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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94화 (94/250)
  • 제94화

    제94편

    “현재 서해 바다 해상에 발생한 급성 포털입니다. 발견이 늦었고 포털에서 몬스터가 방출되기 시작했습니다. 포털 내부의 던전 레벨은 S급으로 추정됩니다.”

    군인의 말에 배 안의 분위기가 술렁였다.

    “하여 여러분을 긴급 소집하였습니다. 군이 지시하는 대로 전열에 위치하여 주시고 사태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해 힘을 보태 주시기를 바랍니다.”

    S급 던전이라니. 회귀 후 S급 던전을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서해, 서해라…….

    그래. 이런 사건이 있었었다. 근래에 하케임 일 때문에 정신이 팔려서 완전히 잊고 있었던 것 같다.

    ‘내 기억으로는 사상자가 몇 있지만 그래도 잘 해결됐었던 거 같은데.’

    휘우우웅.

    바람이 거세지고 바다와 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자, 여기서 큰 배로 갈아탈 겁니다. 갈아타는 대로 근원지에 접근, 곧장 전투가 시작됩니다. 팀은 길드별 자체적으로 관리 부탁드립니다.”

    군인이 큰 배라고 말했던 것의 정체가 보이기 시작한다.

    ‘저건 그냥 큰 배가 아니라…… 항공모함이잖아.’

    한국 최초의 항공모함 이순신 호다.

    저놈까지 동원될 정도라니. 하긴 S급 던전 아닌가. 거기서 튀어나오는 잡몹만 해도 어마어마하게 강한 놈들일 거다. S급, S급이라니. 침이 꼴깍 넘어간다.

    “우리는 아직 S급 던전을 상대할 실력이 되질 않아요. 모두들 몸을 사리도록 하고……. 이미 우리보다 실력과 경력이 많이 쌓인 선배들이 있으니까 모두 서포트한다는 느낌으로 전투에 임해 주세요. 특히나 해상 전투입니다. 공중 이동기가 없는 분들은 조금 아쉽더라도 최대한 항공모함을 벗어나지 않도록 해 주세요.”

    팀원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 목표는 오늘 살아남는 것. 크게 다치지 않는 것이다.

    인벤토리를 열어 영혼석을 확인한다.

    혹시 한 번에 결단을 내릴 때가 필요할까 싶어서 쓰지 않고 계속 차곡차곡 모아 뒀었다.

    ‘꽤 많이 모였어.’

    아슬아슬하게 랭크가 높은 던전 위주로 클리어하고 다녔더니 모인 영혼석이 꽤 된다.

    ‘100포인트. 한 방에 몰빵하면 저번처럼 뭔가 업적이 생기려나?’

    이번 임무에서 중요한 건 내가 높은 대미지를 내는 게 아니다.

    어느 정도 딜을 내면서도 오래 버텨서 지속적으로 공격하는 것. 그리고 죽지 않는 것.

    ‘민첩이다.’

    처음 영혼석을 쓸 때처럼 민첩에 몰빵할 생각이다. 그렇다면 나는 한결이보다도 더 빨라진다.

    ‘결이보다 더 빨라진다고…….’

    솔직히 심장이 쿵쾅거린다. 수치적으로 결이보다 무엇 하나 높아 본 적이 없었으니까.

    스으으…….

    한 번에 영혼석을 소환했더니 친절하게도 병에 담겨 소환이 된다.

    작은 별사탕처럼 알록달록한 영혼석들이다.

    “앗, 사탕이네요.”

    진보라가 눈을 반짝이며 말을 걸어온다. 하나라도 빼앗길 수 없으니 달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 재빨리 방어한다.

    “어, 아. 네. 약간 주술적인 의미가 있어서요.”

    “주술적 의미요?”

    “네, 징크스 같은 게 있어서……. 어려운 전투를 앞에 두고 있으니까 긴장되어서요.”

    “아! 사탕을 드시던 게 사실은 그런 의미였어요? 전 그것도 모르고…….”

    “제가 일부러 숨기던 건데요. 우습잖아요. 다 큰 남자가 이런 법칙 같은 거에 연연하고.”

    “에이 아니에요~! 유명한 운동선수들도 얼마나 징크스에 집착하는데요. 얼른 드세요! 부정 타게 안 할게요.”

    진보라는 시선까지 돌려 가며 딴청을 피워 준다.

    역시 착한데, 결이와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하케임에게로 완전히 마음이 돌아서 버렸나?

    ‘그나저나 너무 많이 모아 버렸구나.’

    전투가 시작되기 전까지 100개를 다 먹어 치워야 한다는 말이다. 무식하게 이게 뭔 짓인지.

    와작, 와자작.

    어쩐지 조금 처량하게 느껴진다.

    “무우우우…….”

    망량이조차 측은한 눈으로 날 본다. 뭐, 왜, 뭐.

    구석으로 자리를 옮겨 가며 조금 힘겹고 외로운 별사탕 먹방을 시작했다.

    와작, 와자작. 와그작, 와그작…….

    병 속에 든 100개의 영혼석이 점점 비워지고 마지막 한 알을 녹여 삼키자.

    띠링.

    반가운 시스템 알림이 울린다.

    [업적 업그레이드.]

    [비정상적인 속도광] 등급: 골드↑

    골드 옆의 화살표가 깜빡거린다.

    ‘뭐야, 업적을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어? 대박인데.’

    업적 등급이 실버에서 골드로 상승한 것이다. 이미 실버의 보상을 받았는데 업그레이드가 되면 어떻게 되는 걸까?

    업적 확인란으로 가서 재빨리 변경 사항을 둘러보았다.

    [비정상적인 속도광]

    헤르메스의 신발 능력 15% 상승. 공중에 머무는 시간이 30초로 늘어납니다.

    추가 보상 아이템 : 헤르메스의 하네스.

    “오!”

    입 안이 질리도록 감도는 단맛을 잊게 해 줄 만큼 군침이 도는 내용이다. 게다가 아이템을 하나 더 준다고? 이건 기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전투가 코앞이다. 이런 행운이 있나.

    [헤르메스의 하네스]

    가슴 방어구.

    활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헤르메스의 신발과 세트 아이템입니다.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고 함께 착용하면 0.3% 능력이 향상됩니다.

    “대박…….”

    아이템 능력이 생각보다 훨씬 좋다.

    스스슷.

    곧장 아이템을 소환해 착용한다.

    “음…… 이 정도면 괜찮네.”

    혹시 디자인이 좀 야시꾸리하면 어떡하나 했는데 적당히 캐주얼해서 다행이었다. 약간 백팩 없이 가방끈만 착용한 느낌이랄까.

    멜빵 같기도 했다.

    “불편할 줄 알았는데 편하고.”

    팔을 양쪽으로 흔들어 본다. 착용감이 나쁘지 않다.

    게다가 지금은 외투를 걸치고 있으니 티가 별로 안 나겠지.

    “자, 이제 이동하겠습니다! 길드끼리 모여서 함께 이동해 주세요! 길드에서는 각자 길드원을 챙기기를 바랍니다! 곧 전투가 시작됩니다! 항공모함으로 이동합니다!”

    후다닥 신선 길드원들이 모인 곳으로 돌아가니 모두가 나를 찾고 있었다.

    “어딜 혼자 그렇게 다녀. 집중해야지.”

    “그래, 은하준. 해상 전투는 정말 위험하다. 죽을 수도 있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하는 결이의 뒤에서 하케임이 고개를 쑥 내밀고는 참견한다.

    “누구보다 집중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셔들. 단단히 준비하고 온 참이라고.”

    “준비?”

    “아껴 뒀던 아이템을 쓰려고.”

    결이가 뭔가 더 묻고 싶어 하는 것 같았지만, 우리 길드가 이동하는 차례가 되어 버렸다.

    우리가 타고 온 배에서 항공모함으로는 작은 보트를 타고 이동했다.

    구우우우웅.

    모든 이동이 끝나자 항공모함이 검은 구름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긴장된다.”

    “보라 씨, 절대로 깊이 들어가면 안 돼요. 여기서도 주위를 잘 살피고요. 여차하면 다른 길드에게 도와 달라고 하세요.”

    진보라가 고개를 끄덕인다.

    솔직히 말해서 신선 길드는 여기에 낄 실력이 안 된다. S급들만이라면 모르겠지만, 일반 길드원에게는 너무 위험한 임무다.

    ‘S급이 셋이나 있는 길드여서 얼떨결에 함께 끌려온 거지만……. 괴물 특수부대가 이런 식으로 각성자들을 데려와선 안 됐어.’

    주변 다른 길드들을 살펴보니 정원이 50명 정도로 상위 각성자들만 골라서 참여한 것 같았다. 그러니까 신선 길드만이 인원 미달로 모든 헌터가 참여하게 된 것.

    “하준아, 너무 걱정하지 마. 아까 나도 뭔가 이상해서 따지러 갔었는데, 안은영 소위라는 분이 침착하게 설명해 주셨어. 항공모함 자체는 전장 깊이 들어가지 않는대. 우리는 최대한 모함 내부에서 지원 공격만 하라더라고. 여차하면 대피해도 좋고.”

    “인화 누나…….”

    “내가 잘 이끌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넌 꽤 들어갈 거지?”

    “아뇨, 저도 깊이 들어갈 생각은 없어요. 그냥 우리 S급들 옆에서 적당히 보조만 하려고요. 류창희 씨는 공중 이동기가 없어서 모함에 남아 있을 테니까 창희 씨를 집중적으로 보호하시면서 조심히 계세요.”

    “그래, 그래.”

    인화 선배가 어깨를 툭 두드린다. 그러자 왠지 걱정스러웠던 마음이 가라앉는다.

    “다치지 맙시다.”

    “다치지 말자.”

    쿠구구구구. 구구구구구. 번쩍! 콰과광!!

    엄청난 소리를 내며 무시무시하게 피어올라 있는 검은 구름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구름은 마치 장벽처럼 바다의 수면 위까지 바짝 둘려 있었다. 구름 밑의 파도는 금방이라도 모함을 삼킬 것처럼 사납고 거칠었다.

    아마 저 구름이 급성 포털을 보호하고 있는 것일 터.

    “모함은 구름 바깥으로부터 안쪽으로 50미터까지 이동합니다. 구름 안으로 들어가면 200미터 이내에 포털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포털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그곳에서 나오는 인트루더들을 제거하여 포털의 활동을 정지시키는 것이 주요 임무입니다. 다행히 괴물 특수부대의 초기 대응으로 인트루더들은 구름 바깥으로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구름 내부로 들어가는 순간 맞닥뜨릴 것이니 주의하십시오.”

    군인의 안내와 함께 모함 위에서 모든 길드원들이 출발 준비를 마쳤다.

    모함이 천천히 구름 내부로 진입한다.

    내부 역시 구름으로 가득 차 검은 안개가 낀 것 같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필터를 하나 씌운 것 같지만, 희미하게 구름 내부의 전경이 보이고 그 안에 돌아다니는 침입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저건…….”

    구름으로 채워진 하늘 위로 빼곡하게 날고 있는 인트루더들. 그 정체는 와이번이었다.

    아니, 그냥 와이번이 아니다.

    썩어 문드러진 가죽 밑으로 뼈가 훤히 보이는 육신에 텅 비어 버린 머리뼈 아래에 푸른빛이 서려 있다.

    “언데드 와이번이다.”

    심지어 리치의 마법으로 만들어진 언데드.

    수많은 언데드 와이번 사이로 몇몇 와이번이 리치 마법사를 등에 태우고 있다.

    “리치라니……. 과연 S급이네.”

    눈앞의 광경은 보기만 해도 아찔해지는 것이었다. 리치가 만든 언데드 와이번은 그냥 언데드와는 비교도 안 되는 강력하고 끔찍한 몬스터였다.

    모함은 조용히 구름 안쪽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리고 이내 멈춰 섰다. 하지만 충분히 조용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크르르르…….”

    “끼익! 끼익!”

    언데드 와이번이 모함을 눈치채고 하나둘씩 주위로 모여들며 저공비행하기 시작했다.

    “키에에엑!!”

    “전투 준비!”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펌블 길드에서 전투 지시가 떨어진다.

    휘이익!

    이동기가 있는 헌터들이 한 번에 다 같이 공중으로 날아오르기 시작한다.

    “케에에에!!”

    “크르르르!!”

    와이번들도 동시에 헌터들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우리도 가 보자고.”

    하케임이 해맑은 얼굴로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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