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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17화 (117/250)
  • 제117화

    제117편

    “이번에는 반드시 널 지킬 거야.”

    “결아…….”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꽈앙.

    나도 모르게 결이 머리통을 주먹으로 내려쳤다.

    “아야야.”

    아픈 건 나지만.

    “죽느니 마느니 그런 말 하지 마.”

    “하지만 넌 날 위해 죽었잖아.”

    “그렇긴…… 하지만, 지난 일이잖냐.”

    “그런 식으로 돌릴 일이 아닌데?”

    “그러니까 그런 건 한 번이면 족하단 말이야. 한 번이면. 난 이제 우리 중 누군가가 죽는 미래는 싫어. 우리 둘 다 행복한 미래가 좋단 말이야.”

    “…….”

    결이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아.”

    “날 지키느라 네가 죽지 않게, 이번에는 더 강해질 거고 말이야.”

    그러고는 웃음을 터트린다.

    “지금 날 비웃는 거냐?!”

    “아니야. 좋아서 그래. 좋아서.”

    “뭘, 또. 새삼…….”

    하긴 결이가 이렇게 마음 편히 웃는 모습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잘하자.”

    결이에게 어깨동무를 하려 했더니 이제 꽤 버겁다.

    그걸 눈치채고 결이가 몸을 살짝 숙여 준다.

    ‘회귀 전보다 강해질 순 있는데, 키는 더 자랄 수 없는 걸까?’

    * * *

    “이제 어쩔까요?”

    금색 실로 벚꽃이 수놓인 스카프를 두른 여인이 말했다.

    주위는 상아색의 대리석으로 둘러싸인 넓은 회당이었다.

    대리석에는 매력적인 마블 문양이 있어 독특한 우아함을 풍기고 있었다. 그 우아함이 왜 필요했는지는 회당의 가장 앞부분을 보면 쉽게 짐작이 갔다.

    거기에는 종교적인 의식을 위한 물건들이 가득했다.

    넓은, 그리고 약간 높은 단상이 존재했고 그 위에는 여러 개의 권위적인 의자와 설교를 위한 강대상이 있었다.

    양옆으로는 중앙의 것보다 작은 형태의 상이 있었는데 그 위로 8개의 촛대와 두꺼운 책이 올려져 있었다.

    “뭘 어찌한단 말입니까.”

    요나의 말에 대답한 것은 키가 큰 남성이었다.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흰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아주 단정했다.

    셔츠는 목까지 단추를 단단히 채우고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의 겉모습에 맞게 적당히 얇은 넥타이를 헐렁한 구석이 없이 매고 있었다.

    “그들이 눈치를 채지 않았습니까?”

    “그대가 그들과 마주쳤다고 했지요? 후일이 걱정된다면 왜 제거하지 않았나요?”

    “그건…….”

    “지시가 없으면 행하지 아니한다. 그것이 우리의 신조이기 때문이죠. 설사 적이 눈앞에 있을지라도.”

    남자가 화병에 담긴 꽃을 솎아내며 말을 이었다.

    “우리의 모든 행동은 어머니의 지시입니다. 그 지시대로 해 왔을 때, 우리는 비로소 하나가 되고, 빛나는 제사장이 될 수 있는 겁니다. 그러니 의심하지 마십시오.”

    “하지만 이대로 활동을 지속한다면 우리 정체가 드러날 겁니다.”

    “후후후.”

    남자는 꽃대를 자르려고 들어 올렸던 가위를 내려놓고는 키득거렸다.

    “무엇을 겁내는 겁니까, 자매님. 어머니께서 그리하라 하셨으면 그리하면 될 것을. 믿음이 약해지셨나 봅니다. 그 또한 때가 다가왔다는 의미겠지요.”

    “때가 말입니까.”

    “예, 멸망의 때가 가까이 올 때 우리의 모습이 어떻게 된다고 배웠습니까.”

    “환란과 핍박이 더할 수 없이 심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자매님. 그리될 겁니다. 지금까지와는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더욱 큰 고난이 올 겁니다. 하지만 기억하십시오. 마지막에 웃는 자는 우리입니다.”

    남자는 이상하리만치 선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요나는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의 등 뒤, 단상이 있는 벽 쪽에는 구름이 있는 하늘이 조각되어 있고 그곳에 기이한 형태의 천사들과 신성한 비둘기, 그리고 의미를 쉽게 짐작할 수 없는 네모난 형태의 문양이 있었다.

    그 모든 것이 너무나 신성하고 찬란해 보였다.

    “가서 알리세요, 만백성에게. 끝이 다가왔다고. 함께 성에 들어가자고 말입니다.”

    * * *

    결이는 요 며칠 내내 기분이 계속 좋아 보였다.

    ‘일단 스킬의 능력이 확실해질 때까지 모두에게 비밀로 하자라는 게 왜 그렇게 신나는 일인 건지 모르겠네.’

    일단 김예리는 2차 각성 후 아직까지 별다른 점은 드러나지 않았다.

    오도독.

    영혼석을 깨물며 생각에 잠긴다.

    ‘아직 그 후로는 던전에 가 보질 않았으니까.’

    일차적으로 길드의 훈련실에서 각종 테스트를 해 보았다.

    별 소득은 없었지만 말이다.

    ‘아직 넥스트 레벨이 낮아서 그럴지도 모르지. 그나저나 난 한 명 각성시켰는데 넥스트 레벨이 안 올랐지. 그렇게 생각하면 넥스트 레벨이 일반 레벨보다 훨씬 올리기 힘들다는 거겠고.’

    오독, 오도독.

    달콤한 맛이 입안에 퍼진다.

    “누워서 먹으면 소 돼요.”

    망량이가 얼굴 위로 뱅글뱅글 돌면서 약을 올리기에 덥석 잡아 품 안에 가둬 버린다.

    “으아아, 주인님~! 미안해요!”

    “하준아. 이제 가…….”

    벌컥 휴게실 문을 열고 들어온 결이가 멈칫하며 물끄러미 서 있다.

    “아, 맞다.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나.”

    “거봐요. 제가 얼른 일어나서 나가야 한다고 했죠?”

    “네가 언제 그랬어! 소 된다고 핀잔이나 줬지.”

    망량이를 더 확 끌어안아 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길드원 대부분이 함께 던전을 공략하러 가는 날이다. 엄청나게 레벨을 올린 김예리도 함께 말이다.

    “조심해.”

    “응? 오늘 던전은 그다지…….”

    “던전 말고, 비밀 지키는 거.”

    “응?”

    결이는 지금 뭔가 비밀 조직의 일원이 된 것 같은 기분인가 보다.

    “이때까지 잘 지켜 왔거든.”

    “무슨. 나한테 들켰잖아.”

    “그야……. 너랑은 거의 24시간 붙어 있으니까 그렇지.”

    “흐응.”

    결이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앞서 나갔다.

    어처구니가 없다.

    “엇, 하준 님!”

    길드 정문 앞에 도착하니 이미 다른 길드원들은 준비를 끝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김예리가 가장 먼저 나를 발견하고는 손을 붕붕 흔들며 다가온다.

    “저 너무 떨려서 터져 버릴 것 같아요!”

    “터지면 안 되죠.”

    “아우우~! 이제 정식 헌터가 되다니!”

    “이전부터 예리 씨는 정식 헌터였어요. 잊지 말아요.”

    “……감동이에요.”

    “자, 다들 차에 타세요! 오늘은 이전 브리핑에서 말했다시피 A급 던전을 공략할 겁니다. 모두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됩니다. 알겠죠?”

    대호 형이 모두를 인솔해 차에 태운다.

    이제 우리는 길드 전용 차도 있다. 그냥 차가 아니다. 겉보기에는 일반 버스처럼 생겼지만, 위기 시에 곧장 장갑차로 변신하는 자동차다!

    변신한다는 게 말로만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차량이 분해 및 재조립되면서 충격에 대비할 수 있게 강화된 강철판으로 외부가 뒤바뀌고 바퀴 또한 일반 바퀴에서 무한궤도로 바뀌어 안정성이 두 배가 된다.

    덕분에 일반 버스보다 좀 두툼한 형태라고 할까.

    사실 B급 이상의 몬스터가 튀어나오면 장갑차의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지만, 그래도 이것으로 재빠르게 시민들을 구해낼 수도 있는 거다.

    현재 우리 길드가 보유하고 있는 것은 단 한 대뿐이지만, 서광과 같은 대형 길드는 수십 대를 보유하고 있다.

    ‘몬스터들을 뱉어내는 포털이 생기길 바라는 건 아니지만, 이것 하나로도 엄청나게 든든해진다고 할까. 이게 어마어마하게 비싸니까.’

    길드 활동을 하고, 그 보수로 사들인 차량은 변신 차량이라는 엄청난 기술로 만들어졌기에 여러모로 엄청난 감격을 준다.

    제대로 된 길드라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이 버스만 보면 일반인들도 단박에 길드 소속 장갑 차량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자, 다들 준비하고 내립시다.”

    잠깐 감상에 젖은 사이 우리는 목적지에 도달했다.

    높은 빌딩.

    이곳의 최상층, 옥상 위에 바로 포털이 있다.

    “건물주가 꽤나 속상했겠는데.”

    “그것도 아니래요. 사람들이 무슨 관광지 취급을 해 대서 오히려 상가 매출이 폭등했다나?”

    “정말 이상한 사람들 많다니까.”

    길드원들이 차례로 건물로 진입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던전을 향해 가다니, 약간 우스운 기분이 들기는 하다.

    띵.

    최상층에서 내려 상시 대기하고 있는 괴물 특수부대에 확인받는다. 그리고 이번에는 계단으로 이동한다.

    끼익.

    문이 열리고 넓은 옥상과 함께 영롱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정말로 이런 곳에 던전이 있네.”

    대호 형이 놀라며 포털을 바라보았다.

    사실 이런 포털은 이후에도 몇 개나 더 생기기 때문에 나는 놀랍진 않지만.

    “자, 그럼 다들 준비 완료지?”

    “넷!”

    모두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스읏.

    츠츠츠츠.

    하나둘씩 포털의 내부로 들어서고 순식간에 눈앞의 풍경이 바뀐다.

    “오, 이번 던전은 화끈한데요?”

    “세상에. 정말이네.”

    인화 선배가 놀란 얼굴로 주위를 둘러본다.

    이번 던전의 살벌한 풍경은 바로 용암 지대다.

    “다들 녹아 버리지 않게 조심해.”

    주위로도, 또 눈앞으로도 거대한 화산이 있다. 아직 용암에 녹지 않은 바위들과 구조물들도 눈에 띈다.

    “이 던전 보스가 정령계라고 했던가?”

    눈앞의 엄청난 광경에 넋이 나간 김예리가 중얼거렸다.

    “정령……이긴 한데 용 타입이라고 했죠.”

    “하프예요, 하프.”

    “그래도 조심해야 합니다. 이번 던전의 보스 몬스터는 보스 룸에 있지 않거든요.”

    “네?”

    김예리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음, 나도 기억한다. 이번 보스는 언제 어디에서 나올지 모르니 항상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고 했었지. 김예리는 브리핑 시간에 졸았나? 하하하.”

    하케임이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린다.

    브리핑 시간에 매번 조는 건 하케임인데 이번 시간에는 용케 깨어 있었나 보다.

    “자자, 그만하고. 준비한 대로 움직입시다. 특히 예리 씨, 조심하세요. 레벨을 많이 올렸다고는 해도 이렇게 고랭크 던전에 온 건 처음이니까요. 방심하면 높은 랭크라도 다치기 쉽습니다.”

    “알겠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대호 형의 말에 대답하며 김예리는 내 쪽을 바라본다.

    아주 의지가 이곳의 용암처럼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

    “아차차. 맞다. 나도.”

    나는 김예리가 준 목걸이를 주머니에서 꺼냈다. 그리고 재빨리 목에 걸었다.

    “오늘 레벨 좀 올려 볼까?”

    나도 레벨이 꽤 높아진 덕분에 레벨링이 버거워지던 참이다. 오늘은 아이템의 능력을 한껏 발휘해서 다음 레벨로 도달할 예정이다.

    ‘그러면 그 스킬을 얻게 될 테니까.’

    구구구구구.

    하늘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들어 위를 확인하니 화산재로 가득한 어두운 구름이 가득 끼어 있다. 그리고 그 사이로 보이는 붉은 형체.

    “아, 이건 좀 너무한데?”

    보스 몬스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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