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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39화 (139/250)
  • 제139화

    제139편

    마녀의 세 번째 노래를 들으려면 마법의 샘을 마셔라.

    ‘이 근처에 마법의 샘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것은…….’

    중앙을 빙 둘러 흐르고 있는 물길이었다.

    물길이 흐르는 길 자체도 수정으로 깎아 놓은 작고 예쁜 도랑처럼 보였다.

    “응? 하준 님?”

    “그, 그걸 드시게요?”

    “목이 마르시면 제가 챙겨 온 물이…….”

    “좀 전의 방에서 글귀를 하나 읽은 게 있어요.”

    “오오…….”

    내 말에 팀원들은 역시, 라는 눈으로 바라본다.

    “마녀의 세 번째 노래를 들으려면 마법의 샘을 마셔라. 누가 봐도 이게 마법의 샘 아니겠어요?”

    “하지만……. 만약 독이 들었으면 어떡하죠?”

    “맞아요.”

    “아, 제게 식수 감별 스킬이 있어요!”

    민승호가 나서며 다가왔다.

    “이런 스킬이 대체 왜 필요할까 했는데…….”

    “오, 승호 님. 이런 상황에서도 쓸모가 많지만, 오지 타입 던전에 가서도 크게 필요한 스킬이에요. 사람은 물이 없으면 살지 못하니까요. 물 생성 스킬은 혹시 없나요?”

    “네, 생성까지는 못 해요. 감별까지만…….”

    “그걸로도 지금은 충분하니까요.”

    물과 관련된 마법 스킬은 그냥 보기에는 화려하지 않기에 잘 모르지만 엄청나게 귀중한 스킬이다.

    며칠이나 몇 주가 걸리는 던전 공략에 식수를 챙겨 다니는 일이 보통이 아니기 때문.

    내부에 식수가 없는 던전을 공략할 때는 짐꾼들이 무척 고생하는 경우가 있다.

    츠츠츳.

    민승호가 손을 뻗어 졸졸졸 흐르고 있는 물 위에 갖다 댔다. 그의 손에서 나오는 희미한 빛줄기가 흐르는 물을 감별하고 있었다.

    “이건 충분히 마실 수 있는 물이에요. 마나가 일반적인 기준보다 많이 흐르고 있긴 하지만 말이에요.”

    “오, 좋습니다.”

    나는 허리에 차고 있던 작은 가방에서 스텐 컵을 꺼냈다. 여기에는 식기나 간편한 도구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

    식수로 판명이 났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기에 우선 나만 마셔 보기로 한다.

    꿀꺽, 꿀꺽.

    “음, 물맛 좋은데요?”

    그 순간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시스템 알림음이 들린다.

    [저주 발동]

    [마녀와 같은 눈동자를 갖게 된다.]

    저주라고?

    이 상황에서 갑자기 저주가 발동한다고?

    민승호의 식수 감별 스킬은 마셨을 때 육체적으로 지장이 있는지 없는지는 판별할 수 있지만, 거기에 걸린 마법이나 트릭은 파악할 수 없는 종류였나 보다. 그럴 수 있지.

    저주야 힐러에게 부탁해서 떼면 그만이다.

    “어라.”

    “하준 님. 눈이 보라색이…….”

    “괘, 괜찮으신 것 맞아요?”

    “아, 네…….”

    게다가 저주에 걸린 것치고는 별로 대미지가 들어오거나 스텟이 하락되지 않았다.

    눈동자 색이 보라색으로 변한 것 외에는……이라고 생각한 그때, 한쪽 벽에 생겨났던 아홉 개의 판이 보였다. 그리고 그건 조금 전과 전혀 다른 모양이었다.

    “저 판에 몇 개만 그림이 그려져 있어요.”

    “어?! 저 물을 마시면 퍼즐이 보이는 형식인가 보네요!”

    “오오, 그럼 모두 물을 마십시다!”

    팀원들이 하나둘 물가로 다가갔다.

    “잠깐!”

    허겁지겁 물을 마시려던 팀원들이 멈춘다.

    “다리가……. 다리가 움직이질 않아요.”

    “네?!”

    “아, 저는 지금 저주에 걸린 상태거든요.”

    “저주요?!”

    “물을 마시자마자 알림이 떴어요. 저주에 걸렸다고.”

    내 말에 이재욱을 비롯한 팀원들이 깜짝 놀라 뒤로 살짝 물러섰다.

    저주는 저주였던 것이다.

    다리에 감각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못이 박힌 듯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는 건……. 모두 이 물을 마셨다간 아무도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는 거야.”

    인화 선배의 말에 C급 힐러인 신은지가 나선다.

    “제게 저주 해제 스킬이 있는데요.”

    “하지만 저주를 해제하면 저 문양을 볼 수 없겠지.”

    “어어……. 그렇네요.”

    놀라서 벙벙하던 팀원들은 저마다 생각에 잠겼다.

    “말이 저주지. 저주 덕분에 판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건 맞잖아요.”

    “아아, 그렇군요. 하긴. 저주 중에서 오히려 득이 되는 저주들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서 몸이 투명해져 버리는 저주 같은 건 전투에 도움이 되죠.”

    이재욱과 민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판과 발판을 자세히 보고 있던 인화 선배가 두 손을 짝 소리 나게 맞잡으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하준이만 판을 볼 수 있다면 하준이가 우리에게 오더를 주고 우리가 이 발판 위에 올라가는 형식으로 진행하면 문제가 없지 않겠어? 발판이 9개인데 우리는 10명이 넘으니까, 발판을 밟는 데는 아무런 문제도 없잖아.”

    “오오! 맞아요. 팀장님 말이 맞네요.”

    “어차피 하준 님이 선 자리에서 벽의 판이 다 보이니까 말이에요.”

    내 생각도 그랬다. 하지만 내가 말하기 전에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팀원들을 보고 있자니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특히나 인화 선배는 내 옆에서 수수께끼를 풀어 본 적이 여러 번이기 때문에 눈치가 굉장히 빨랐다.

    “발판과 저 판의 개수가 똑같으니 처음부터 번호를 매기면 오더를 주기 편하겠네.”

    “누나 말이 맞네요. 그렇겠어요.”

    “그럼, 여기서부터 이 방향으로 번호를 붙일까? 키보드나 전화 자판처럼 아홉 숫자.”

    팀원들이 각자 보기 편한 위치로 가 인화 선배의 설명을 듣는다.

    “이쪽, 상단 판과 발판이 마주 보는 대로가 1번의 시작 순서일까?”

    “여러 번 시도해 보는 수밖에 없겠는데요.”

    1번 시작점을 착각하는 순간 모든 답이 어그러지는 거다. 그리고 자세히 보니 판의 그림은 하나씩 불이 들어오듯 순서대로 떠오르고 있었다.

    “발판을 밟는 것도 순서가 있어요.”

    “아아, 굉장히 복잡하네요. 잘못하면 실수하겠어요.”

    “실수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누군가 죽는다거나…….”

    “지금은 저주에 걸린 하준 님이 가장 확률이 높은데…….”

    “그런 무서운 말 하지 말아 주세요.”

    팀원들의 말에 살짝 긴장되기는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있는 게 더 신경 쓰였다.

    내가 이 물을 마신 순간부터 타이머가 흐르고 있다면?

    퍼즐을 틀려서가 아니라 타임 오버로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일단 4번, 5번, 7번, 8번에 차례로 올라가 주세요.”

    “제가 먼저 올라갈게요.”

    “사람도 순서를 정하자. 이렇게 주르륵 서서 1번부터인 거야. 자기 번호 잘 보고.”

    “하나, 둘 셋. 헛짜!”

    팀원 하나가 발판 위로 올라갔다.

    띠잉!

    팀원이 올라간 발판이 맑은 울림을 내며 빛을 냈다.

    “맞았다!”

    “그럼 다음 사람!”

    띠잉! 띠잉! 띠잉!

    “해냈다!”

    “일단 방향은 어렵지 않았네요.”

    팀원들이 안도하는 동안 벽 상단에 매달린 판의 그림들이 완전히 사라졌다가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조금 전과 전혀 다른 자리의 판들에 그림이 떠오른다.

    “정답을 맞혔어도 여러 번 시도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림이 또 바뀌었거든요.”

    “좋아요. 다시 가죠.”

    “이번에는 1번, 3번, 5번, 7번이요.”

    “둘, 셋!”

    띠잉! 띠잉! 띠잉!

    맑은 소리와 불빛. 그리고 이번에는 하나 더 추가된 것이 있었다.

    드르르륵!!

    거친 소리와 함께 서 있던 석상 중 셋이 움직이기 시작한 거다.

    “헉, 골렘인가 봐요!”

    “움직이는 석상이다. 공격해요!”

    팀원들이 석상을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 다행히 공격이 먹혀드는 수준이었다.

    “하준이가 움직이지 못하니까 모두 하준 님을 방어하는 걸로!”

    “신경 써서 움직여요!”

    “하준 님이 공격받지 않도록!”

    팀원들은 인화 선배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쉬이이이익!

    콰아앙!

    거대한 석상의 도끼가 내 머리를 내려치려 하자 초록색의 돔이 머리 위를 보호한다.

    인화 선배의 스킬.

    인화 선배가 곧장 석상을 향해 공격을 휘두르며 내게 찡긋 윙크한다.

    ‘이건 본격적으로 퍼즐 식인 수수께끼네. 재미있다.’

    나는 적절하게 서포트해 주며 곁눈질로 상판과 발판을 관찰했다.

    ‘뭔가 더 없나.’

    이런 식으로 정교하게 게임을 만들어 놓다니.

    대체 이 시스템과 던전은 인간들로 뭘 하고 싶은 걸까?

    잠시 순위가 뒤로 밀리긴 했지만, 던전의 비밀을 캐내는 일을 멈춘 건 아니었다.

    ‘이 던전에도 대화가 통하는 몬스터가 있다면…….’

    붉은 용을 상대할 때, 언어가 통해도 대화를 나누는 건 쉽지 않다고 깨달았지만, 희망을 버릴 수는 없다.

    휘익! 차르르륵!

    억압의 손길로 석상의 다리를 낚아채 기우뚱 넘어뜨리자, 은봉 할머니의 거대한 도끼 잔상이 석상의 머리부터 내리친다.

    콰자작!!

    “앗싸~!”

    할머니는 빠르게 석상이 붕괴하는 곳을 벗어난다. 정말이지 80대 노인이라고 볼 수 없는 엄청난 속도다. 그래서인지 할머니는 전투가 벌어질 때마다 싱글벙글하시다.

    “허억, 허억. 모두 해치웠나요?”

    “정리가 된 것 같은데.”

    “하지만 수수께끼가 완전히 풀린 것 같지는 않죠?”

    “마녀의 세 번째 노래라고 했잖아요.”

    이번에는 이재욱이 심각한 얼굴로 추리를 시작한다.

    “이렇게 한 사이클이 하나의 노래라고 생각하면…….”

    “그럼 총 세 번의 사이클을 돌려야 수수께끼가 풀리는 거군요.”

    “오오, 좋아요.”

    “그럼 다시 시작해 보죠.”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그그그그…….

    두 번째로 퍼즐을 맞추고 나자, 이번에는 남은 5개의 석상이 움직였다.

    그전보다 훨씬 강하고 빠른 녀석들이었지만, 우리 팀원들을 당해내지 못했다.

    합을 맞춰 전투하는 것이 훨씬 편해진 팀원들은 거의 날아다니는 수준이었다.

    “하준 님! 조금만 기다려요!! 우리가 구해 줄게요!”

    이제는 나를 스쳐 지나가며 농담까지 던진다.

    그렇게 두 번째를 지나 세 번째 퍼즐이 맞춰졌다.

    띠링, 띠링, 띠링.

    스츠츠츠츳!!

    “꺄아아아악!”

    찢어지는 비명을 지른 건 우리 팀원들이 아니었다. 중앙 공중에서 소환된 위치의 비명.

    띠링. 곧장 시스템 창이 울리더니 메시지가 떠오른다.

    [상태 이상: 공포]

    [모든 소울계 상태 이상 면역으로 상쇄됩니다.]

    [상태 이상: 공포]

    [모든 소울계 상태 이상 면역으로 상쇄됩니다.]

    어라?

    메시지는 위치의 비명이 끝날 때까지 반복되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든 팀원이 머리를 부여잡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확실히 ‘공포’ 상태 이상에 걸린 모습이다.

    “으아아악!”

    “그만, 그만!!”

    “우리 모두 여기서 죽을 거야!”

    “흐흐흑!”

    인화 선배도 다르지 않았다. 선배 역시 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 쥐고 있었다.

    ‘왜 나만?!’

    위치의 비명이 잦아들자 이제 시스템은 요란스럽게 알림을 울리지 않는다.

    15명의 팀원 중에서 나만 공포 상태 이상에 걸리지 않은 거다.

    ‘소울계 면역이라고? 그건…….’

    그 단어를 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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