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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06화 (106/250)

제106화

제106편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니라. 얼른 사로잡은 포로를 보러 가야지.”

“아, 아차. 결이가 각혈하는 바람에…….”

“그 정도는 아니니라.”

아니, 피가 나온 게 맞잖아?! 대체 결이고 금룡이고 뭐가 아니란 말인지…….

황당하지만, 일단 망량이가 지키고 있을 테러범들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휘이익!

단숨에 테러범들이 있었던 건물 층으로 날아오른다.

“우붑붑!!”

“망량아?!”

쇠그물 같은 것에 돌돌 감긴 망량이만 바닥에서 구르고 있다. 심장이 철렁한다.

다급하게 사슬을 풀어 주려고 보니, 마법이 걸린 구속구다.

놈들 역시 각성자 전용 구속구를 사용했는데 어떻게 이걸 사용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한패가 더 있었나.

“괜찮아?!”

“푸하! 주인님!! 놈들이 도망갔어요! 방금 여길 떴으니까 쫓아가면 잡을 수 있어요! 제가 놈들 냄새를 추적할 수 있어요!”

망량이가 물어뜯어 놓은 테러범들의 옷조각을 퉤 하고 뱉어냈다.

“그럼 바로 안내하거라.”

“결이 님 말투가 왜 저래요……?”

작고 푸른 불꽃은 의아함으로 일렁이면서도 마치 사냥개처럼 앞으로 튀어 나갔다.

얼마나 달렸을까.

후미진 골목에 도달했다. 그러자 들려오는 목소리들.

“……아니, 제발! 저희가 뭘 잘못했다고!”

“요나 님!”

“살려 주세요.”

“으, 아!”

타앙!

우리가 코너를 돌기 직전 격발음이 들렸다.

“헉.”

눈앞에 펼쳐진 건 나와 결이가 사로잡았던 테러범 두 명과 낯선 남자 하나의 쓰러진 시체. 그리고 독특하게 생긴 총기를 정장 안주머니에 넣는 여성이었다.

그녀는 모자와 스카프로 얼굴을 가렸는데 스카프에는 낯이 익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금수로 놓인 꽃.”

“…….”

여성은 고개를 살짝 기울여 우리를 보더니, 연기처럼 홀연히 사라졌다.

“뭐, 뭐야!”

“저 여자 냄새는 쫓을 수가 없어요! 으앙!”

망량이가 안절부절못하며 세 구의 시체 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죽였어……. 자기편이었던 것 같은데.”

한 번의 격발음. 그리고 쓰러진 세 구의 시체. 연기처럼 사라진 이동기.

분명 각성자가 틀림없었다.

“우리가 한발 늦었구나. 그러게, 얼른 쉬러 들어가라고 했더니. 쯧쯧. 본인에게는 죽어도 몸을 넘기기 싫어하더니 결국 일을 그르쳤구나.”

“그 말은 왠지 억지로 몸을 뺏었다는 것처럼 들리는데요?”

내가 노려보자 금룡은 결이가 한 번도 지은 적 없는 능청스러운 얼굴로 내려다보았다.

“약해졌으니 몸을 빼앗길 수밖에.”

“그런……!”

“오해하지 마라. 나는 녀석을 회복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몸을 빼앗은 거다. 숙주가 죽어 버리면 내 혼은 또 어디를 헤매고 다닐지 알 수 없으니.”

“숙주…….”

“결, 그놈이 열 받을 때마다 나를 기생충이라고 부르고 있으니 녀석이 내 숙주지.”

금룡은 푸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사소한 모습 하나도 결이와 너무 달라서 기분이 이상하다.

“지금은 이 불쾌한 기생충을 신경 쓰기보다는 놈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게 먼저일 것 같구나. 작은 친구야.”

작은 친구? 나를 말하는 건가? 물론 그렇겠지만?

일단 금룡의 말대로 조금이라도 단서가 남았는지 살펴야 한다.

삐빅. 무전기를 켜고 말한다.

[여기는 썬더. 생존했던 마지막 테러범이 살해당했다. 오버.]

* * *

“이상입니다.”

달칵.

불이 켜지고 넓은 대회의실에 모인 괴물 특수부대 간부들과 S급들이 눈에 보인다.

이런 발표는 오랜만이라 긴장했는지 목이 까끌까끌하다.

생수 뚜껑을 비틀어 따서 한 모금 축이고는 다시 그들을 본다. 다들 표정이 각양각색이다. 분명한 건 군인들은 한껏 심각한데 S급 길드장들의 표정은 오히려 즐거움에 가깝다.

“그러니까. 괴단체가 계속 문제를 일으키고 다닌다~ 이 말씀인 거잖아요. 우리가 정보 공유를 해 가며 같이 잡자고? 이거 무슨 게임 같다.”

신재민이 겨우 웃음을 참는 얼굴로 말한다.

“장난이 아닙니다. 국가적 위협에 해당하는 테러 행위를 자행하는 단체입니다.”

“참 나, 유치하게. 문양은 또 뭐람.”

특수부대 간부의 말은 아랑곳하지 않고 손예원이 테이블 위로 깊게 기대곤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말하고자 하는 게 있는 모양이죠.”

한세희가 말하자 모두가 그에게 집중했다.

“비밀리에 활동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단체를 숨기지 않잖아요. 아주 숨고 싶었다면 굳이 특정되는 의상을 착용하진 않겠죠. 그리고 이번 테러를 봐도 처음 실행자들은 얼굴을 가리지 않았지만, 그들이 끼고 있던 반지에 금색으로 똑같은 꽃이 새겨져 있었죠. 그들을 처리하러 온 사람도 금수가 놓인 복면을 착용했고요.”

“철근마저 녹여 버리는 폭발에도 녹지 않는 반지라니. 자부심이 아주 대단한 모양이야.”

손예원의 커다란 입이 호를 그리며 웃는다.

“정말 멍청한 녀석들이네. 죽으면 다 무슨 소용이야? 일단 내가 살고 봐야지. 날 버리는 카드 따위로 쓰는 단체에 충성하다니. 이해 안 돼.”

“누나, 그거 누나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닌 것 같은데.”

신재민이 개구쟁이처럼 얼굴을 일그러트린다.

“어머, 얘는. 누가 누굴 버리는 카드로 썼다고 그래.”

“누나가 버린 카드만 해도 두 트럭은 나올걸.”

손예원이 어깨를 으쓱한다.

“자아, 중요한 건 놈들은 잡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 조직을 일망타진해야 해요. 그러니까 여러분들의 협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적극적으로 협조하도록 하죠.”

금성 길드의 길드장 이진욱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더 이상의 정보는 없는 것 같으니까요. 각자 정보를 모은 뒤, 다시 모이도록 하죠. 제가 좀 바빠서.”

지금까지 조용히 잘 듣고 있다가 선뜻 협조 의사를 밝히기에 예의가 바른가 했더니 역시 이쪽도 S급이다. 싸가지하고는.

S급들의 이런 싸가지 밥 말아 먹은 태도는 아마 대통령이 눈앞에 있어도 한결같지 않을까.

물론 우리 한결이는 절대로 그러지 않을 테지만.

“크흠, 뭐……. 지금 당장 정보가 없는 건 맞습니다. 그럼 이만 해산하도록 합시다.”

특수부대 간부는 마음이 상했다는 티를 팍팍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일명 ‘금 꽃 단체’에 관한 긴급 회의는 내 보고만을 끝으로 흐지부지 마무리되었다.

“참 신기한 일 아녜요? 어떻게 단 한 번도 발견된 적 없는 단체가 하준이 형하고만 두 번이나 맞닥뜨렸다는 게.”

나 역시 회의장을 벗어나는데 출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신재민이 말을 걸어온다.

명백한 시비지만, 딱히 시간을 소모할 생각은 없다.

“그러게요. 길드장님들은 다들 높으신 의자 위에만 앉아 계셔서 그런가. 소식이 좀 늦으시네요.”

아차차, 없었는데.

이놈의 성질머리.

“뭐? 우하하! 뭐야? 형, 왜 이렇게 예민해요? 내가 형이라고까지 불러 주는데.”

“편하게 불러요. 편하게.”

“아, 이 형 진짜 웃기네?”

어쩐지 악의가 없는 목소리가 더 열 받는다.

“농담이에요, 농담~! 농담도 못 하나. 그냥 나는 신기해서 그런 건데. 사실이긴 하잖아요. 우리 중에 그 요상한 단체를 발견한 건 형뿐이니까. 뭔가 인연이라도 있나 했지.”

“…….”

틀린 말은 아니지.

하지만 의미 부여를 할 만큼은 아니다.

“확대 해석인 것 같네요.”

“흐응.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어쨌든 나도 꽤 흥미가 생기니까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해 줘요. 적극적으로 협조할 테니까요.”

신재민은 이진욱의 말투를 흉내 내며 히죽거린다.

“나도 마찬가집니다.”

바로 자리를 뜨려는데 뒤이어 나오던 한세희가 대화에 끼어든다.

“내 생각에는 각성자 범죄 미결 사건 중 많은 부분에서 그 단체가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각성자 범죄 미결 사건이요?”

“예. ……개인적으로 좀 관심이 있어서 신경을 좀 쓰고 있었거든요. 각성자가 나타난 후 초반에도 꽤 많은 미결 사건이 발생했답니다.”

“그렇군요. 잘 몰랐어요.”

“뭔가 확정할 수는 없지만, 비슷한 패턴의 사건이라 생각되는 게 몇 가지 있었거든요. 끈적한 기름, 거기다가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불꽃으로 피해자들을 희생시켰죠. 명백히 연쇄 범죄였습니다. 거기에 금수가 놓인 꽃은 없었지만 말입니다.”

한세희가 그런 쪽으로 관심이 있다니, 의외였다. 어쩌면 그가 회귀 전 빠르게 사라진 이유는 이것과 연관이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각성자 범죄에 관심이 있었다면 나처럼 그 의문의 단체와 접촉이 일어났겠지. 회귀 전에는 괴단체에 관한 정보가 대두된 적이 없으니, 만약 한세희 혼자 괴단체를 추적하다가 아무도 모르게 처리당했을 수도 있다.

‘S급에 한국에서는 거의 최강자로 꼽히는 한세희를 어떻게 할 수 있었다면…… 괴단체 역시 엄청나게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거다.’

앞으로 만반의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경찰에서는 연쇄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너무 소량인 데다가 던전 내부에서 쉽게 발견되는 성분이라고.”

“아, 던전 내부에서요?”

“은하준 씨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대형 길드에서는 던전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거든요.”

“아…….”

“그래도 다행입니다.”

“네?”

“은하준 씨 덕분에 그 괴단체를 발견할 수 있었잖습니까? 나는 찾으려고 해도 실패했는데 말입니다.”

“아, 뭐. 제가 뛰어나서 그런 건 아니니까요. 어쨌든 뭐라도 정보가 생기면 공유해서 제대로 추적이 되면 좋겠네요.”

“이걸로 S급들이 좀 친해질지 누가 알아?”

신재민이 키득거리더니 먼저 자리를 뜬다.

한세희 역시 가만히 나를 바라보다가 가볍게 묵례한 후 회의장을 완전히 벗어났다.

“난 저자들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느니라.”

“예?! 아, 깜짝이야.”

한결이 얼굴로 근엄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금룡이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

“저자들보다 결이 녀석이 훨씬 강해질 수 있느니라. 좋은 싹을 가지고 있는 놈인데 나아갈 방법을 잘 모르고 고집이 워낙 세서 문제지.”

금룡은 나를 흘긋 내려다본다.

눈빛의 의미는 뭘까?

괜히 마음이 시큰하다.

훨씬 강해질 수 있었는데, 나 때문에 결이는 강해지지 못했던 걸까? 언제 어디서나 평균치를 겨우 따라잡는 나 때문에.

“그나마 네가 있어 다행이다.”

“네?”

“아무리 빼어난 원석이 있어도 그 돌을 깎아 보석으로 만드는 건 결국 금강석이다. 금강석이 없는 원석은 빛을 발할 수 없지.”

그건 내가 금강석이란 말인가?

다이아몬드라고?

그건 좀…….

“과찬이신데요.”

“과찬이 아니다. 나는 네 혼의 단단함을 볼 수 있지. 결이 그놈의 것도 볼 수 있고. 쉽게 혼의 기생충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금룡이 씩 웃어 보인다.

“네 영혼은 무척 단단하다. 이 몸의 눈으로 보아도 알 수 있지. 너처럼 단단한 영혼이 곁에 있다면, 이 녀석을 제대로 된 보석으로 깎아낼 수 있을 거다. 결이 이놈은 운수가 굉장히 좋은 녀석이야.”

결이 얼굴로 그런 말을 하다니.

낯이 뜨거워진다.

“아쉽도다. 이 몸에도 너와 같은 혼이 곁에 있었다면 못다 이룬 성취가 없을 텐데.”

한결이의 날카로운 눈매가 한층 더 예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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