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소울메이트-115화 (115/250)
  • 제115화

    제115편

    ‘또 업적이라고?’

    김예리는 눈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하기야 자기처럼 이런 맹훈련을 받는 F급은 존재하기 힘들 터였다.

    F급은 뭘 어떻게 해도 안 된다는 게 정설이었으니까.

    솔직히 김예리 자신도 운명이 이렇게 바뀔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다시 던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헌터 일에 미련이 남아, 발품을 팔아 가며 열심히 너튜브 채널을 운영했다. 누구보다 각성자들에 관해 관심이 있었다.

    그런 자신이 헌터로 이곳에 있다.

    상상하지 못했던 만큼 강해지며 말이다.

    김예리는 울컥하려는 것을 겨우 진정하고 다시 한번 찬찬히 업적을 살펴보았다.

    [업적: 비정상적인 레벨 업 집착증] [등급: 실버]

    [업적 보상: 비정상적인 레벨 업 부스터]

    ‘레벨 업 부스터?’

    [비정상적인 레벨 업 부스터]

    부스터를 사용할 때마다 일정 시간 동안 더 많은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다.

    쿨타임 48시간.

    “예리 씨?”

    은하준의 부름에 김예리는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진짜로 힘든 모양이네요. 이제 그만하고 가죠.”

    “아,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응?”

    “새로운 업적을 얻었어요.”

    “뭐라고요?! 우와! 대단하잖아요!”

    은하준은 자기 일인 것처럼 활짝 웃었다.

    ‘아, 정말이지. 저런 표정을 짓는 건 반칙이지.’

    김예리는 심장이 짜르르 울리는 걸 느꼈다.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선할 수 있을까. 방금 악마라고 말하긴 했지만…….

    은하준을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다.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한결과 함께 단둘이서 몬스터를 상대했다.

    첫 각성. 분명 두렵고 혼란스러웠을 텐데 전혀 그렇지 않은 것처럼, 내색하지 않고 상황을 판단했다.

    고작 F급인데도 자신은 첫 각성에서 얼마나 어린애같이 굴었는가. 떠올리면 얼굴이 화끈할 정도였다.

    게다가 누군가를 구하겠다는 생각은…….

    그만큼 은하준은 첫 각성부터 대단한 인물이었다.

    사람들은 그 옆에 S급인 한결에게 관심을 쏟았지만, 김예리는 달랐다.

    은하준 안에 있는 강직함과 고결함을 보았다.

    지금껏 봐 온 각성자들을 생각해도 D급이면서 막 각성한 은하준은 특별했다.

    그런 그가 자신을 찾아왔다.

    최악의 첫 만남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은하준은 김예리의 상상과는 다르게 반응했다. 이때까지 김예리가 허락 없이 한 행동에 징벌을 내리는 대신, 사람들을 해치려고 한 테러범들을 함께 쫓길 권했다.

    이 얼마나 고귀한 선택인가.

    그뿐만이 아니다. 그는 김예리를 길드원으로 받아들였다.

    F급에, 쓸 만한 스킬도 아니면서 그마저도 단 하나밖에 가지지 못한 아무것도 아닌 김예리를.

    그리고 지금은 레벨이 100이 넘고 업적을 두 가지나 가지도록 만들었다.

    김예리에게 은하준은 구원자나 다름없었다.

    김예리는 다른 사람에게 은하준이 자신을 구원했노라고 자랑하고 싶었다.

    은하준이 악의는 하나도 없는 맑은 얼굴로 웃을 때, 그녀를 축하하고 다독이고 응원해 줄 때. 김예리는 울고 싶은 기분이 됐다.

    ‘내가 이런 행복을 느껴도 되나.’

    왜 은하준의 주변에 S급들이 득실거리는지도 알 것 같았다.

    이렇게 꿍꿍이 없이 아낌없이 베풀고 좋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곁에 있고 싶어 하겠지.

    사실 은하준과 다른 S급들이 나서서 자신을 훈련시킬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어떤 변덕으로 길드에 들였든, 자신을 가르치고 성장시키는 것보다 길드 임무를 하는 것이 훨씬 가치가 있는 일이었을 것이다.

    오로지 김예리를 위해 투자된 시간.

    특훈이 힘들었지만, 사실 자신은 고맙다며 무릎을 꿇어도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과연 누가 타인에게 이런 행동을 한단 말인가.

    “그래서 업적 보상은 뭐가 나왔는데요?”

    “레벨 업 부스터요.”

    “레벨 업 부스터?”

    “네, 이런 아이템인데…….”

    스스스.

    인벤토리에 들어온 아이템을 소환한다.

    “오, 목걸이네요.”

    아주 얇은 은빛 체인에 작은 펜던트가 달려 있다. 너무 작아서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다.

    “이걸 차고 능력을 발동시키면 일정 기간 경험치를 더 받을 수 있대요.”

    “와! 예리 씨한테 완전히 필요한 아이템이네요. 정말 잘됐다. 이걸로 레벨 200까지 쭉쭉 올라갈 수 있겠네요.”

    김예리는 고개를 휘휘 저었다.

    “이것만큼은 하준 님께 드리고 싶어요.”

    “네?”

    “드릴 수 있게 해 주세요. 저는 솔직히 지금까지만으로도 만족스러워요. 이 정도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고요. 이게 전부 하준 님 덕분입니다. 저도 뭔가 하준 님께 보답을 해야 할 것 같아요.”

    * * *

    ‘음? 무슨 소리지? 지금 그 아이템을 사용해서 무자비하게 레벨 업을 하는 게 도와주는 건데.’

    김예리의 분위기가 너무 심각해서 차마 그렇게 말을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나는 지금 당장은 예리 씨한테 필요한 거라 생각해요. 레벨을 충분히 올리고 나면 그때 날 주든가 하고요.”

    “하지만!”

    “그래야 높은 던전에서도 함께 공략할 수 있죠.”

    확실히 궁금하기는 하다. 저 아이템이 어떤 경험치까지 부스터 작용을 해 줄지.

    ‘만약 넥스트 레벨에 도달하는 경험치까지 부스터 효과를 발휘해 준다면 확실히 받을 만하지.’

    김예리는 고민에 휩싸인 표정으로 뭔가 궁리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여전히 심각한 얼굴로 묻는다.

    “그럼 제 레벨이 얼마가 되면 받아 주실 건가요?”

    “음? 글쎄요…….”

    너무 높은 레벨을 이야기하면 의욕이 꺾이겠지. 지금은 130 언저리에다 E에서 D급 정도로 올라왔으니까.

    “500 정도면 되려나? 하하.”

    “……!”

    “농담이에요. 앞으로는 레벨 올리기가 어려울 테니까 300 정도일까…….”

    지금 당장은 나도 넥스트 레벨을 기본적으로 레벨링했을 때 얼마나 걸리는지 조사를 해 봐야 하니까 급하게 아이템을 가질 필요가 없다.

    일단은 김예리를 충분히 전투에 투입할 수 있을 인재로 키우는 것이 우선.

    ‘급히 가면 탈이 나게 되어 있지. 아직 10년이 넘는 시간이 남아 있으니까.’

    부족한 시간일지 몰라도 서두르다가 실패하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은 나에 관해서도 알아가야 할 시간이니까.

    “알겠어요. 레벨 300. 반드시 도달하고 말 거니까요.”

    “좋아요.”

    “그럼 오늘 던전 더 돌죠. 아이템이 생겼으니까 시험해 봐야죠. 게다가 이거, 쿨타임이 48시간이라 서두르는 게 좋겠어요.”

    김예리의 눈에서 투지의 불꽃이 피어오른다.

    “지치지 않았어요? 너무 무리하면 역효과예요.”

    “아뇨? 사실 아까 거짓말한 거예요.”

    “뭐라고요?”

    “자! 다음 던전으로 가죠!!”

    김예리가 길도 모르면서 앞장선다.

    ‘정말 독특한 사람이라니까.’

    * * *

    척.

    김예리가 내 앞에 내려놓은 건 목걸이다. 그러니까 비정상적인 레벨 업 부스터 아이템이다.

    “거짓말.”

    “뭐가요?”

    내 얼떨떨한 표정을 보며 김예리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레벨 300이라고요? 진짜로?”

    “그럼 제가 거짓말하겠어요?”

    “최근에는 길드 임무 때문에 서포터도 못 해 줬는데요.”

    확실히 김예리의 서포트를 못 해 준 지도 1개월이 넘었다.

    계속해서 함께 던전을 공략한 것도 3개월 정도였으니까, 4개월 만에 레벨 300에 도달했다는 거다.

    ‘정말 비정상적인 레벨 업 속도긴 하다.’

    물론 F급은 다른 급들에 비해 레벨을 올리기가 쉽다.

    레벨 300까지 올리는 것이라면 B급들이 30 정도 올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내가 레벨을 30까지 올리는 데에도 4개월이 넘게 걸렸으니까 정말 엄청난 속도가 아닐 수 없다.

    “정말 대단한데요…….”

    “이걸 하준 님한테 꼭 주고 싶었으니까요. 제가 갚을 수 있는 거라고는 이것밖에 없으니까요.”

    “무슨 소리예요. 예리 씨의 영상 자료가 우리한테 얼마나 큰 힘이 됐다고요. 괴물 특수부대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최상위 길드장들도 예리 씨의 자료를 가지고 수사에 임하고 있어요.”

    “……그건 별개의 일이에요. 하여튼! 이제는 이걸 받아 주세요.”

    정말 엄청나다.

    아이템이 발동되는 시간 제한도 있고 다시 능력을 사용하기까지 쿨타임이 48시간이 있는 와중에 이렇게 빨리 레벨을 올리다니.

    대체 내가 없는 사이에 무슨 훈련을 한 걸까.

    분명 상대하기 어려운 급수의 던전에서 홀로 전투를 감행한 것이 틀림없다.

    “앞으로는 너무 위험한 훈련은 하지 않도록 하는 게 좋겠어요.”

    “네?!”

    김예리는 정곡을 찔렸다는 듯 동그란 눈이 더욱 동그래지며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김예리 씨는 신선 길드와 계약한 이상, 길드의 재산이기도 해요. 그러니까 다치거나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는다는 겁니다.”

    “무, 물론이죠. 저는……. 전 괜찮아요.”

    어쩐지 김예리의 눈동자가 촉촉하다.

    그래, 혼자서 레벨 300까지 올리려고 얼마나 발버둥을 쳤을까.

    아무리 아이템이 도와준다고는 해도 엄청나게 고된 훈련이었을 거다.

    “이 아이템은……. 알겠어요. 고맙게 받죠. 하지만 예리 씨가 필요하다고 하면 언제든지 돌려줄게요. 예리 씨 훈련에 내가 참가할 때도 양보하고요.”

    “앗…….”

    “그러면 우리 둘의 의견이 절충된 거죠?”

    김예리가 드디어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내 앞에 놓인 목걸이를 바라보다가 손으로 집어 올렸다.

    “고마워요. 잘 쓸게요.”

    일단 아이템은 인벤토리에 넣어 놓는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넥스트 레벨로 도달하게 만든 이가 없기 때문이었다.

    “앗……. 착용하지 않으시는 건가요?”

    김예리의 표정이 시무룩해진다.

    “아,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그게, 제가 지금 실험해 보고 있는 스킬이 있어서 그래요. 그게 경험치랑 관련이 있거든요.”

    “어떤 스킬인데요?”

    “으음……. 그게……. 설명하기가 좀 그런데, 하하하.”

    “뭔데요! 혹시 평소에도 소울메이트를 사용하고 계신 거랑 관계가 있나요?”

    역시 정보 너튜브 채널을 운영해서 그런지 김예리는 눈치가 빨랐다.

    “전 정말 하준 님을 돕고 싶으니까 편하게 말씀하셔도 돼요. 게다가 제가 이렇게 레벨링을 할 수 있을 때까지 하준 님도 계속 도와주셨잖아요? 하나부터 열까지 코치해 주시고, 또 던전도 데려가서 열심히 버스 태워 주셨잖아요! 그러니까 저도 돕고 싶어요!!”

    오랜만에 보는 김예리의 열정이 타오르는 눈동자다.

    이 모습을 보면 어쩐지 화가 난 햄스터를 보는 것 같달까. 김예리가 동글동글한 인상이라 더 그런 것 같다.

    “음……. 그러니까…….”

    그래도 망설여진다.

    그녀에게 넥스트 레벨에 관해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주인님! 슬슬 모두에게 알릴 때도 되지 않았을까요?”

    “아니……. 그건, 절대로…….”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귓가에 시스템 알람음이 들린다.

    띠링.

    [김예리 님의 두 번째 각성을 축하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