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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21화 (121/250)

제121화

제121편

[축하합니다! 넥스트 레벨이 올랐습니다!]

[새로운 넥스트 레벨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넥스트 레벨이 올랐다고?’

널브러진 붉은 용의 사체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만큼 놀라운 알림이다.

레벨이 오를 것은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 그럴 타이밍이 됐으니까. 그런데 넥스트 레벨이 오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 이건 아무래도 예상하기 힘드니까.

‘새로운 넥스트 레벨 스킬.’

넥스트 레벨의 스킬이 따로 있다.

그렇다는 건 김예리도 앞으로 스킬을 더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업적작을 계속 김예리가 깨도록 해야 하나 고민이 있었다. 그야 레벨 300이 되도록 정말로 스킬이 하나도 생기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넥스트 레벨은 다를지도 모른다.

“우와, 레벨이 엄청나게 오르네요. 더는 레벨링하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김예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넥스트 레벨은 어떻게 됐냐고 묻고 싶지만, 어쩐지 지금 눈치만 봐도 별다른 기색이 없다.

그럼 정말로 나만 넥스트 레벨이 올랐다는 건데…….

나는 조심스럽게 스킬 창을 확인한다.

[위로의 손길][넥스트 레벨 스킬]

시전자의 소울 포인트를 소모하여 대상자의 스텟을 성장시킬 수 있다. (넥스트 레벨, 기본 스텟, 스킬 스텟.)

이미 사용한 소울 포인트도 사용 가능하다.

‘결국 성장 보조 스킬이라는 거네.’

내 원래 스킬들이 그렇듯이 이번에도 나의 공격력보다는 내가 서포트를 더 잘해 줄 수 있도록 돕는 스킬이었다.

‘그러고 보니 소울 포인트만 많이 얻을 수 있다면 이거 넥스트 레벨 각성자들을 빨리 강화시키는 게 가능하겠구나.’

심지어 이 스킬은 대상자의 어느 스텟이라도 성장시킬 수 있었다. 나는 내 소울 포인트로 기본 스텟만 성장할 수 있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효과다.

주로 사용하는 스킬에 포인트를 투자해서 극강의 스킬로 만들어 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 말인즉, F급인 김예리도 포인트만 있다면 S급에 못지않은 각성자로 만들 수 있다는 말.

‘사실……. 같은 포인트를 소모해 같은 양의 성장이 된다면 F급인 김예리를 성장시키는 것보다 S급인 각성자들을 성장시키는 게 훨씬 이득이긴 하지.’

김예리에게서 아예 손을 놓을 건 아니지만 말이다.

‘이걸로 한결이를 지구 최고의 헌터로 만들 수 있어.’

두근, 두근. 심장이 박동했다.

그렇게 된다면 결이는 S급이 아니라 L급 헌터가 되는 것 아닌가?

L급 헌터라는 건 없지만, 결이를 위해서 그런 등급이 생겨야 할지도 몰랐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할 수 있어. 이대로라면 인류의 멸망을 막아내는 게 가능해! 내가 좀 더 분발하면 돼.’

지금 옆에 있는 각성자들을 성장시키는 데만 해도 뼈가 갈리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는 소울 포인트를 많이 모으는 데 더욱 신경을 써야겠어.’

이제 일반 스킬을 확인할 차례다. 동시에 스킬 두 가지를 얻다니. 회귀 전이었다면 감히 상상도 못 할 성장이다.

‘역시 넥스트 레벨에 도달한 자의 삶이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다음 스킬을 확인한다.

[신선 걸음]

‘앗.’

스킬을 보자마자 어떤 것이었는지 떠올랐다.

‘유체 이탈이잖아.’

솔직히 회귀 전에는 이 스킬을 사용할 일이 별로 없었다.

스킬은 한마디로 유체 이탈로 설명할 수 있었다. 스킬이나 각성 에너지를 차단하게끔 만들어 놓은 특수한 곳이 아니라면 유령처럼 벽을 통과하는 등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스킬이었다.

‘하지만 유체 이탈한 상태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해야 하나.’

공격 불가. 상대방이 인지하고 공격을 시도하면 단번에 스킬 해제. 게다가 이걸 사용하는 동안 본체인 내 몸은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되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했다.

기밀 정보를 빼내거나 누군가를 염탐하는 데에는 쓸모가 있었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아서 사용하지 않았던 것도 있다.

어차피 D랭크의 스킬이어서 지속 시간이 그리 길지도 않았고.

그냥 버리는 스킬이었다.

‘내 스킬도 넥스트 레벨 스킬로 스텟을 찍을 수 있었다면 이걸 강화시킬 수 있었을 텐데.’

여러모로 계륵 같은 스킬이었다.

아깝지만, 응용하기가 어려운.

사실 이 스킬을 단련하고 레벨 업을 시키는 것보다 다른 스킬들로 사냥을 하는 편이 돈이 더 됐다.

이미 이 시기에는 스파이 일을 하는 각성자들이 꽤 있었기 때문에 각 나라의 정부는 단단히 준비하고 있었고 말이다.

‘이 대단하지 않은 염탐 스킬로 지금 할 수 있는 건 산업 스파이 정도겠군.’

하지만 그보다는 결이와 던전 공략을 하는 편이 좋았다. 그건 회귀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마음.

‘괜찮아. 그냥 이 스킬만 얻었다면 좀 김이 샜겠지만, 엄청난 넥스트 레벨 스킬을 같이 얻었으니까.’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본인의 시스템 창을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중에 멀뚱히 서 있는 결이가 보였다.

“결아!”

“그 녀석은 아직 잠들어 있다.”

“뭣. 아직 금룡 너라고?!”

“쉿. 다른 사람들이 듣겠느니라.”

“빨리 결이에게 몸을 돌려줘.”

“어허어. 네가 그리 닦달하지 않아도 내가 다 알아서 한다. 그나저나 이 시스템이라는 거 신기하구나. 결이 녀석의 몸을 빌리지 않으면 내 눈에는 보이지 않거든.”

“엇……. 그래?”

금룡은 대체 어떤 신기한 방법으로 결이에게 붙어 있는 것일까?

“너도 참, 금방 주의를 빼앗기는구나. 더 강력하게 나에게 부탁해 보아라. 결이를 돌려 달라고.”

“뭐야. 너. 자꾸 이런 식으로 굴래?”

“어느새 내게 말을 놓고 있구나.”

“굴래요……?”

“그래그래, 그렇지. 앞으로는 말조심을 하도록 해라.”

“아니, 남들 앞에서 결이한테 존댓말 하는 것도 이상하다고요.”

누가 들을세라 속삭이자 금룡은 누가 봐도 그건 네 사정이지, 라는 표정으로 비실비실 웃는다.

“그래, 앞으로 남들 앞에서는 봐주지. 그러니 내게만 들리게 살짝 말해 봐라.”

“내 생각에는 다시는 함부로 결이 몸을 뺏지 않는 게 좋겠는데.”

“음?”

“요.”

“그러니 말해 봐라.”

“……결이를 되돌려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옳지, 옳지.”

금룡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주위를 살짝 살핀다. 그러고는 훅. 순식간에 결이의 눈에서 빛이 사라진다.

결이에게 집중해서 보고 있지 않으면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의 찰나.

아주 찰나의 순간에 결이의 초점이 돌아온다.

“결아!”

“하, 하준아.”

같은 얼굴로 어떻게 이렇게 다른 분위기를 풍길 수 있을까.

금룡이 덧씌워진 결이는 정말 못 말리는 사고뭉치 늙은이 같은데 원래로 돌아온 결이는 이렇게 우수에 차고…….

아니, 이게 아니라.

“다행이다. 금룡 녀석이 또 네 몸을 뺏었지.”

“……완전히 강제로는 아니었어.”

“응? 그럼 네가 허락했다는 거야?”

“아니, 강제인 게 맞았지만……. 그러니까 정확히는 내가 마음이 흔들렸어.”

“흔들렸다고?”

“금룡 녀석이 하는 말에 흔들렸거든. 그런 식으로 놈에게 휘둘리면 몸을 뺏기게 돼. 다시는 뺏기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미안하다.”

“……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

결이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금룡 녀석이 아주 나쁜 녀석은 아니잖아. 이번 전투에서 도움을 많이 받기도 했고. 사과할 일은 아니야. 그냥 나는 네가 걱정되니까……. 그뿐이야. 내게 죄책감 느끼지 마.”

“이런 것 하나하나가. 내가 너무 나약하다는 걸 증명하는 것 같아.”

“뭔 소리야!! 한결! 너 엄청 강해! 기죽지 마! 누가 우리 결이 기를 죽여?!”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맞아, 맞아. 오늘 결이 대단하던걸!”

“결이 씨 덕분에 오늘 전투가 생각보다 빨리 끝난 것 같은데요.”

“맞아. 형, 고마워요!”

다들 자기 시스템 창을 훑어보다가 내 목소리를 듣고 거들었다.

“맞아, 오늘은 정말 결이가 다 했다.”

대호 형이 다가와 결이의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나는 결이의 얼굴을 가만히 살폈다.

씁쓸한 얼굴이지만, 결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저길 봐요!”

김예리가 하늘을 가리킨다.

“던전에서 나가는 포털이 생겼어요.”

탈출 포털이 입구 포털과 이렇게 가까이 생긴 것은 처음 보는 광경이다.

“여러분 보스 몹 잡았다고 끝이 아닙니다.”

내 말에 김예리는 눈을 동그랗게 뜬다.

“이제부터 시작이죠.”

* * *

“솔직히 그걸 다 잡자고 할 줄은 몰랐어요.”

“던전에 왔으면 싹 청소하고 나가야죠. 그리고 수수께끼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고요.”

“하준 님은 정말 대단하네요. 어쩜 이렇게 완벽할까?!”

“그 정도는 아니고요.”

신선 길드의 휴게실.

김예리는 손에 들린 무기를 들고 아주 기분이 좋으시다.

던전의 마지막 몬스터를 잡고 얻은 그녀의 아이템이었다.

아라베스크 양식 세공에 알록달록한 손잡이를 가진 중형검이었는데 마치 김예리를 위해 만들어진 검 같았다.

물론 아이템을 얻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김예리가 그 말을 입에 달고 있어서 세뇌당한 건 아니고 말이다.

“아, 정말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검 같다니깐요!”

그사이에 김예리는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걸 가져도 되냐는 둥 양보하겠다는 둥 자격이 없다는 둥 하면서 며칠은 땅을 팠을 테니까.

“맞아요. 예리 씨를 위한 검 같네요. 아주 잘 어울려요. 뭔가 예리 씨 곱슬머리가 이 손잡이 세공이랑 한 쌍 같달까.”

“그렇죠? 그렇죠? 그렇다니까!”

“그래도 검은 위험한 거니까 그렇게 아기를 안듯 품에 안는 건 그만두도록 해요.”

“아이참, 저를 위한 아이템이 어떻게 저를 다치게…… 아얏!”

“거봐요.”

그런 김예리와 내 모습을 보면서 결이는 고개를 휘휘 저었다.

“아주 앙증맞은 검이다. 이렇게 가벼운 검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섬세한 검술이 필요하지.”

하케임은 고개를 끄덕거린다.

“얼른 강화를 시킬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지만 강화는 조금 무섭다고요.”

김예리는 피가 살짝 난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가며 아쉬운 얼굴을 했다.

‘그러고 보니…….’

슬슬 아이템 강화 각성자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강화 스킬로 각성 시 꼭 필요한 에테르석의 가치도 하늘 높은 줄을 모르고 치솟고 있었다.

‘내 창고에는 평생 쓸 만큼의 에테르석이 가득 쌓여 있지만 말이야. 하하하하!’

에테르석이 헐값일 때 안사홍을 통해 잔뜩 사들인 양이 엄청났다. 그걸로 나는 물론이고 우리 길드원들까지 질릴 만큼 강화를 할 수 있을 거다.

물론 그러면 바닥이 나기는 하겠지만…….

‘또 거기에 문제가 있지.’

아이템 강화를 할 땐 에테르석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강화 각성자 모두가 실력이 대단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강화 각성자들도 일반 다른 각성자들처럼 등급이 있으니까 랭크가 낮은 각성자들은 애초에 에테르석을 높은 랭크의 각성자보다 더 필요로 하기도 하고 강화를 시도하다가 아이템을 훼손할 가능성이 컸다.

‘지금쯤이면 슬슬 그분이 각성하실 때가 되지 않았나?’

하지만 나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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