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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04화 (104/250)
  • 제104화

    제104편

    “반드시 잡아야 해.”

    차대호가 진보라에게 속삭였다.

    뚜벅, 뚜벅. 어느덧 계단에는 테러범들의 발소리만 울렸고 차대호와 진보라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끼이이이.

    드디어 테러범들이 옥상에 도착한다.

    차대호는 가슴팍에 달린 카메라가 작동하는지 다시 확인한 후 진보라에게 대기 명령을 내렸다.

    ‘조금만. 조금만 더.’

    옥상 난간에 매달려 테러범들이 타이밍을 노리고 있다. 그리고 곧…….

    콰과과광!!

    엄청난 굉음이 건너편 쪽에서 들려왔다.

    “뭐, 뭐야!”

    “B팀 쪽인 거 같은데? 헉. 저게 뭐야?!”

    “형님, 이거 일이 꼬인 것 같은데요.”

    “탈출하자!”

    테러범들이 당황하며 몸을 틀어 비상계단 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칫.”

    지금 와서 물러날 수도 없었다. 이미 카메라에 그들의 음성이 녹음되었고 조금 전의 수상한 행동들도 찍혔으니 증거가 부족하더라도 체포를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

    차대호는 테러범들이 비상계단 문 너머로 진입하는 순간 튀어 나갔다.

    퍼어어억!!

    “크르르릉!!”

    순식간에 야수화한 차대호가 두 테러범을 날려 버린다.

    촤아아악!!

    옥상 바닥을 뒹굴며 나가떨어진 테러범들은 재빨리 몸을 추슬러 일어났다.

    “이, X발! 뭐야!”

    “혀, 형님!!”

    화르르륵!

    테러범 중 하나의 전신이 불타올랐다. 원소 계열이면서 신체가 변하는 타입의 각성자인 것.

    불타는 테러범이 잠깐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가 곧장 야수화한 차대호를 향해 돌진했다.

    “홀드!”

    진보라가 시전한 속박 마법 스킬이 테러범을 막아서나 싶은 순간 드드드득, 하고 테러범의 주변으로 투명한 유리가 깨지는 것 같은 이펙트가 생긴다.

    “매직 그라인딩.”

    “헉! 마법 스킬 사용 각성자!”

    다른 테러범 하나가 마법 스킬을 이용해 진보라의 마법 스킬을 무효화시킨 것.

    특히나 마법 계열 스킬은 더 높은 랭크와 레벨을 가지고 있는 상대에 의해 파훼되기 쉬웠다. 그렇다는 건 마법 계열 스킬을 사용하는 테러범에게 진보라의 공격은 거의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뭐냐아아! 네놈들!”

    “그건 이쪽에서 할 말이지!”

    불타는 주먹이 날아들고 이를 피하는 대신 정면으로 맞서려는 차대호의 머리가 완전히 늑대의 것으로 변한다. 그리고 타오르는 주먹을 그대로 물어 버렸다.

    “크아아악!”

    “크르르르……!!”

    차대호는 강하게 문 주먹을 놔주지 않고 좌우로 격렬하게 흔들었다. 마치 야수가 사냥감의 숨통을 끊어 놓으려는 움직임.

    우드드득!

    “으아아악!”

    “퉷!”

    “내, 내 팔! 크흐아악!”

    차대호가 놓아주자 테러범이 여전히 타오르는 채로 옥상 바닥을 마구 굴렀다.

    “너희들, 무고한 시민들을 해치려 했겠다.”

    크르르르르……. 차대호의 그르렁거림에 살기가 띠고, 피부를 울릴 정도로 깊어지자 테러범들의 표정에 절망감이 서리기 시작했다.

    으적, 으지직.

    야수화는 멈추지 않았다. 분노가 강해지는 만큼 차대호의 몸이 점점 더 커지고 짐승의 털이 전신을 뒤덮을 정도로 돋아났다.

    “젠장, 뭐야. 이 괴물 놈!”

    휘이익!

    피하려는 불타는 테러범의 다리를 향해 차대호의 앞발이 강력한 펀치를 날린다.

    퍼억! 으드득!

    “으아아아악!!”

    스치는 것만으로도 단번에 다리뼈가 부서져 버린 테러범은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형님!! 이런 제기랄.”

    남은 테러범은 덜덜 떨면서 눈알을 굴렸다. 그는 빠른 판단력으로 자신이 차대호를 이길 수 없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플라이!”

    그리고 곧장 비행 마법 스킬을 시전하며 그대로 공중으로 탈출을 감행한다. 하지만 그가 야수화된 차대호에게 정신이 팔려 잊은 것이 있었다.

    덥석.

    “어딜 도망가.”

    테러범의 허리를 끌어안아 붙잡은 건 진보라였다.

    “마법 계열 스킬을 쓰는 각성자들은 대부분 물몸이거든.”

    꽈아악.

    진보라가 있는 힘껏 힘을 주어 매달린다. 그리고 그녀의 말을 증명하듯 테러범은 고통스러워했다.

    “이 미친X이!!”

    퍼억!

    테러범의 팔꿈치가 매달린 진보라의 얼굴을 내리친다.

    “큭!!”

    하지만 진보라는 떨어지지 않고 그를 꽉 붙들어 맸다. 그러는 사이에 지척까지 다가온 거대한 그림자를 보고 테러범의 얼굴이 공포로 일그러진다.

    쩌어억.

    날카로운 이빨이 가득한 차대호의 아가리가 테러범을 삼키려는 순간.

    픽.

    테러범이 다리의 힘이 풀리면서 진보라와 함께 바닥으로 쓰러졌다.

    “윽!!”

    진보라는 신음을 냈지만, 테러범은 조용했다.

    “크르르!!”

    “자, 잠깐만요. 길드장님!”

    진보라의 다급한 외침에 차대호가 멈추고 즉시 야수화가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다급하게 테러범의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

    “주, 죽었어요.”

    반쯤 인간으로 돌아온 차대호가 쓰러진 테러범의 맥을 짚어 보니 정말로 숨이 멎어 있었다. 급하게 뒤를 돌아보자 팔과 다리뼈가 부러진 채로 쓰러져 있던 테러범 역시 새카맣게 타 버린 뒤였다.

    “이게 무슨…….”

    잠깐 멍해졌던 차대호가 황급히 무전을 친다.

    “여기는 울프, 여기는 울프. 용의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자폭 가능성도 있음. 주의 바람. 오버.”

    * * *

    계단으로 들어서자마자 염태규는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감지 마법 스킬이 걸려 있어요.”

    “그걸 어떻게 알았지?”

    “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민감도가 높다고…….”

    하지만 더는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방금 감지 마법이 발동된 것 같아요. 우리가 문에 들어서는 순간 이미 마나가 빠르게 움직였거든요.”

    “놈들이 알아차렸단 말인가?”

    “네!”

    하케임은 곧장 염태규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어?”

    그러고는 그대로 계단에 나 있는 창문을 박살 내고 밖으로 튀어 나갔다.

    와장창!

    “으아……!”

    하케임에게 매달린 염태규가 비명을 마저 지를 새도 없이 그는 옥상으로 날아올랐다.

    옥상에는 당황한 얼굴의 테러범이 둘 있었다.

    “잡았다! 나쁜 놈들!”

    그들의 얼굴에는 곧장 공포가 서렸다. 그리고 하케임이 염태규를 내려놓으며 검을 뽑는 찰나에 테러범들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퍼버버버벙!!

    콰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

    “윽……!”

    “크윽!!”

    하케임이 바로 다시 염태규를 낚아채 폭발 반경 범위 밖으로 몸을 피했다. 폭발은 하케임이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컸다.

    “켈록, 켈록!”

    “염태규. 괜찮은가.”

    “쿨럭…… 괘, 괜찮……. 쿨럭.”

    검게 피어오른 연기와 불길 때문에 테러범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옥상이 완전히 날아가 버렸지만, 다행히 한 번에 건물이 무너지진 않을 것 같았다.

    “……자폭한 건가?”

    아무리 각성자라도 살아남기 어려운 불길.

    “끔찍하네요.”

    “사람들을 대피시켜야 해.”

    미리 고층에는 사람들의 출입을 막아 놓은 상태였지만, 아래층에는 아직 근무하는 직원들이 있었다.

    하케임은 염태규를 안은 채, 불길이 미치지 않은 층의 유리를 부수고 내부로 들어갔다.

    불길은 건물 외벽을 타고 빠르게 번지고 있었다.

    “그냥 일반 폭탄이 아닌 것 같다. 이건 기름인가?”

    불길이 번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끈적한 액체가 벽을 따라 흐르고 있기 때문이었는데 그냥 봐서는 무엇인지 좀처럼 알 수 없었다.

    기름이 풍기는 싸한 냄새도 없었다. 오히려 달콤한 향이랄까.

    “염태규, 나는 다시 옥상을 돌아보겠다. 놈들이 살아 있다면 두 번째 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 너는 건물에 남아 있는 사람이 없게끔 대피시켜!”

    하케임이 창문으로 빠져나가고 염태규는 빠르게 아래층으로 내려가면서 수색을 시작했다.

    “도, 도와주세요! 윽……. 누가 좀!!”

    적막한 사무실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재빠르게 비명의 근원지로 가니, 무너진 책장에 깔린 남자가 보였다.

    염태규는 각성자의 힘으로 단번에 책장을 들어 올려 남자를 끄집어냈다.

    “으흑,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각성자님. 윽!! 바, 발목이…….”

    “걱정하지 마세요. 탈출합시다.”

    염태규는 남자를 번쩍 들어서 둘러업고 폭발의 충격으로 깨진 통유리창으로 몸을 던졌다.

    3층 정도의 높이였기에 각성자인 염태규가 맨몸으로 뛰어내리기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저 멀리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각성자님! 제 목숨을 구해 주셨어요.”

    남자가 울먹이며 다시 건물로 들어가려는 염태규를 붙잡았다.

    “고맙습니다…….”

    “……네.”

    무너진 책장에 깔린 탓에 엉망이 된 얼굴로 남자는 눈물을 흘렸다.

    염태규는 순간 멍하니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의 앞에서 울던 사람들은 대부분 오늘과는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그만하라고. 제발 그만두라고. 괴롭히지 말라고. 때리지 말라고.

    대부분 그런 이유에서였다.

    “으흠, 흠. 괜찮아요. 구급대원들이 올 겁니다.”

    염태규는 남자의 어깨를 토닥이고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치이익. 가슴팍에 달려 있던 무전기가 울린다.

    [여기는 울프, 여기는 울프. 용의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자폭 가능성도 있음. 주의 바람. 오버.]

    한편 옥상으로 올라간 하케임 역시 차대호의 무전을 들으며 서늘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자폭,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 말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무엇인가 떠오를 것 같기도 하면서 떠오르지 않았다. 간지러운 곳을 긁지 못하는 것처럼 답답한 마음이 되었다.

    “하앗!!”

    하케임은 불길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순간 검기에 의해 타오르던 불이 갈라지고, 그 사이로 두 구의 바싹 타 버린 시체를 발견한다. 그리고 곧 바람에 의해 불꽃이 더욱더 맹렬하게 타올랐다.

    하케임은 무거운 심정으로 무전기의 버튼을 눌렀다.

    삐릭.

    “여기는 버블, 이곳의 테러범들도 자폭했다. 오버.”

    * * *

    “하준아.”

    결이의 부름에 뒤를 돌아보는 와중, 창문을 통해 반짝이는 빛이 눈을 따갑게 만들어 감았다 뜬다. 다행히 n번째 시야 중 에스퍼 시야를 사용하고 있었기에 곧장 시야가 회복된다.

    회복된 시야로 건너편 건물에 각성자의 기운을 가진 인영이 보인다.

    “어라?”

    “왜?”

    “반대편 빌딩에도 각성자 출입 제한하지 않았나?”

    “그랬지.”

    그럴 리가 없는데.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든다.

    그 순간.

    콰과과광!! 건물이 흔들릴 정도로 엄청난 굉음이 들렸다.

    “결아! 이쪽이 아니야!”

    “이런.”

    결이가 곧바로 이해하고는 검을 빼 들었다.

    서걱.

    통유리로 된 창이 갈라지자, 나는 억압의 손길을 사용해 유리가 건물 바깥이 아닌 안쪽으로 떨어지게 했다.

    결이는 이미 점멸기를 사용해 건물을 벗어난 지 오래.

    나 역시 헤르메스 세트를 이용해 건물 바깥으로 튀어 나갔다.

    “꺄아악!”

    “으아악!! 뭐야?!”

    “폭발이다! 폭발이 일어났다!”

    “도망쳐!”

    “여러분 침착하게 피하세요!”

    “악, 밀지 마요!”

    “대피해요!”

    시위 집회에 참석하느라 아래에 있던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대피하기 시작한다.

    벌써 온통 아수라장이다.

    ‘문제는 저놈들이 있는 곳이 중간층.’

    1차 테러가 일어나기까지 저층에서 대기하는 이유는 뭘까. 불길한 생각이 엄습한다.

    치이익.

    무전이 울린다.

    [여기는 울프, 여기는 울프. 용의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자폭 가능성도 있음. 주의 바람. 오버.]

    치이이익.

    [여기는 버블, 이곳의 테러범들도 자폭했다. 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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