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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41화 (141/250)
  • 제141화

    제141편

    임무를 끝마치고 길드 건물에 들어서자 로비에 대호 형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모두들 수고했어요.”

    “헉, 길드장님!”

    “길드장님이 직접 인사를 하러 와 주시다니.”

    팀원들은 감격해서 저마다 달려가 대호 형과 악수하기 바빴다.

    “형! 아니, 길드장님!”

    “하준아, 너도 고생 많았다.”

    대호 형이 어깨를 툭툭 토닥인다. 그러자 가장 마지막으로 들어온 인화 선배가 다가와 내게 어깨동무를 한다.

    “오늘 하준이가 정말 고생 많이 했어요. 활약도 많았고요. 하준이 없었으면 큰일이 날 뻔했다니까요.”

    “아이참, 뭘 또 그렇게…….”

    “하긴. 하준이는 늘 없어서는 안 될 존재죠. 특히 우리 길드한테.”

    왠지 두 사람 사이에 끈끈한 우정의 시선 같은 게 흐른다. 그리고 곧 그 시선은 내게 닿아 멈춘다.

    “아이참, 갑자기 왜 그러신담.”

    “그건 그렇고, 은봉 할머니께 드릴 선물이 있는데 너도 같이 보면 좋을 것 같아서.”

    선물이라는 말에 귀가 번쩍 뜨인 은봉 할머니가 눈을 반짝이며 대호 형 쪽으로 바짝 다가섰다.

    “선물이라 하면 내 절대로 사양 안 합니데이.”

    “가시죠.”

    대호 형이 이끌어 올라간 곳은 길드 건물의 4층.

    그중에서도 가장 넓은 사무실로 들어갔다.

    “여기가 이제 은봉 할머니의 작업실입니다.”

    “작업실요?!”

    “말하자면 훨씬 업그레이드된 작업실이라고 할 수 있지. 예전에는 훈련실 한쪽을 그냥 사용하셨을 뿐이라면 이곳은 은봉 할머니만을 위해 개조된 공간입니다. 뭐, 할머니 전용 훈련실이라고 보면 될까요?”

    형의 말대로 사무실은 할머니가 강화와 아이템 제작을 할 수 있도록 책상부터 캐비닛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은봉 할머니가 쉴 수 있는 공간까지.

    “약간의 즐기실 거리도 준비했고요.”

    대호 형은 작업실 한쪽에 있는 안마 의자를 가리키며 멋쩍게 웃었다.

    “아이고 세상에~! 나만의 공간이라 이 말이가.”

    은봉 할머니는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달려가 사무실의 이곳저곳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책상도 새것이고~! 공간도 넓고 깨끗하고 좋네~ 히야, 좋다 그것참.”

    특히나 대호 형이 민망하게 소개한 안마 의자가 마음에 드시는지 곧바로 앉아 보시는 게 아닌가.

    “각성자한테도 이게 소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아이고 마마. 걱정하지 마이소. 새사 좋구만~!”

    우우웅. 우우웅.

    안마 의자를 가동한 할머니는 아주 행복한 표정으로 눈을 사르륵 감으셨다.

    ‘이게 드라마였으면 협찬 타임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어쨌든 길드 내부에 할머니만의 공간이 제대로 마련되어서 기쁘다. 그것도 아주 할머니 맞춤이다. 저기 책상에 보니 화투도…….

    “아, 그리고 전해 줄 말이 있어. 하준이는 잠깐 나랑 이야기 좀 하자.”

    * * *

    “드디어 끝났어.”

    대호 형이 비장한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뭐가 끝났는데요?”

    “자, 봐.”

    내미는 몇 장의 사진을 보니, 웬 포교 활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커다란 건물 몇 개, 또 마치 교회처럼 예배를 드리고 있는 모습이 있었다.

    “이게 뭔데요?”

    “거기. 그 이상한 단체.”

    “응? 이상한 단체라면…….”

    금실로 수놓인 꽃을 가진 괴단체.

    몇 개월 전 시위 현장에서 테러를 감행한 그 단체다.

    “정말 이 사람들이 그 단체랑 관계된 거예요? 여긴 그냥 길거리잖아요. 사람들에게 아무렇게나 포교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그래. 놀라지 마라. 흔히 말하는 사이비 집단 비슷한 것인가 보더라고. 겉으로는 개인 단체로 등록해서 사이비 교회처럼 행세하고 뒤로는 테러단체를 운영하고 있었던 거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영화에나 나올 법한 말에 듣는 두 귀를 의심하게 된다.

    “군과 경찰이 협력해서 조사한 모양이더라고. 몇 개월 동안 잠입 수사를 했대. 이 단체에서 직접적으로 그 문양을 쓰는 게 발견된 것도 아니야. 하지만 입수한 정보원의 말에 따르면 이 종교 단체에서 요즘 일어나는 던전 관련 현상들과 몬스터에 관한 이야기를 설교에서 다뤘다고 하더구나. 그걸로 꼬리가 잡히기 시작한 거지.”

    “성 대위 쪽에서 준 정보인가요?”

    “그래. 맞아.”

    대호 형의 표정이 미묘하다.

    “그래서 어떻게 되는 건데요?”

    “우리가 할 일은 없어. 이미 정부에서 절차를 다 밟고 있다고 하더라고. 그들이 테러 활동을 했다는 정황과 내부 기밀문서 등 필요한 건 모두 구했고 교주는 처벌받게 될 거야. 내일이면 뉴스를 통해서 모든 사람이 알게 되겠지.”

    “그렇군요…….”

    솔직히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은 지금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 극악무도한 테러단체의 꼬리를 잡는 것에 성공했고 모든 일이 순조롭게 끝났다는 말이지?

    “얼떨떨할 거야. 우리가 직접 조사에 관여했던 게 아니니까. 하지만 전문적인 조사는 우리 일이 아니잖니?”

    “네, 맞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처음에 그런 이상한 단체를 만났을 때는 도저히 어떻게 추적해야 할지도 모르겠더라고요.”

    특히 회귀자인 내게 기억이 남아 있었다면 추적하는 데에 어떤 실마리라도 제공했을 테지만, 과거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단체였으니까.

    “우린 수사 기술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니까. 어쨌든 네가 궁금해할 것 같아서 미리 전해 주는 거야. 사실 길드장들 사이에만 전해진 기밀 사항이야. 민간인들은 뉴스를 보기 전에는 꿈에도 모를 일이지.”

    “저만 해도 전혀 상상조차 못 했는걸요.”

    형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머리를 긁었다. 이런 일은 정말 익숙하지 않다는 모습이다. 그렇다. 나도 익숙하지 않다.

    “하준아, 이게 다 네 덕이야.”

    “네?”

    “네가 제일 먼저 그 이상한 사람들에 관해서 뭔가 알아냈잖아.”

    “아무것도 안 하고 그런 말을 들으니까 이상하네요.”

    “이상하기는. 그 이전에는 사람들이 그런 놈들이 활동한다는 사실조차 몰랐잖아. 하지만 네가 눈치채는 바람에 조사가 시작됐고, 결국에는 여기까지 온 거야.”

    그날 쇼핑센터에서 눈치를 챈 일, 그게 이렇게 커질 줄이야.

    나는 멋쩍게 머리를 긁었다.

    * * *

    [속보입니다. 6월에 있었던 각성자 생체칩 반대 집회에서 일어난 테러를 주도한 단체가 경찰에 검거되었습니다.]

    [현재 시각 오전 9시 20분. 검찰은 테러단체의 교주 황 모 씨를…….]

    [테러단체 진압에는 괴물 특수부대와 서광 길드의 양동 작전이…….]

    “히야……. 이게 잡히네.”

    “엄청나게 충격적이다. 사이비라니. 사이비에다가 사실은 테러단체라니.”

    “하케임, 너 사이비가 뭔지 알아?”

    아침부터 거실 텔레비전 앞에 모인 나와 결이, 하케임은 뉴스를 보며 시리얼을 입에 넣었다.

    “당연히 알지. 내가 있던 곳에서도……. 어!”

    “뭐야, 뭔가 생각난 거야?!”

    “응! 그래, 내가 있었던 곳에서도 사이비가 문제였어. 나는 녀석들을 조사했었던 것 같다. 뿌리를 뽑으려고 했는지도…….”

    “대단한데. 이번에도 네가 뭔가 해냈을 수도 있었겠어.”

    하케임이 고개를 젓는다.

    “아주 오래 걸렸다. 내 모든 시간을 거기에 다 쏟아부었던 것 같은 기분이야.”

    “그래? 그럼 확실히 도움은 안 됐겠네. 몇백 년이나 걸렸다는 거잖아?”

    “결아.”

    결이는 피식 웃으며 시리얼을 퍼 입 안에 넣었다.

    “어쨌든 테러단체가 잡혀서 다행이다. 이곳의 수사 기관은 정말 대단하군. 이렇게 이른 시일 안에 범인들을 추적해 내다니.”

    “그러게 말이야. 정말 대단해.”

    “확실히 뿌리를 뽑은 게 맞겠지?”

    결이가 우물거리며 숟가락으로 화면을 가리킨다.

    텔레비전에는 고개 숙인 테러단체의 수장이 체포되는 모습이 비치고 있다.

    “물론 잔당들이 남았겠지. 또 무리를 만들려고 할지도 모른다. 오랜 싸움이 될 거다.”

    “몇백 년?”

    “결이 너 자꾸 그럴래.”

    “상관없다. 은하준. 한결의 애정 표현은 너를 제외하고는 저런 식인 것 같으니까.”

    “뭐?”

    결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뭐 그 정도로 열을 받은 건지 얼굴이 빨개졌다.

    “자자, 그만하고.”

    그러는 사이에 텔레비전에서는 다음 뉴스의 내용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사이에 세컨드 오픈에 익숙해진 것인지 사라지지 않는 포털인 크랙에 다가가는 일반인들이 많다는 내용이었다.

    ‘목숨 아까운 줄을 모르고.’

    나도 우유를 넣은 시리얼을 한 숟갈 푹 떠서 입 안에 넣고 와그작와그작 씹는다.

    시리얼 말고도 오독오독하게 씹히는 게 있다.

    바로 영혼석.

    ‘요즘은 영혼석 1개를 먹어도 포인트가 잘 오르지 않아. 이거라면 무한정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물론 무한정 강해질 순 있겠지만, 뭔가 넥스트 레벨로 각성한 이후로는 난이도가 높아졌다는 생각이 드네.’

    이전에는 포인트 1을 올리기 위해 영혼석 1개가 필요했다면 요즘에는 3개에서 5개까지는 먹어야 1포인트가 올랐다.

    안 그래도 단 걸 더 많이 먹어야 한다니.

    ‘각성자가 아니었다면 금방 당뇨에 걸렸을지도 모르겠네. 물론 이 단맛이 정말로 당질인지는 모르겠지만.’

    와그작와그작.

    입 안에서 영혼석이 부서진다.

    ‘그냥 소울 포인트로 넥스트 레벨 각성을 시켜 버릴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이후의 육성은 되는데 말이야……. 각성이 정말 어렵구나.’

    아무것도 모르고 시리얼을 먹고 있는 두 사람을 보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은 한 명이라도 넥스트 레벨 각성자가 있으니 마지막 퀘스트…… 물론 이름만 그렇고 마지막이 아닌 그 퀘스트를 제대로 시작할 수 있다고 했으니까. 다행이긴 한데, 제대로 깨려면 얼마나 더 많은 각성자를 넥스트 레벨로 만들어야 하는 거야?’

    고민할수록 입맛이 없어진다. 하지만 영혼석을 섞었으니 다 먹어야지.

    와구, 와구.

    * * *

    “여어, 오랜만입니다.”

    나를 보며 밝게 인사하는 사람은 한세희다.

    “대단하시던데요.”

    “뭐가요?”

    “그 테러단체를 진압했다는 거, 서광 길드에서 힘을 많이 썼다고 들었거든요.”

    “아아, 아무래도 그렇죠. 우리가 움직이는 편이 훨씬 쉬우니까.”

    한세희가 피식 웃으며 우리 길드 건물 내부를 천천히 둘러본다.

    “헌터를 보내 잠입 수사를 시킨 게 한세희 길드장님 인원이었다면서요?”

    “맞아요. 우리 길드에도 꽤 쓸 만한 헌터들이 있거든요.”

    그는 우쭐한 것인지 민망해하는 것인지 모를 미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 남자는 항상 표정을 읽기 힘들다.

    “그 테러단체에 관해 관심이 많은 모양이로군요.”

    “아무래도 전 조사의 핵심 인원이 아니다 보니까요. 정보가 별로 없거든요.”

    “궁금하면 다음에 같이 식사라도 하면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볼래요?”

    나는 생각지 못한 한세희의 말에 놀라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갑자기 식사 초대를? 우리가 그럴 정도로 친하지는 않지 않나?

    “뭐, 좋죠.”

    하지만 역시 한국인이 밥 먹자고 하는 건 좋은 하루 보내라는 인사랑 비슷한 거니까.

    한세희는 테러단체에 관한 건 별로 이 자리에서 더 깊이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럴 수 있지. 기밀이기도 했고. 그래서 나도 사회인으로서 다정하게 대답했다.

    “좋아요. 그러기로 한 겁니다. 아 참, 그리고. 여기 온 이유가 따로 있거든요.”

    한세희가 뒤를 보며 손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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