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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26화 (126/250)
  • 제126화

    제126편

    “훌쩍……. 사실은 제가…….”

    “사실은 네가 뭐?”

    “마력을 나눠 드렸어요.”

    “잘했네. 어떻게 그렇게 기특한…….”

    “주인님 마력을요.”

    “응?”

    이게 무슨 황당한 이야기란 말인가.

    “그게 가능하단 말이야?”

    “전에 힘을 얻어서 커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주인님이 주무시고 계실 때 가능하더라고요. 기억이 살살 떠오르면서…….”

    “아이고, 하준아. 니 그 불꽃이랑 대화가 가능하나. 신기하데이.”

    “앗, 네. 하하. 제 펫이어서요.”

    그러니까 내가 잠들었을 때 망량이가 내 마력을 은봉 할머니에게 나눠 주고 또 자연스럽게 나의 마력을 채워 가면서 마력을 무한정 공급했다는 말이 된다.

    ‘그래, 애초에 지금 은봉 할머니 능력으로는 그렇게 오랫동안 스킬을 사용할 수 없다. 놀라긴 했지만……. 이거 상당한 능력인데?’

    그렇다면 이제 포션이 없어도, 마력 충전 스킬이 없어도 망량이만 있으면 누군가의 마력을 채워 줄 수 있다는 거다.

    ‘물론 내가 잠들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그래서 평소에 자주 쓸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뭔가 아주 급할 땐 사용할 수 있겠군.’

    어차피 소울메이트를 쓰기 위해서 할머니 곁에 붙어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잘됐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지금 은봉 할머니를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되는 것이다.

    ‘생각보다 훨씬 많이 자게 된 것도 망량이가 능력을 사용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평소에 쪽잠을 그렇게까지 많이 자지는 않으니까. 어쩐지 이상했어…….’

    게다가 바깥이 아닌 길드 건물 내부라면 마음껏 자면서 은봉 할머니에게 마력을 충당해 드릴 수 있다.

    ‘잠 하나는 푸지게 잘 수 있겠군.’

    영문을 모르는 은봉 할머니가 동그란 눈을 깜빡거리며 기다리고 계신다.

    “할머니. 폭풍 성장 한번 가 봅시다.”

    “좋지!”

    * * *

    “하준 님, 요즘 피부가 좋아지신 것 같은……? 아니, 피부는 원래도 좋으셨는데 요즘은 광이 난다고 해야 하나요?”

    김예리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요즘 잠을 잘 자서요.”

    “잠 하나로 그렇게 효과가 좋아요? 잠은 나도 잘 자는데…….”

    “으음, 마력 순환이 잘 되어서 그런가?”

    “네? 그런 또 무슨 말씀이세요. 듣자 하니 은봉 할머니 가게 접으시는 거 도우느라 매일 바쁘다고 그러시던데요?”

    “아아, 그거요? 그건 그래도 다 정리가 됐어요.”

    “게다가 2주 동안 매일 거의 12시간이 넘게 은봉 할머니와 훈련하신다고 들었어요.”

    그녀는 살짝 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은봉 할머니와의 강도 높은 훈련이 부러운 걸까.

    ‘정작 같이 할 땐 매번 징징거려 놓고.’

    김예리가 목을 가다듬더니 다시 입을 연다.

    “그나저나 이제 은봉 할머니, 강화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면서요? 진짜로 아이템을 강화시킬 수 있는 거예요?”

    그래, 맞다.

    나와 망량이의 도움 덕분인지 은봉 할머니는 정말 미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A급이나 되기 때문에 성장 속도가 한참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김예리보다 빠르게 성과가 나타나고 있었다.

    물론 각성자 레벨 자체가 많이 오른 건 아니다. 하지만 스킬이 엄청나게 빠르게 레벨링 되고 있었다.

    하루에 기본으로 천 개의 에테르석 다듬기.

    그걸 다듬어지지 않은 에테르석으로 바꾸는 거래는 너무 쉬웠다. 에테르석 가공 스킬이 없는 자들은 하급, 중급 에테르석을 구하는 일이 힘들다 보니 벌써 이것으로만 벌어들이는 이윤이 엄청난 것이다.

    ‘게다가 어느 정도 아이템 강화 스킬이 안정되면 굳이 시간을 투자해서 직접 에테르석을 가공하지 않는 자들도 많으니까.’

    시간 대비 아이템 강화를 하는 편이 더 이득이었다.

    ‘하지만 은봉 할머니는 에테르석을 엄청나게 빠르게 가공할 수 있다. 재료 가공과 함께 아이템 강화를 하면……. 할머니는 강화계에서 최고가 되는 거지.’

    그것도 몇 년이나 빠르게 말이다.

    ‘은봉 할머니뿐만이 아니야.’

    은봉 할머니의 아이템 강화 스킬을 통해서 길드원들도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이제 중급 에테르석을 무난하게 뽑아낼 수 있는 할머니가 상급 에테르석 가공에 안정화가 되면 길드원들의 아이템 강화를 시작할 생각이었다.

    ‘강화 스킬이 하급일 때 쓸 강화 가능 아이템들이 더 필요하겠어. 생각보다 더 많이.’

    사실 은봉 할머니를 염두에 두고 모아 두던 하급 아이템들이 있었다. 하지만 할머니의 성장 속도 때문에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게 된 것이다.

    “곧 우리 길드원들 아이템을 대상으로 강화 스킬을 시험해 볼 수 있을 거예요.”

    “와아! 또 강해지는 거예요?! 정말 최고네요!”

    강해져야 한다.

    앞으로 은봉 할머니를 노리는 자들이 많아질 것이다.

    우리 모두가 강해져서 서로를 지켜야 한다.

    누군가 우리에게 종말을 선고하는 그날까지.

    * * *

    사각, 사각, 사각.

    은봉의 반짝거리는 칼날이 정성스럽게 에테르석을 깎아내고 있다.

    ‘가만히 보면 그냥 돌 같은 것인데 이렇게 깎아 놓으니 보석과도 같구나.’

    정신을 집중해서 에테르석을 깎아 내려갈 때, 마치 어떻게 깎아야 할지 선이 보이는 것 같았다.

    어른거리는 흰빛이 은봉의 칼날을 이끌었다.

    묘한 감각이었다.

    감자나 양파를 까는 것과 비슷하지만 절대로 비슷하지 않았다.

    에테르석을 깎아낼 때마다 은봉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느낄 수 있었다.

    “됐다.”

    [상급 에테르석 가공에 성공했습니다.]

    은봉은 야호! 하고 크게 외치고 싶은 것을 겨우 참았다.

    은하준도 없이 혼자서 상급 에테르석 가공에 성공한 것이다.

    도움을 받았기에 지금까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는 걸 은봉도 알았다. 그렇기에 혼자서도 얼른 잘 해낼 수 있었으면 했다.

    ‘그 어린것이 내 때문에 고생이 너무 많다.’

    하나부터 열까지 하준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마력, 스킬, 경험치…….

    하준이 없어 보니 확실히 더 느낄 수 있었다.

    ‘정말 대단한 아이다. 나보다도 훨씬 어른스럽고 말이다.’

    은봉은 에테르석 하나를 더 집어 들었다. 에테르석을 다듬을 때면 마치 묵상을 하는 것처럼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딘가 누군가를 향해 기도하는 마음처럼 간절한 무엇인가가 정신을 집중하게 만들었다.

    그 느낌이 좋았다.

    소란스러운 인생 중에 이렇게 조용하게 자신에 관해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집중했을까.

    스으으……. 따뜻하고 부드러운 기운이 자신을 감싸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준이가 왔구나.’

    이 익숙한 감각이 무엇인지 은봉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준의 소울메이트.

    얼마나 집중했던지 훈련장 문이 열리는 것도 몰랐다. 소울메이트는 스킬의 이름만큼이나 따뜻함이 느껴지는 능력이었다.

    “할머니.”

    “그래, 하준아.”

    “이제 본격적인 강화를 시작해 볼까요?”

    “그래. 맡기만 다오.”

    “제가 두고 간 아이템은 전부 강화하셨네요. 정말 대단해요.”

    “뭐, 별거 아니드라. 그냥 에테르석 가지고 스킬만 쓰면 되던데.”

    은봉은 어깨를 으쓱했다.

    거짓말이나 뽐내기 위해 한 말이 아니었다.

    각성자에 관해서 많이 접해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게다가 강화 각성자는 흔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더 다른 이와 은봉 자신을 비교할 수 없었던 것.

    게다가 2주가 넘도록 길드 건물에만 틀어박혀 훈련만 해 댔으니.

    “그게 정말 대단한 거예요. 스킬을 이렇게 잘 다루시다니. 그런 각성자는 잘 없다고요.”

    “잘 다루다니. 그것도 전부 니가 가르쳐 준 거 아니가.”

    은봉은 자신을 보며 대단하다고 하는 하준이 훨씬 대단하게 느껴졌다.

    하준은 강화 스킬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은봉이 잘 이해하고 스킬을 사용할 수 있도록 아주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길드 내부를 오가며 다른 각성자에게 들은 말로는 하준이 이렇게 특별히 붙어서 성장시킨 각성자가 벌써 여러 명이라는 것이다.

    하준은 할 줄 모르는 게 없어 보였다.

    “다 해 주는데 폐를 끼칠 수는 없제.”

    “폐라뇨.”

    하준은 방긋 웃어 보인 뒤, 인벤토리 창에서 아이템을 소환해냈다.

    스으으으…….

    “호오. 예쁘게 생긴 무기네.”

    하준이 소환해낸 아이템은 검은색 칼날이 둥글게 휜 모양의 검이었다.

    “제가 주로 사용하는 무기예요.”

    “으잉?!”

    은봉은 깜짝 놀라 아이템을 받으려다가 멈칫했다.

    “그라믄 억수로 귀한 아이템 아니가?!”

    “으음, 귀하긴 하지만 억수로……는 아닌가? 하하하.”

    “아니, 벌써 내한테 이런 아이템을 맡겨도 되는 기가? 혹시라도 강화에 실패하면 우짤라꼬!”

    은봉은 훈련장 구석에 쌓여 있는 파괴된 아이템을 흘깃 보았다.

    자신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건 명백한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벽하지는 않았다.

    어떤 아이템은 강화에 실패해서 파손되고, 어떤 아이템은 단계가 내려가기도 했다.

    에테르석과 아이템 모두 먼지처럼 사라져 버리기도 했다.

    “괜찮아요. 이 아이템 강화에 성공하시면 훨씬 많은 경험치를 얻으실 거예요.”

    “하지만…….”

    “하나 더 있어요.”

    하준은 신고 있는 신발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랬더니 신발 모양의 잔상이 떠올랐다. 날개가 달린 신발.

    은봉이 척 보기에도 좋은 아이템처럼 보였다.

    “아이고야……. 하준아. 이러다가 큰일 나면 우짤라꼬 이런 귀한 아이템을…….”

    “어차피 확률은 레벨이 높아져도 100%가 되지 않는걸요.”

    “그렇지만……. 그래도 조금 더…….”

    “할머니는 이제 상급 에테르석 가공도 수월하게 해내시잖아요.”

    “그거랑 아이템 강화는 또 다르다이가. 아이템 강화는 아직 확률이 매우 낮다. 성공 확률이 60%밖에 안 된다.”

    “무슨 소리예요. 60%면 엄청 높은 거죠.”

    “하이고, 야야…….”

    은봉은 망설였지만, 하준은 물러서지 않을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 없는 몸짓으로 하준이 내민 물건을 받았다.

    “게다가 실패해도 할머니는 경험치를 얻을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괜찮아요. 아니, 괜찮지는 않으니까! 확실하게 성공해주세요!”

    “그기 말로 한다꼬 되는 기 아니고……. 에휴.”

    은봉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할머니. 부담스러운 건 알지만, 정말 괜찮아요. 제가 이 아이템들이 강화되어야 할 이유가 있어서 부탁드리는 거예요.”

    “그러면 더욱더 성공해야겠구먼…….”

    그녀의 표정에 근심이 어렸지만, 하준은 방긋방긋 웃기만 할 뿐이다.

    은봉은 손안에 들어온 아이템을 꽉 쥐었다.

    ‘이 아이템을 강화해서 쓸 데가 있다고 했지……. 그러면 강화를 성공하는 수밖에 없다.’

    꿀꺽.

    굳은 결심이 목을 타고 내려간다.

    은봉은 아이템을 가지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집중했다.

    그 어느 때보다 최선을 다한 집중이었다.

    살아생전에 다른 일을 할 때에도 이렇게 집중한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스읏.

    상급 에테르석이 떠오르고 검은 검날을 가진 검도 떠올랐다. 그 둘이 은봉의 앞에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반짝거리는 빛이 아이템들을 감싼다.

    ‘집중……. 집중……!’

    은봉은 무엇 하나라도 잘못되지 않도록 아이템들을 노려보았다.

    평소보다 강화 스킬이 발동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었다. 은봉의 이마에 땀이 또르르 흘렀다.

    그리고 얼마나 더 지났을까.

    너무 집중한 탓에 시간 감각조차 잊어버린 은봉의 눈앞이 새하얗게 밝아졌다.

    그리고 띠링!

    귓가를 때리는 시스템의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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