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소울메이트-118화 (118/250)
  • 제118화

    제118편

    “아무리 랜덤 등장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하잖아!”

    “너무하긴 하네.”

    용을 발견하자마자 팀원들은 곧장 전투 대형을 갖췄다.

    우리가 이렇게 놀란 걸 아는지 모르는지 구름 사이에서 유유히 비행 중인 용은 그 모습을 제대로 보여 주지 않았다.

    “예리 씨, 조심해요.”

    “네, 넵!”

    김예리는 잔뜩 긴장한 얼굴이었다. 드디어 고랭크 위주인 길드원들과 던전 공략을 왔는데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기다니.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말이다.

    “포지션 자체는 미리 이야기했던 대로 인화 누나랑 태규 근처에 있으면 돼요. 특히 인화 누나의 방벽 스킬이 대단하니까.”

    게다가 인화 누나도 벌써 레벨을 많이 올렸다. 버블밤의 위력이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강력해졌다.

    혼자서 딜러와 탱커를 모두 소화시키는 강력한 헌터.

    “누나, 잘 부탁해요.”

    “걱정하지 마. 예리 씨, 잘해 보자고요.”

    “네넷!”

    딜러들이 선방에서 공격 지점을 탐색할 때 나는 한발 물러나 주변을 살핀다.

    ‘이런, 주변에도 몬스터가 많다. 발자국들. 그 외의 움직임 흔적들. 게다가 주위를 둘러싼 마력까지.’

    용과 전투를 벌일 때 분명 모여들 거다. 보스 몬스터와 곧장 협력해서 우리를 흔들어 놓겠지.

    손가락과 턱짓을 이용해 떨어진 곳에 있는 인화 선배에게 신호를 보낸다. 그리고 류창희에게도.

    ‘오늘 인화 선배, 마력 많이 쓰겠는데?’

    딜러 측에게도 신호를 보내 놓는다.

    그 와중에 넘실거리는 잿빛 구름 사이로 붉은 용의 모습이 더욱 가까워져 있다.

    사특한 움직임이 불길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다.

    그르르릉.

    그르릉…….

    하늘을 울리는 짐승의 소리가 바로 머리 위에 있는 것처럼 요란하다.

    하늘 전체가 울리고 있다.

    ‘이 던전에서 레벨링을 좀 한 다음에 상대하고 싶었는데.’

    A랭크 던전이라고는 해도 지금의 길드원들로는 상대하기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모두 고랭크지만, 레벨은 아직 중간도 올리지 못했으니까.

    물론 S급들은 충분히 강하긴 하지만.

    ‘그나마 하케임이 있어서 다행이랄까.’

    하케임은 신이 난 것처럼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다. 그에 반해 한결이는 진지한 모습이다.

    츠츠츳!

    나는 소울메이트 스킬을 연결할 수 있는 사람 모두에게 사용했다.

    반투명한 흰색 선이 결이, 하케임, 김예리, 인화 선배에게 가 닿는다.

    ‘보스 몬스터는 한 마리만 상대하기도 어려운데, 어쩐다.’

    일단 놈의 습성을 떠올린다.

    붉은 용은 대대로 성격이 불같고 폭력적이고 오만하다. 그러니 완벽에 가깝다는 이 생물을 상대하려면 빈틈을 노릴 수밖에 없는 거다.

    그리고 놈의 약점.

    전설 속에도 퍼져 있을 만큼 유명한 용의 약점은 바로 역린.

    하늘에 떠 있는 저놈도 거꾸로 자란 비늘이 하나 있다. 그 비늘 틈을 공격하는 것이 놈에게 가장 큰 대미지를 줄 수 있는 방법이다.

    ‘문제는 너무 빠르고 약점 부위는 너무 작다는 거겠지만.’

    게다가 용의 역린은 전설과는 조금 다르게 개체마다 다른 곳에 존재했다.

    해서 그걸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녀석은…….

    “제가 갑니다!”

    망량이가 선뜻 나선다.

    “이미 한 번 경험이 있기도 하고요.”

    “붉은 용은 위험한 녀석이야. 광포하기로 유명하다고. 지난번처럼 쉽게 주위를 맴돌지 못할 수도 있어.”

    “쉽다뇨. 전 언제나 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는데요. 아, 맞아. 전에도 용족을 상대한 적이 있었죠. 물론 죽은 것들이긴 하지만.”

    서해에서 게이트가 열린 그날이 떠오른다.

    “그때 네가 죽지 않은 게 정말 놀라울 정도였다고.”

    “사실 그날 죽을 수도 있었겠다 싶어요. 하지만 이 망량, 물에 닿아도 꺼지지 않는 불꽃! 바다 깊은 곳에서 정신을 차렸지 뭐예요.”

    “공격에 당하고도 살아남았잖아.”

    “그건 제가 강해서죠.”

    “정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더니 망량이의 불꽃이 화르륵 타오른다.

    “정말이에요! 그 순간에 공격을 살짝 비틀어 피했다고요. 피했어도 기절할 만큼 엄청나게 그놈이 강하긴 했지만.”

    “알겠어, 알겠어.”

    “이번에도 불 무서운 줄을 보여 주죠.”

    “너무 무리하지 말고.”

    슈우욱.

    망량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재빨리 하늘 위로 날아오른다.

    “혼자서 제대로 될까?”

    “혼자서가 아니지. 이제부터 우리가 저 붉은 용의 정신을 흐트러트려야 하니까.”

    내 말에 결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대호 형은 공중 이동기가 없으니까 방어 진영으로 집중해 주세요. 곧 몬스터들이 몰려올 겁니다.”

    “좋아.”

    파칫, 파치칫!!

    스파크를 튀기며 결이가 하늘 높이 점멸한다.

    “크르르르릉!! 감히 이 땅에 발을 들이다니!”

    커다란 용의 음성에는 분노가 아니라 즐거움이 가득 묻어 있다.

    “오늘 너희들을 바싹 태워 화산재로 만들어 주겠다.”

    무시무시한 음성이지만, 나는 오히려 기뻤다.

    ‘의사소통이 되는 몬스터 타입.’

    괴단체의 출현으로 약간 뒷전이 되기는 했지만, 나는 던전과 시스템에 관해서 조사하고 있었으니까.

    “모두 죽여 주마!!”

    사실 붉은 용과 대화가 되느냐고 하면……. 도전해 봐야 할 문제지만 말이다.

    파칙, 파츠츠츳!!

    결이 주위로 엄청난 스파크가 엉기기 시작했다.

    “흥, 별 같잖은 재주를 부리는구나. 이 홍렵께서 그깟 번갯불에 당할 듯싶으냐!”

    붉은 용, 홍렵이 구름 속으로 모습을 감춘다.

    콰과앙!

    이내 쏘아진 결이의 번개가 구름을 태워 버릴 듯 번쩍였다.

    “하하하!! 하하하하!! 더 해 보거라!”

    “비겁하게 구름 속으로 숨은 주제에 말이 많군.”

    “비겁?! 어리석은 자만이 칼이 부러질 때까지 적의 공격을 받아치는 법. 전술을 비겁하다 하다니, 그러면 네놈은 얼마나 이 몸의 공격을 정면으로 잘 받아칠 수 있는지 보아야겠다.”

    쿠어어엉!!

    붉은 용이 커다랗게 우는 소리가 천지를 울렸다. 딛고 있는 땅이 흔들릴 지경.

    그리고 울음이 그치고도 땅 울림이 멎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몬스터들이 오고 있다.

    “낙화의 밤!”

    용이 커다랗게 외치자 구름 위쪽이 시뻘겋게 달궈지는 듯하더니, 불덩이가 땅으로 쏟아지기 시작한다.

    “헉.”

    “막아!”

    쉬이익!!

    인화 선배의 보호막이 넓게 펼쳐져 길드원들을 보호한다. 거기에 태규도 힘을 보탠다. 태규는 건틀릿으로 불덩어리를 몰려든 몬스터들을 향해 쳐 냈다.

    “키에에엑!”

    “끄에엑!”

    등 위로 불타는 갈기를 가진 멧돼지 형태의 몬스터가 비명을 질러 댄다. 놈들의 크기는 거의 코끼리만 하다. 그리고 그들의 몸에 처박히는 붉은 용의 불덩어리는 놈들의 크기의 절반이나 된다.

    “쳇!”

    “한결, 내가 놈을 유인해 보겠다.”

    하케임이 거대한 창검을 꺼내 붕붕 휘두른다.

    “오호오, 과연 어떤 공격을 해 올 것이냐.”

    “공격이 아니다.”

    휘익, 쉬이이이익!!

    하케임이 창검을 크게 휘두르자 검기라고 부르는 엄청난 바람이 생겨났다.

    휘우우우!

    바람은 하늘을 가득 메운 구름을 일순간 흩어지게 할 정도로 강력했다. 하지만 붉은 용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안 되겠군, n번째 눈을 사용해야겠어.’

    몬스터의 위치나 존재를 파악할 수 있는 눈.

    에스퍼 시야를 발동한다.

    “오호? 네놈은 꽤 하는구나. 하지만 아쉽게도 이 몸은 함부로 벨 수가 없는 존재.”

    홍렵의 목소리가 하늘을 울리고 하케임의 뒤편에 있는 구름에서 갑자기 화염 브레스가 쏘아져 나왔다. 에스퍼 시야가 발동되고 미처 홍렵의 위치를 파악하기도 전이었다.

    “크윽!”

    하케임은 재빨리 창검을 들어 몸을 보호했지만, 브레스의 기세에 밀려 용암이 들끓는 바닥으로 처박히고 말았다.

    “하케임!”

    연기와 재 때문에 하케임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소울메이트로 연결된 선을 보면 아직 흔들림이나 색이 흐려지지 않았다. 그 말은 목숨이 위험할 정도의 타격을 입은 것은 아니라는 뜻.

    “홍렵! 네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나는 재빠르게 날아올라, 브레스가 뿜어져 나왔던 구름 근처를 맴돌았다. 어두운 시야로 홍렵의 기운이 읽힌다. 놈의 이름처럼, 놈의 외관처럼 붉은 기운이다.

    “이놈은 또 뭐야. 대체 얼마나 강한 녀석이길래 내게 대화를 청하는 거지?”

    “그건 차차 알아가면 될 일이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너, 시스템에 관해 뭘 알고 있지?”

    “…….”

    그르렁거리던 홍렵의 숨결이 멎는다.

    “……?”

    콰아아아!!

    일순간 홍렵의 브레스가 등 뒤를 노리고 쏘아져 나왔다. 분명 에스퍼 시야로 놈의 움직임을 좇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공격이 나올 리 없는 방향에서 튀어나온 브레스였다.

    “어떻…….”

    사실 약간 방심했던 건지도 모른다. 내 말에 홍렵이 반응하는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예상치 못한 위치에서 날아온 브레스에 그대로 휩싸이기 직전이다.

    콰르르륵!!

    괴상한 소리에 잠깐 감았던 눈을 뜨니 눈앞에 결이가 있다.

    “쯧쯧. 지켜 준다니 뭐니, 그런 말을 해 놓고 아직도 수련이 부족하구나.”

    “……금룡?”

    “바로 맞췄다!”

    결이의 번개 검으로 홍렵의 브레스를 두 쪽으로 갈라 버린 건 결이, 그러니까 결이의 몸을 점령한 금룡이었다.

    “결이가 다친 것도 아닌데 네가 어떻게…….”

    “여차하면 도와주기로 합의를 봤지.”

    “정말로 합의를 본 게 맞아?”

    금룡이 한 번 등장했다가 사라진 뒤의 결이 반응을 떠올려 보면 절대로 그런 합의 따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내가 합의라면 합의인 것이다.”

    “역시 멋대로 몸을 빼앗은 거지!”

    금룡이 내 허리를 확 낚아채더니 브레스를 막아서길 그만두고 점멸해 원래 있던 곳에서 멀어진다.

    “어찌 됐건 방금 내가 너를 구하지 않았느냐!”

    “결이에게 몸을 돌려줘!”

    “이놈이고 저놈이고 징징거리는 꼴이 보기 힘들구나. 지금 결이 놈은 혼자서 저 붉은 놈을 상대 못 한다.”

    “혼자서 상대할 필요 없…….”

    이번에는 금룡이 나를 휙 밀치고 재빠르게 점멸해 붉은빛이 감도는 구름 속으로 직진한다.

    “위험해!”

    휙, 퍼어어억!!

    구름 속에서 붉고 긴 꼬리가 나와 결이, 아니 금룡을 후려친다.

    쿠과앙!!

    금룡은 단박에 땅으로 처박혔지만, 뜨거운 용암 속에 빠진 건 아니었다.

    “그러다가 결이 몸이……!”

    “방금 그건 실수다! 앞으로 내가 알아서 하겠다!”

    금룡은 고집스럽게 붉은 용에게로 뛰어든다. 그러고는 구름 속으로 모습을 감춰 버렸다.

    “젠장, 어쩌려고 저러는 거야!”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돌아보니, 지상팀의 상태가 말이 아니다. 거대한 와일드 피그들을 상대하고 있는데 그 수가 너무 많아 중앙으로 몰려 포위당한 채였다.

    “크르르릉!!”

    이제 막 대호 형이 이성이 남아 있는 마지막 단계까지 변신을 마친 상태.

    ‘대호 형이 저기까지 변신했다면 아직 시간이 있다. 하케임, 하케임은 어떻게 된 거지?’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음에도 하케임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분명 소울메이트로 아직 이어져 있는데…….’

    훌쩍 뛰어올라 하케임이 빠진 용암이 고인 화산으로 다가갔다.

    ‘윽, 뜨거워. 아무리 하케임이라도 이 뜨거움 속에서 오래 버티지는…….’

    그때, 용암이 출렁이며 손 하나가 솟아올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