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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02화 (102/250)

제102화

제102편

“무슨 일이었습니까? 은하준 씨.”

피곤한 인상의 남자가 서 있다.

심드렁한 얼굴로 내 보고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성현준 대위다.

하케임은 길드가 와서 처리 중이라고 했지만, 현장에 와 있는 건 괴물 특수부대다.

현장은 괴물 특수부대에 의해 순조롭게 정리되고 있었다. 이미 보스 몬스터인 알비노 켄타우로스까지 사냥이 끝난 상태.

“이상한 사람들이 있었어요.”

“이상한 사람?”

“복면을 쓰고 숨어 있더라고요.”

“프리랜서 헌터라거나?”

“그렇다고 하기에는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는데요.”

성현준 대위의 눈이 슬쩍 가늘어진다. 하지만 크게 놀라거나 동요하지는 않는다.

“의심스럽다면?”

“몬스터를 돕고 있었던 것 같더라고요.”

성현준의 표정이 조금 더 건조해진다.

“몬스터를 돕는다니. 헌터가 말입니까?”

“그렇다고밖에 할 수 없는 광경이었어요. 스킬을 이용해서 몬스터가 포털 밖으로 안전하게 나올 수 있도록 돕고 있더라고요.”

“그건 말이 안 됩니다.”

“말이 안 되고 자시고 제가 직접 봤습니다. 게다가 그들에게 접촉하려 했더니 공격당했고요.”

“은하준은 적의 공격으로 의식을 잃었었다!”

하케임이 냉큼 거들었다.

“적의 공격을 받고 멀쩡히 살아 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지 말입니다.”

솔직히 나도 의아하긴 하다. 몬스터가 던전 바깥으로 안전하고 쉽게 나올 수 있도록 했고 그들의 전투까지 돕던 자들이 나를 죽이지 않고 그대로 도주하다니.

나는 ‘목격자’인데 말이다. 하지만 의아해도 어쩌겠는가.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을.

“못 믿는 것도 이해는 가지만요. 전 거짓말 안 합니다.”

“거짓말을 안 합니까?”

어째 말에 뼈가 있다.

물론 내가 류 남매와 길드를 만들…… 만들었다기보다 나는 그냥 스카우트 당한 거니까 거짓말은 아니지. 거짓말이긴 하지만.

그러고 보면 거짓말을 안 한다는 게 거짓말인가?

“물론이죠.”

성 대위가 피식 웃는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완전히 열 받아 보이지는 않는데.

아, 그러고 보니 성현준 대위의 싱크로율이 어땠더라.

스스슷.

영혼 분별사 스킬을 사용하자 그의 정보가 떠오른다.

[성현준]

영혼 등급: A

영혼 상태: 안정

싱크로율: 18%

‘음? 전에는 20%는 넘겼던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10%대라니 해도 해도 너무 낮은 싱크로율이다. 하지만 스킬을 사용한다고 해서 손해 보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지금 당장 영혼 조율 최대 출력을 사용할 필요는 없지. 굳이 지금 소울메이트를 당장 사용할 필요는 없으니까.’

스으으.

낮은 마나를 소모해서 싱크로율을 영구히 올릴 생각이다. 물론 지금 이 잠깐 사이에 얼마나 싱크로율을 높일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혹시나 성 대위가 알아차리는 것은 아닌가 하고 눈치를 살피려는데 눈이 딱 마주친다.

드, 들킨 건가?

“괴한들 인상착의가 어땠습니까.”

“복면을 썼고 온통 검은 옷을 입어서 딱히 구분할 수 있는 건 없지만…….”

다행히 들키지 않은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딱 한 가지 눈길을 끌었던 게 있다.

“복면에 금실로 꽃이 수놓아져 있었어요. 아주 작게. 엄지손톱만 하려나.”

“꽃 말입니까? 혹시 어떤 꽃인지는 아시겠습니까?”

“……꽃은 잘 몰라서.”

“대충 모양을 기억한다면 그려 주십시오.”

성 대위가 펜 기능이 있는 휴대폰을 내민다.

“어, 음……. 약간 이렇게 생기고 꽃잎이 다섯 장?”

“……이게 꽃이 맞습니까?”

“네?”

“몬스터처럼 생겼다. 은하준.”

성 대위와 하케임이 같이 고개를 끄덕인다.

뭐야, 이 은근히 열 받는 분위기는.

“하여튼 이런 꽃이었어요.”

“……네. 도움이 많이 되겠습니다.”

그는 휴대폰을 도로 집어넣고 코끝을 찡그렸다.

“그리고 감사드리겠습니다. 은하준 님과 하태림 님의 초기 대응 덕분에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뭘요. 당연한 일이죠.”

“……아무쪼록, 괴한과 관계된 일이 다시 발생한다면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네. 전에 알려 주신 번호로 연락드릴게요. 그리고 환희가 길드를 만드는 거. 언제까지고 말릴 수는 없었을 겁니다.”

“…….”

성현준 대위는 뭔가 할 말이 남은 사람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하케임까지 어색한 공기를 인지할 때쯤에 그는 재빠르게 경례하고 위치로 돌아갔다.

“뒤처리는 특수부대에 맡기고 우리도 그만 돌아가자. 그리고 쟤네는 길드가 아니고 괴물 특수부대원들이야. 앞으로 헷갈리지 마라. 깜짝 놀랐네.”

“응, 알겠다. 은하준.”

쇼핑센터에서 발길을 돌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영혼 조율 스킬이 해제되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정말 뭐였을까. 그 녀석들.”

“은하준이 안 죽어서 다행이지만, 나도 마음에 걸린다. 그 군인이 했던 말. 왜 기절만 시키고 돌아갔는지 말이야.”

“특수부대에서 뭔가 알아낸다고 하더라도 민간인급인 우리에게 정보를 공유해 주지는 않을 거야. 그렇다면 우리가 개인적으로도 놈들을 추적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지.”

“그것도 좋다, 은하준.”

그렇게 오늘도 하케임의 쇼핑은 실패로 돌아갔다.

* * *

“그러니까 금수가 놓인 복면을 하고 있었다는 말이지?”

“그렇지.”

환희가 자신의 태블릿에 뭔가를 투닥인다.

“전혀 정보가 없는걸.”

“그래? 흐음……. 곤란하네.”

“신생 집단이라거나?”

“쇼핑센터처럼 사람이 많은 곳에서 심지어는 급성 포털이 생기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그런 짓을 한 놈들이 신생 집단일까?”

“그렇다고 그들이 급성 포털을 만들어낸다거나 그런 건 아닐 거 아냐? 분명히 인간이었잖아?”

“글쎄…….”

인간이라고 생각했지만, 인간이 아닐 수도 있다.

인간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외형도 비슷한 몬스터일 수도 있다는 의심을 버리기는 힘들다.

“애초에 인간이 몬스터를 돕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긴 하지. 포털과 관련된 몬스터들은 대부분 인간을 공격하니까.”

“하지만 꼭 적대적이지는 않잖아.”

“그 문샤인 엘프들처럼 말이지? 하지만 그건 특별한 경우라고 볼 수 있겠지.”

환희는 펜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어쨌거나 우리가 괴한들의 정체를 파악하는 데는 무리가 있었다.

“그런데 결이 오빠는 또 왜 저렇게 저기압이야?”

“……글쎄.”

“나는 안다. 은하준이 위험할 때 지키지 못해서 그렇다.”

“저 오빠는 진짜 질리지도 않나. 아니, 누가 친구랑 24시간 껌딱지처럼 붙어 있으려고 그래? 내 생각엔 유년기에 불안정 애착……. 아차.”

환희가 진저리를 치다가 깜짝 놀라 입을 틀어막는다.

“유년기 이야기는 선 넘었지. 환희야.”

“어……. 저기, 미안. 내가 입이 싸가지가 없어.”

“알긴 아는구나.”

“불안정 애착이 뭐야?”

“하케임, 그냥 가만히 있어라.”

“알겠다, 은하준.”

하여튼 하케임이 분위기 메이커다.

‘자, 그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게 뭘까.’

슬쩍 달력을 본다.

회귀하고 각성자가 된 지도 반년이 지났다.

‘그럼 이제 슬슬…….’

휴대폰을 열어 너튜브에 접속한다.

“역시.”

“뭐가?”

“생체칩 논란.”

“아아.”

환희는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하기야 요즘 세상에 그게 말이나 되는 거냐고. 게다가 이젠 각성자가 소수도 아니잖아.”

“맞아. 그렇지.”

각성자를 식별하는 생체칩을 몸에 이식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물밑에서부터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평소에는 위치 추적이 되지 않고 위급 시에만 작동된다지만 그것을 어떻게 믿느냐는 거다.

갑자기 각성자의 수가 늘어난 탓에 각성자 범죄율도 치솟고 있지만, 각성자의 수가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서게 되는 지금 이런 비인도적인 제도가 문제 될 수밖에 없다.

안전에 대한 방비도 있어야겠지만, 자유에 관한 침해가 일어나서도 안 되는 것이다.

어쨌거나 나로서는 생체칩이 사라지는 게 훨씬 이득이다.

‘솔직히 지금까지 돌아다닌 미발견 던전도 눈에 띄지 않게 서울 가까이에 있는 장소로만 다녔고.’

특히 초반에는 괴물 특수부대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강해서 마음껏 활동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생체칩 반대 및 각성자 인권 보호법 입법에 관련한 집회에서 일어나는 참사 때문이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는 사건 사고가 일어나기 쉽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어딜 가든 꼭 이상한 놈들이 있다고 해야 하나.

그저 사람들이 뭔가를 하는 것에 훼방을 놓고 싶어 하는 미친놈들이 있었다.

‘내 기억으로는 이때쯤 열리는 게 맞는 것 같은데.’

너튜버가 올린 집회 광고 영상을 틀어본다.

이 집회에서 테러 집단의 공격이 있었고, 그 때문에 한참이나 생체칩 반대 운동이 주춤하게 된다.

녀석들은 불법으로 생체칩을 제거해 제대로 검거조차 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불안에 시달렸고 생체칩 찬성 여론이 거세졌었다.

‘그 사건만 없었어도 생체칩 제거가 훨씬 앞당겨졌을 거야.’

게다가 그날의 테러 때문에 많은 사상자가 생기고 재산 피해도 발생한다. 그러니 손 놓고 있을 수 없다.

“할 일이 생겼네.”

* * *

“협박 편지가 맞죠?”

부위원장의 말에 각성자 생체칩 반대 위원회 위원장 김신비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가 내려다보고 있는 종이에는 집회를 취소하지 않을 시 테러를 가하겠다는 위협적인 내용이 쓰여 있었다.

“좀 이상하지 않아?”

“뭐가요?”

“테러를 하는데…… 이렇게 내용을 자세하게 쓸 필요가 있나?”

“네?”

편지의 내용은 험악했다. 집회가 일어나는 곳에서 몇 시 방향에 폭탄을 설치할 것이며, 이 테러를 위해 현장에 몇 명의 각성자가 대기를 할 것인지.

또 시각은 대충 어떠하며 어떤 식으로 대피로를 막아 인명 피해를 일으킬지에 관해서도 쓰여 있었다.

“그럼 역시 장난일까요?”

“글쎄, 그렇다고 해도 대비를 하는 건 나쁘지 않겠지.”

“비용이 더 들지 않겠습니까.”

“어디 실력은 좋은데 고용비는 싼 길드나 용병들 없나?”

“…….”

부위원장 옆에 서 있던 비서가 눈빛을 받고는 화들짝 놀라서 자세를 고친다.

“아, 너튜브에 보니까 꽤 유명한 신생 길드가 있더라고요.”

“박 비서. 업무 시간에 너튜브 그만 좀 보라고 했을 텐데.”

“아, 아뇨. 그게…… 오스킬 채널은 각성자들한테 진짜 도움이 많이 되거든요. 위원장님.”

“그러니까…… 그건 박 비서가 맨날천날 말해서 알겠어. 하지만 매번 인터넷 방송에서만 입을 터는 그런 놈들 말을 어떻게 믿냐는 거야.”

“하지만…… 오스킬이 신선 길드는 진짜 독특하다고…….”

“응? 신선 길드라고? 나도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은데.”

“그렇죠, 부위원장님?! 그 사람들, 랭크도 높다고요!”

“부위원장도 아는 길드인가?”

흥분한 박 비서에 비해 부위원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신생 길드라 길드원이 적지만……. 뭐, 길드장을 비롯해서 S급 헌터가 3명이나 있다고 하더군요.”

“S급이 3명? 그런데 왜 나는 모르지?”

“아마…… 실속이 별로 없다고 기사가 나서 그럴 겁니다. 아무리 S급이라도 레벨이 낮으니까요. 게다가 신설된 지 2개월 남짓이니 믿을 만한 전적도 없고요.”

“흐음, 그렇군. 그러니까 싸다 이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위원장은 생각에 잠겼다. 이 짓도 어차피 국회의원으로 출마하기 위해 이용하는 징검다리에 불과하다.

협박 편지 내용도 썩 믿음직스럽지 않은데 경찰과 특수 괴물부대에 의뢰하고 이 정도 길드 하나 준비하면 충분할 것 같았다.

“좋아. 그럼 진행시켜.”

“네? 신선 길드로요?”

“문제 있나?”

“아,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저, 섭외는 제가 직접 해도 될까요?”

“그런 건 박 비서가 알아서 해.”

“옙!!”

부위원장이 눈치를 주자 박 비서가 미소를 지으며 후다닥 밖으로 뛰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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