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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30화 (130/250)
  • 제130화

    제130편

    “진짜……. S급이라고?”

    “야, 쫄지 마. 우리도 S급이야. 야!! 해령 놈들아! 공격 퍼부어!”

    손예원의 날카로운 외침과 동시에 각성자들의 공격이 쏟아진다. 거의 5층 높이의 괴물이 빛과 화염과 각종 공격에 휩싸인다.

    “약점은 녀석의 머리예요!”

    내가 외치자, 손예원과 김재민이 이쪽을 돌아본다.

    “아아, 그래. 너도 여기 있었구나. 하긴 한결이 있으면 어디든 쫓아다니지?”

    “…….”

    김재민은 이상하다는 눈으로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서해 위에서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그사이 약점을 파악하다니.”

    한세희가 중얼거리더니 공격을 개시했다.

    “머리를 노려!”

    그의 외침에 서광 길드의 각성자들도 공격에 나섰다.

    “크르르르륵! 키에에엑!!”

    S급들의 공격이 쏟아지자, 괴물 녀석도 꽤 대미지가 들어간 모양인지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저 수많은 공격 속에서도 괴물이 굳건하게 버티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케에에엑!”

    휘이익!

    괴물의 팔이 기괴한 모양으로 길어지며 공격이 쏟아져 나오는 방향을 향해 공격을 가했다.

    퍼어어억!! 그 내지름 한 번에 건물이 무너지고 휩쓸린 각성자들의 단말마가 울린다.

    ‘역시 강하다.’

    서해에서 본 드래곤의 싸움처럼 수많은 각성자가 희생되리라.

    ‘머리를 좀 더 확실하게 공격할 수 있다면…….’

    하지만 약점인 만큼 괴물도 머리를 필사적으로 지키고 있었다.

    취리릭.

    괴물이 활짝 벌렸던 꽃잎 같은 얼굴 부분을 닫아 버린 것이다.

    “된 건가?”

    손예원이 외쳤다.

    ‘아니, 아니다. 아직 아니야.’

    휘청거리던 괴물이 몸을 완전히 웅크린다.

    “어엇, 뭔가 이상한데.”

    “저기……. 등 부분이.”

    촤아악!!

    괴물의 등에서 검은 날개가 치솟았다.

    “2, 2페이즈인가?!”

    “하지만 2페이즈라도 뭘 알아야……!”

    “모두 조심해!!”

    각성자들이 당황하는 사이, 괴물은 날개를 퍼덕거리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 모습이 크고 기이해서 드래곤을 상대하는 것보다 훨씬 무력감을 느끼게 했다.

    ‘확실해. 이 녀석은 회귀 전 그때 그놈과 같은 부류다.’

    그때 온몸을 감싸던 위화감을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대체 이 녀석이 왜 지금 여기에 나타난 것일까.

    쉬이이익!!

    날개로 새로운 기동성을 얻은 괴물이 본격적으로 각성자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휘익! 퍼어억!

    퍼억! 퍼억! 쿠과과광!

    도로와 건물과 자동차, 그리고 각성자들이 무참히 박살이 나고 있다.

    ‘머리를 닫았는데도 저런 정확도라니.’

    사방에 각성자가 너무 많은 탓도 있을 것이다. 어딜 어떻게 공격하든 각성자가 밟힐 정도로 많다.

    그리고 자세히 보니 녀석은 완전히 머리를 닫아 버리기만 한 게 아니었다. 필요할 때 머리를 재빨리 펼치고 공격할 위치를 정한 다음 순식간에 머리를 닫아 버린다.

    ‘날개가 달리니 놈의 행동반경이 더 넓어졌어.’

    불바다가 된 압구정의 모습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남산에서처럼, 서해에서처럼 그렇게 또…….

    “내가 왔다.”

    등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돌아보니 하케임과 결이가 서 있다.

    “둘 다 괜찮아?! 소울메이트가 끊어지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이제 괜찮다. 류창희가 도착했거든.”

    하케임이 팔을 들어 보인다. 입은 옷은 엉망진창이지만, 확실히 제대로 힐을 받아 회복한 듯 보였다. 그리고 결이도…….

    “결아, 괜찮아?”

    비단 몸뿐만이 아니다. 이런 위기 상황이라면 또다시 금룡이 결이의 몸을 가로채려 했을 거다.

    금룡은 우릴 돕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사실 되도록 몸을 뺏기지 않는 편이 좋으니까.

    “괜찮아.”

    잠깐 긴장했지만, 확실히 결이다.

    “좋아, 녀석이 머리를 잠깐 벌리는 틈을 노려야 해. 왠지 더 강해진 것 같은 느낌이지만. 아래에 있는 다른 각성자들에게도 전달해 줘. 나도 그럴게.”

    “조심해라, 하준. 녀석은 무척 강하다.”

    하케임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하고는 훌쩍 뛰어 괴물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괜찮아, 우린 본 드래곤도 해치웠잖아? 우리끼리 이만큼 저지한 것도 대단하다고.”

    결이를 보면서 씩 웃자 녀석도 피식 웃는다.

    처참한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너무 의기소침해진다면 능률이 떨어질 거다.

    “그래, 가자.”

    결이와 나는 빗발치는 각성자들의 공격과 괴물의 포효 속으로 뛰어들었다.

    * * *

    그으으으…….

    쿵!

    거대한 검은 몸체가 드디어 쓰러졌다.

    “허억, 허억. 해치웠어.”

    전투는 괴물 특수부대까지 동원되어서야 겨우 끝났다.

    강력한 공격 때문에 S급이고 나머지 랭크고 할 것 없이 모두 꼴이 말이 아니었다.

    망량이 역시 지친 불꽃을 일렁이며 내 어깨로 가라앉았다.

    “주인님 괜찮으세요?!”

    “난 괜찮아. 하지만…….”

    이미 일대는 쑥대밭이 되었고 주변으로는 일반인, 각성자 할 것 없이 시체가 즐비하다.

    끔찍한 광경.

    “젠장.”

    “주인님 때문이 아니에요.”

    “알아. 그래도…….”

    시체는 모두 수습될 수 있을까. 실종자로 처리되고 시체조차 찾지 못하는 사람이 수두룩하게 빽빽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포털이 없다?’

    전투하는 내내 포털이라고는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아예 없는 것일까?

    후자의 경우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왜냐하면 놈들은……. 놈들은 뭔가 다르다. 그냥 일반 몬스터들과는 뭔가 다른 게 있다.

    본능이 그걸 말해 주고 있다.

    ‘아직 포털이 남아 있다면…….’

    전자도 무시할 수 없기에 헤르메스의 신발을 이용해 높이 떠오른다. 강화로 인해 공중으로 떠오르는 데 훨씬 적은 마력이 소모된다.

    마력이 완전히 바닥난 지금 이보다 유용할 수가 없다.

    “엇. 주인님! 저기! 저기요! 포털이 느껴져요!”

    망량이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괴물이 처음 나타났던 곳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곳에 포털의 빛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녀석도 포털에서 나온 거군.”

    그나마 변수가 줄어들었다는 안도감으로 포털 앞으로 빠르게 다가갔다.

    만약 놈과 같은 게 하나라도 더 나오는 순간, 서울은 그야말로 끝장날 거다.

    ‘아까 한세희도 꼴이 말이 아니었지.’

    그 새하얀 남자가 먼지와 땀, 피범벅이 된 건 처음 봤다.

    “음?”

    포털에 가까이 가자, 낯선 인영이 비친다.

    “누구냐?!”

    “…….”

    포털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금실로 수놓은 복면을 쓴 사람이었다.

    “당신은…….”

    “…….”

    그는 대답 없이 곧장 나를 공격해 왔다.

    쉬이익! 검푸른 빛이 서린 장창.

    쉭, 쉭, 쉬쉭, 쉬익!

    엄청나게 빠른 속도의 공격. 각성자다.

    “흡!”

    사력을 다해 피해내면서, 상대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네놈들은 대체 뭐냐!”

    설마하니 오늘의 이 일을 이 녀석들이 일으킨 것일까?

    하지만 인간이 어떻게 포털과 몬스터를 조종할 수 있단 말인가.

    “대답해!”

    “…….”

    “대답하지 못해?! 네놈들! 너희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친 줄 알아?! 이번에도 네놈들이 뭔가 한 거라면……!”

    차르륵!

    억압의 손길을 이용해 혹시 도망칠지 모르는 괴한을 붙잡아 두려고 했다. 하지만 마나를 거의 다 쓴 탓에 굵기도 가늘고 개수도 모자라다.

    튀잉! 튕!

    게다가 괴한은 아무렇지도 않게 내 사슬들을 튕겨내 버린다.

    “주인님 제가……!”

    망량이가 튀어 나가 괴한에게 돌진했다.

    “?!”

    퍼억!

    창대로 가격당한 망량이의 불꽃이 후르륵 하고 흩어져 버렸다.

    “무슨…….”

    망량이가 일순간 소환 해제가 되어 버린 거다.

    하지만 그게 가능한 일인가?

    후욱.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괴한의 속도가 상상보다 너무 빨랐다.

    “커억!”

    목에 느껴지는 격통.

    당황스러워하는 순간 몸이 붕 떠오른다.

    “크윽!”

    놈이 내 목을 쥐고 들어 올린 거였다. 팔을 밀쳐내려고 하지만 힘 역시 내가 상대할 수 없을 만큼 강했다.

    “……네가 우리 뒤를 캐고 다닌다지?”

    “커억, 헉!”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하니까 명이 짧아지는 거다.”

    “커흑.”

    목뼈가 으스러질 것 같다. 이렇게 강한 힘이라니.

    어떻게 이런 일이.

    하필이면 내가 어디로 향하는지 말을 하지 않았으니 현장 수습으로 한창인 결이나 다른 팀원들이 나를 찾을 리도 없다.

    “어머니께서는 너를 그냥 두라고 하셨지만……. 솔직히 나는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어. 어차피 너 같은 거 하나 사라져도 아무도 모를 테니까.”

    무슨 말이냐고 묻고 싶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산소가 부족하다.

    뇌가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쉬이익, 퍼억, 퍽!

    “크읏!”

    “컥!”

    타격음과 함께 놈의 손이 내 목에서 떨어져 나갔다.

    털썩. 쓰러진 바닥에는 거대한 고드름이 박혀 있다.

    “그 이상한 비밀 단체로군.”

    한세희의 목소리다.

    휘익, 카아앙!

    괴한과 한세희의 무기가 한 번 맞부딪히는 소리가 났으나 순식간에 주위가 고요해진다.

    “텔레포트 스킬인가.”

    콜록거리며 고개를 다시 들어보니 한세희밖에 남지 않았다.

    “괜찮아요?”

    한세희는 슥 나를 돌아보더니 부축해 일으킨다.

    “콜록, 콜록……. 괜찮. 큭.”

    목을 너무 강하게 압박당한 나머지 목소리가 갈라져 나온다.

    “쉿, 억지로 말하려고 하지 마세요.”

    “고맙습……니다.”

    “다행이네요. 제가 발견할 수 있어서.”

    “혼자 갈 수…….”

    다리가 후들거린다.

    “무리하지 말아요. 이미 체력을 다 썼을 텐데 그런 일을 당했으니.”

    후욱. 한세희가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그리고 건물을 건너고 건너 우리 팀원들이 있는 곳까지 단숨에 도착했다.

    그는 류창희의 앞에 가서 나를 내려놓았다.

    “하준 씨!”

    각성자들을 치료하고 있던 류창희가 놀라 헐레벌떡 내게로 다가왔다.

    한세희의 차가운 손이 내 몸에서 떨어지고 류창희에게 넘겨진다.

    “나중에 봅시다. 나는 그 포털을 수습하러 가야겠어요.”

    한세희는 그 말만 남기고는 현장으로 사라졌다.

    “이게 무슨 일이에요?!”

    “괴한이…… 있었어요. 쿨럭, 쿨럭.”

    “이런 성대가 완전히……. 기다려 봐요. 힐을 줄 테니.”

    “난 괜찮……. 다른 사람들부터요.”

    나는 류창희의 권유에도 치료를 사양했다. 목소리가 잘 안 나오는 것쯤이야 참을 수 있으니까.

    주먹이 불끈 쥐어진다. 대체 뭐였을까.

    괴한은 얼마나 강했던 걸까.

    무려 한세희와 1합을 겨뤘다. 그렇다는 건 S급 각성자란 말인가?

    알아낼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화가 나지만,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분했다.

    * * *

    한세희의 다시 보자는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리고 아주 금방이었다.

    길드 금성의 대회의장.

    그곳에 신선 길드 팀원 전부와 각 길드의 길드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여러분을 이곳에 모은 이유는 어제 압구정에 나타났던 몬스터 때문입니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 신생 몬스터였죠. 게다가 이제까지와는 다른 형태로 등장했습니다. 단일 몬스터. 인트루더는 그 몬스터 딱 하나뿐이었습니다.”

    금성의 길드장 이진욱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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