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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31화 (131/250)
  • 제131화

    제131편

    “사실 이런 비상 대책 위원회가 소집된다고 해도 해결되는 건 크게 없는데 말이지.”

    김재민이 웅얼거리는 소리를 이진욱도 확실히 들은 것 같았지만, 그는 재민을 무시한 채로 브리핑을 시작했다.

    “이번 회의는 정리되어 괴물 특수부대에 보고될 겁니다. 그러니 사소한 것 하나라도 빠트리지 않고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신경 써 주시기 바랍니다.”

    주된 내용은 길드에서 취합한 몬스터의 정보에 관한 것이었다.

    가장 먼저 몬스터와 접촉했던 신선 길드 길드원들을 향해 가장 많은 질문이 들어왔다.

    습성, 생김새, 공격 패턴과 약점.

    ‘나는 놈들에 관해서 조금 더 알지만……. 사실 이걸 안다고 하기도 그렇군. 회귀 전에도 그저 우연히 만났을 뿐이고. 살해당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 자리에서 내가 회귀자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그저 회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지켜볼 수밖에.

    그리고 괴한의 이야기도 나왔다.

    “그들이 이번 사건과 관계되었을 가능성이 있을까요?”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인간이 어떻게 몬스터를 임의로 불러낼 수 있단 말인가.”

    “만약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재앙이네, 재앙.”

    “이미 우리는 너무 많은 각성자들을 잃었어요.”

    “6개월 정도 만에 S급 몬스터가 두 번이나 발생하다니. 끔찍합니다. 앞으로 어쩌려고 그러는 건지.”

    회의장이 시끌시끌해진다.

    확실히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재앙일 것이다.

    그 끔찍한 괴물들을 인간이 다룰 수 있고, 그 인간이 선하지 않은 자라면.

    괴한의 힘을 떠올린다.

    S급과 맞먹을 정도로 강력한 힘.

    그와 괴물의 등장이 정말로 연관이 있을까. 그것이 아니더라도 그런 테러를 자행하는 단체의 인원이 그렇게 강한 사람이라는 것 자체도 충격이었다.

    나와 한세희가 괴한의 힘에 관해 설명하자 장내는 좀 더 소란스러워졌다.

    “S급이나 되는 사람이 그런 이상한 단체에 들어가 있다니.”

    “마구잡이로 사람들을 죽여 댈 겁니다!”

    “생체칩은? 그걸로 추적할 수 없나?”

    “무슨 소리예요. 생체칩은 이제 금지되었잖아요.”

    “아아, 그랬었지.”

    “설마 아직 생체칩 제거를 하지 않았나요?”

    “자자, 진정들 하세요.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는 마십시오. 그저 지나가는 길에 마주쳤을 수도 있는 노릇이니까요.”

    한세희의 말에 회의장이 조용해진다.

    “농담이었어요.”

    “세희 씨는 농담을 정말 못한다니까.”

    손예원이 키득거렸다.

    “어쨌든 모두가 그 비밀 단체를 쫓아야 할 이유가 더 생긴 것 같군요.”

    회의는 그리 길지 않았다. 괴물과 이번 사태, 그리고 비밀 단체에 관한 정보를 서로 꼼꼼히 나누고 정리되었다.

    지금으로서는 마땅히 대안도 없었기 때문이다.

    모두 조만간에 다시 그런 괴물이 등장하지 않기를 비는 수밖에 없었다.

    ‘한데 그 괴물이 왜 벌써 등장하게 된 걸까? 그런 놈들은 분명…….’

    마음이 무거워진다.

    ‘설마 내가 회귀했기 때문인가? 그렇다면 마지막 퀘스트도 그 시일이 당겨진다는 걸까?’

    툭.

    누군가 회의장에 아직 앉아 있던 내 어깨를 쳤다.

    당연히 결이나 하케임이라 생각하고 고개를 들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었다.

    한세희.

    어제보다는 사뭇 깨끗해진 모습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좀 괜찮아요?”

    “아, 네.”

    “멍해 보여서. 커피 마셔요? 우리 길드원 친구들이 커피를 너무 여러 잔 사 와서 남네.”

    “라떼는 마셔요.”

    “이런 아메리카노인데.”

    “괜찮아요. 아메리카노도 마실 수 있어요.”

    얼음이 달그락거리는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한세희가 건넨다.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스타일인 걸까.

    결이나 다른 팀원들은 함께 빠져나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이번에 정말 잘해 주었어요.”

    “네?”

    “초반에 몬스터를 붙잡아 둔 거요. 아무도 말을 안 하길래.”

    “아, 아아. 감사합니다.”

    “게다가 현저히 밀리는 와중에도 적의 약점을 알아냈죠. 그건 정말 대단한 겁니다.”

    “해야 할 일이었는데요. 저야말로 감사해요.”

    “그쪽 길드에 좋은 힐러가 있죠? 목소리도 완전히 돌아왔네요.”

    한세희는 씩 웃더니 빨대로 아메리카노를 쭉 들이켠다.

    “조금 무모한 점만 고치면 참 좋을 텐데요.”

    갑자기 뭔데 평가질이야? 라는 생각이 불쑥 솟아올랐지만, 뭐긴 뭐야. 한세희는 내 목숨의 은인이지.

    그래. 확실히 좀 무모하긴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만 그런 거라고.

    그때 한세희가 도착하지 않았더라면……. 그래, 정말로 죽었을 수도 있었다.

    “우리 길드에도 하준 씨 같은 사람이 있으면 좋겠어요.”

    “큽, 네?”

    나도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들이켜다가 사레가 들리고 말았다. 갑자기 이런 말을 들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콜록, 콜록.”

    “내가 그렇게 싫어요?”

    “네? 아뇨. 무슨 그런 말씀을.”

    “반응이 그런 것 같길래.”

    “쿨록…….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상상도 하지 못한 말을 갑자기 하셔서. 하하하.”

    “왜 상상도 하지 못한 말이죠? 하준 씨를 탐내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

    이 양반이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이거 농담인가? 날 놀리는 건가? 아까 손예원이 한세희는 농담을 잘 못한다더니, 정말이다.

    하지만 한세희의 눈빛은 진지했다.

    “도저히 D급으로 보이지 않잖아요. 정말 대단한 거죠. S급 랭크를 달고도 그만큼의 몫을 해내지 못하는 각성자가 얼마나 많은데.”

    “아.”

    “하준 씨 주변 사람들도, 다 하준 씨에게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모두 다른 각성자들에 비하면 아주 빠르고 제대로 성장하고 있죠. 벌써 이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고요. 그냥 S급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실력 때문에요.”

    “아, 흐음……. 감사합니다. 큼큼.”

    “뭘요. 솔직히 이렇게 성장할 줄 알았다면…….”

    쪼오옥. 커피 마시는 소리만 회의장에 울린다.

    ‘알았다면 뭐? 이 사람아, 기왕에 칭찬할 거면 끝까지 해야지. 에헴!’

    칭찬은 언제 들어도 좋은 거니까 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후에는 정적만이 감돌았다.

    어느새 회의장에는 우리 둘만 남은 것 같은데 이거 다 마실 때까지 이 어색한 자리에 있어야 하는 건가? 아찔해지는 순간 한세희의 휴대폰이 울렸다.

    액정을 확인하더니 미간에 약한 주름이 팬다.

    “음, 가 봐야겠네요. 하준 씨랑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바쁘시니까요.”

    “네. 길드장이라는 게 정말 쓸데없이 바쁘거든요. 하준 씨는 길드장 같은 거 하지 말아요.”

    한세희가 빙긋 웃으며 회의장 밖으로 나간다.

    “뭐야, 뭐랄까……. 갑자기 이미지가 달라 보인달까.”

    “누가?”

    “아, 결아. 어디 갔었냐?”

    “오스킬이 팀원들 마실 것 좀 사러 가자고 해서.”

    “너 아직 그 누나한테 오스킬이라고 부르냐.”

    “왜. 틀린 말은 아니잖아.”

    “그렇긴 한데…….”

    결이의 시선이 내 손에 들린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멈춘다.

    “아, 이거 한세희 씨가 주더라.”

    “한세희가? 한세희가 왜?”

    “넌 그냥 아무나 다 그렇게 부르는구나.”

    깜빡 잊고 있었다. 우리 한결이가 싸가지가 좀 없다는 걸.

    결이가 손에 쥔 캔커피를 내게 내민다.

    따뜻한 라떼다.

    “몰라. 그냥 주던데.”

    “모르는 사람이 주는 거 막 얻어먹고 그러면 안 되지.”

    “한세희 씨가 뭔 모르는 사람이냐.”

    “모르는 사람이지. 하여간에 난 그 사람 별로야.”

    “왜?”

    “왜긴…….”

    결이가 뭐라고 덧붙이려다가 만다.

    “음?”

    “아냐, 됐어. 어제 사건 이후로 쉬지도 못하고 이렇게 모인 건데 얼른 쉬러 가야지.”

    “하아, 그래. 피곤해 죽겠다.”

    “각성자가 된 이후로 이렇게까지 피곤한 건 처음이야. 아닌가. 첫날엔 비슷했던 것 같다. 아픈 건 아니었지만.”

    “아직 아파?”

    “아니, 아까 아팠어. 창희 형 스킬이 워낙 좋아야지.”

    “나도 그래. 한동안은 현장 수습에 동원되겠군.”

    얕은 한숨이 나온다. 그리고 저 멀리 나와 결이를 찾는 소리가 들린다.

    * * *

    압구정의 피해는 엄청났다.

    현장을 복구하는 데만 두 달이 넘게 걸렸다. 게다가 수많은 사망자는 ‘복구’할 수가 없으니까.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시간은 흐르고 세월이 지난다.

    “해, 해냈다. 하준 오빠! 내가 해냈어!!”

    휴게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 환희가 다급하게 들어온다.

    “뭐? 뭘?”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을 신무기 말이야!”

    “뭐라고?!”

    나는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큰 고글을 쓰고 땀범벅이던 류환희가 발을 동동 굴렀다.

    “대박이야! 난 정말 천재야! 해낼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해낼 줄이야! 오빠가 얼마 전에 던전에서 얻어다 준 그 수정 구슬 덕분이야! 그전에 얻은 아이템도 큰 도움이 됐었는데! 그 구슬이 내 지식을 확장시켜 주고……!”

    환희의 말소리가 웅웅 울리는 것 같다.

    너무 기뻐서일까? 물론 기쁘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환희가 해내리라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당황스러운 면도 있었다.

    ‘3~5년은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왜 이렇게 빨라진 거지?’

    아직 길드의 힘이 약한 것도 신경이 쓰였다. 그간 새로운 각성자들이 많이 가입했고 신생 길드 중에서 가장 잘나가는 길드지만, 아직도 기존 길드들에 비해 큰 영향력이 없었다.

    환희가 발견해내는 기술은 세계 최초이기에 이제 세계 각국에서 관심을 가질 텐데.

    “그래서 말이야, 아까 설명한 원리대로인데. 이걸 무기에 적용하면 스킬이 없는 사람들도 우리처럼 강력한 전투를 할 수 있는 거지. 이렇게 되면 일반인이나 랭크가 낮은 각성자도 자신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희야, 일단은 우리끼리만 알고 있자.”

    “응?”

    말이 끊긴 환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헤 벌렸다. 내 반응이 너무 예상하지 못한 것이어서일 거다.

    나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비밀 단체의 일도 있고, 네가 개발해낸 기술은 너무 대단한 거라 어떤 사람들이 탐낼지 알 수 없잖아.”

    “와, 오빠는 정말 나를 엄청나게 믿나 보다? 아직 내 기술에 관해서 다 설명하지도 못했는데……. 증명도 아직…….”

    “당연히 성공이지! 네가 누군데!”

    “아하핫! 그래, 내가 누군데?! 류환희라 이 말씀이야. 아니, 그런데 오빠 들어봐. 내가 대체 어디서 이 미스터리를 해결했냐면…….”

    환희가 내게 팔짱을 끼더니 자기 연구실로 잡아끌었다.

    거기에는 권총 모양의 무기가 올려져 있었다.

    “이거야. 각성자 아이템 대부분이, 특히 무기형 아이템이 각성자의 손에서만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것과 다르게 이건 일반인 갓난아기라도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라고.”

    “그거 엄청나게 위험하게 느껴지는데?”

    “무기가 원래 다 위험하지. 오빠, 뭔 소리야?”

    “으음…….”

    환희는 활짝 웃어 보이며 권총 모양 무기를 가볍게 들어 올렸다.

    “보여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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