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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16화 (116/250)
  • 제116화

    제116편

    [김예리 님의 두 번째 각성을 축하합니다.]

    “엥?”

    김예리와 나는 둘 다 벙찐 상태가 되어 허공을 바라보았다.

    “두 번째 각성?”

    나야 당황스러워도 무슨 말인지 알지만, 김예리는 모를 것이다.

    “혹시 이게 하준 님이 실험한다던 그 스킬의 능력인가요?!”

    짐작조차 못 하리라 생각했는데, 역시 오스킬이다. 이럴 땐 눈치가 엄청나게 빠르잖아?

    “어……. 맞아요. 사실 이렇게 금방 될 거라고 생각 못 했는데.”

    “그렇다는 건 저한테 처음 시도하셨다는 말이에요?!”

    김예리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아뇨. 시도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하고 있는데, 각성을 한 건 예리 씨가 처음이에요.”

    “와아! 대박이네요!!”

    그녀는 뛸 듯이 기뻐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서 이 두 번째 각성이라는 게 뭔가요?!”

    여기서 더 말하면 미래에 벌어질 일까지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김예리에게 모든 걸 털어놓기는 시기상조다.

    “저도 아직 잘 몰라요. 그냥 제 스킬로 두 번째 각성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만 알거든요.”

    “맞아. 제가 첫 번째로 하준 님의 스킬을 통해 각성했다고 했죠? 그럼 우리가 앞으로 알아내야 하겠네요. 함께요!”

    “맞아요.”

    김예리가 F급이라서 두 번째 각성이 빨랐던 것인지 특훈의 결과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두 가지 요소 모두 작용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 각성이라니, 정말 멋져요. 그럼……. 어쩌면……. 제가 F급인 게 아무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 않아요?”

    당연히 그럴 수 있다.

    아직 두 번째 각성 후 그 각성이 어떤 효과를 보이는지 하나밖에 모른다.

    1분기 마지막 퀘스트의 참가 자격.

    만약 김예리의 말대로 이전의 각성은 전혀 상관없는 새로운 뭔가가 있다면…….

    ‘이거 일이 너무 커지네.’

    전 세계의 각성자들에게 모두 두 번째 각성의 기회를 줘야 할까? 만약 그렇다면 나는 내 인생을 모두…….

    “두 번째 각성이라니. 그게 뭔데?”

    등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쭈뼛 소름이 끼친다.

    소름이 끼친다고 하면 정말 미안하지만, 솔직히 너무 놀랐다.

    누군가 문을 열 때까지 내가 눈치를 못 챘다는 것도.

    “하, 한결아…….”

    “둘이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데?”

    “아, 그게…….”

    김예리는 눈치를 보며 그대로 굳어 버렸다.

    결이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무겁다.

    “또 나한테는 알려 줄 수 없는 비밀이야?”

    가시가 서 있다.

    “아냐. 그게 아니라…….”

    “전……. 그, 볼일이 있어서.”

    김예리가 재빨리 휴게실을 벗어난다.

    달칵. 문이 닫히자 세상과 완전히 격리되는 듯한 아찔한 느낌이 든다.

    결이는 김예리가 빠져나가는 것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살벌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어쩐지 냉랭하달까.

    ‘저런……. 배신자!’

    사실 김예리가 있건 없건 크게 달라질 일이 아니라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다. 결이 녀석도 그래서 김예리를 그냥 보내줬던 거겠지.

    그러니까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느냐가 중요한 거다.

    사실대로 말해야 한다.

    머릿속에 경종이 울렸다.

    본능이 말해 준다. 여기서 더 숨기거나 거짓말을 하면 뭔가 완전히 잘못될 것이라는 걸.

    하지만 그간 쌓은 거짓말이 너무 많다.

    꿀꺽.

    힘겹게 침이 넘어간다.

    그렇다면 결이에게는 어디서 어디까지 말을 해야 할까?

    “내게 새로운 스킬이 생겼었어.”

    “새로운 스킬? 언제?”

    “몇 달 됐어.”

    “……그런데 내겐 말을 안 했구나.”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었어!”

    “하지만 김예리는 알고 있지.”

    “그게…… 사실 그게 도대체 뭔지.”

    아니다. 이러면 또 거짓말을 하는 꼴이 되겠지.

    “사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서 그랬어.”

    “……모르겠다라.”

    “나는…….”

    쿵쾅쿵쾅, 심장이 터질 것 같다.

    “회귀자야.”

    정말 이상한 말이다.

    이 상황에서 어울리지도 않고 평소에 자주 쓰는 말도 아니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어쩐지 장난처럼 들린다.

    결이는 지금 엄청나게 황당하겠지.

    이걸 이렇게 고백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뭐?”

    “그러니까……. 이게 정말 이상하게 들리는 건 알고 있는데. 난 미래에서 왔어. 미래의 기억이 있다고 해야 하나.”

    한결이 표정이 미묘하다. 놀란 것인지, 황당해하는 것인지, 비웃는 것인지, 화를 내는 건지.

    그래, 솔직히 이 상황을 모면하려고 이런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는 미치광이가 어디 있겠는가.

    ‘끔찍하다.’

    정말 이상한 상황이다.

    하지만 어쩐지 한 번 트인 입은 준비라도 하고 있었던 것처럼 줄줄 말을 쏟아낸다.

    “나도 이게 정확히 왜 이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어. 어떤 원리로……. 하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이야. 그렇지 않다면……. 내가 너한테 왜 이런 말을 하겠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

    “네가 믿어 줄진 솔직히 모르겠지만. 나는 미래에서 과거로 돌아왔어. 그리고 미래에 일어날 끔찍한 일들을 막기 위해서…….”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내는 말 때문에 머릿속은 뒤죽박죽인데 가슴은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과연 이래도 되나 싶지만.

    “무슨 끔찍한 일이 일어나는데?”

    “인류가 멸망해.”

    “멸망…….”

    한결이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진다. 하지만 이게 무슨 의미인지 지금은 전혀 모르겠다.

    “시스템 때문이야.”

    “시스템?”

    “14년 후에, 시스템은 우리에게 인류의 존속을 걸고 퀘스트를 줘. 하지만……. 하지만 아무도 그 퀘스트를 제대로 완료하는 법을 몰라. 아니? 애초에 그 퀘스트에 참가할 수 있지도 않았지. 그래서 우리는 모두……. 난 그걸 막아야 해. 아마 그걸 막기 위해 어떤 힘이 나를 회귀자로 만든 걸지도 몰라. 그게 대체 뭔지 모르겠지만……. 아마, 아마 시스템에 반하는 세력이겠…….”

    “하준아. 일단 좀 진정하고 말해.”

    나도 모르게 말을 쏟아내고 있다가 결이가 붙잡는 바람에 정신을 차린다.

    젠장. 이렇게 비이성적인 모습이라니. 내가 결이라도 내 말을 믿지 않을 거다. 갑자기 친구가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할 거야.

    “결아, 나 거짓말하는 거 아니야. 이번에는……. 진짜야.”

    “……그래.”

    그래?

    방금 잘못 들은 건가?

    “천천히 이야기해 봐.”

    결이는 조금 전보다 훨씬 부드러운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나를, 진정시키려고 하고 있다.

    * * *

    “……그렇게 된 일이야. 회귀자니 뭐니, 두 번째 각성이니 하는 것은 전부.”

    결국 내가 아는 모든 걸 털어놓았다.

    엄청나게 불안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시원하다.

    이게 이렇게 무거운 짐이었던가?

    한결이는 이야기를 듣는 내내 정보들을 소화하기 위해서 몇 번이고 질문했다. 본인이 이해될 때까지.

    그리고 드디어 한결이가 답을 내놓는다.

    “그동안 힘들었겠어.”

    “어?”

    “혼자서 모든 걸 짊어지려고 했잖아.”

    “……어.”

    이런 반응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나는……. 네가 뭔가 숨기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

    “뭐?! 언제부터?!”

    “네가 우리 첫 각성 때로 돌아왔다고 했지. 그 뒤로 몇 주 동안은 전혀 몰랐어. 짐작도 못 했지. 하지만 뭔가 점점 이상하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어. 네가 너무 능숙했던 걸 의심한 건 아니야. 뭔가 좀 이전이랑 달라지긴 했지만, 각성 때문에 그런 거겠거니 했거든.”

    결이는 눈치채고 있었구나.

    “솔직히 네가 내 앞이라고 너무 방심했던 걸지도 모르겠고.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질 않나…….”

    “…….”

    그런데 지금까지…….

    “처음에는 화가 났는데,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결아…….”

    이렇게 마음이 넓고 착한 녀석이라니.

    “하지만 섭섭하지 않았던 건 아니야. 대체 뭐길래 네가 내게 숨기는 걸까. 너는……. 내가 거짓말하는 걸 제일 싫어하는 걸 알고 있는데도.”

    심장이 따끔하다. 솔직히 내가 잘못했다. 회귀자니 뭐니 모든 일을 그대로 말하기 어려웠다는 건 둘째 치고서라도 결이에게 그렇게 많이 거짓말하다니. 물론 하얀 거짓말이지만……. 어찌 되었건 결이는 상처받았을 거다.

    “미안해. 나는……. 이 상황을 통제할 능력이 없었어. 그것 말고는. 난 회귀자지만……. 평범한 사람이야. 각성자지만, 난 완벽하지 못해.”

    내 말에 결이는 침묵으로 답한다.

    지금 결이의 속도 뒤죽박죽일 거다. 이렇게 침착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점 자체가 무척이나 놀라운 일이니까.

    결이는 내 생각보다 훨씬 어른스럽구나.

    “네 사정도 이해는 가. 하지만……. 그래도 섭섭했어. 나는 네게 의지가 되지 않는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내가 강해져야 한다고. 더, 더 많이. 훨씬. 강해져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렇게 말하는 결이의 표정이 수척하다.

    그간 눈치를 채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결이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 된다. 아니, 감히 상상되지 않는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쓸쓸했을까.

    아마 나만큼. 아니면 나보다 더. 외로웠겠지.

    우리는 그동안 어쩌면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먼 시간을 보냈을 거다.

    “미안해.”

    “……후.”

    어쩐지 결이 눈시울이 붉어진 것 같기도 하다.

    “어떻게 해야 네 마음이 풀어질까?”

    “뭐?”

    “정말 미안해.”

    “난 화난 게 아니야. 화는 진작에……. 아니지. 사실 화가 나긴 해. 그래서 결국 오스킬이 나보다 먼저 이 이야기를 들었다는 거 아니야? 걘 아무것도 아닌데.”

    “그 누나, 우리랑 나이 차이가 얼만데 걔라니…….”

    “됐고.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다른 건 다 이해할 수 있어. 네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는 거. 하지만 어떻게 오스킬보다 내가 늦게 이 사실을 알 수가 있어?”

    “아, 아냐. 결아, 진정해. 예리 씨는 내게 두 번째 각성을 일으키는 스킬이 있다는 것밖에 몰라.”

    거의 멱살을 잡을 듯이 가까이 다가왔던 결이가 움직임을 멈춘다.

    “정말이야?”

    “그럼 정말이지! 이제 너한테 거짓말 안 해!”

    “그것도 정말이야?”

    “……네가 못 믿는 것도 이해는 가지만.”

    “아니야. 난 네가 그렇다고 하면 믿어.”

    뭐야. 감동이잖아.

    결이 얼굴을 보니, 역시 눈이 빨갛다.

    “그럼 너는 미래에 인류가 멸망하는 걸 눈으로 다 본 거야?”

    “아니……. 그건.”

    분명 내 속엔 인류 멸망이 확실하게 박혀 있다. 하지만 그 장면을 정말로 봤냐고 하면 그건 아니다.

    “내가 죽을 때 꿈 비슷한 걸로 봤어. 그리고 지금까지 모은 정보를 통해서 추리해 보면 인류 멸망은 일어날 수밖에 없지. 넥스트 레벨이 없으면 그 퀘스트는 깨지 못하는 거니까.”

    “네가 죽었다고?!”

    결이 얼굴이 단박에 굳어진다.

    “왜? 네가 왜 죽어? 내가 널 못 지켰다는 거야?”

    “어? 아……. 그게.”

    솔직히 그때 일을 당사자, 그것도 아직 그 일을 겪지 못한 녀석에서 미주알고주알 다 말하기는 조금 민망하다.

    하지만 이제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했으니까.

    “네가 위험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날 구한 거야? 넌 그 대신 죽은 거고?”

    잘생긴 얼굴 위로 절망이 그늘진다.

    “그럴 수도 있지.”

    “뭐가 그럴 수도 있어. 그럴 순 없어.”

    표정이 너무 심각해서 뭐라고 반문하기가 그렇다. 그래도 뭐라고 말을 해야 할 텐데.

    순식간에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서 나도 정신이 없달까.

    “이번에는 절대로 그런 일 없게 할 거야.”

    “……뭐?”

    “미래의 나보다 훨씬 강해질 거야. 널 죽게 하지 않을 거야. 그런 일은 이제 일어나지 않아.”

    “어…….”

    “알겠지. 하준아. 나, 강해질게. 그 넥스트 레벨이라는 것도 얼른 도달해서. 널 끝까지 지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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