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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33화 (133/250)

제133화

제133편

“허.”

성 대위는 황당하다는 눈으로 날 빤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예상했다는 듯 기색이 금방 옅어졌다.

“이미 기술이 개발된 이상, 군에서도 손해는 아닐 것 아닙니까. 당연히 기술의 로열티는 우리 신선 길드, 류환희 길드원에게 있는 거지만요.”

이 기술로 대한민국 정부는 어마어마한 돈을 벌 수 있을 거다.

외국 기업에 팔려 나가는 것보다 이게 낫지.

돈을 위해서 개발한 기술이 아니니까 말이다.

“개인적인 감정이 낄 수 없는 자리니, 할 말이 없군요.”

뭐라고 딴지를 걸 줄 알았건만, 성 대위는 의외로 순순히 받아들인다.

“상부에 보고하겠습니다. 아마 은하준 씨가 원하는 대로 진행될 거고요. 은하준 씨 말처럼 손해는커녕 엄청난 이득입니다. 그걸 인정 못 할 정도로 바보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대신이라고 말하면 이상하겠지만, 기술과 각성자들을 지키기 위해 협력 길드가 붙을 겁니다.”

“그건 예상 밖이네요.”

“윗분들은 안전한 걸 좋아하시니까요.”

성 대위의 말이 그럴듯한 것이 군에는 S급 각성자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S급 헌터가 있는 길드에 호위를 붙여 주겠다니. 애초에 군에서 그럴 힘이 있던가 싶기는 하다.

“그럼 어떤…….”

“심사가 있을 겁니다. 어떤 길드가 가장 임무를 잘 해낼지 말입니다. 귀중한 기술이니 그만큼 보안도 철저해야 하니까요.”

성 대위는 피곤한 얼굴로 설명하다 피식 웃는다.

“그래도 알려 주자면, 내 생각에는 서광 길드가 되지 않으려나 싶습니다.”

“서광 길드요?”

“금성이나 해령도 강한 길드기는 하지만, 서광의 길드장이 국내 제일의 각성자라고 불리지 않습니까.”

“하지만 길드장이 직접 우릴 지키는 건 아닐 텐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서광 길드는 조용한 것에 비해 실력자를 많이 갖추고 있는 길드입니다. 물론 심사 전 내 개인적인 생각이기는 하니, 완전히 믿지는 않아도 됩니다만.”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진다.

“주목할 만한 각성자들이 많아요.”

기억을 더듬어 본다. 분명 마주친 적이 있을 거다. 게다가 회귀한 내가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도. 그 사람이 서광 길드 소속이었던가.

“물론 가장 주목받는 건 S급을 제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신선 길드겠지만 말입니다. 게다가 재밌는 소식도 들리더군요. F급 헌터가 함께 A급 던전을 공략했다, 라고요. S급들 레벨만 높았다면 사실 협력 길드는 필요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성 대위는 뭐로든 내 신경을 긁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이런 걸로 기분이 상하지는 않는다.

성 대위 말이 아주 틀린 것도 아니고. 신선 길드가 아직 약한 건 사실이니까.

“기술에 관해서도 검증을 받아야 할 겁니다. 날짜가 나오는 대로 알려 줄 테니, 그것도 준비하십시오. 애초에 이렇게 대책 없이 찾아오다니.”

이것도 맞는 말이긴 한데.

환희의 일이고 성 대위가 어떻게 해 주겠거니 쉽게 생각한 면도 있다.

어쨌든 이쪽으로는 빨리 일을 진행시켜야 할 것 같아서 말이다.

“고맙습니다.”

내 말에 성 대위는 한쪽 눈썹을 쓱 들어 올리며 바라본다.

“성 대위님도 환희가 해낼 거라고 믿고 계셨잖아요. 그동안 훼방도 안 놓으시고.”

“훼방을 놓긴 왜 놓습니까? 애도 아니고.”

“충분히 그러실 위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지금 시비를 거는 겁니까?”

“그냥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단 거예요.”

“어처구니가 없어서. 우리 그런 농담할 사이 아니지 않습니까?”

나는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서로 유치한 짓을 했던 건 맞으니까 이런 농담 정도는 해도 되지 않나?

“…….”

성 대위는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휙 돌린다.

“나도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는 시선을 마주하지 않는다.

“환희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죠. 하지만 잘 이끌어 주었습니다. 이렇게 빨리, 다치지도 않고 성과를 내올 줄은…….”

하지만 굳어졌던 그와의 분위기가 풀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그의 말은 길지 않지만, 여러 가지 감정이 섞여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정말 환희를 많이 아끼긴 하나 보네. 이 사람이 이렇게까지 많은 감정을 보여 줄 줄은…….’

이렇게 다채로운 성 대위의 감정을 볼 수 있다니. 처음이다.

“환희를 너무 애처럼 보지 마세요.”

“……확실히 그래야겠습니다. 하준 씨에게 한 수 배우는군요.”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성 대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고는 확실하게 들어갈 겁니다. 그러니 단단히 준비하고 기다리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괜찮은 거죠?”

“…….”

성 대위와의 관계를 확실히 풀 이유가 있다.

내게는 꼭 방문해야 하는 던전이 있기 때문이다. 성 대위 선에서 출입을 허가해 줄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군의 허락 없이 그 던전에 들어가려면 최소 5년은 기다려야 하니까 말이다.

“……괜찮고 말고 할 게 있습니까?”

“넵, 잘 알겠습니다~!”

성 대위는 사무실을 나서려는 나를 문 앞까지 배웅해 준다.

“곧 뵙죠.”

* * *

“전 저엉말 그 사람이 싫어요!”

“성 대위?”

“네! 매번 주인님을 바보 취급하는 것도 싫고요. 일단 싸가지가 없어요.”

망량이의 말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제가 뭔데! 그리고 약간 컨트롤 프릭적인 면이 있지 않아요?! 기분 나빠~”

“그런 말도 알아?”

“물론이죠. 이 망량. 얼마나 똑똑한 주인님의 보조 도깨비불인데요.”

망량이와 떠들며 이동하다 보니 어느새 길드 건물이 코앞에 보인다.

“앞으로도 할 일이 참 많다.”

“힘내요, 주인님!”

“그러고 보니 넌 뭐 더 떠오르는 거 없냐?”

“네?”

푸른 불꽃이 동글동글한 눈을 깜빡인다.

“전혀요.”

“흐음, 하케임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기억이 없어서 어떡하냐.”

“하지만 뭐, 하케임에 비해서 전 불편할 것도 별로 없으니까요.”

“그래?”

“저는 주인님만 있으면 되거든요. 전 주인님이 잘되기만 하면 돼요.”

“오~ 좀 감동인데?”

“엑? 감동이에요? 이 정도로요? 훨씬 감동적인 거 많이 해 드릴게요!”

망량이는 일렁거리며 내 뺨에 불꽃을 비벼 댔다.

“나도다.”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끌어당기는 바람에 휘청한다.

터억. 두 팔에 가둬지고 고개를 들어보니 하케임이다.

“뭐?”

“나도 감동적인 거 해 주겠다.”

“갑자기 나타나서 뭐야.”

“반응이 차갑네.”

하케임은 일부러 힘을 주어 나를 압박했다.

“으아아! 아파앗!”

“빨리 감동적이라고 해라.”

“아니~! 이런 짓을 하면서 뭐가 감……. 크악. 감동! 감동이야, 감동!”

발까지 달랑 들리니 참을 수가 없었다. 갈비뼈라도 부러진 거 아닌지.

억지로 감동이라는 말을 받아내곤 그제서야 하케임은 팔을 풀어 나를 내려놓는다.

“후후후. 어디 갔다 오는 길이야. 손님이 기다리고 있다.”

“아야야……. 손님?”

뭔가 불편해 보이는 하케임의 표정을 보니 손님이 누굴지 대강 예상이 갔다.

하케임을 따라 길드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익숙한 얼굴과 딱 마주친다.

“외출하셨더군요.”

“안사홍 씨.”

“마침 돌아가려던 참입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임무인가요? 그렇다면 전화로 연락하셨어도 됐을 텐데요.”

“겸사겸사 왔습니다. 추가 에테르석을 전달하기 위해서도 있고요.”

안사홍이 빙긋 웃는다. 그의 눈에는 묘한 빛이 서려 있다.

“은하준 님은 마치 미래를 아는 것만 같습니다.”

“네?”

갑작스러운 말에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가슴이 철렁한다.

“에테르석 말입니다. 뭔가 쓸모가 있을 거라고 한참 모으시지 않았습니까. 전 세계의 에테르석을 거의 전부 헐값에 사들였었죠.”

“아아……. 쓸모없는 아이템을 그렇게나 많이 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뭐.”

“덕분에 저도 이득을 보고 있답니다. 하준 님을 따라 에테르석을 좀 쌓아 놨었거든요.”

안사홍은 웃어 보이더니 작은 쪽지를 건넸다.

“다음 임무가 잡혔습니다. 이번에는 혼자 오도록 하십시오.”

그러고는 고개를 까딱하더니 곧장 길드 건물을 나섰다.

“다음 주 화요일 오전이군.”

“혼자 오라고 하다니. 조심해라, 은하준.”

“조심하고 뭐고 할 게 뭐 있어. 저번에도 봤지만, 임무 자체는 엄청 쉽던데.”

“태풍이 불기 전 하늘은 맑은 법이다. 어렵지 않았다고 해서 안전한 일은 아니지. 그랬다면 호위를 부탁할 필요가 없었을 테니까.”

“흐응.”

“누차 말하지만, 저자는 조심해야 해. 차라리 만나지 않는 편이 좋다고.”

“하지만 안 만날 수 없는 존재인걸.”

안사홍의 쓸모를 다른 이들과 비교할 수 없을 거다. 지금까지도 무척 도움을 받았고 앞으로는 더욱 그럴 터.

“네가 그렇게 말하니 나도 잠자코 있는 거다.”

“뭘 보고 자꾸 그러는 건데? 이유도 말해 주지 않고 말이야. 네 말 때문에 괜히 더 불안하다고.”

“……그건.”

“뭐, 기억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으니 감뿐이라는 건 대충 알지만…….”

“그렇다.”

하케임이 손을 쑥 내민다.

“응?”

“기억이 났어. 수호 부적이라는 거다.”

“수호 부적?”

손에 들어온 것은 작은 나무 조각이었다.

“내가 살던 곳에서는 이 동물 조각을 지니면 불길한 것들에게서 지켜준다고 하더군.”

“호오……. 다람쥐 같은데? 뿔이 있네. 귀엽다. 고마워. 그냥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되나?”

나무 조각을 안주머니에 넣고 팡팡 두들기니 하케임은 그제야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

대체 안사홍에게서 무슨 기운이 풍기길래 이렇게 경계하는 걸까. 그간 사이가 좀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내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하긴 안사홍의 경우에는 영혼 분별사의 결과가 이상했었지……. 그러고 보니 싱크로율을 전혀 맞출 수 없다는 건, 안사홍은 넥스트 레벨이 될 수 없는 몸이라는 건가?’

그럼 그다음 퀘스트는? 그다음 분기의 퀘스트는?

모두 안사홍과는 관련이 없게 된다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니 그의 힘이 아깝기 그지없었다.

거래에 특화되어 있을지라도 그가 얼마나 대단한 각성자인지는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고 있는 바니까.

“야야~! 하준아~!”

복도 저 끝에서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은봉 할머니가 있었다.

“할머니!”

“야야! 내 오늘 센터에 가서 시험을 쳤는데 백 점 맞았다. 백 점!”

은봉 할머니는 요즘 각성자 센터 헌터 자격증 취득반에 출석하고 있었다.

“이제 곧 실습에 들어갈 낀데, 그때 니가 알려 준 그 스킬로…….”

아이처럼 들뜬 은봉 할머니를 보니 약간 심란해졌던 마음이 포슬포슬하게 녹아내렸다.

“그리고 말이다. 우리 반에 있다던 그 A급 각성자 아 말이다. 헌터 자격증 따고 나서 우리 길드에 오기로 했다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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