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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27화 (127/250)
  • 제127화

    제127편

    번쩍!!

    [아이템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띠링.

    [스킬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스킬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강화의 도구 세트가 해금되었습니다.]

    “아이구머니나.”

    은봉은 까무러칠 뻔했지만, 겨우 중심을 잡고 버텼다.

    눈이 시큰거리고 어지러웠다.

    하얗게 시야를 가릴 만큼 눈이 부신 빛이 사그라들고 강화가 완료된 검과 하준의 모습이 보였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성공하실 줄 믿었다고요!”

    하준은 상기된 표정으로 해맑게 웃으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방금 뭐가 억수로 많이 올랐데이.”

    “역시. 억수로 많이요?”

    “그래. 레벨은 한 번에 2나 올랐고 스킬 레벨도 올랐다. 거기다가…….”

    은봉은 다시 한번 알림을 확인했다.

    “강화의 도구 세트가 해금됐다는데, 이건 뭐꼬?”

    “강화의 도구 세트요? 아이템인가요?”

    “가만있어 봐라.”

    은봉이 인벤토리를 뒤졌지만, 강화의 도구 세트라는 아이템은 없었다. 그 외에 도구가 있을 만한 다른 창을 뒤져도 강화의 도구 세트는 보이지 않았다.

    “아무 데도 없는 것 같은데…….”

    “그럴 리가 없는데…….”

    하준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한 가지 방법을 내놓았다.

    “그냥 외쳐 보는 건 어떨까요? 스킬을 사용할 때처럼 말이에요.”

    “으음……. 그게 소용이 있겠나.”

    은봉은 잠깐 주저했지만, 곧장 힘차게 외쳤다.

    “강화의 도구 세트!”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강화 스킬을 사용할 때와 같은 빛들이 공중에 어리더니 하나씩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럴 수가…….”

    하준은 놀라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마치 새로운 스킬을 사용하는 것처럼 보였다.

    강화 스킬을 사용할 때 그저 흔들리기만 했던 빛들이 이번에는 각종 도구의 모양을 갖추어 공중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할머니, 한 번 더 강화해 보죠.”

    하준은 검을 다시 은봉에게 건넸다.

    “처, 처음 써 보는 긴데……. 잘못되면 우짤라꼬.”

    “이미 한 번 강화에 성공해서 어지간하면 강화 1이 떨어지는 정도일 거예요. 대실패가 뜨지 않는 이상 말이에요. 게다가 뭐, 부서지면 새 무기 찾으면 되고요.”

    하준은 은봉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더 가볍게 말했다.

    은봉은 그런 하준의 마음을 다 알아챘지만, 그래도 하준이 원하는 일이기에 용기를 냈다.

    “그래. 어디 한번 해 보자.”

    은봉은 공중에 떠오른 빛의 도구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망치였다.

    “이게 그건가 보다. 에테르석 가공할 때 칼이 나왔었다이가. 그런데 그 스킬에서 장비가 더 추가된 모양이다. 망치며, 집게며.”

    “응? 그런데 이런 것도 있네요.”

    하준이 발견한 것은 국자였다.

    “으잉? 이런 것도 있다.”

    은봉이 발견한 건 커다란 중화요리용 팬이었다.

    “이거는 편해서 내가 가게에서 자주 사용했던 건데…….”

    “이게 강화랑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요?”

    “이걸 한번 써 볼까?”

    은봉은 쥐었던 망치를 내려놓고 웍과 국자를 들었다.

    “왠지 이렇게 쓰면 될 것 같은데.”

    그러고는 하준의 검을 커다란 웍에 넣었다. 그러자 웍 아래로 스킬의 빛으로 된 불꽃이 만들어졌다.

    화르륵!

    “……!”

    은봉은 국자를 가지고 마치 요리를 하듯이 팬에 들어간 무기를 살살 저었다.

    치이익, 드르르륵.

    “제 검으로 요리를 하고 계시네요.”

    “그러게 말이다. 이제부터는 집중해야 하니까 조용히 하그래이.”

    “옙.”

    팬과 국자를 쥔 후부터는 시스템이 그녀에게 모든 것을 알려 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은봉은 이끌리는 대로 행동하며 그 흐름을 제대로 좇기 위해서 집중했다.

    새로운 방식으로 강화를 시도하는 것이기에 조금 전보다 훨씬 더 집중이 필요했다.

    차르륵, 휘리릭, 치이익.

    ‘할머니네 가게로 돌아간 것 같다.’

    하준이 보기에는 은봉이 마치 주방에서의 모습처럼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즐거워 보였다.

    ‘어쩔 수 없이 계속 일을 하시긴 했지만, 그 일이 괴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구나. 힘들어도 행복하셨구나. 다행이다.’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그 모든 세월이 그저 억울하기만 할 것 아닌가.

    게다가 그 고된 일들을 즐거움으로 승화해 내며 살아온 은봉이 무척이나 멋져 보였다.

    ‘할머니는 각성자가 되기 전에도 정말 멋진 분이셨어.’

    취이이익.

    달그락달그락.

    솟아올랐던 불꽃이 점점 사그라드는가 싶더니 은봉의 눈앞에 시스템 알림이 떠올랐다.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후!”

    은봉은 어느새 축축하게 젖은 이마를 닦아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성공했다.”

    “우와아!!”

    하준은 땀범벅이 된 은봉을 끌어안았다.

    “정말 대단하세요! 할머니 덕분에 저는 이제 강화 2단계 무기를 쓸 수 있게 됐다고요.”

    “아이고 야야, 내 지저분해졌다. 떨어지그래이.”

    “싫은데요. 할머니한테 평생 붙어 있을 건데요!”

    “야가 와 이라노.”

    은봉은 하준을 밀어내려 했지만, 꼭 붙어 있는 하준의 싹싹함이 좋았다.

    “강화된 거 확인부터 해 보그래이.”

    “알겠습니다!”

    하준은 은봉에게서 검을 돌려받았다.

    “강화 2단계……. 대미지가 +102, 민첩은 +30이 됐고, 크리티컬 확률이 0.3%. 엄청나요!”

    “그래, 그래. 잘 됐나?”

    “엄청요. 일단 이 무기는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해요.”

    “그럼 다음 거 갖고 오니라.”

    “예!”

    하준이 건넨 날개 달린 신발이 웍 안으로 들어가고 다시금 불이 붙는다.

    은봉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 * *

    솔직히 100%가 아닌 확률 속에서 가슴이 떨린 건 사실이다.

    자칫 잘못하면 아이템이 망가질 수 있으니까.

    특히나 새벽의 검은 몰라도 헤르메스의 신발은 강화 실패로 인한 손상을 입으면 치명적이었다.

    ‘이것 덕분에 제대로 된 이동기 스킬이 없어도 괜찮았지.’

    계속된 강화 성공 앞에서 마음은 더욱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 슬슬 실패가 뜰 때가 됐으니까.

    ‘하지만 나는 역시 운이 엄청나게 좋다니까!’

    결과는 강화 성공!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강화에 성공했다.

    “할머니 정말 최고예요!”

    “아이고, 야야. 이제 그만 놓그래이.”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내가 니한테 고마운 일이 얼마나 많은데. 니가 해 달라고 하는 거는 뭐든지 해 줄 수 있다이가. 말만 해라. 원한다면 천 개, 만 개라도 아이템 강화를 해 줄 수 있으니까.”

    “감동이에요, 할머니.”

    “감동은. 지금껏 니가 내한테 해 준 게 감동이다~!”

    할머니는 참 정이 많으신 분이다.

    “그럼 마저 훈련하고 계세요. 오늘은 길드에서 임무가 있어서요.”

    “그래, 잘 갔다 오그래이.”

    “강화 훈련하실 아이템을 놓고 갈게요. 그렇게 많은 경험치를 주지는 않겠지만요.”

    “뭐든지 진득하니 계속 하는 기 중요한 기라. 니도 임무 잘 하고 오그래이.”

    “네.”

    나는 인벤토리 안에 가지고 왔던 아이템들을 수북이 쌓아 놓고 훈련장 바깥으로 나왔다.

    달칵.

    문을 열자마자 결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엇. 왜?”

    “아니. 그냥. 데리러 왔어.”

    “안 그래도 되는데.”

    “요즘 계속 은봉 할머니랑 붙어 있었잖아.”

    “그렇지. 덕분에 할머니 성장 속도가 엄청나. 나 오늘 아이템 두 개나 강화시켰지롱! 새벽의 검은 강화가 무려 2단계야. 오늘 임무 때 얼마나 강해졌는지 보여 주지. 핫핫핫.”

    “……그래. 보여 줘라. 나도 네가 없는 동안 얼마나 강해졌는지 보여 주지. 난 아이템 강화 덕분은 아니야.”

    “어쭈구리.”

    결이에게 헤드록을 걸며 안색을 살폈다.

    확실히 이전에 다시 한번 금룡에게 몸을 빼앗긴 일이 있고 나서 결이에게 신경을 못 썼다. 은봉 할머니도 은봉 할머니지만, 결이가 혼자서 훈련하겠다고 했던 바람에 말이다.

    ‘별일 없는 거겠지.’

    금룡 녀석이 했던 말이 자꾸 머릿속에 아른거린다.

    나는 금룡을 확실히 믿어도 되는 걸까? 하지만 금룡의 힘줄 아이템 덕분에 지금까지 결이가 정신적으로 폭주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은 게 사실이다.

    ‘금룡 자식, 진짜 신경 쓰이게 하네.’

    그나마 금룡의 존재를 내가 알고 있는 게 다행이랄까.

    “왜?”

    “어?”

    결이가 약간 민망하다는 듯 얼굴을 뒤로 빼면서 묻는다.

    순간 나도 모르게 결이 눈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왠지 그 눈동자 너머로 금룡이 날 보고 있는 것 같아서.

    “아, 아냐. 그럼 슬슬 가 볼까!”

    후다닥 헤드록을 풀고는 길드원들이 기다릴 로비로 향한다.

    저 멀리서도 잘 보이는 하케임이 손을 흔든다.

    그 옆으로 인화 선배와 태규, 보라 씨와 예리 씨가 보인다. 그 외에도 새로 들어온 길드원들이 몇몇 보였다.

    길드를 만들고 그동안 새로운 길드원이 생기기 시작했다.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폐가 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진라온이 고개를 푹 숙인다.

    그는 한 달 전에 새로 들어온 B급 힐러다. 오늘은 류창희의 병원 스케줄 때문에 그가 대신 우리 팀에 속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대호 형도 오늘 길드장 모임이 있다며 빠지게 됐다.

    해서 오늘은 내가 팀장으로 임무를 이끌게 되었다. 그래서 진라온의 인사가 이렇게나 깍듯한 것이다.

    “뭘요. 항상 잘해 주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아하하, 과찬이십니다.”

    진라온은 밤톨 같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붉혔다.

    보고받은 임무 일지나 평소 길드에서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봐 온 바로는 아주 침착하고 믿을 만한 사람이다. 오늘 임무에서도 꽤 기대하고 있…….

    그러고 보니 이분도 나보다 키가 훨씬 크네.

    키에 집착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키가 팀원을 이끄는 데 필요한 덕목은 아니니까. 으흠.

    “자, 브리핑 내용 잘 기억하죠? 오늘 다 같이 잘해 봅시다.”

    오늘 임무는 내가 팀장이라서가 아니라 아주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그걸 위해서 아직 완전히 안정화되지 않은 은봉 할머니에게 강화를 강행한 것.

    ‘이번 던전에서 얻을 게 엄청 많다.’

    일정 확률로 레어 아이템이 얻어지는데 아직 얻은 자가 아무도 없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었다.

    ‘오늘 우리가 먹어 주지.’

    팀원들과 나는 마지막으로 인원을 체크한 뒤 차에 몸을 실었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진라온이 슬슬 다가왔다.

    “저……. 이거, 별건 아닌데.”

    “어? 이게 뭐예요?”

    그가 건넨 건 작은 종이봉투였다.

    “그게……. 제가 취미가 과자 만드는 거라서요.”

    “……!”

    정말 의외였다.

    진라온은 척 보기에는 유도를 할 것처럼 딴딴해 보이는 외모였기 때문이었다. 아니, 외관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되는 거지만……. 너무 의외랄까?

    “간식으로 가져왔는데 하나 드셔 보시라고요.”

    “와, 정말 고마워요.”

    봉투를 받아 안을 확인해 보니, 하트 모양의 잼 쿠키가 들어 있는 게 아닌가.

    하트 모양에 빨간 딸기잼 쿠키라니. 엄청나게 귀엽다!

    “이거 진짜 직접 만드신 거예요?”

    “네? 아아, 네. 하핫. 좀 징그럽죠?”

    “아뇨? 그게 아니라 쿠키가 너무 완벽해서요.”

    “그렇죠?! 라온 씨 쿠키 진짜 엄청나요!”

    앞좌석에 앉아 있던 진보라가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가만 보니, 모두의 손에 작은 종이봉투가 쥐어져 있다.

    나는 감탄하며 쿠키를 꺼내 살펴보고는 입 안에 쏙 집어넣었다.

    달콤하고 향긋한 딸기잼 맛과 버터가 잔뜩 들어간 부드러운 쿠키.

    “와! 파는 것 같은데요?!”

    “저,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거기까지 정말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 순간, 끼이익! 차가 급정거했다.

    뒤로 나동그라질 뻔한 진라온의 팔을 가까스로 잡고 앞쪽 창문을 보자, 그곳에는 아주 이질적인 형체가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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