소개받다니.

    ‘연락을 좀 해주고 왔어야 하는 것 아닌가?’

    순간 한세희에게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으나, 어쩐지 오늘의 일정은 장우택이 갑자기 밀어붙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누나랑 닮았단 말이지……. 그때도 갑작스럽게 들이닥쳐서는 살벌한 분위기를 만들어 놓았었지…….’

    약간 막무가내인 남매랄까.

    타악.

    길드에 마련되어 있는 응접실에 들어오자 주위가 고요해졌다.

    “여기 앉으세요.”

    “감사합니다.”

    “중국인들은 차를 즐긴다던데, 그냥 녹차도 괜찮은가요? 아니면 주스도 있어요. 아니면 커피?”

    “전 커피로 하죠.”

    한세희가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아무것이나 좋습니다. 편한 걸로 주시죠. 신선 길드라고 했죠? 시설이 아주 좋네요. 만들어진 지 일 년도 되지 않은 신생 길드라고 알고 있는데요. 대단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의아하네요. 저희 길드장님을 뵙는 게 아니라 저를 만나고 싶어 하셨다는 게요.”

    내 말에 장우택이 씩 웃는다.

    “아무래도 평범한 S급들보다는, S급을 거느리는 D급에 관심이 더 가는 게 아니겠습니까?”

    “네?”

    그의 직설적인 언행에 한세희가 아주 작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런 건 아닙니다만.”

    “최근에는 F급을 B급만큼의 전투 인력으로 키우는 데 성공했다던데요.”

    “아니, 그런 세세한 것까지 다 어떻게 알고 있습니까? 나를 감시하나요?”

    내 말에 장우택은 놀라는 척하며 손을 흔들었다.

    “감시라뇨. 그럴 리가요. 이 정도는 당신에게 조금만 관심이 있으면 다 알아낼 수 있는 정보인걸요.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당신뿐만이 아니라고요?”

    “지금 전 세계 각성자계에서 한국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모릅니까? 포털 민간 대응 무기 개발의 첫발을 내디뎠잖습니까.”

    “아아…….”

    이미 그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 모양이구나.

    “그 중심에 신선 길드가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신선 길드의 주세력이 누구인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정도는 전 세계 각성자들에게…… 아니, 일반인까지 모든 사람이 궁금해할 수밖에 없죠.”

    “그건…… 그렇군요.”

    어차피 곧 이렇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기는 했다. 너무 생각보다 일러서 문제지.

    “그중에서 나는 당신에게 관심이 갔습니다. 신선 길드가 창설될 때부터 있던 초기 멤버더군요. D급인데.”

    “D급이라는 게 그렇게 중요합니까?”

    장우택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묘한 표정을 지었다.

    “당연하죠. 내 능력에 관해 말해드렸죠. 나는 사람들의 스탯을 볼 수 있어요. 그런데 당신 같은 사람은 처음이란 말입니다. 원래 사람은 처음 각성한 랭크의 스탯에서 그 이상으로 성장할 수 없습니다.”

    그는 마치 신기한 연구 거리를 찾아낸 미친 박사처럼 황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신이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면 말입니다. 당신을 제대로 연구할 수 있다면, 시스템과 랭크에 대한 비밀을 더 알게 될 수 있겠죠. 그렇다면 각성자들은 더욱 강해질 수 있을 거고요.”

    “연구 대상이 되는 건 사절입니다.”

    “아? 정말입니까?!”

    “당연한 것 아니겠어요?!”

    황당하다는 듯한 내 반응에 장우택은 허탈해했다. 열성적으로 설명하느라 잔뜩 흔들던 긴 두 팔이 늘어졌다.

    “한국을 떠나고 싶지 않다면 굳이 중국의 내 연구실로 가지 않아도 됩니다. 한국에서 충분히…….”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요.”

    “아닙니까?”

    “…….”

    그의 표정에 실망이 역력하다.

    “당신은 모든 각성자의 빛 같은 존재인데…….”

    “모두의 빛이 될 생각은 없으니까요. 강해지지 않으면 죽는 것도 아니고.”

    “그런…….”

    물론 모두가 강해져서 시스템의 퀘스트를 깬다면 멸망을 피할 수 있지만…….

    그렇게만 된다면 사실 연구 대상이 되는 것쯤이야…….

    순간적으로 솔깃하지만, 나는 안다. 내가 왜 강해졌는지.

    그건 회귀와 소울석, 소울 포인트 덕분이다.

    이것이 아니었다면 나는 강해질 수 없었겠지. 아무리 회귀를 했어도 스탯의 벽을 넘어서지는 못했을 거다. 그랬다면 지금까지도 D등급 랭크에 알맞은 스탯인 채였을 거다.

    그리고 이건 누군가 연구를 한다고 해서 따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용건은 그거였군요? 나를 상대로 연구를 하고 싶다는 거요.”

    “……앗, 아아. 그게 제일 중요하긴 했지만, 그것 외에도 있습니다.”

    장우택은 혹시라도 저를 쫓아낼까 봐 다급하게 몸을 앞으로 가져오며 말했다.

    “뭔가요?”

    “포털 대응 민간 무기 말입니다.”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장우택은 사뭇 진지한 얼굴이 되어 설명한다.

    “대한민국 정부와 함께 개발 중이라는 사실은 압니다. 하지만 핵심 기술은 신선 길드의 것이지요. 내가 원하는 건 그겁니다. 대한민국 정부 다음으로 그 기술을 전수해 줄 대상이 되는 거요.”

    그는 자신이 똑바로 말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한세희의 표정을 살핀다.

    “그건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정말입니까? 나는 당신이 신선 길드에서 가장 큰 세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장우택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우리 길드 화룽은 신선 길드, 그리고 은하준 님과 형제가 되고 싶은 마음이니까요.”

    “그런…….”

    “지금 당장 결단을 내리란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저도 한동안 한국에 있을 테니까요. 천천히 생각해 보십시오.”

    “아뇨. 정말로 무기에 관해서는 제게 권한이 없어요.”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친구가 되는 것부터 시작하죠. 어떻습니까?”

    “……하.”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사람이다.

    ‘속내가 뻔하니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물론 저쪽이 원하는 걸 내가 줄 수 없는 건 맞지만, 친구가 되고 싶다면야 내게 나쁜 건 없다.

    나중에 실망하고 돌변하지만 않는다면야.

    화룽은 중국 내에서도 거의 원탑인 길드고 세계 수준에서도 알아주는 곳이다.

    화룽에 속한 각성자의 수만 해도 만 명이 넘는다고 알고 있다.

    게다가 그 화룽에서 장씨 남매는 꽤 유명하고 힘 있는 각성자들이니까.

    분명 그렇기에 갑자기 이 사람을 내게 소개하겠다고 한세희가 직접 온 것이겠지.

    ‘좋은 사이로 둬서 나쁜 건 없다. 뭐 그걸로 된 건가?’

    영 찜찜한 구석이 있지만 장우택이 더는 나에 관해 캐묻거나 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신선 길드에 관해 칭찬하며 화룽이 어떤 곳인지에 관해 설명했다.

    물론,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니 그 설명으로 내 마음이 바뀔 일은 없겠지만.

    “어찌 됐거나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그저 친구가 되고 싶은 제 마음의 표현이니 부담가지지 말고 받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장우택은 인벤토리를 열더니 갑자기 아이템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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