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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40화 (140/250)
  • 제140화

    제140편

    소울계 면역.

    낯설지만, 눈에 익은 단어였다.

    ‘각성할 때 생겼던 거다. 새로운 패시브 스킬!’

    회귀 후 다시 처음으로 각성할 때 소울계 면역이라는 걸 본 적이 있다.

    ‘이름이 선구자의 방벽이었지, 참. 이제껏 발동되지 않더니…….’

    생각해 보면 지금껏 상대한 몬스터들 중에 공포 상태 이상을 거는 정신계 몬스터는 없었다.

    ‘그래서인가…….’

    완전히 까먹다시피 하고 있었던 스킬이다.

    어쨌든 지금으로선 나이스 타이밍이라고 볼 수 있다.

    재빨리 스킬 창을 확인한다. 선구자의 방벽이라는 스킬을 확인하는 순간.

    씨익. 웃음이 지어진다.

    ‘확실히 쓰여 있군. 소울계 디버프 완전 면역.’

    위치는 마치 춤을 추듯이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끓어오르는 슬픔을 참을 수 없다는 듯 몸을 웅크리고는 다시 한번 비명을 터트린다.

    “꺄아아아아악!”

    육체적으로도 귀가 찢어질 것 같은 비명이 애잔할 정도다.

    “크아악!”

    “으윽!”

    “살려 주세요!”

    “슬퍼, 슬퍼, 너무 슬퍼!”

    팀원들의 공포 상태가 악화된다. 심지어 내 곁에 있는 망량이의 불꽃까지 마구 흔들리고 있다.

    “주, 주인님! 도망쳐요!!”

    “그럴 수야 없지.”

    “주인님! 우린 죽을 거예요!”

    “네가 도깨비불이라는 걸 잊지 마라.”

    “뭐, 뭐라고요?!”

    불안한 예감!

    스킬을 사용하자 보랏빛 가시 같은 것이 위치를 향해 쏟아진다. 위치는 내 스킬을 피해 보려 하지만 끝내 스킬에 당하고 만다.

    퍼걱, 퍽!

    위치의 집중력과 신체 능력 디버프.

    “어어…….”

    “으아아…….”

    공포에 질렸던 팀원들은 위치가 비틀거리는 것을 보며 조금씩 공포 상태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으으으……. 무서워.”

    하지만 말끔하게 깨어나지는 못한다.

    ‘이래서 정신계 공격이 무서운 거거든. 참, 소울계도 되는 건가…….’

    사실 회귀 전에는 소울계 공격이라고 분류되는 것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처음 소울계 면역이 생겼을 때도 의아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정신계랑 비슷한 계통이라는 건 알겠어.’

    그렇다면 굳이 정신계와 소울계를 분류한 것도 이유가 있을 터.

    ‘어떻게 된 게 가면 갈수록 모르겠는 것투성이냐!’

    회귀자라면 응당 모든 것에 능통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지금은 자괴감에 빠질 때가 아니다.

    억압의 손길!

    차르르륵!! 공중에서 부유하는 위치를 단단히 옭아맨 다음, 원래라면 헤르메스의 신발을 이용해 내가 직접 공격했겠지만…….

    아직도 단단히 묶여 있는 다리를 의식하며 크게 외친다.

    “다들 정신 차려요! 힐러!”

    “아, 네, 넷!”

    힐러들은 대부분 다른 일반 헌터들보다 정신계 방벽이 높은 것이 특징. 내가 이 정도로만 위치를 흔들어 놓아도 일찍이 공포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정신의 승리!”

    힐러가 주문을 외우고 스킬을 사용하자 금빛으로 반짝이는 가루들이 공중에서 터져 나와 팀원들의 머리 위로 사르륵 떨어졌다.

    “허억, 헉.”

    “뭐, 뭐야…….”

    “방금 그거…… 너무 무서웠어.”

    “위치다! 공격해야 해!”

    그제야 팀원들이 완전히 정신을 차리고 전투를 진행할 준비를 한다.

    “꺄아아아악!”

    이번에는 위치가 공포 상태 이상 효과가 없는 비명을 지르며 내 사슬들을 끊어낸다.

    뚜욱, 챙, 챙강!

    “캬아아악!!”

    울음소리는 사나운 외침으로 변하고 위치의 손에서 시퍼런 에너지파가 생성된다.

    “막아!”

    즈즛!

    파아앙!

    “크아아악!”

    “으윽!”

    미처 피하지 못한 팀원 둘이 나동그라진다.

    즈즛!

    인화 선배가 뛰어와 내 곁에 섰고 이내 선배의 방어막이 내 머리 위를 둘렀다.

    콰과아아앙!!

    위치의 공격을 막아낸 세이프티 플레이스가 와장창 깨지고 주변으로 각자의 방법으로 공격을 피해낸 팀원들도 보였다.

    “즉살기는 아니지만, 위력이 대단해요. 두 번 맞으면 위험하겠어요.”

    “연지랑 성진! 이쪽으로!”

    “으윽…….”

    “아파아아…….”

    다급하게 우리 쪽으로 이동하는 팀원들의 뒤로 위치가 공격을 쏟아낸다.

    휘우웅! 후웅!

    “버블밤!”

    퍼엉! 퍼어엉!!

    인화 선배의 거품이 쏟아지는 위치의 공격과 맞닿아 공중에서 터졌다.

    “쳇, 기동성을 전혀 사용할 수 없으니까 곤란하네.”

    “일단 넌 전투가 끝날 때까지 안 맞는 방법이나 연구해.”

    “할미가 지켜주꾸마.”

    이번에는 은봉 할머니가 나선다.

    할머니는 이동기 스킬은 없지만, 어디든 만들어내고 싶은 곳에 스킬로 거대한 무기를 소환할 수 있었다.

    “호잇!”

    할머니의 외침과 함께 빛으로 된 거대한 도끼가 생성된다. 그리고 위치를 향해 날카롭게 쇄도한다.

    “캬아아악!!”

    급작스럽게 등장한 은봉 할머니의 스킬을 미처 피하지 못한 위치가 비명을 꽥 질렀다.

    “크으으……. 그그그그…….”

    위치는 분하다는 듯 몸을 웅크리고는 다시 기운을 모으기 시작했다.

    “다들 인화 누나의 보호막 아래로 숨어요!”

    위치를 향해 공격을 쏟아내던 팀원들이 일제히 한자리에 모이고 위치의 공격이 시작된다.

    이번에는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인화 선배의 보호막 아래로 집합했다.

    “좋았어. 살펴보니까 저 강력한 공격을 시전하려면 꽤 쿨타임이 걸리는 것 같더라고요. 얼른 힐 받을 사람은 받고, 다음 쿨타임이 차기 전까지 총공세를 펼칩시다!”

    “옛!”

    그리고 나는 그사이에 위치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패턴을 알아냈다. 자유롭게 공중을 비행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커다란 기둥 여섯 개 사이를 일정한 패턴으로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시계 방향으로 3시 방향 기둥으로 움직일 거예요!”

    “알겠어요!”

    “집중! 3시 방향!”

    위치는 내 말대로 3시 방향에 있는 기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끄어어어……. 아아아……. 꺄아아악!”

    팀원들의 맹공이 쏟아지자, 위치의 체력이 순식간에 깎이는 게 눈으로 보일 정도였다.

    결국 너덜너덜해진 위치가 스르륵 바닥으로 떨어졌다.

    “노래……. 노래가 하고 싶었을 뿐인데…….”

    파스슷…….

    위치는 한마디를 남기고 스러졌다.

    ‘이 스테이지도 뭔가 스토리가 있나 본데……. 마녀와 노래라…….’

    너무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기에 마녀로 몰렸을까?

    수수께끼의 단편 이야기를 상상하며 시스템이 보상을 내려주기를 기다렸다.

    띠링.

    [566번째 수수께끼를 푼 자.]

    업적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 눈이 동그랗게 떠져 있다.

    다들 업적을 얻은 모양이다.

    ‘복수 업적이구나. 생각보다 복수 업적이 많네. 회귀하기 전에는 잘 몰랐는데 말이야. 심지어 그때는 업적이 하나도 없었다.’

    띠링.

    다시 울리는 시스템. 아마 아이템 보상이 주어지는 것일 거다.

    재빨리 인벤토리를 열어 본다.

    [마녀의 노래 토템]

    정신계 방벽+10

    작은 피리 모양의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내게는 필요하지 않은 아이템이다. 물론, 확실하게 정신계와 소울계가 같다는 보장이 없긴 하지만 말이야. 그래도 나는 소울계 완전 면역이니까.’

    주위에서는 팀원들이 저마다 업적과 아이템을 구경하느라 신이 나 있었다.

    “나 업적은 처음이야!”

    “수수께끼를 풀어 본 것도 처음이고. 던전 내부에서 수수께끼를 만날 수 있는 확률 자체가 엄청 낮다고 들었는데!!”

    팀원들의 말에 인화 선배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나를 흘긋 바라본다.

    “할머니, 뭐 얻으셨어요?”

    “으응……. 업적밖에 없는데. 이거 뭐 할 때 쓰는 거고. 센터에서는 이런 거 가르쳐 주지도 않드만.”

    “그럼 이거 가지세요.”

    “으잉? 뭐 한다꼬. 니 가지그래이.”

    은봉 할머니는 손사래를 치며 뒤로 물러났다.

    “저는 비슷한 능력 스킬이 있어서 괜찮아요.”

    “참말이가?”

    “그럼요. 참말이죠. 할머니한테 제가 거짓말을 하겠어요?”

    “맞다. 우리 하준이가 거짓말을 할 일은 없제. 그럼 진짜 이거 할매가 가져도 되나?”

    “물론이죠.”

    생각해 보니, 이 던전의 보스 몬스터가 정신계 공격을 했었다.

    이 던전의 수수께끼는 온전히 던전 공략과 연관되어 사용되는 모양이었다.

    팀원들과 정보를 나눠 보니 모두 같은 업적을 얻었고 토템 아이템을 얻은 몇몇과 그렇지 않은 몇몇으로 나뉘었다.

    “남은 스테이지를 모두 깨고 보스 룸에 도착하면 특히나 정신계 공격을 조심해야 합니다. 미리 브리핑을 했으니 할 수 있는 준비를 다 하고 오긴 했지만요.”

    “막상 당해 보니까 더 끔찍하긴 하더라고요.”

    이재욱이 어깨를 떨며 말했다.

    “맞아요. 육체적인 부상도 그렇듯이 후유증이 생길 수도 있는 거 알죠? 겉으로 티가 많이 나지 않으니까 조심하세요.”

    “으으으.”

    “자, 그럼 부상부터 치료하고 다음 스테이지로 가 볼까요?”

    그때 망량이가 귓가에 속삭인다. 그러곤 몸통 박치기를 해 댄다.

    “그건 그렇고 아까 도깨비불이 뭐 어쨌다고요? 저를 좀 더 소중히 여기시라구욧~!”

    “아니, 진짜로 죽는 게 아니라 공포 상태 이상이었잖아~ 그래서 그런 거라고!”

    * * *

    “크르르르…….”

    어둠 속에서 등장한 마법사. 아마 이 성의 주인일 것이다.

    마법사는 커다란 수정 구슬을 옆에 띄워 놓고 우리에게 공격을 퍼붓는 중이다.

    “다들 다음 정신계 공격, 옵니다!”

    쏟아지는 일반 공격을 피한 뒤 마법사가 기를 모은다.

    “지금이 타이밍이에요!”

    쉬이익, 휘익. 투두두!

    팀원들의 공격이 무자비하게 쏟아지지만, 마법사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과연 보스 몬스터.

    “알로메호사……. 가라투쿠…….”

    마법사가 주문을 외우고 방 안의 기운이 오묘하게 변한다. 시야가 일렁이고 모든 것이 초록빛으로…… 아마 보통이었다면 그렇겠지.

    회귀 전에도 그랬다.

    이 마법사 몬스터는 특히나 정신계 스킬을 자주 사용해서 전투 도중에 같은 팀원을 공격하게 되거나 환상을 보고 멈추게 되거나 하는 일이 잦았다. 여간 귀찮은 놈이 아니었는데, 지금의 내게는 아무 환영도 보이지 않는다.

    ‘소울계 디버프 완전 방어. 완전 좋잖아?!’

    한결이 때문에 정신계 몬스터를 피해 다니는 버릇이 완전히 고쳐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금룡의 힘줄을 갖게 된 결이와 소울계 디버프 완전 방어를 가진 나는 최강의 조합이 아닌가.

    ‘얼른 클리어하고 나가서 결이한테도 알려 줘야겠다.’

    문제는 팀원들인데, 아까 수수께끼를 통해 얻은 토템 덕분에 절반 정도는 마법사의 정신계 공격을 이겨내고 있고 또 거기서 나머지 절반은 운빨에서 살아남았다.

    그리고 남은 자들은 힐러의 재빠른 스킬 사용으로 정신계 상태 이상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끄으으…….”

    “이거……. 공략이 끝나고 제대로 케어받지 않으면 안 되겠어. 끄으응.”

    “젊은것들이 우는 소리가 크다! 자아, 어서 마법사를 잡고 공략을 끝내 보제이!”

    은봉 할머니는 두 번이나 정신계 공격을 이겨내시더니 자신감이 붙은 모양이었다.

    “하아앗!”

    차르륵, 콰광!!

    나의 사슬로 마법사를 묶는 것과 은봉 할머니의 거대 도끼가 놈을 두 쪽 내는 것은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

    “키에에엑! 분하다……. 너희를 저주하리라……!!”

    마법사는 단말마를 남기고 먼지처럼 사라졌다.

    띠링, 띠링, 띠링.

    경험치와 아이템이 쌓이는 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야~! 해냈다!”

    “던전 클리어데이!”

    “대단해요, 생각보다 훨씬 단축된 시간으로 클리어했네요. 그 수수께끼를 풀었는데도 말이에요.”

    “다른 스테이지들보다 수수께끼를 푸는 쪽이 훨씬 어려웠으니까 말이야.”

    팀원들이 무척이나 즐거워하는 사이에 탈출 포털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번에도 대화는 통하지 않았다.’

    나는 조금 울상으로 커지는 포털의 분홍빛 빛깔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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