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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05화 (105/250)
  • 제105화

    제105편

    [여기는 울프, 여기는 울프. 용의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자폭 가능성도 있음. 주의 바람. 오버.]

    [여기는 버블, 이곳의 테러범들도 자폭했다. 오버.]

    ‘이런, 젠장. 어떻게 된 게 문제가 안 일어나는 적이 없냐.’

    기껏 회귀자인데 하는 일마다 100% 맞아떨어져 주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소설 속 주인공이라면 분명 독자들에게 욕먹겠지.

    소란스러운 인파의 위를 지나치며 복잡한 마음이 드는 것도 잠시, 맞은편 빌딩의 통유리에 결이가 구멍을 내준다.

    이번에도 바깥으로 유리가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며 안쪽으로 뛰어들었다.

    “멈춰!”

    “……!!”

    나와 결이의 등장에 테러범들이 당황한다. 하지만 이내 그들의 표정은 단단해진다.

    “너희가 이곳에 왔다고 뭔가 달라질 거라 생각하나?”

    테러범의 손이 리모컨처럼 보이는 기계에 닿아 있다.

    “죽지 마!!”

    업적으로 얻은 힘이 발동되기를 원하며 급하게 외쳤다. 테러범이 움찔한다.

    “이런 일에 목숨을 버리지 마! 이유가 뭐가 됐든 이건 잘못된 일이야!”

    “이런 일이라니. 네가 뭘 안다는 말이야.”

    “감히 우리 일을 모욕하다니.”

    이번에도 힘이 통한 걸까? 테러범들은 곧바로 자폭하지 않고 내 대화에 이끌려 온다.

    “너희들 동료에게도 우리 팀이 붙었어. 궁지에 몰리니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하더군. 이게 그렇게 할 만큼 가치가 있는 일인가? 무고한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리는 게?”

    “대의를 위해서는 목숨이 숭고하게 희생되어야 할 때가 있는 법.”

    결이는 내 곁에 서서 테러범들을 자극하지 않고 내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 녀석들을 조금만 더 설득해서 저 장치를 뺏고 체포해 정체를 알아내야 할 터.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네 윗선의 누군가가 그렇게 세뇌한 것은 아니고? 잘 생각해 봐. 저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그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행동을 하고 있지 않아. 그저 다른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모인 것뿐이라고. 누군가 시킨 생각 말고 너희 생각을 이야기해!”

    “크윽.”

    “우리는 옳은 일을 한다. 그뿐이다.”

    “쉿. 그만.”

    “…….”

    정적이 맴도는 동시에 결이가 앞으로 뛰어나간다. 내가 신호를 주기도 전이다.

    ‘빠르다.’

    감탄한 것은 찰나.

    꾸욱. 테러범의 손가락이 리모컨의 버튼을 누른다. 동시에 결이의 검이 리모컨을 두 동강 냈다.

    서걱.

    테러범의 손에서 벗어난 리모컨이 바닥에 떨어지기 전, 결이가 테러범 하나의 팔을 꺾어 바닥에 처박는다.

    ‘빨라. 훨씬 빨라졌어. 눈으로 좇는 게 힘들다.’

    얼마 전 민첩에 소울 포인트를 몰빵한 걸 생각하면 한결이는 상상 이상으로 빨라진 거다.

    넋 놓고 구경할 순 없기에 억압의 손길을 사용한다.

    차르르륵!

    사슬이 나머지 테러범을 속박한다.

    “크으윽!”

    “놔!!”

    됐다. 이 두 테러범의 자폭을 막고 사로잡기까지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우우우웅, 하는 미묘한 소리가 사람들의 소란을 뚫고 귓가에 울린다.

    “뭐지?”

    등 위의 통유리 창으로 시선을 돌린다.

    “드론?”

    수십 대의 비행 물체가 원래 나와 한결이가 있던 건물을 빙 둘러싸고 있다. 그리고 그 순간.

    쉬이이익!! 퍼어어엉!!

    드론이 건물을 향해 돌진해 처박히며 엄청난 폭발이 일어난다.

    “크윽!”

    “하주…….”

    맞은편 건물에 있는 나와 결이가 넘어질 뻔할 정도로 강력한 폭발이다.

    구우우웅…….

    으적, 으저저저적.

    “안 돼! 건물이 쓰러진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래서 내가 이 건물 이름을 정확히 기억했던 건가 싶다.

    “젠장, 젠장! 막아야 해!”

    결이는 미리 준비한 각성자용 수갑을 테러범에게 채운 뒤 곧장 밖으로 튀어 나간다.

    “망량아, 여기 좀 지켜!”

    “아앗……!! 네, 주인님!!”

    약간 겁을 먹은 것 같은 망량이를 두고 나 역시 결이와 똑같이 움직인다. 잠깐 지켜보고 있기만 하면 되니까. 각성자용 수갑에는 일시적으로 각성자의 힘을 막는 마법이 걸려 있다. 그러니 망량이 혼자서도 지킬 수 있을 터.

    “헉.”

    창문을 넘어서자 눈앞에 보이는 건, 건물이 쏟아지던 아래에 펼쳐진 웅장한 전격의 보호막.

    ‘뭐지? 이건…….’

    파츳, 파츠츠츳!!

    엄청나게 강력한 전기가 무너지는 건물을 막아내고 있었다.

    ‘이게 가능하다고?’

    파지지지직!!

    전기 장막 아래로 시전자인 결이가 보인다. 머리가 번쩍 서 있고 주변에서 튀는 스파크 때문인지 결이 스스로 발광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준아! 대피시켜!!”

    결이의 목소리에 잠시 멍해졌던 정신을 차린다.

    “으아아악!”

    “도와줘요!”

    “살려 줘!”

    아래는 조금 전보다 훨씬 아수라장이다.

    “하앗.”

    정신을 가다듬고 억압의 손길을 시전한다.

    얇고 부드럽게.

    나도 레벨이 꽤 오른지라 두께와 힘을 조절하니 수십 개의 사슬이 만들어진다.

    휙, 휘익. 휘리릭!!

    사슬이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낚아채 그나마 안전한 곳으로, 대피로로 옮긴다.

    “어?!”

    “으아아, 이건 뭐야?”

    “안심하세요. 구해 드릴게요!!”

    시민들을 안심시키면서 나는 속도를 높인다.

    한 사람, 두 사람. 직접 둘러업고 건물 잔해가 쏟아지지 않을 곳으로 옮긴다.

    쉬이이익!

    우왕좌왕하고 있는 인파 사이로 하케임이 태규와 함께 날아들었다.

    “대피시켜!”

    “응!”

    “네!”

    저 멀리 대호 형과 진보라가 달려오는 것도 보인다. 그리고 괴물 특수부대원들.

    파츠츠츠츠츳!!

    한결이가 공중을 맡는 사이 일사불란하게 사람들을 대피시킨다.

    그때 머리 위로 건물 잔해가 아닌 다른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쉬이이익!!

    커다랗고 검은 손이다.

    아니, 손의 모양이긴 한데 그 크기가 버스만 하다.

    휘우우우웅. 검은 손이 한결이가 막고 있는 건물 잔해를 움켜쥔다.

    쉬익. 스으윽. 슥. 또 다른 손들이 바닥에서 하나둘씩 돋아나고 있었다.

    “이건…….”

    “초기 대응을 잘해 줘서 다행입니다. 우리가 맡았던 곳에서도 테러범들이 있었습니다만, 모두 폭사했습니다.”

    뒤에서 들리는 잔잔한 목소리의 주인은 성현준 대위다.

    그의 거대한 그림자 손이 한결이가 떠받들고 있는 무거운 건물의 잔해를 조금씩 치우기 시작했다. 거기에 비행 스킬이 있는 괴물 특수부대원들이 합세했다.

    파츠츠츳……. 파츠츠츠츳…….

    거대하게 펼쳐졌던 전기 장막의 빛이 조금씩 흐려지고 있다.

    “나이스 타이밍이네요.”

    “정말로 테러가 일어나다니. 고작 이런 시위에.”

    고작이라니. 성 대위의 말이 거슬리지만, 다투고 있을 여유가 없다.

    구그그그그…….

    사람들이 모두 대피한 텅 빈 도로 위로 번개 장막과 함께 건물의 잔해가 천천히 추락한다.

    “헉, 허어억…….”

    “결아, 괜찮아?!”

    “헉……. 괜찮…….”

    결이는 내 뒤에 있는 성 대위를 보곤 인상을 찡그렸다.

    “너무 늦는 거 아녜요?”

    “글쎄요. ‘나이스 타이밍’이었던 것 같습니다만.”

    결이 표정이 더욱 찡그러진다.

    “그나저나, 전과는 말도 안 되게 강해졌군요. 한결 씨. 역시 S급입니다. 정말이지 군에서 놓치기 싫은 인재입니다.”

    “…….”

    갑작스러운 칭찬에 결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바라볼 뿐이다.

    “……그럼 저는 이만.”

    성 대위는 담백하게 경례하고 부대를 인솔하기 위해 멀어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먼지다.

    게다가 도착한 구급대와 앰뷸런스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다. 여기저기 사람을 찾는 소리도 들린다.

    순식간에 초토화되어 버린 집회 장소. 참담하다.

    사상자가 얼마나 될까.

    심장이 서늘하게 쿵쿵댄다.

    “뭐야, 저 자식……. 콜록, 콜록.”

    “헉! 결아. 피……!”

    “아, 괜찮아. 좀 힘을 무리하게 써서.”

    결이는 입가에 번진 피를 아무렇게나 닦아 버린다.

    “피를 토할 정도로 쓰면 안 되지.”

    물론 상황이 그럴 만하긴 했지만. 알면서도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그 정도는 아니고.”

    와일드하게 입가를 슥슥 닦아 버리고 결이는 몸을 쭉 일으킨다.

    “……그나저나, 너 진짜 강해졌더라.”

    “응?”

    “왜 맨날 같이 있는데 몰랐지? 속도도 전격의 출력도 장난이 아니었어. 엄청 놀랐다고.”

    “그야……. 매일 훈련하고 있다고 했잖아. 금룡 녀석이 시켜서.”

    “아무리 그래도 정말 대단해.”

    번개로 장막을 만드는 실드.

    회귀 전에는 한결이가 레벨 50이 됐을 때쯤 얻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다.

    “솔직히 금룡 녀석……. 맨날 너 괴롭히기만 하는 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다행이야. 정말로 효과가 있었구나.”

    한결이가 쑥스럽다는 듯이 픽 웃는다.

    솔직히 말해서 금룡의 힘줄 아이템이 이 정도까지 도움을 줄 줄 몰랐다. 물론 정신력 방벽에 숨겨진 기능까지 있다는 건 알았지만, 능력을 끌어내 주는 스승 기능까지 있다니.

    이걸 얼마 주고 샀더라.

    어쨌든 가성비 하나는 끝내주게 마련한 셈이다.

    이 사실을 안사홍이 전부 알게 된다면 땅을 치고 후회할지도 모른다.

    생각이 거기까지 닿는데 갑자기 결이 표정이 굳어진다.

    “왜 그래?”

    “쿨럭, 쿨럭, 큿…….”

    “겨, 결아?!”

    결이의 기침이 심해진다. 심지어 허리를 90도로 숙여 가며 바닥에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역시 아직은 무리였던 거야!’

    류창희가 어디 있더라. 인화 선배와 한 팀으로 있었을 텐데. 처음부터 시위 인원 뒤편에서 대기 중이었다. 하지만 분명 다친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을 거다.

    “결아!”

    “쿨럭…… 퉷!!”

    미친 듯이 기침하던 결이가 아무렇지 않게 휙 몸을 일으킨다.

    입 주변과 턱에 피가 가득 묻어 한눈에 봐도 심각해 보인다.

    “결…….”

    “그 녀석은 쉬러 갔느니라.”

    “응?”

    분명 한결이의 얼굴에 한결이의 목소리인데 분위기가 급변해 있다.

    게다가 저 사극 톤은 뭐람?

    “결아?”

    “녀석은 쉬러 갔대도. 가만 보아하니 네 녀석도 결이 그 녀석처럼 좀 멍청한 모양이구나.”

    “네? ……설마. 금……룡?”

    “하하, 이제야 알겠느냐. 눈치가 빨라야 조금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 터인데. 걱정이로구나.”

    결이…… 아니, 금룡이라고 주장하는 결이가 손을 내민다.

    “어?”

    “손수건을 좀 다오. 참으로 고상함을 모르는 녀석이다. 내가 이 거친 거적으로 입가를 닦을 순 없지. 그건 상놈들이나 하는 짓.”

    “손수건…… 없는데요.”

    나도 모르게 존댓말이 나온다.

    “뭣? ……이런, 무식한 놈들.”

    결…… 금룡이 나를 무슨 천것 보듯이 내려다본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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